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백/루민] 공소시효
형사 도 경수 피해자 동생 변 백현
범인 루 한 목격자 김 민석
01.
2013년12월15일 AM 7:00
밤 사이에 내린 눈이 동네에 쌓여 하얀색에 반사된 빛이 눈을 부시게 했다. 올해는 첫 눈이 꽤 빨리 내렸다. 폭설이 내린다는 얘기가 맞았는지 하얀 세상으로 변한 동네를 창밖으로 멍하니 바라보던 백현이 어느새 소리를 내며 끓는 주전자를 보더니 가스를 껐다. 모락모락 머그컵에서 달콤한 핫 초코 향과 김이 피어올랐다. 식탁의자에 불편한 자세로 앉은 백현이 핫 초코를 홀짝거렸다. 지독히도, 하얗고 추운 겨울 아침 이였다.
오늘은 정확히 백현의 형이 떠나간지 12년째
백현의 형의 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끝나기 일주일 전이였다.
목도리를 아무렇게나 칭칭 감은 백현이 뽀드득, 하고 소리가 나는 눈을 밟았다. 몇 번 더 제 자리에서 눈을 밟더니 걸음을 옮겼다. 새 하얗게 쌓여있던 눈이 백현의 발자국으로 더럽혀졌다. 백현이 걸음을 옮겨서 찾아온 그 곳은 근처의 경찰서였다.
" 저기, 도경수 형사님. 어디계신가요? "
꽤나 분주해 보이는 경찰서 안에 제가 원하는 얼굴을 찾기 힘든지,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백현이 물었다. 도경수형사요? 강력9반에 있습니다. 라며 바쁜지 대답을 하고는 걸음을 바삐 옮겼다. 강력9반 .. 백현은 앞에 보이는 강력9반 안으로 들어가 시선을 이리저리 돌렸다. 컴퓨터로 무언가 바쁘게 타이핑을 치는 경수가 보였다. 백현이 한참동안 경수를 응시하고 있었을까. 기지개를 피던 경수가 백현을 바라보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 백현씨 , 여기는 어쩐 일로 .."
당황한 기색이 역력히 보이는 경수에게 백현이 톡 쏘듯 말했다. 제가 못 올 곳을 온 건 아니잖아요? 틀린 말은 아니라 경수가 끄덕였다. 백현이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우물쭈물하던 경수를 본 백현이 겉옷을 입은 후 백현을 끌고 나왔다. 근처 카페라도 가죠. 백현은 말 없이 이끌렸다.
근처 카페에 와서 자리를 잡았다. 핫초코 하나랑 아메리카노 하나요. 쓴 것을 못 먹는 백현의 입맛을 배려한 주문 이였다. 경수가 조용히 앉아있는 백현의 앞에 와 앉았다. 백현은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경수가 쉽게 입을 때지 못했다. 안 그래도 일주일 밖에 남지 않은 공소시효에 대해 얘기를 꺼내야 했던 참에 백현이 직접 찾아 온 것 이였다.
"백현씨"
"형사님"
동시에 입을 땠다. 경수가 먼저 말 하라는 듯 빨리 입을 닫았다.
" 공소시효.. "
백현의 입에서 공소시효라는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는 듯 경수가 원래 큰 눈을 더욱 크게 떴다. 백현이 경수를 살짝 쳐다보고는 다시 시선을 돌렸다. 백현의 손이 머그컵 잔만 쥐었다 놓기를 반복했다
" 일주일, 남은 거 알고 있어요. "
백현의 입이 경련하듯 올라가 억지스러운 미소를 만들었다. 경수가 뭐라 말을 하려 입을 열었지만 백현이 다시 말을 했다. 백현의 입에서 나온 말은 경수를 더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 그냥, 포기해요. 수사"
"무슨 소립니까, 변 백현씨."
경수가 애써 목소리를 침착하게 냈다. 경수가 당황한 듯 덜덜 떨리는 손을 테이블 밑으로 두었다. 백현이 경수를 빤히 바라보았다.
" 이런다고, 형이 살아서 돌아오는 건, 아니잖아요 .."
"하지만, 백현씨 형을 .."
" 멈춰주세요, 제발."
백현이 누구보다 애절한 목소리로 경수에게 말했다. 어느새 백현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 있었다.
" 제발.. 그렇게 형을 죽인 범인을.. 못 잡는 건, 보고 싶지 않아요 형사님 .."
백현이 손목을 가리고 있던 소매를 걷어 올려 경수의 앞에 내밀었다. 어느새 백현의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저, 좀.. 살려주세요.. 살고 싶지 않아요.."
"백현씨 .."
"이제, 정말, 살 이유가 없어요."
"백현아"
"그냥 죽어버릴래요."
"변 백현"
백현의 손목에는 날카로운 것들로 그은 흔적들이 여러 개가 겹쳐있었다. 백현은 테이블에 쓰러지듯 엎드려 울었다. 경수도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경수의 눈에서도 고여 있던 눈물이 떨어졌다. 한참을 그렇게 말없이 울었다.
*
2013년12월15일 AM 7:00
"민석,일어나"
루한이 침대에서 곱게 자고 있는 민석을 살살 흔들어 깨웠다. 앓는 것 처럼 잠꼬대로 민석이 중얼거렸다. 루..1분만, 응? 루한은 그런 민석의 부탁에도 아랑곳 않고 민석을 깨웠다. 민석, 일어나라니까? 하지만 아예 저를 무시하기로 작정한 듯 등을 돌려버린채 다시 잠의 세계로 빠져들어가려 하는 민석이 얄미운지 루한이 눈을 빛내며 민석의 위로 올라갔다.
"이래도 안 일어날거야?"
민석이 입고있는 잠옷 안으로 차가운 손이 들어와 민석의 허리를 쓸었다. 소름이 돋는 감각에 민석이 번쩍 눈을 뜨니 제 위로 올라와 의미심장한 미소로 허리를 쓰는 루한이 있었다. 깜짝 놀라 민석이 루한을 밀쳐내고 그제서야 상체를 일으켰다.
"루한! 내가 하지 말랬잖아!"
"그러니까, 민석이 제대로 일어났어야지"
'난 잘 못 한거 없어요.' 라고 뻔뻔한 얼굴을 하고있는 루한에게 민석이 베게를 던지며 방을 나갔다. 베게를 맞고도 뭐가 그리 좋은지 루한은 싱글벙글이였다. 욕실로 들어간 민석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쳐다봤다. 이게 뭐야 터질 것 같잖아. 꼭 자신의 모습이 새빨간 김치만두같다고 생각했다.
허허. 패기 넘치게 쓰기는 했는데 이게 완결이 날까 모르겠네요. 끈기가 부족해서 ;ㅅ; 똥글이지만 구독료는 받고싶네요. 엉엉(오열) 항상 댓글 남겨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하트.더보기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