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피비린내가 윤기의 코끝을 찔렀다. 윤기가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봤다. 어디서 나는 냄새지. 집 안엔 분명 아무도 없었다. 지금 이 집엔 나 혼잔데. 멍하게 한 곳을 응시하다 문득 남준의 가방에 눈이 갔다. 눈을 가늘게 떠 가방을 유심히 쳐다봤다. 방의 불이 꺼져 있던 탓에 자세히 확인할 순 없었다. 불을 켜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남준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가방 어딨어?" "어, 남준아. 왔어?" "어." 남준은 많이 초조해 보였다. 때문에 의심을 품는 건 당연한 것이었다. 너 그 가방 뭐야? 라고 물으려던 순간 남준이 가방을 챙겨 밖으로 나가버렸다. 윤기가 또다시 집 안에 홀로 남았다. 이대로 물러날 리가 없었다. 윤기가 짐작하건대, 예전부터 남준은 분명 제게 숨기는 게 있었다. 오늘 갑자기 집에서 났던 피비린내가 남준의 존재를 받침지어 주었다. 아무리 눈치가 없는 사람이라도 이건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전부터 제게 뭔가를 숨기던 동거인, 그리고 피비린내. 혹시 김남준이 사람 죽이고 다니나? 뒷머리를 긁적이며 생각했다. 설마. 걔가 그럴 애가 아닌데. 밤공기가 찼다. 윤기가 주머니에 손을 쑤셔 넣곤 남준을 찾아 종종걸음을 지었다. 그리고 끔찍한 소리가 들린 건 순식간이었다. 밤중에 들으니 더 소름이 돋았다. 윤기가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골목에 가려져 있어 안에 누가 있는지는 잘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순간 한 남자가 기어가듯 골목길을 빠져 나왔다. 골목 안에선 한 남자의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윤기가 굳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잠시 뒤 골목에서 누군가가 나왔다. 그리고 그건 윤기에게 큰 충격을 주기엔 충분한 사람이었다. "......" 뒷걸음질치다 소리가 울렸다. 김남준이 뒤를 돌아보았다. 등줄기를 타고 땀이 흘러내렸다. 지금 이 순간이 믿기지 않는다면 그건 사실이라는 것이었다. 윤기가 두 눈을 끔뻑였다. 김남준도 굳었다. 뒷걸음질을 쳐 골목을 벗어나왔다. 한참을 뛰다, 주저 앉았다. 무서웠다. 말도 안 된다 생각했다. 호흡이 불가능해질 정도였다. 숨을 급하게 몰아쉬었다. 잘 되지 않았다. 컥컥거리며 숨이 끊기는 소리가 간헐적으로 이어 들려왔다. 그리고 이내 끔찍한 소리가 한 번 더 들렸다. "......" 숨 쉬는 소리가 끊겼다. 윤기가 굳은 채 뻣뻣해지는 목을 억지로 돌렸다. 양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은 남준이 보였다. 그리고, 제 등에 박힌 칼도. 윤기가 남준을 쳐다보며 천천히 남은 숨을 내쉬었다. "아.." 시야가 흐려졌다. 뭐라도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곧 몸이 엎어지고 정신줄의 가닥이 끊겨갔다. "미안해." 남준의 말과 함께 이전의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문득 제 애인이 죽어가던 모습이 떠올랐다. 제 어린 애인이, 눈 앞에서 참혹하게 죽어가고 있었다. 그 때 애인의 목소리를 아직도 기억한다. "윤, 기 형.." "태형아. 태형아." 할 수 있던 일이라곤 애타게 이름을 부르는 일 뿐이었다. 그리고, 남준에게 끊임없이 외쳤다. 애원했다. "하지마." "흐으.. 윤기 형.." 칼을 들고 제 애인에게 다가가는 남준에게 윤기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마!! 하지 말라고!!!" 끊임 없이 외치던 입술 위를 눈물이 흘러 지나갔다. 애처로웠다. 하지 마. 제발, 하지 마.. 남준이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윤기의 애인에게로 가까이 다가갔다. 윤기가 허무함이 느껴짐에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 마, 제발.." 제 여렸던 애인의 마지막 숨이 끊겼다. 그리고 남준이 고개를 윤기에게로 돌렸다. 윤기의 감겼던 두 눈이 뜨였다. 얼굴이 굳었다. "뭐, 뭐하려고." "형." "오지마. 오지 말라고!!!" 의자 뒤로 묶인 손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든 몸부림 쳤다. 눈물을 너무 많이 흘린 탓에 어지럽기까지 했다. 윤기가 몸부림 칠 수록 남준은 저에게로 다가왔다. 남준의 손에 들린 주사기가 흐릿한 조명을 받아 빛났다. "미안해." 그 때 제 팔목에 주사기를 박아 넣으며 남준이 했던 말이, 방금 전 어조의 모양새와 똑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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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기분 불쾌해지는 영화 알려주셈 레옹, 은교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