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슨 금손작가 핫핫그대가 던져주신 소재~.~ 그대 ♡해요 헿..
그나저나 집콘피릿들 같이 웁시다 엉엉ㅇ엉..서열왕을 본방사수했어도 풀리지가 않는 분노
(+) 그래도 ㅇㅑ동이들 유닛 화이띵^,^
[인피니트/현성/조각] 그런데 싫은 건 아니야
w.규닝
「규야! 적응 잘 해야돼! 또 나쁜 애들한테 걸리지 말고.」오후 5:03
잠시 자리를 비운 성규의 휴대폰에 지잉, 하고 진동이 울렸다. 우현은 성규의 의자에 다리를 얹으려다가 반짝이는 화면에 시선을 던졌다. 뭐야, 꼴에 카톡도 오네. 우현이 성규의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짱똥!>이라는 녀석이 보낸 카톡. 우현은 아무 생각 없이 내용을 읽다가 서서히 인상을 찌푸렸다.
나쁜 애들? 참 나, 무슨 찌질이 친구 아니랄까봐 별 걱정을 다 해주네. 우현은 신경질적으로 성규의 책상 위로 핸드폰을 던져 놓았다. 사실 제 풀에 찔린 격이다. 나쁜 애들, 꼭 저를 이르는 말인 것 같아 괜스레 짜증이 나는 우현이다. 씨발, 그래, 내가 나쁜 놈이라고 쳐. 니새끼는 김성규가 학원에서 누굴 만나고 다니던 무슨 상관인데? 우현은 더 이상 진동 없는 까만 핸드폰 액정을 노려보며 생각했다. 하여튼 김성규, 여러가지로 마음에 안 든다. 근데 얘는 또 왜 안 와. 화장실에 빠져 죽기라도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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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현이 성규를 처음 만난 건 한달 전이었다. 우현은 어디 한 구석 잘난 것 없는 날라리, 그 자체였지만 부모님의 피나는 설득으로 '갱생'되고자 처음 학원을 등록했다. 당연히 학원 체제, 수업 과정, 그 모든 것이 엇나간 우현의 마음에 들어 찰 리가 없었다.
원어민 강사가 교실 안으로 들어오자 학생들이 일사분란하게 자세를 바로했고, 우현은 메고 있던 가방을 옆 책상에 던지듯이 걸어놓고 발 한 쪽은 옆자리 의자에 올려두었다. 양키 새끼한테 존나, 뭘 배운다고 내가 여길 앉아 있는지. 우현이 급 땡겨오는 담배 생각에, 담배연기에 아주 잘 어울릴만 한 창문 밖 풍경으로 한눈을 팔기 시작했을 때였다.
"…나, 여기 앉아야 되는데."
개미만한 목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우현의 어깨를 살짝 터치했다. 짧은 밝은 갈색의 머리. 존나 불쌍하게 생긴 작은 눈과 함께 우현의 눈에 거슬릴 정도로 단정한 교복과 가방. 어딘가 모르게 주눅 든 목소리로 녀석이 말했다. 자,자리좀 치울게. 겉보기엔 자신에게 한 마디도 못 붙일 것 같이 생긴 녀석 하나가 자리에 걸쳐진 자신의 가방을 주섬주섬 챙기더니 보란듯이 건네주었다. 여기…. 녀석이 망설임 없이 건네주는 자신의 가방을 얼떨결에 품에 받은 우현은 두 눈만 깜빡이며 그를 쳐다봤다. 먼지 하나 없이, 주름 하나 없이 단정한 그의 교복 마이 주머니 쪽에 적힌 이름, 김성규.
"야, 씨발 뭐하는거냐? 니가 거길 왜 앉아?"
우현이 움찔,하고 놀라는 성규의 옆모습에 대고 말했다. 성규는 이미 자리에 앉았음에도 우현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정면만 쳐다봤다. 들은 척도 안 하네. 눈썹을 살짝 치켜올린 우현이 성규의 어깨를 툭, 툭 치며 말을 걸었다. 야, 내 말 씹어? 거기 내 가방 놓는 자린데, 니가 뭔데 내 가방을 치우고 자리엘 처 앉냐고.
성규는 끝까지 우현의 말이 안 들리는 척 가방에서 책과 필통을 꺼내 차곡 차곡 책상 위에 놓았다. 우현이 코웃음을 쳤다. 자신의 말에 당황하고 쫄아있는 게 뻔히 보이는데도 꿋꿋히 못 들은 척 수업을 들을 준비를 하는 꼴이 우습기도 하고, 한 대 패주고 싶을 만큼 놀려주고도 싶은 마음이 들었다. 너 귀 먹었냐고. 종래엔 우현이 성규의 가지런한 뒷통수를 가볍게 탁, 쳤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10분 후에는 우현이 오히려 쩔쩔매게 되는 상황이 찾아왔다. 그저 재수없어 보여서 가볍게 친 것 뿐인데 성규는 소리없이 뚝 뚝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우현은 제가 눈으로 보고 있는 장면이 실제 상황인지 의심스러워 자신의 손과 성규를 번갈아봤다. …나 분명 약하게 쳤는데? 쓰다듬듯이. 우현이 인상을 찡그리며 성규의 우는 모습을 가만히 쳐다봤다. 두 눈에선 펑펑 눈물을 쏟아내는 와중에도 김성규는, 필기를 하려 필통에서 연필을 꺼내 손에 쥐는 행동을 보여주었다. 우현은 괜히 헛웃음이 나왔다. 뭐야, 이 새끼 꽁트하는건가? 할 말을 잃은 우현이 여전히 눈물을 떨구고 있는 성규를 쳐다보기만 했다. 그리고 그 순간, 살짝 시선을 튼 성규의 눈물어린 눈과 마주쳤다. 그리고는, 조용조용한 목소리로 녀석이 말했다.
ㅡ가방 앉는 자리 뺏어서 미안해. 그, 그런데 자리가 없어서.
미친 듯이 얼빵한 대사와 함께 김성규가 교복 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정말이지 말도 안되는 말이지만, 그 순간 이후로 한 시간 정도, 우현은 마비라도 걸린 것 처럼 성규에게 꼼짝 못하게 돼버렸다. 이 새끼가 방금 나한테 마법을 건 건가? 왜 내 입에서 더 이상 이 녀석한테 욕지거리 조차 안 나오는거야. 다른 새끼 같았으면은 발로 의자를 걷어차기라도 했을텐데. 실제로 우현은 눈물을 그치고는 수업에 열중하는 성규에게 단 한마디의 말도 붙이지 못했다. 수업이 끝날 때 까지.
세상에, 이렇게 패기 넘치는 찌질이는 처음 봐. 그것이 우현이 성규를 본 첫인상이었다.
그 날 이후로 학원 안에서는 우현의 머리가 바쁘게 굴러갔다. 물론 공부 쪽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저 찌질이자식을 골려 줄 수 있을까 라는 문제로. 학교를 끝마치자 마자 학원으로 달려온 우현은 수업이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책상에 앉아 제 옆 자리, 김성규의 책상을 노려봤다. 이상한 마법사. 밤색 머리를 하고서는 어벙한 표정으로 위장한 아주 존나 위험한 마법사. 우현은 자신이 방금 핀 담배에서 재를 털어 성규의 자리 곳곳에 뿌려놓았다. 물론, 수업이 시작하고 김성규는 마치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후, 후 하고 바람을 불어 날려버린 후 자리에 앉았다. 멀쩡한 사람 같았으면 우현을 한 번 째려보기라도 했을 텐데, 김성규는 그런 것 하나 없었다.
…너무나도 이상한 새끼다. 가벼운 터치 한 번에 펑펑 울어 제끼질 않나, 하지만 또 열심히 머리를 굴려 괴롭혀보면 돌부처처럼 무시하고 수업에 집중한다. 이렇게 옆에서 자신을 못 괴롭혀 안달 난 나를 보면 저 마법사 새끼는 날 어떻게 생각할까. 우현은 수업시간에 이상한 고민거리로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남우현, 혼자만의 신경전이 한참이나 이어졌을 때였다. 여느 날 처럼 무표정으로 제 자리에 나타난 성규에게 우현이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야, 너 나 존나 싫지.
"…어."
이젠 웃기지도 않아, 우현이 코웃음을 쳤다. 제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면서 대답은 엄청나리만큼 솔직했다. 자신의 대답이 우현의 신경을 건드리는 말이라는 건 느꼈는지, 허둥지둥 자리에 앉아 책을 펴는 성규에게 우현이 물었다.
"왜 싫은데?"
"……."
"싫어하는 데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욕도 안하고 때리지도 않고 졸라 가만히 잘 들어줄 테니까 말 해보라고."
"…말로…나, 못 할 거 같은데……."
"뭐?"
"…쪽지로 하면 안돼?"
우현의 두 눈이 멍해졌다. …싫어하는 이유 말하는 입장인 주제에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말하겠다. 이거냐? 하지만 어쩐일인지 언짢아지는 마음에도 우현은 그야말로 넘쳐 흐르는 성규의 패기에 기계적으로 대답했다. 그…러든지.
수업이 시작하고도 성규는 원어민 강사에게 눈길 조차 주지 않고 쪽지에 글씨를 써내려갔다. 우현은 그 한 시간 내내 묘한 긴장감을 느꼈다. 도대체 뭐라고 쓰기에 저렇게 존나 열심인거지? 쓸 말이 그렇게 많나보다. 그만큼 성규가 저를 싫어하고 있다는 생각에 우현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지가 뭔데 날 싫어해. 그래, 지가 뭔데. 살짝 흘겨본 성규는 여전히 막힘 없이 줄줄줄, 글씨를 써갔다. 저 빽빽한 거 봐.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하면서 속으로는 엄청나게 날 싫어하고 있었어. 나쁜새끼, 나쁜새끼. 우현은 속으로 성규의 욕을 되뇌이면서도 마음 속 어딘가에서는 깊은 빡침이 밀려오고 있었다. 김성규가 날 싫어한다. 수업도 내팽개칠 만큼. 저렇게 종이가 까매져가는만큼.
수업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여기. 수줍은 고백을 담은 러브레터를 건네는 것 마냥 성규가 쪽지를 내밀었다. 탁, 하고 뺏듯이 종이를 앗아간 우현이 빽빽하게 적힌 내용의 1번 문항부터 읽어내려갔다.
「1.수업 시작 전에 담배 피는거. 2.내 자리에 담뱃재 터는 거. 3.내 책상에 벌레 올려두기. 4.수업에 집중 안되게 자꾸 말 시키는 거. 5.욕 하는 거. 6.다리 떠는 거. 7.내 책 같이 볼 때 낙서하는 거. 8.내 의자에 신발 올려두는 거. 9.일부러 내 책상 넘어서까지 책 펴놓는 거. 10.가끔씩 나 놀래키는거. 여자 밝히는 거. 나도 모르는 어법 문제 계속 물어보는 거. 다른 친구들 째려보는 거. 내 이름 안 부르고 야,야 하는 거. 지우개 빌려 갔다가 안 주는 거. 내 손가락에 낙서 하는 거. ………우리집 강아지 욕 하는 거.」
…하 참, 결국엔 자기네 집 강아지 욕이 싫다는 것으로 끝나는 '남우현이 싫은 이유'를 다 읽은 우현은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는 성규 쪽으로 고개를 홱 틀었다. 그 이유가 얼마나 많은지, 심지어 11번 문항부터는 번호조차 안 매겼다. 우현의 차가운 눈빛을 읽은 성규는 안절부절하며 빨리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렸고 미리 가방을 싸 놓은 채로 금방이라도 도망 갈 태세를 갖추었다.
…씹, 나한테 이런 폭탄을 안겨 주고 니가 그렇게 도망가면 안돼지. 우현은 행여라도 수업이 끝날세라 빠른 속도로 쪽지에 무언가를 적었다.
"김성규."
제 쪽은 보지도 않고 미세하게 떨고 있는 성규를 작은 목소리로 불렀다. 으,응? 조심스레 눈을 맞춰오는 성규에게 우현이 쪽지를 건넸다. 김성규가 도망이라도 갈까봐 급하게 갈겨 쓴 두 글자.
「미안」
아 씨발,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하필 쓴다는 게, 존나 김성규 돋게 미안이 뭐야 미안이. 겁나 찌질하다. 속으로 자신을 질책하며 우현이 고개를 벽 쪽으로 돌렸다. 그래도 쪽지로 쓴 게 어디야. 입 밖으로는 절대 못 말하니까. 우현이 자기합리화를 하며 곧 들려올 성규의 반응에 두 귀만 쫑긋 세우며 시선을 피했다. 그 사이 수업을 마무리 짓는 원어민 강사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학생들이 드르륵 소리를 내며 의자를 끌어내고 일어서는 웅성웅성한 소리가 들렸다. 그 때 까지도 우현은 쪽팔림에 고개를 못 돌리고 굳어 있었다. 병신같다며 끊임없이 자책하던 우현은 시끄러운 주변 소리에도 개미만큼 작은 성규의 목소리는 들을 수 있었다. ㅡ나 갈게.
성규의 목소리에 우현이 고개를 조금 틀어 대답했다. …어, 가. 무미건조하게 대답하며 우현이 자신의 가방을 들고 일어났다. 그래, 뭘 기대 한 거냐. 이미 미안하다는 말로는 갚을 수도 없을 만큼 김성규는 날 싫어하는데. 미안 이라는 쪽지를 들고선 멍청히 서 있는 성규의 옆을 스쳐 지났다. 진짜 엿같아. 우현이 답답해지려는 마음을 안고 한 발자국을 한 걸음 더 뗐을 때였다.
갑자기 제 소매를 잡아 챈 손길에 우현이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김성규가 꼬깃꼬깃 접힌 자신의 쪽지를 들고서는 웃고 있었다.
그 때가 아마 김성규가 처음으로 웃어줬을 때인 것 같다. 김성규는 자신과 만난 이후 처음보는 밝은 표정으로 제게 말했다.
"나도 미안해ㅡ쪽지."
다시한 번 말하건대, 진짜 엄청, 환한 미소였다. 녀석이 정말로 마법사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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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을 니네 집까지 갔다 왔냐?"
우현이 뒤늦게 자리에 돌아온 성규에게 톡 쏘아붙였다. 이미 성규의 카톡을 들여다본 후인지라, 마음이 상해 삐딱하게 나오는 제 말투는 자신 조차도 제어할 수가 없었다. 화장실에 사람이 많아서. 우리 학원에 사람 엄청 많아졌다? 유명해졌나봐. 성규가 베실베실 웃으면서 자리에 앉았다. 병신 같은 게, 북적북적한게 뭐가 좋다고 실실 웃는지. 우현이 성규의 옆통수를 째려봤다.
"왜 나 째려봐? 우현아."
"…너는 눈이 옆에도 달렸냐?"
"어떻게 알았어?"
새침한 목소리와 함께 김성규가 웃는다. 웃지 좀 말지. 다음 말이 안 나오잖아. 처음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우현이 성규의 시선을 옆으로 살짝 피했다. 요즘에는 저렇게 너무나도 잘 웃어서 눈을 마주치기 힘들다. 왜인지는 나도 몰라. 그냥 저 새끼가 존나 마법을 부리기 때문에. 우현이 애꿎은 제 머리칼을 정리하면서 물었다.
"너 전에 다른 학원 다녔다고 했지?"
"으응."
"그때도 나처럼 너 괴롭히는 나쁜 새끼 있었냐?"
"어어?"
"아니, 니 친구가 그러더라고. 나쁜 애들한테 걸리지 말라던데?"
…너 내 핸드폰 만졌어? 가만히 우현을 쳐다보던 성규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아니 뭐, 딱히 만진 건 아니고, 그냥 액정에 뜨는데 보여서. 머리카락 끝을 매만지며 딴 짓에 집중하는 척, 우현이 무심하게 대꾸했다.
"아니. 니가 제일 나빴어."
성규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뭐라고 김성규야? 누가 니 표정만 보면 '니가 제일 착해'라고 말하는 줄 알겠는데. 너무나도 간단하게 나오는 칼대답에 고개를 바짝 돌린 우현이 재차 물었다. 내가 제일 나빴다고? 성규는 두번 째 물어오는 우현의 질문에도 같은 대답을 뱉었다. 응. 니가 제일. 이번에는 고개까지 끄덕이면서.
"지금도 내 핸드폰 맘대로 만졌잖아."
"…야! 내가 일부러 만진 게 아니ㄹ, 아오 씨,ㅡ됐다. 내가 너한테 무슨 말을 하겠냐. 나만 존나 더 나쁜놈 될 뿐이지."
그럼 그렇지, 요즘 들어 좀 실실 웃어준다고 김성규는 날 좋아해주는 게 아니었나보다. 예나 지금이나 너한테는 그저 죽일 놈인 건 여전한가봐. 우현이 책상 다리를 걷어차고 텅텅 빈 가방을 어깨에 걸치고 일어났다. 답지 않게 눈을 동그랗게 뜬 성규가 물었다. 어, 어디 가? 급한 마음에 잡아챈 교복자락. 우현은 자신의 옷깃을 꼭 잡고 있는 하얀 손을 내려보다가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 알 거 없잖아 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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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우현은 학원 문턱에 서서 한참이나 고민했다. 이걸 들어가, 말아. 어제 그렇게 멋대로 화내고 돌아서 온 게 미친듯이 후회가 된다. 맞는 말인데. 내가 지금까지 김성규한테 졸라 나쁜 짓 한 건 맞는 말인데ㅡ나는 도대체 왜 화를 내고 있는거냐고. 우현이 학원 문턱을 짚고는 생각했다.
그래, 들어가서 사과도 하고 다 하자. 존나 먼저 화내고 먼저 사과하고, 잘 하는 짓이다 남우현. 하지만 이렇게라도 안 하면 김성규가 나한테 질려 할 까봐. 그렇게 저렇게 지내다가 결국에는 학원까지 그만둬버릴까봐. 처음엔 니가 찌질했는데 이젠 왜 내가 이렇게 찌질해졌냐, 스스로를 비웃은 우현이 학원 문을 열었다. 벌써 김성규가 와 있을 시간. 사과하자는 마음으로 쿨하게 연 강의실 문 너머에는 빈 교실 공기만이 우현을 반기고 있었다. 예상 밖의 일에 눈썹을 찌푸린 우현이 성규의 자리로 다가왔다. 가방은 있는데. 몸은 어딜 간 건지. 필통이랑 책도 꺼내놨네, 누가 김성규 아니랄까봐.
우현이 피식 웃으면서 가지런히 놓여있는 필기구를 내려다봤다. 그리고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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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판대 앞에 멈춰 선 성규가 우물쭈물 거리며 새콤달콤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먼저 도착한 강의실은 텅 비어있었고, 간간히 일찍 오던 우현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연락도 없고. 오늘 설마 학원을 빠지려는 건가. 두 눈썹을 축 늘어뜨린 성규가 강의실 밖으로 나왔다. 음료수나 마시자 하고 들린 매점에서 성규는 껌 류를 진열해 놓은 가판대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새콤달콤이다. 딸기맛, 포도맛, 복숭아맛 새콤달콤. 딸기맛이 제일 맛있을 것 같은데, 우현이는 무슨 맛 좋아할까? 성규가 때 아닌 이상한 고민에 빠졌다. 완전 나눠먹기 좋은 캬라멜. 가만히 새콤달콤을 내려다보던 성규가 살짝 입꼬리를 당기며 미소지었다. 이거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슬쩍 건네면서 말이라도 붙여 볼 수 있을 것만 같아. 신중한 눈으로 새콤달콤을 훑어보던 성규가 포도맛을 하나 손에 들고 일어섰다. 아줌마, 이거 얼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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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이다. 핸드폰. 필통 옆 쪽에 아무렇게나 튀어나와있는 하얀색 핸드폰이 우현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어제 싸움의 주범. 우현이 주위를 두리번 거리면서 성규의 핸드폰을 슬쩍 집어들었다. 어제 그거 말고 다른 내용이 있을지도 몰라. 스스로 나쁜 손이라는 것은 의식했지만 이미 우현의 손가락은 카톡 대화내용을 누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제 욕이 나올까 봐 잔뜩 긴장한 우현의 두 눈에 제법 마음에 드는 대화 내용이 화면에 떠올랐다. 우현의 눈동자는 한참이나 성규의 대화 내용에 눈길을 꽂았다. 몇번이나 다시 읽고, 다시 읽고, 다시 읽어 보았다. 반전이 있을지도 몰라. 마지막에 반전 돋는 말이 있을 지도 모른다고. 액정을 뚫을 기세로 대화 내용을 훑어 보던 우현은 아까 자신이 본 대화 내용 끝, 결국엔 '반전이 없다'는 사실에 입꼬리를 당겨 웃었다.
김성규, 마음에 든다. 이렇게 나도 모르게 웃음부터 나올 만큼. 그 때 마침 강의실 밖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리자 우현이 황급히 책상에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전혀 훔쳐보지 않은 것처럼. 그러나 우현의 머리는 계속해서 성규의 마지막 대화 내용을 읊조리고 있었다.
그 때 마침 드르륵, 울리는 소리에 우현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소리의 주인공이 김성규라는 것을 인식하기도 전에 당황부터 하게 됐다. 뭔가 굉장히 기계적으로 쿵쾅쿵쾅, 자신에게 다가오는 성규. …김성규? 왜 저래?
"자! 먹어!"
성규는 넓은 보폭으로 순식간에 우현의 앞에 섰다. 두 눈을 질끈 감고 주먹을 내미는 데, 우현이 얼떨결에 마주 내민 손에는 500원짜리 동전만한 작은 알맹이가 하나 떨어졌다. 포도맛 새콤달콤. 이거 뭐 어쩌라고. 뜬금없는 상황에 우현이 피식 웃으며 성규를 쳐다보았다.
"우리나라에서 제일,맛있는, 새콤달콤이야. 어. 그러니까, 친한 친구 둘이 먹으면 엄청 맛있대. 너 하나 먹고. 나도 하나 먹…으려고."
무슨 말을 하려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차분하기만 하던 김성규가 쩔쩔매며 과장을 늘어 놓는 게 마냥 웃겼다. 제 손 안에 떨어진 포도맛 새콤달콤을 쳐다보다가, 눈을 찔끔 뜨고서는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다시 감는 성규의 얼굴도 한 번 쳐다봤다.
김성규.
"…사내새끼가, 존나 소심하긴."
화 안 났는데. 성규 모르게 슬며시 웃던 우현이 표정을 고치고서는 말했다. 이건 선물? 간에 기별도 안 가겠다. 우현이 그 자리에서 포장을 벗긴 후 한 입에 쏙 넣었다. 잔뜩 긴장하고서는 우현의 반응을 지켜보던 성규가 어깨에 들어가 있던 힘을 조금 풀었다.
"…진짜 안 났어? 진짜로 화 안 났어? 내가 나쁘다고 해서 삐진 거 풀렸어?"
성규가 우현의 옆자리에 따라붙으며 말을 걸었다. 원래부터 화 안 났었다고ㅡ병신아. 우현이 오물오물, 새콤달콤을 씹으면서 웃어보였다. 사실, 이 찌질이 앞에서는 왠지모르게 센 척이 자꾸만 나와서 웃는 모습은 안 보여 줬었는데, 오늘은 기분 좋으니까 웃어준다.
웃는 얼굴의 남우현. 신기하다. 정말 삐진 게 아닌가보다. 멍하니 우현의 웃는 모습만 바라보던 성규가 따라서 헤-하고 웃어보였다. 좋다. 진짜 친한 친구가 된 것 같아. 우현이 웃자 가슴 안이 간질간질 한 게, 기분이 묘해져 아마 저도 모르게 따라 웃은 거일 테다. 우현이 바보같이 실실대는 성규의 이마에 딱밤을 때리면서 생각했다. 멍청이. 사실 아까, 니 핸드폰 살짝 봤는데.
사실 그 때부터 이미 우현의 화는 풀려 있었다. 너무나도 깔끔하게. 우현이 아직도 제 머릿속을 빙글빙글 돌고 있는 마지막 대화내용을 떠올리며 자꾸만 새어나오는 웃음을 막지 못하는 우현이 생각했다.
…김성규, 너는 생각보다 훨씬 위험한 마법을 부릴 줄 아는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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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우야, 있잖아」오후 11:27
「사실은!」오후 11:28
「나」오후 11:28
「괴롭히는 애 한 명 있어.」오후 11:28
「그런데 착한 애야.」오후 11:28
「나는 걔가 학원에서」오후 11:29
「제일 좋아」오후 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