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르륵 커피포트에서 까만 커피가 잔으로 쪼르륵 나왔다. 그걸 가만히 보고있던 남자는 잔을 들고 거실로 나왔다. 그리고 탁자에 의자를 빼 조심스레 앉았다. 커피 한 모금 마시고 회상에 잠긴듯, 어떻게 보면 멍한 시선을 하고있었다. 조금 이상하다는 점은 분명 거실엔 이 남자 한 사람뿐인데 그의 맞은편에는 커피가 한 잔 더있다는 것 뿐. 그 빈자리를 보고있던 남자는 아까전의 멍한 시선은 없었다는 듯이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쿠르르릉 천둥이 옅게 치는 소리에 우현은 눈을 떴다. 그리고 침대에 몸을 일으켜 습관적으로 책상 위 액자로 눈이 향했다. 액자속에는 두 남자가 행복한 듯 서로 브이를 그리며 웃고있었다. 그중 한 사람은 우현이었다. 친구?아니다. 친구이상의 분위기가 사진인데도 불구하고 풍겨왔다. 자신이 안고있는 다른남자에게 살짝 웃어보이곤 침대에서 내려왔다. 하얀 브이넥의 셔츠가 그를 더 돋보이게했고 이와 대조되는 검은색 면바지는 그의 속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았다. "비오네.." 천둥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소낙비가 내렸다. 우현은 뭔가 불안한 듯 읊조리곤 부엌으로 향했다. 그리고 아차 하더니 현관쪽으로 달려가 잠금장치를 풀었다. 다시 부엌으로 돌아와서. -드르륵 부엌으로 들어간 우현은 아무말없이 원두를 갈았다. 그리고 직접 뜨거운물을 부어 커피를 뽑아냈다. 여느 때처럼 두 잔. 우현은 양 손으로 커피 두 잔을 들고 거실 테이블로 나왔다. "난 하나, 넌 세 개" 테이블 한 쪽에 있는 각설탕 통을 열어 자신이 마실 커피에는 한 개 그리고 나머지 커피에는 세 개를 넣었다. 자신은 깔끔한 것을 좋아해 커피 특유의 쓴 맛을 살리기위해 각설탕을 하나만 넣었고 성규는 단 걸 좋아해 각설탕을 새 개나 넣었다. '우왁 이거 완전 써,우현아! 각설탕 하나만 더 넣을래,응?' 갑자기 들리는 성규의 목소리에 우현은 피식 웃었다. 그 특유의 말투. 내 사람만이 할 수있는 말투. 조용히 성규를 회상하던 우현은 한 손에 커피잔을 들고 밖이 훤히 보이는 테라스로 앞으로 갔다. 비는 여전히 후두둑 많이 떨어지고 있었다. 형은 비오는 거 되게 싫어했는데. 이럴 땐 내가 가서 안아줘야 하는데. 혹시 울고있진 않겠지. 아니다. …다른 사람 품에 안겨있으려나. 울 것 같은 기분에 뒤로 돈 우현은 소파에 얌전히 앉아있는 곰인형이 눈에 띄었다. 무언가에 이끌려가듯 곰인형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떨리는 손길로 곰인형의 왼손을 꾸욱 눌렀다. '성규 형,사랑해' 밝은 자신의 목소리가 우현 밖에 없는 집 안을 떠돌았다. 그리고 곰인형의 오른손을 누르면… '…사랑해 남우현' 주저앉아버렸다. 더이상 그를 생각하면 아무렇지않게 피식 웃을 수 없었다. 억눌린 울음소리가 우현의 입술을 비집고 새어나왔다. 누군가 자신의 가슴을 칼로 도려내고 찌르고 갈라내고 난도질하는 것 같았다. "..흐흑..흡.." 넌 이제 내 옆에 없다. 날 떠나갔다. 하지만 내 가슴속의 너는 여전히 숨쉬고있다. 그게 날 더 힘들게 만들었다. 아무리 사진을 봐도 너의 목소리를 생각해도 니가 좋아하는 원두커피를 매일 뽑아놓아도 넌 오지않았다. 하지만 이거 하나만 알아주었으면 한다. 일년이 지나도 십년이 지나도 남우현은 언제나 김성규를 그리워하며 매일 일어나자마자 우리의 사진을 보고 니가 좋아하는 원두커피를 뽑아놓고 곰인형을 끌어안은채 비오는 날은 널 생각하며 울고 …니가 언제라도 돌아올 수 있도록 문은 활짝 열어놓겠다는 것. 사랑해 기다릴테니까 돌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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