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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GM : 백예린 - 그의 바다 ♬



[방탄소년단/김석진] 바다가 들린다 04 | 인스티즈


바다가 들린다


W. odod











04













" .. 존나 하기 싫다. "




이 곳에 지낸 지 3일째인가. 숫자 세기도 귀찮았다. 지금 아침부터 모래 위에서 *패들링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아하니 헛웃음이 나왔다. 서핑 배우겠다고 모두들한테 당당하게 말했는데 바다 위에 있어야 할 내가 지금 아직까지 모래 위에 있었다. 호석은 계속 자고있는지 안보였고 윤기작가님이랑 지민 그리고 정국은 아침부터 체조를 하더니 곧장 바다 안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제법 높은 파도를 타며 서핑을 즐기고 있었다. 아, 진짜 저렇게 보면 재밌어 보인단말이야. 근데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돼? 래쉬가드에 묻은 모래를 탈탈 털고 투덜거리며 상체를 일으켰다. 캠코더로 서핑하는 영상을 찍고 왔는지 내게 천천히 다가오는 석진씨였다. 멍하니 바라봤다. 래쉬가드 입으니까 몸 좋은게 보이네. 그뿐만 아니라 다들 운동 즐겨하는지 몸이 제법 좋았다. 고개를 숙여 내 배를 확인했다. 휴식이라고 맘껏 먹었더니 배가 더부룩하게 나왔다. 어느새 내 앞에서 무릎을 굽히는 석진씨. 자세 저번보다 많이 좋아진 것 같은데. 다음 단계로 넘어갈까요? 그의 말에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패들링(Padding) : 서핑보드로 파도 탈 때 앞으로 전진하기 위해 양손으로 젓는 일.






" *테이크오프만 배우면 끝이에요. "

* 테이크오프(take off) : 서핑보드에서 일어나는 동작 (푸쉬업&스탠드업)




석진씨는 제 서핑보드를 모래 위로 던지고는 위로 엎드렸다. 하나씩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패들링하면서 보드 밑으로 파도가 미끄러질거에요. 그럼 패들링을 멈추고 테이크오프를 해야되는데 이 때 양손은 가슴 아래에 갖다붙이고 전방확인해요. 팔을 쭉 펴서 상체를 일으켜 세우는거죠. 그 다음 가볍게 튀어 오른다는 느낌으로 양손을 짚고 있던 위치 주변에 앞발이 오도록 하며 무릎을 살짝 굽히고 파도 상황에 맞춰서 상체를 일으키면 됩니다. 시선은 자기가 가고싶은 방향으로. 조곤조곤 설명하면서 행동을 보여주는데 하나도 모르겠다. 석진씨는 내 표정을 읽었는지 더더욱 천천히 알려주며 내 동작을 보고서는 틀린 점을 고쳐주었다. 다시 엎드려 연습하는데 석진씨도 같이 엎드리며 내 동작을 봐줬다. 그 순간 눈이 마주쳤다. 이렇게 가까이 보는 건 밤에 말고 처음이었던가. 




" .. 잘생겼다. "



내 말에 사레가 걸리며 켁켁거리는 석진씨가 마냥 웃겼다. 벌떡 일어나 팔을 고정시키는데 석진씨도 같이 일어나 내 팔을 지적해줬다. 그리고 뒷머리를 긁적이더니 연습 계속 하고 있어요. 곧 다른 사람들도 와서 강습해야되서요. 라며 후다닥 사라졌다. 쑥쓰러우면 귀 빨개지는 게 습관인가. 그의 뒷모습 보고 웃음이 나왔다. 다시 연습하려고 엎드리는데 언제부터인지 제법 사람이 많았다. 다들 서핑 배우러 왔나싶었다. 근데 나를 힐끗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져 멈칫했다. 가슴이 콩닥거렸다. 망할 이 놈의 공황장애. 식은땀이 흐르고 호흡이 가빠르기 시작했다. 자꾸 날 보며 수근거리는 것 같아 무서웠다. 아, 쟤? 김재욱이랑 서강준이랑 사겼다며? 존나 지가 뭔데. 존나 연예인이면 다야. 지 바쁘다고 사진 안찍어주는거 봐. 야, 쟤가 뷔 누나라고? 동생은 착한데 누나는 왜 저래. 존나 발랑까졌다. 내 귀에서 속삭이는 것 같았다. 분명히 환청일텐데 자꾸 생생하게 들려와 눈을 질끈 감고 가슴을 부여잡았다. 그 순간 내 손을 잡은 누군가. 식은땀을 흐른 채 고개를 들면 어느새 바다에서 나왔는지 젖은 채로 서있는 정국이가 보였다.





[방탄소년단/김석진] 바다가 들린다 04 | 인스티즈


" 따라와요. "




다짜고짜 따라오라며 내 손을 잡고 서핑보드를 질질 끌고 가지고 가면서 정국을 따라갔다. 따라가면 사람들이 없는 동떨어진 구석으로 왔다.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비틀거렸을까. 살짝 내 허리를 손등으로 받치는 정국이었다. 미안해. 횡설수설하며 정신차려야겠다는 생각에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이제서야 환청이 사라지고 내 앞엔 또렷하게 바다와 파도. 정국이가 보였다. 어색해졌다. 고맙다고는 해야되는데. 큼큼거리며 고맙다고 했을까. 정국은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더니 바다 들어갈래요? 라며 싱긋 웃었다. 뭐?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는 어느새 제 서핑보드를 들고 저벅저벅 걸어갔다. 얼떨결에 그를 따라가면 그의 서핑보드를 바다 쪽으로 밀더니 나더러 오라는 손짓을 했다. 멀리 안갈거에요. 여기 앞에서만. 그러더니 내 손을 잡고서는 정국의 서핑보드 위에 올라가라며 내 허리를 잡고는 서핑보드 위로 올려줬다. 단숨에 올라와 보드 위로 누우면 맑은 하늘이 보였다. 정국은 서핑보드를 잡으며 지탱해줬다. 두근거렸던 내 가슴이 이젠 진정해졌고 호흡마저도 안정됐다. 그저 철썩거리는 파도소리와 사람들의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평온했다. 이렇게만큼 평온한 적 있었나. 매번 바쁜 삶과 시끄러운 소리를 듣고 살아왔으니.




" 좀 괜찮아졌어요? "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옆으로 돌아 보드를 지탱하고 있는 정국이가 보였다. 진짜 고마워. 근데, 나 공황장애 느끼고 있었던 거 어떻게 알았어? 내 말에 정국은 대답했다. 조금 쉬려고 잠깐 나왔는데 여주씨 상태가 안좋아보여서요. 공황장애도 있었구나. 말끝을 흐트리며 걱정된다는 듯 나를 쳐다봤다. 이제 괜찮아졌어. 이왕 바다 안으로 들어왔는데 패들링 연습해도 돼? 그는 끄덕이며 패들링 연습을 도와줬다. 몇 번 물에 빠지면서 파도를 느끼는 동시에 패들링 연습했을까. 물을 너무 많아 먹어서 코가 찡했다. 그래도 어느정도 되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석진씨가 보면 놀라겠지. 이왕이면 테이크오프도 해볼까하는데 정국이가 말렸다. 오늘은 여기까지해요. 무리하지말고. 라면서 말이다. 알겠다며 보드 위로 엎드렸다. 어느새 멀리 가버린 우리는 육지로 갈려고 정국이가 보드로 이끌어줬다. 육지에 다다를 때 쯤 정국은 잠깐 쉬며 앞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너도 잘생겼긴하다. 어린놈이. 중얼거리며 말했는데 들었는지 뒤돌아보는 정국이었다. 모르는 척하며 고개를 돌려 구경하는 척 하는데 보드를 잡고 내게 다가왔다. 정국은 그런 행동에 웃음을 지었다.




" 아까 뭐라고 한 것 같은데. "


" 아무말도 안했는데 얼른 내려줘. "




갑자기 씨익 웃더니 보드를 잡고 흔들어재꼈다. 야. 하지마. 소리지르며 정국을 말렸지만 아랑곳하지않고 계속 흔들었다. 이 자식이. 결국 항복을 외치고. 아니, 너도 잘생겼다고 말한거야. 내 말에 짧게 탄성을 내뱉더니 여주씨 눈 높은 줄 알았는데. 열애설 난 배우들 보면 다 잘생겼던데요. 아니, 뭐. 내가 얼굴 본다는 건 아니고 그냥 어쩌다보니. 머쓱거리며 웃었다. 얼굴 보는 것도 죄냐. 정국은 보트 위로 살짝 올라와 팔로 지탱하며 나를 올려다봤다. 나도 정국을 향해 내려다봤다. 그는 장난스레 웃으며 다가왔다. 그럼. 여주씨





[방탄소년단/김석진] 바다가 들린다 04 | 인스티즈


" 저는 어때요. "













바다가 들린다












[방탄소년단/김석진] 바다가 들린다 04 | 인스티즈


" 왔어? "





처음으로 그의 가게에 왔다. <THE MOON> 간판은 네온사인으로 환하게 빛났고 그 안으로 들어가면 어두컴컴하지만 분위기가 아늑했고 통유리로 되어있어 바다가 한 눈에 보였다. 나를 발견하고는 싱긋 웃는 호석이었다. 후줄근한 트레이닝복이 아닌 깔끔하게 입은 하얀색 셔츠에 소매는 걷었고 검정슬랙스를 입은 그가 칵테일잔을 닦고 있었다. 오픈한지 얼마 안되서 손님이 나밖에 없었다. 혹시나싶어 모자를 쓴건데 다행이네. 호석이가 있는 바 앞에 앉았고 호석은 나를 보더니 야. 옷 똑바로 입어. 그의 말에 나시 위로 걸친 셔츠가 어깨 밑으로까지 내려갔었다. 볼 것도 없는데 뭐. 라며 옷을 대충 올려입었다. 진짜 못말리겠다는 듯 한숨을 쉬는 녀석. 뭐 먹을거냐며 내게 메뉴판을 보여줬다. 흐음. 칵테일 잘 모르는데. 중얼거리며 보는데 생판 처음 보는 칵테일 이름이 보였다. 고민하고 있었을까. 옆에서 무언갈 내려놓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면 흰 셔츠를 입은 정국이가 술 박스를 내려놓고는 정리중이었다. 낮에서 본 애랑 다르네. 바 위를 닦으며 내게 다가오더니 뭐 먹을려고요. 라며 말을 걸어왔다. 네가 추천 좀 해주라. 내 말에 정국은 내 옆에 앉더니 흐음거리며 소매를 걷었다. 



" 제가 골라줄테니까 그걸 먹어볼래요? "



그의 말에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국은 피식 웃으며 일어서더니 바 안으로 들어가 병을 집어들고는 무언가 만들기 시작했다. 턱을 괴며 물끄러미 그를 쳐다봤다. 아까 낮에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전 어때요라는 정국의 물음에 어떠긴. 추우니까 빨리 나가자고 했던 아까의 일. 보통 다른 사람이었으면 나 좋아하냐고 물어봤을텐데. 그렇다고 대답했다면 좋아하지말라고 먼저 쳐냈을 나였는데. 이상하게 정국한테 그러질 못했다. 나보다 어려서 그런가. 어려봤자 3살 차인데. 멍때리며 생각하고 있었을까. 내 앞에 탁하고 놓여진 무언가. 파란 색으로 영롱하게 빛나는 칵테일 잔이었다. 정국은 맞은 편에서 나를 바라봤다. 블루 사파이어라는 칵테일이에요. 처음 마시는 사람한테 좋고 여기 환영한다는 의미로. 라며 웃었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한 모금 마셨다. 음, 칵테일 별로일줄 알았는데 괜찮은데? 너무 맛있어 홀짝거리며 마셨다. 호석은 어느새 홀에 나와 정리를 하며 천천히 먹으라고 내 머리를 콩 때렸다. 투덜거리며 가게 구경하는데 얘네들 감성 왜 이렇게 비슷하지. 여기도 스크린이 있었다. 그 스크린에는 영상이 계속 나왔었는데 보니까 드라마나 영화를 짤막하게 만들어 노래를 넣어 만든 것 같았다. 분위기에 심취하고 있었는데




" 석진형 왔어요? "



호석의 목소리에 뒤돌아 보면 어느새 들어온 석진씨가 보였다. 어, 석진씨가 웬일이에요? 살짝 놀라 물어보면 그는 자연스레 내 옆에 앉았다. 원래 지민이랑 올려고 했는데 작업하다가 잠들었네요. 호석이가 혼자라도 오라고 해서 왔는데 여주씨도 있었구나. 라며 웃음을 보이는 그였다. 석진씨는 능숙하게 메뉴판을 보고 칵테일을 주문했다. 곧 칵테일 잔이 그의 앞에 나오면 그는 살짝 마셨다. 나랑 칵테일 잔이 달랐다. 그의 칵테일 잔은 동그란 원형이었다. 석진씨 이거 무슨 칵테일이에요? 아. 올드패션드라고 도수 조금 높아요. 위스키 들어간거라. 마셔볼래요? 그의 물음에 난 고개를 끄덕이고 그 잔을 받아 맛을 느끼면 확실히 도수가 셌다. 그래도 제법 맛있었다. 이게 진짜 칵테일의 맛이다. 라고 알려주는 것 같았다. 금새 기분이 좋아지고 손님이 없으니 넷이서 소소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새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석진씨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는 큰아버지께서 운영하다가 힘들어서 자신이 하게 된 것이었고 정국은 휴학생이었고 같은 동아리였던 호석의 권유로 이 곳까지 와서 아르바이트 하게 됐다고. 억문득 석진씨는 궁금한 듯 물었다.



" 여주씨는 호석이랑 어떻게 아는 사이에요? "


" 아, 고등학교 때 친구였어요. "



호석은 내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근데 어떻게 친구 됐나모르겠다. 중얼거리며 말했다. 나 2학년 때 전학왔었잖아. 네가 말 걸어줬었는데. 내 말에 호석은 이제 기억났는지 호탕하게 웃었다. 칵테일을 조금씩 마셨다. 술기운에 달아올라 턱을 괴며 호석을 바라봤다. 너 덕분에 내 학창시절은 재밌었지. 호석은 피식 웃었다. 근데 김여주는 평범했어. 평범했다기보다는 남자들이 관심 많았었는데 쉽게 다가서지 못했던게 많았지. 너 진짜 김태형이랑 똑같이 생겨가지고 건드리면 왕하고 물 것 같이 생겼다니까. 혀를 쯧 차며 잠시 태형이가 떠올랐는 듯 걔 요새 진짜 잘나가더라. 하여튼 그 때도 진짜 외모가 심상치않았지. 남매가 쌍으로 유명했다며 석진과 정국에게 할 말이 많은지 나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석진씨는 잠시 화장실 갔다온다며 자리를 비웠고 호석은 계속 칵테일 잔을 닦으며 아차했다. 너 석진형이랑 아는 사이였어? 그의 말에 정국은 갸웃거리며 나를 쳐다봤다. 아, 옛날에 우연히 만난 적 있었어. 내 말에 호석은 이제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나 여기 오픈준비하면서 석진형이랑 친해진거였거든. 바로 근처에 게스트하우스였기도 하고. "


" 응. 나도 너랑 석진씨 원래 아는 사이인줄 알았는데. "


" 여기 와서 친해졌어. 무튼 오픈 전 날에 마지막 점검하고 둘이서 술 마셨는데 저 스크린 있잖아. "




호석은 손가락으로 스크린을 가렸다. 영상과 음악이 나오는 그 화면이었다. 술 마시다가 너가 나왔거든. 미국음악영화에 나왔었잖아. 그 영상을 보더니 엄청 놀라더라고. 누구냐고. 난 너한테 뭐 반해서 물어보는 줄 알고 배우 김여주다. 내 동창이라고 엄청 자랑했거든. 그러다가 네가 심리적으로 안좋다는 것 때문에 걱정많아서 되게 고민이라고 이야기했는데 갑자기 형이 그러더라. 그런거라면 여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예를 들어 여기라던지. 너무 좋은 생각이어서 당장 말해야겠다고 했는데 그 때 형이.




" 숙박은 내가 해결해줄 수 있을 것 같다며 당분간 예약 안받겠다고 그랬다니까? "


" .. 석진씨가? "


" 응. 그래서 이 형이 진짜 김여주한테 반했나. 연예인 관심없던 사람이 뭐. 팬이라도 됐나싶었지. "




그래서 너한테 바로 전화한거고. 호석은 어깨 으쓱거리며 닦은 칵테일 잔을 진열했다. 그 기회가 이거였구나. 호석에게 들은 이야기덕분에 기분이 이상해졌다. 술기운이겠거니 칵테일잔을 흔들며 마셨다. 칵테일 여러번 마시고 마지막으로 주문한 칵테일, 석진씨가 먹었던 그 칵테일 말이다. 아. 괜히 주문했네. 숙취가 올라왔고 급격히 피곤해졌다. 잠깐 휴대폰 만지작거리는데 괜히 휴대폰을 봤다는 생각에 휴대폰 화면을 끄고는 손톱을 물어뜯으며 멍하니 있는 나를 본 호석은 내 상태보고 눈치챘는지 야. 그만 마셔. 이상하게 얘는 술 못 먹으면서 술을 좋아한다니까. 야. 갈거야. 갈거라고. 안그래도 피곤하니까. 어느새 석진씨는 옆에 와서 앉았다. 이만 가보겠다며 고개를 꾸벅 인사하고는 비틀거리며 그 가게 밖으로 나왔다.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모자를 푹 쓰고 발걸음 움직이려는데 누군가 내 어깨를 붙잡았다. 살짝 놀라 뒤돌아보면 석진씨였다. 




[방탄소년단/김석진] 바다가 들린다 04 | 인스티즈


" 같이 들어가요. 저도 내일 강습 준비해야되서. "





석진씨는 그렇게 내 발걸음 속도를 맞추며 나란히 걸었다. 걷는 동안 서로 아무말 하지 않았다. 그 때 석진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핑 할 만하냐는 질문에 나는 바로 어렵다며 대답했을까. 지금은 하기 싫고 귀찮겠지만 하다가 성공하는 순간이 오면 그 때의 기분은 최고일거에요. 라며 나긋하게 말하는 그였다. 정국이랑 똑같은 말을 하네. 그 때의 기분이 어떠길래 다들 그러는건지. 문득 호석의 이야기가 생각나 그에게 물었다. 호석이한테 나 여기 오라고 한거 석진씨였다면서요? 내 말에 그는 살짝 당황하며 버벅거렸다. 아. 네, 맞아요. 




" 왜요? "


" .. 그냥 여주씨가 힘들어한다는 이야기 듣고 여기 와서 쉬었으면 했어요. 바다도 좋아한다길래. "




그 말에 뭐가 그렇게 기분이 나빴는지 인상을 팍 구겼다. 내가 힘든게 뭐라고 이렇게 난리치는거지. 중얼거리며 웃음지으면 석진씨는 살짝 놀란 듯 다시 되물었다. 그냥 짜증났다. 내 말에 그는 발걸음을 멈췄다. 나도 멈추고는 뒤돌아 그를 바라봤다. 그렇잖아요. 주위사람들은 내가 힘들어하니까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래. 그래서 말대로 했다? 아니, 말대로 하면 조금 괜찮아져요. 근데 또 기사보면 그런 삶을 살면서 힘들다고 지랄하지말래. 진짜 나더러 어쩌라는거야. 아까 칵테일바에서 휴대폰 만지작거리다가 우연히 내 기사 댓글을 본 것이 화근이었다. 그 기사를 안봤더라면 이렇게 기분 잡칠 일이 없을텐데. 난 열분을 내뱉으며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그런 나를 석진씨는 가만히 보기만 했다. 사람들은 왜 그러는걸까요. 왜..



" 사람들은 가끔 나도 잘 모르는 나에 대해 너무 쉽게 이야기하는걸까요. "



순간 아차했다. 정신차리고 석진씨를 보면 아무런 표정없이 날 바라보고 있었다. 죄송해요. 이럴려고 한건 아니였는데. 말끝을 흐트리며 뒷걸음치며 먼저 가겠다며 고개를 꾸벅였다. 오늘 하루 최악이었다. 오전부터 날 괴롭혔던 그것들 덕분에 말이지. 내일 얼굴 보기 글렀다는 생각에 다시 제 갈 길을 가려고 했을까. 조심스레 내 팔목을 잡는 그였다. 그를 바라봤다. 여주씨, 저는 연예인의 삶이 어떤지몰라요. 뭐, 분명히 화려하고 행복한 삶이겠죠. 하지만 그것만큼은 알아요. 그 화려한 삶 속에서는 공허함이 있다는거. 지치고 힘든 나날들을 보낼 거라는거요. 그러니까 제가 다 들어줄게요. 그 어떤 것이라도. 방금처럼 저한테 화내도 좋아요. 다 들어줄게. 그러니까.




" .. 울고 싶을 땐 울어도 돼요. "


" .... "


" 왜 참아요. 보는 내가 마음 아프게. "




그의 말에 울컥거림 동시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눈물 나올려고 했지만 울기 싫어 더더욱 꾹 참았다. 하지만 한 방울 흘려내렸을까. 참다못해 뒤돌아 주저앉았다. 쪽팔려요. 내 말에 픽 웃는 소리가 들렸다. 또 다시 내 두 팔을 잡고 살짝 당겼다. 내 얼굴은 드러나고 그도 주저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난 그냥 연예인 배우 김여주가 아닌 일반인 김여주로 여기서 좋은 추억을 만들고갔으면 하는 바램이었어요. 기분 나빴다면 죄송해요. 여주씨는 7년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 어떻게든 참고 버텨낼 거라는 그 바보같은 모습 말이야. 그의 말에 신경질내며 가슴을 팍 쳤다. 그게 뭐냐면서 결국 목놓아 울었다. 길었다면 길었고 짧았다면 짧았던 내 연예계 생활. 내 꿈이었다. 힘든 나날들도 많을테니 악착같이 버텨내보자. 하지만 그 생각자체가 틀렸다. 힘들어도 지쳐도 가끔씩은 누군가에게 놓아야했었는데 말이다. 누군가에게 기댔어야했는데 말이다. 그런데 생판 모르던 사람이. 7년 전에 딱 한 번 만나 기회를 잡아 인연으로 만들어준 그 사람이 내게 그런다. 힘들면 말하라고. 울고 싶을 땐 울어도 된다고. 아무도 내게 그런 말을 하지 않았는데. 훌쩍이며 우는데 뭐가 그렇게 웃음이 나오는지 내 눈물을 닦아주는 석진씨였다.




" 에이씨, 너 진짜.. "


" 뭐? 너? 너라고 한거야? "


" .. 김석진 존나 착해서 짜증나. "




내 말에 푸핫 소리내며 웃었다. 이젠 김석진이라고 하네. 황당한 듯 웃으며 쳐다보는 그. 훌쩍거리며 딴청을 피우는데 그는 나와 마주칠려고 얼굴을 이리저리 왔다갔다했을까. 결국 그와 눈 마주쳤다. 민망해서 서 눈을 제대로 못맞추겠네. 늦은 밤에 길에서 둘이 쭈구려앉아서 신세한탄이나 하다니. 내일 이불킥 각이었다. 석진씨는 피식 웃었다. 이제서야 김여주같네. 힘들면 힘들다고 이야기해줘요. 다 들어줄게. 이야기 들어주는거 잘하니까. 앞으로도 계속 여주씨 옆에서 다 들어줄게요. 그의 말에 난 물었다. 내가 다시 연예계 복귀해도 석진씨는 내 옆에 있게요? 내 말에 석진씨는 으음거리며 고개를 살짝 젖히며 생각하더니 나를 향해 내려보며 웃었다.




[방탄소년단/김석진] 바다가 들린다 04 | 인스티즈


" 여주씨가 허락해준다면요. "
























작가의 말(은 생략, 암호닉 ♥)



 ♥ 청포도 / 핫초코 / 민트슈가 ♥



암호닉 계속 받고 있습니다. !! 오늘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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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꺄핳핳 청포도입니다!! 오늘도 좋은글 읽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석진이같은 지인이 있으면 참 좋을것 같아요ㅜㅜ
4년 전
odod
청포도님 와주셔서 감사해요! 진짜 석진같은 친구 있으면 전 진짜 하루하루가 행복할 것 같아요 엉엉 ㅠㅜ
4년 전
독자2
핫초코입니다
이 모든 게 석진이의 빅픽쳐였다니
힘든 일을 다 들어준다니 대단해... 겨우 한 번 본 사이인데 쉽지 않은걸...ㅜㅜ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부담스러울 수 있는 대화인데
좋다좋다 크흡

4년 전
odod
엡! 석진의 빅픽쳐였다구 한다..! 석진이 멋있죠 ㅠㅠ.. 내가 이래서 좋아한다구쿄!
4년 전
독자3
오옹... 7년 전의 인연을 다시 만들어 낸 건 석진이었군요! 모든 것이 석진이의 계획이었어.. 대박적... 석진이 계략공//?ㅎㅎ 너무 좋다..석진아아앙...ㅠㅠㅠ
우연히 지나가면 지날 수도 있었던 인연의 끈을 석진이가 꼭 쥐고 잡아당겼네요. 여주 너무 쓸쓸해 보이는데 석진이 만나서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정국이도 연하의 패기를 보여주는 것인가... 정국아 너무 멋지다><
여주가 이 평화롭고 조용한 바다에 머무는 동안 공황장애도 좀 극복하고, 행복하게 웃는 날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야기 속 여주의 성격이 너무 좋아서 보면 귀엽고 멋있고... 여주 짤 가끔 보여주시는 거 보면 진짜 여주인 것만 같아서 이미지도 잘 그려져요♥
이번 이야기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작가님~[민트슈가]

4년 전
odod
깍 민트슈가님 반가워요! 언제 오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딱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이렇게 긴 글도 너무 감사드려요!!! 여주는 소심하면서도 할 말 다하는 캐릭터에요.. 자기 이쁘다느니~그래도 할 말 다하면서 자신감 넘치는 성격인데 정작 본인을 잘 챙기지 못하는..!! 그래서 조금 힘든 삶을 살았을지도 몰라요 ㅠㅠ 여기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추억 만들엇으면 하는 바램이네엿
4년 전
독자4
재밌어요 잔잔해서 더 좋아요
4년 전
독자5
여주에게 위로가 되고싶었던 석진이네요!
4년 전
독자6
흐양ㅇ ㅠㅠㅠ 진짜 왠지 이번편은 울컥하면서도 설레네요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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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길[김남길] 아저씨1 나야나05.2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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