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각 8월 8일 수요일 새벽
영국 시각 8월 7일 화요일 오후
한국에서는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민이 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렸으며
영국에서는 형을 포함한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 그리고 다른 국가대표 선수들과
그곳에서 살고 계신 우리 동포들이 함께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신개념 빙의글(익인x기성용)
*졌어
응 봤어 그래도 4강까지 올라갔잖아 충분히 잘한 거야
*..지금 한국이 몇 시지?
아침이야 7시쯤 됐지
*이 시각까지 응원해주신 분들도 많이 계실 텐데..
걱정하지 말라니까 그리고 자꾸 울먹일래? 하루도 속 안 썩히는 날이 없더니만 오늘은 아주 날 잡으려고?
*장난치지 마 그럴 기분 아니야
장난 아니니까 울지 마 형 그리고 아직 기회는 남아 있잖아
*잘할 수 있을까..
그 유명한 기식빵님께서 왜 이렇게 주눅이 들으셨어
*기식빵은 무슨
하긴 기식빵이라고 하기에는 우리 형이 너무 귀엽지
*..고맙다 이제 눈물이 쏙 들어가고 너 때릴 생각밖에 안 든다
나 때릴 기운 가지고 한일전에서 열심히 뛰고 와 동메달 따오면 내가 평생 받들어 모실게
*그건 당연한 거고 왜 도망갈 생각 하고 있었냐? 죽는다
이거 원 무서워서 무슨 말을 못 하겠네
*그럼 말을 마 그냥 야 나 감독님이 부르신다
그럼 얼른 가봐야지 안 그래도 감독님도 기분 우울하실 텐데 형이 애교 좀 피워드려 아 근데 우리 형 애교가 좀 비싼데.. 감독님이니까 특별히 그냥 드리지 뭐
*한국행 비행기 타는 순간부터 긴장하고 있어라 너
형도 긴장 좀 빨고 있어야 될 걸 요즘 형 목소리가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섹시하게 들린단 말이지 그 못 난 얼굴은 또 왜 이렇게 예뻐 보인데?
*미친 새끼 됐어 끊어 한국 안 가
그럼 내가 직접 모시러 가야지 뭐 아무튼 사랑해 형 얼른 올림픽 끝나서 한국에서 형 얼굴 좀 보고 싶다
*응 동메달 가지고 금방 갈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라
기대하고 있을게 동메달 물론 형이 더 기대 되지만
*죽어 너 진짜
알겠어 그만 할 게 그나저나 얼른 끊고 가봐야지 나도 이제 그만 조금이라도 자야겠다
*얼른 자라 목소리도 들었겠다 이제 넌 필요 없어
..상처야 형 됐어 끊어 안 사랑해
*꺼져 난 사랑해 끊는다
통화가 끊겨진 핸드폰을 보며 이제 곧 형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나오는 웃음을 입에 한가득 머금고는 메뉴를 들어가 녹음어플을 누르자 나오는 수십 건의 목록들
기성용씨는 내가 우리가 하는 통화 내용 하나하나 다 저장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긴 하려나 당연히 모르고 있겠지만 알고 나면 스토커 같다고 미친놈 아니냐며 좋은 곳이라며 정신병원 번호가 크게 적힌 명함 몇 장들을 들이밀면서도 얼굴에는 좋다고 행복하다고 티를 팍팍 내겠지 뭐
그렇게 분명 형이 올림픽 출전을 위해 떠나고 난 후부터 통화한 내용을 녹음한 리스트들을 손으로 한 번씩 훑고 있었는데 언제 잠이 든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햇볕이 뜨겁게 비추는 오후에나 잠에서 깨어났고 핸드폰에는 꽤나 많이 쏟아져 있는 카톡들과 더불어 한 개의 문자가 와있었다
*내가 한 섹시하지 한국 가면 너 맘고생 한 만큼 형이 다 책임질 테니까 기대해라 그러니까 눈알 두 개 딴 년들한테 굴리지 말 고 잘 간수해라 알간?
답장은 뭐라고 보냈냐고?
*당연히 분부 받잡겠습니다 내 사랑
ㅋ.. 제 곰손 똥손은 여전하네요 마지막 문자 왜 저래 꼭 나같이 병신이네ㅉ 첫편이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감동감동ㅜㅜ.. 역시 이기니들은 내 사랑이에요..♥ 이번 한일전 우리 선수들이 꼭 멋지게 이겼으면 좋겠네요 물론 당연히 이기겠지만요 다음편은 아마 한일전이 끝나고 나서 쓰게 될 것 같아요 아님 그 전에 뭐 과거회상 그딴 거라도 원하신다면야.. 아무튼 첫편과 같이 결론은 사랑합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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