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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K] 빙의글 엑소가 나보다 연하일 때Ver | 인스티즈

 

이 글은 상황문답식 빙의글 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짧아여 매우// 하하

 

 

 

 

 

엑소가 나보다 연하일 때 (EXO-K Ver.)

 

 

김준면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인가? 아빠 회사 때문에 이사를 오게 되었는데 새로 이사왔다고 엄마랑 같이 이웃집에 떡 돌리러 갔다가 만난 아이야.
처음에 봤을 때 애가 되게 부끄럼이 많아서 내가 안녕? 하고 인사해도 말도 못하고 엄마 뒤에 서서 그저 쳐다보기만 했지.

그리고 계속 그 후로 집에 가는 길에 만나기라도 하면 역시 내가 먼저 인사를 하고 준면이는 들릴 듯 안 들릴듯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는게 끝이었고.

그러던 어느 날 내가 고등학교를 입학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갑자기 준면이가 나에게 먼저 인사를 한거야.

항상 내가 먼저 인사하고 말도 내가 먼저 걸었는데 준면이가 먼저 인사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뭔가 굉장히 뿌듯해서 한번은 엄청 꽉 끌어 안아줬어.

 내가 키운애도 아닌데 마냥 귀엽고 뿌듯해서 멀이야. 쨌든 그 후로는 계속 인사를 하고, 시간이 지나다 보니 애가 말도 참 잘하더라고?

 

"누나, 어제 무한도전 봤어요? 그거 되게 재밌었는데"
"누나! 저랑 저녁 먹을래요?"
"심심해요, 나랑 놀아요"

 

하면서 말이야. 그런데 웃긴게 준면이는 항상 나에게 존댓말을 해.

나는 존댓말 하는거 왠지 사이 멀어보이고 그래서 싫어하는데 반말 쓰라고 해도 얘는 존댓말이 그냥 편하대. 근데 사실 난 이게 자꾸 걸려.
내가 야자를 끝내고 집에 돌아올 때면, 준면이가 학교 앞에 항상 와 있었어. 중학생 주제에 자기도 남자라고 말이지.

 

"위험한데 왜 자꾸 나와? 착한 어린이는 일찍 자야지~"
"저보다 누나가 더 위험하죠"
"중학생 주제에"
"지금 어리다고 놀리는거죠? 저 다 컸거든요"

 

그 말을 하는데 은근 설레더라? 나도 어쩔 수 없이 여자였나봐 준면이는 내가 집에 들어갈 때 까지 밖에 서서 보고 들어갔어.

 언제는 한번 내가 먼저 들어가라고 했더니 나 들어갈 때 까지 본인은 계속 서 있겠다고 고집을 부리는거야. 하는 수 없이 내가 먼저 들어가게 되었지.

그리고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준면이는 고등학교를 입학하고. 나는 대학에 갔지.

가끔 과모임 때문에 집에 늦게 들어가는 날이 있는데, 준면이는 중학교 시절 그 버릇을 못 고치고 항상 나에게 전화를 해.

"누나, 어디에요?"
"나 과모임 때문에 조금 늦을 것 같은데. 오늘은 먼저 들어가"

통화를 하다가, 옆에서 친구가 누구야? 남친? 이러면서 물어보자 내가 아니라고 하니깐 준면이가 그걸 들었는지 대뜸 말하는거야.

 

"너 어디야"
"뭐?"
"어디냐고"

 

갑자기 반말을 해오는 준면이 때문에 적잖게 나는 당황했어.

"나 여기 집근처야, 괜찮아. 나 혼자 갈 수 있어"
"좋은말 할 때 말해라"
"....XX호프집"

내가 말하자마자 바로 끊기는 전화. 내가 너무 당황해서 어버버 거리고 있는데 친구가 남친 화났냐고 묻기에 그런거 아니라고 대답했지.

그리고 10분 후 인가? 호프집 문이 열리고 준면이가 들어오는거야.

 

"야"

 

앉아있는 내 팔목을 잡아 날 일으켜 세우는 준면이.

 

"ㅇㅇㅇ"
"뭐...뭐야"
"내가 맨날 누나, 누나 하면서 잘 따라주니까 좋지? 나 이제 니 동생 안할거야"
"뭐?"
"니 인생 책임질 남자 할거야"

 

 

 

 

 


 

변백현

내가 중학교 때 학교를 끝내고 집에 가는 길이면, 놀이터에 항상 노래를 부르는 아이가 있었는데 하루도 빠짐없이 놀이터에 나오길래

하루는 내가 다가가서 그 아이한테 물어봤어.

 

"꼬마야, 왜 맨날 나와서 노래 부르는거야?"
"....."
"응?"
"나 가수가 꿈이야. 열심히 해서 가수 할거야"

 

뭐랄까. 엄청 필사적이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열심히 하라고 그래? 하면서 머리를 토닥토닥. 쓰담쓰담 해줬지.

 

"누나, 내 노래 들어볼래?"

 

자신의 노래를 들어보라며 내 옷 끄트머리를 잡고 말을 길게 늘리면서 말하는 꼬마 아이가 너무 귀여워서

그래, 하고 쭈구려 앉아서 노래부르는걸 듣고 있는데 애가 정말 많이 연습했는지 그 나이에 비해 정말 잘 부르는거야.
애가 잘부르면 얼마나 잘 부르겠어? 하고 생각했던 나인데 조금 놀랬지.

 

"어때?"
"헐. 대박 완전잘한다. 나중에 꼭 가수해! 누나가 응원해줄게"
"내 이름은 변백현이에요, 누나"

 

하면서 환하게 웃는데 너무 예뻐서 나도 모르게 내일 또 올게. 하고 말해버렸어.

 그리고 다음 날, 다시 놀이터를 지나가는데 어김없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 백현이. 내가 백현이에게 가서 안녕? 하고 인사를 건네자

백현이도 부르던 노래를 멈추고, 안녕 누나! 하고 대답해. 그냥 기특하고 해서 옆에서 노래 연습이 끝날때 까지 노래를 들어주고 기다렸어.

백현이가 누나 오늘 왜 안가요? 하는 눈빛을 하고 있길래, 누나 오늘 백현이랑 같이가려고. 하니까 애가 또 웃는거 있지.
참 저절로 따라 웃게 되는 웃음이었어. 해가 뉘엿뉘엿 지는 저녁이 다되서야 집에 돌아갈 요량인지 이제 가자, 누나! 해서 같이 손잡고 갔지.

 

"백현이 집은 어디야?"
"나? 내 집은 저어기야"

 

백현이 향한 손끝에 있는 집은 꽤 낡은 집이었어. 조금 허름하다고나 해야할까? 아무튼. 집안 사정이 참 딱하구나, 하고 생각했지.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아이의 기특한 모습때문에 또 머리를 쓰담쓰담.
그랬더니 백현이가 기분이 좋아졌는지 까르르 웃었어. 나도 같이 웃고는 백현이를 집에다 데려다주고 나도 집으로 향했지.

"누나! 내일 또 봐!"

멀리서 소리지르는 백현이의 모습에 팔을 크게 한번 흔들어주고 뒤돌아섰어. 다음 날, 나는 어김없이 놀이터로 향하고 백현이가 있고.

 우리는 항상 놀이터에 만나서 같이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듣고 얘기하고 같이 집에 갔어. 그러기를 꼬박 두달.

 그 날도 나는 당연히 놀이터로 향했는데 백현이가 없는거야.
어라? 왜 안나왔지? 어디 아픈가? 왠지 모르게 힘이 빠져서 돌아갔지. 또 그 다음날, 역시 백현이는 없었어.

 갑자기 애가 안나오니까 괜히 불안해지고 그러는거야. 그래서 백현이 집에 찾아갔지. 그런데 집은 깨끗이 비어있고 아무도 없었어. 나는 허탈감에 집으로 돌아갔지.

그 후 나는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대학교를 가고 바쁜 하루하루를 지내며 그 시절을 잊고 지내고 있었는데 연말이 가까워 지던 어느 한가로운 주말,

나는 그동안 밀린 드라마와 보고싶었던 TV프로그램을 모두다 챙겨보고 있었어. 밖이 깜깜해지고 저녁이 되고.

 눈이 흩날릴 때 무념무상으로 TV를 돌리다가, 어떤 시상식을 보게 되었지.

나도 고등학교 때 아이돌 좋아하고 그랬는데 에휴, 그 시절을 떠올리는데 문득 백현이가 생각이 난거야.
가수 하고 싶다고 그렇게 입이 닳도록 말했었는데. 가수가 되었을까? 그러고 보니 나는 백현이한테 내 이름도 안가르쳐줬네,

 하고 생각하며 TV를 보고있었는데 낯익은 얼굴이 순간 비치는거야. 그리고 '신인상 수상', 'EXO-K' 라는 자막이 뜨고 나는 놀라서 입이 떡 벌어졌지.

그토록 가수가 되고 싶다고 했던, 매일 놀이터에 나와서 노래연습을 돌같이 했었던, 나에게 자신의 이름을 가르쳐주고 매일 손 붙잡고 같이 집에 갔었던

그 백현이. 변백현이.

떡하니 TV에 나와 마이크에 입을 대고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는거야. 아, 우리 백현이 꿈을 이뤘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가슴이 뭉클해지고 묘한 느낌에 빠져들 때, 백현이 모두가 보고 있는 시상식에서 말했어.

 

"안녕, 놀이터에서 맨날 나랑 같이 노래 연습하는거 들어주고 놀았던 누나. 잘있어? 나는 이렇게 내가 말한대로, 가수가 되어있는데.

누나는? 누나는 잘 지내? 조만간 한번 만나자. 그동안 못했던 말도 너무 많고. 하고 싶은 말도 너무 많아.
여기서는 길게 못 말하니까 여기서 이만 줄일게. 마지막으로 누나"

아직도 환한 웃음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백현이의 마지막 말.

 

"좋아해"

 

 

 

 

 

 

박찬열

엄친아. 그냥 말 그대로 엄친아야. 엄마 친구 아들. 뭐, 잘생기고 공부잘하고 뭐든지 잘해서 엄친아가 아닌 진짜 엄마 친구 아들.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찬열이를 만났는데 그 때의 찬열이는 초등학교 6학년. 주말에 심심해서 엄마가 친구를 만나러 간다길래,

나도 무작정 따라나왔는데 그러니까 얘도 심심해서 엄마따라 나왔었나봐.

엄마들은 즐겁게 호호, 거리며 인사하며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얘는 글쎄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는거야. 이래봐도 내가 누나인데.

"야, 뭘 야려"

그리고 엄마는 바로 나한테 강스매싱을 날리면서 지금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며 말했지. 아이, 엄마도 참. 사람도 많은데에서 창피하게 왜이래?

하고 말했더니 엄마가 이게 하면서 내 머리를 한대 쥐어박았지. 이씨, 하고 입을 삐죽였는데 반대편에 앉은 박찬열이가 그런 나를 보면서 피식하고 썩소를 날리며 비웃는거야. 나는 자존심이 상해서 그 자리를 박차고 그냥 나와버렸어. 그리고 그날 엄마에게 무지하게 많이 혼났지.

어차피 앞으로는 볼 사이도 아니고 볼일도 없으니까 그러려니 하고 지내고 있었는데 1년 뒤,

드디어 내가 중학교 대선배가 되었을 때 박찬열이가 우리학교에 당당히 입학. 나는 절망에 빠졌지만 그래도 학교 선배인데, 군기는 제대로 잡아야지,

 하고 생각했어. 제대로 잡힐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고입이 코앞이니, 마음잡고 열심히 공부하려고 했더니만 얘가 자꾸 내 눈에 밟히는거야.

예를 들면, 굳이 내가 속해 있는 동아리에 들어온다던가. 체육시간이 겹쳐 같이 운동장을 쓸 때면 축구하면서 일부러 나한테 공을 찬다던지.

급식실에서도 안그런척 은근슬쩍 어깨빵을 하거나 발을 건다던가.

처음엔 내가 착각한건가 싶었는데 은근히 그런게 한두번이어야지. 이제 초딩도 아니고 어린애도 아니면서 이런장난을 왜 하는건지, 참.

 도저히 못참겠어서 나는 박찬열을 따로 불러내. 글쎄 나는 혼자 왔는데 본인은 자신의 친구들 한 무리를 이끌고 온거야. 아니 무슨 자기가 일진도 아니고.

패거리는 왜 달고 다녀? 나는 당당히 내 허리춤에 양손을 올리고, 이제 그만 어린애도 아니니깐 장난 그만치라고 못을 딱 하고 박아두는 말을 했지.

그런데 얘가 또 비웃는거야. 얼레? 니가 진짜 내 주먹맛을 안봐서 그러는구나? 이번기회에 한번 주먹좀 날려줄까?

하고 생각했지만 중1 주제에 키는 멀대같이 커서는 말이야. 내가 올려다 봐야 할 정도라니. 작년만 해도 이정도 까지는 아니었으면서.

 

"야"
"야? 허, 참."
"왜, 야라고 부르면 안돼냐?"
"이보세요. 나는 자그마치 너님보다 2년은 더 산 사람이야. 밥그릇으로 치면 얼마나 많은지 알아?"
"나이 많이 먹은게 자랑이냐 닌?"

 

아오, 진짜. 예절이라는 것을 어디다 갖다 버렸는지 말하는 꼬라지하며 싸가지 없기는.

 

"너 이러는거 엄마가 아시기는 하니?"
"아니, 우리 엄마는 내가 모범생인 줄 아는데"
"내가 말해줄까?"
"말해, 말할거면. 난 안무서운데"

 

그냥 입이 떡 벌어지는 말빨이다. 내가 살다살다 16년밖에 안살았지만, 저런 놈은 처음이다 진짜.

나는 할 말이 없어지니깐 자연스레 허리춤에 올린 양 손이 내려가고 고개가 내려가기 시작해. 아나 자존심 상해서 진짜.

"할 말도 없는 주제에, 나 간다."

완전 그냥 K.O다. 뒤돌아서 가는 놈들 무리에 몇몇은 킥킥 웃기 시작해. 저놈들을 어떻게 삶아먹어야하지? 튀겨먹을까? 구워먹을까? 어떻게 죽이지?
그 날, 나는 완전 패닉상태에 빠져 학교 수업을 어떻게 들었는지 모르겠어. 왠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기도 하고.

내 여태까지 생각해온 인생계획에는 이런건 없었는데. 아니, 아예 박찬열이란 인물이 없었단 말이야. 휴- 한숨을 깊게 쉬고는 정신 차리며 다시 수업에 집중했어.

그래, 어차피 건들지만 않으면 눈에 밟혀도 어떻게든 되겠지. 그 때만 생각하면 금방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긴 한데,

공부에 신경쓰다보니 그런 잡념들은 자연스럽게 없어지더라. 가끔, 박찬열이 계속해서 눈에 밟히는 행동들을 하고 다니긴 했지만.

일부러 무시하고 얘기도 안섞었지. 그러다 보니깐 걔도 재미가 없었는지 한동안은 조용했고.

그렇게 1년이 또 후딱 지나갔고 나는 여고에 진학했어. 여고이니깐 박찬열이 따라 입학할일도 없을테고. 그딴 놈 그냥 훌훌 털어버려야지.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처음엔 적응도 안되고 했었지만 나는 생활력이 강한 바퀴벌레같은 여자인지라 또 금방 적응해서 2년이 흘러 나는 어느덧 고3이 되었어.

어김없이 야자를 끝내고, 어느 새 하루가 끝나버려 바깥은 깜깜한 암흑 그 자체- 매일 집에 가는 길이라 무서운 건 없었지만 우리집에서는 조금 먼 학교인지라
버스를 타고 내려서도 걸어가야만 했는데 오늘따라 괜히 분위기가 음침하고 바람도 많이 불고. 또 조용하고.

으슬으슬 떨리는 밤공기에 팔을 감싸고 얼른 집에가서 쉬고싶어 집으로 향하는 걸음을 빨리 했지. 그런데 기분탓인지 자꾸 누가 내 뒤를 쫓아오는 느낌이 드는거야.

헐. 어떡하지, 나 너무 무서운데. 엄마보고 나오라고 그럴까?

온갖 생각이 스쳐가고 살 길은 오로지 달리는 것 밖엔 없다는 생각하에 나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뛰기 시작했어.

계속 정신없이 뛰다보니 저 멀리 집이 보이기 시작해. 아, 드디어 살았다.
하고 생각하는 순간!

"야!"

하면서 누가 내 팔을 잡고 당기면서 나를 뒤돌아 세우는거야. 나 이제 죽는건가!? 난 이대로 죽고 싶지 않은데.

 나는 눈을 꽉 감고 있었어. 상대방도 날 따라서 많이 뛰었는지 후아후아, 하면서 숨을 골랐지.

"야"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한쪽 눈을 실눈으로 뜨고 보니, 상대방은 아마 박찬열. 중학교 때보다 10센티는 더 자란듯 훌쩍 큰 키에 이제는 내가 완전 목을 젖혀야 볼 수 있었어.

"아...."

왠지모르게 다행함과 허탈감에 다리에 그만 힘이 풀려버려 나도 모르게 풀썩 하고 주저앉아 버렸지. 박찬열이 어어? 이건 또 왜이래? 하면서 날 따라 같이 쭈구려 앉았어.

그제서야 제대로 보이는 그 얼굴을 보자 갑자기 울컥 눈물이 나왔지.

"이 나쁜놈아아..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뭐야, 왜이래?"
"흐엉"

박찬열은 내가 울음을 그칠 때 까지 앞에 앉아서 기다려줬어. 그리고 나는 울면서 나쁜 놈, 개새끼, 죽여버릴 놈. 하면서 있는 욕 없는 욕 다 쏟아부었고.

그렇게 한참을 있다가 멍- 해져서 가만히 있는데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지.

"무슨 여자가 그렇게 빨라?"
".....넌 왜 따라오는데..."
"할 말 있어서"
".......뭔데"
"나, 고등학교 갔어. 알아?"
"응. 알아. 나보다 두살 어리잖아, 너"
"맞아. 니 바로 옆에 있는 학교야"
"...어쩌라고"
"이야, 많이 죽었네ㅇㅇㅇ. 나한테 따로 불러서 혼내키던 ㅇㅇㅇ은 어디가고. 여자가 되어 있었네"
"뭐래..."

반가운건 알겠지만 나 이제 그만 집에 들어가서 쉬고싶다, 라고 말하려는데 뭔가 중요한 얘기가 있는 듯 애가 급 진지모드. 뭐..뭐지?

"내가 너 야 라고 부르는거 싫어?"
"..어?"
"내가 너한테 반말하는거 싫어?"
"뭐야, 갑자기"
"내가 너 이렇게 따라오는거 싫어?"
"......"
"중학교 때, 내가 많이 싫었어? 도망치 듯 졸업해서 여고에 가고?"
"...도망친거 아닌데"
"그러면, 내가 싫어?"
"왜이러는데?"

갑자기 박찬열은 내 손목을 잡고 자기쪽으로 당겨기고는 한껏 진지해져서 말했어.

"사실 나 너 처음 봤을 때부터 니가 좋아서 일부러 그런거야. 중학교 때도 그렇고. 그런데 그게 싫었다면 사과할게. 당당히 사과하고, 이제는 안 싫어지게 노력할게"

 

"아니, 이제는 나 좋아하게 노력할게"

 

 

 

 

 

도경수

친구가 하도 계속 자기가 소개팅 해주겠다고, 한번 만나보래서 만나긴 했는데. 첫인상부터 쪼꼬미+귀요미 게다가 나이는 나보다 네살이나 어린.

이러다가 나 감옥가는거 아니야? 철컹철컹. 아무튼 처음만났는데 애가 너무 어색해하는거야;; 내가 자신보다 네살이나 많아서 그런지, 긴장한 모습도 역력하고.

왠지 모르게 안쓰러워서 좋게 보이려고 웃으면서 얘기했어. 얘기하다 보니깐 꽤 괜찮은 것 같더라.

예의도 바르고 말도 잘하고 똘망똘망한게 아주 그냥 내스타일b 좋아좋아. 그렇게 첫만남은 지나가고 그 날 저녁 나한테 카톡이 온거야.

 

'저...누나라고 하면 기분 나쁘세요?ㅜㅜ'

 

왠지 표정이 상상이가서 한번 웃고는 답해줬지.

 

'아니~ 괜찮아^^ 편하게 누나라고 불러!'
'그러면, ㅇㅇ누나! 우리 계속 만나는 거죠?'

 

뭐라 대답해야 하나? 계속 만난다고? 음.. 일단 그렇다고 할까

 

'음..그래!'
'누나 조금 망설이시는 것 같은데.. 누나 우리집에 올래요?'

 

누워서 카톡하고 있는데 깜짝 놀라서 침대에서 튕기듯 일어나서 나는 화면을 계속 보고있었지. 자기네 집에.. 놀러오라고?

 아니, 얘는 지금 지보다 네살이나 많은 여자를 집에 데리고 가겠다는거? 잠깐만. 이거 뭔가가.. 혼자 막 생각을 하고 있는데 또 도착한 카톡하나.

'다른 뜻은 아니고, 제가 맛있는거 해줄게요~^^'

아, 그런 뜻이었구나... 내 눈에 음란마귀가 끼었어.... 나는 타락한거야.. 내가 지금 어린애를 두고 무슨 생각을 한거람.

한숨을 쉬고 그래! 라는 답장과, 날짜와 시간약속을 잡았어. 은근 두근거리기도 하고. 빨리 그 날이 오기를 빌면서 지냈지. 그리고 약속 날은 정신없이
지내다가 금방 왔어. 경수가 가르쳐준 집에 도착하고 옷매무새를 한번 다듬고 체크한 후에 초인종을 꾹- 하고 눌렀지.

그리고 금방 바로 경수가 문을 열어주었고. 집은 의외로 넓고 정말 깨끗했어. 남자 혼자 사는 집이 맞나? 하고 의심이 들 정도로.

감탄하면서 집을 둘러보는데 경수가 뭐 먹고 싶냐고 내게 물어봤어. 음..

 

"너가 제일 잘하는건 뭐야?"
"저 스파게티요!"
"그럼 그걸로!"

 

히히, 웃으면서 말하고 경수도 웃다가 재료준비를 할건지 냉장고를 여러번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분주해지기 시작했어.

 여자인 내가 그냥 가만히 있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조금 도와줘야 겠다, 해서 다가가려 했는데

 

"누나는 그냥 가만히 있어요"
"어?"
"오늘 우리집에 온건 누나잖아요, 그러니까 오늘은 다 제가 하는걸로"

 

그러고서 큰 눈을 휘면서 환하게 웃는거야. 헐. 성스러운 웃음.... 그리고는 다시 손이 바빠지면서 이것저것 하기 시작했지.

그냥 계속 서 있기는 뭐해서 방에도 들어가 보기도 했는데, 공부하는 책상인지 엄청 깔끔하고 책꽂이에는 책이 가지런히 놓여있는거야.

이야, 경수 데리고 살면 살림은 걱정 없겠다. 아니, 내가 지금 무슨 상상을 하는거래. 아오 진짜.

가까이 가보니 책상에는 액자가 놓여져 있었는데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인지 경수가 아까 본 것처럼 엄청 환하게 웃고 있었어.

그리고 나는 직감했지. 아, 귀하게 곱게 아주 예의바르게 자란 아이구나,
하고. 그런 애를 상대로 나는... 에휴, 내가 죽일년이지. 에잇. 그러고 방에서 나왔더니 벌써 온 집안에는 음식냄새가 풍기고 있는거야.

그것도 엄청 맛있는 냄새가. 분명 집을 나올때도 군것질거리를 하고 나온 것 같았는데 금새 배고파지는걸 느꼈어. 이 돼지. 돼지야!

 

"누나"
"응?"
"이제 거의 다 해가요, 조금만 기다려요"

 

벌써? 요리 시작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경수가 접시를 꺼내서 음식을 담고 식탁에 올려놓는데 그걸 본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어.

지금, 저게. 혼자 자취하는 남자의 요리실력이란건가? 이럴수가! 심지어 음식에서 빛이 나! 나는 요리 야매로 배웠는데! 이럴 수는 없는거야!
너란남자. 정말 대단한 남자.

"어서 앉아요"
"그래"

배고픈 배를 부여잡고 얼른 포크를 들고 스파게티 면을 돌돌 말아서 한입 넣었지. 헐. 이건 신세계야. 난 방금 신세계를 경험했어.

진짜 대박이야 이건. 세상에 이런일이에 나와야 하는거 아니야!? 그러면서 내가 심각한 표정을 짓자 경수가 걱정이 되었는지 괜찮냐고 물어보는거야.

"맛이 없어요?"
".....아니, 완전 맛있어. 진짜"

경수가 한번 웃고는 그리고 나는 그대로 스파게티를 흡입. 앞에서 보면 한 일주일은 굶은 애가 밥먹는 것처럼 보일거야, 아마.

아 이런 모습은 경수에게만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데. 미안하다, 경수야. 누나가 이런 여자라.
나는 순식간에 접시를 비우고 말았어. 경수는 이제 반을 먹었는데. 그 때 경수가 웃으면서 내게 말하는거야.

 

"누나 배고팠나봐요"
"어?.....어"
"ㅇㅇ누나"
"응"
"이런 말 벌써 하면 안될지도 모르는데. 나랑 그냥 결혼하자"
"뭐!?"
"난 누나같이 내 음식 맛있게 먹어주는 여자가 좋아요. 그러니까"

갑자기 경수가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더니 내 쪽으로 와서는 팍 하고 안아버리는거야. 이건 무슨 상황이래.

 

"나랑 결혼해"

 

 

 

 

 

 

김종인

어렸을 때 처음봤을 때도 애가 그냥 시크. 초등학교 입학해서 기념사진 찍자 해도 잘 웃어주지를 않아. 그냥 시크.

중학교 졸업할 때 안그래도 시크해서 말이 없었던 종인이었는데 사춘기가 왔는지 더 말이 없어진 우리 종인이.

옆집 누나로서 너가 자라온 과정을 보면 그냥 너란남자는 차가운 남자. 그런데 그런애가 뭐가 좋은지 중학교 때부터 인기가 많았지.

발렌타인데이만 되면 팔에 커다란 쇼핑백 다섯개는 들고 품에도 초콜릿을 한가득 받아와서는 역시나 시크하게 그냥 나보고 다 먹으라고 그것만 주고 갔던 기억이 나네.

그렇게 안그래도 인기 많은 남자였는데 고등학교 입학해서 종인이의 미모가 자리를 다 잡아가고 있어서 그런지 그 인기가 하늘로 솟구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이 하루에도 몇번의 고백을 받았다고 자랑인지 신세한탄인지 우리집에 놀러와 무뚝뚝하게 툭툭 뱉어놓듯 말하고.

에휴, 너를 어떤여자가 데려갈지 참 고생이 많겠다. 저렇게 무뚝뚝한 남자 누가 데려갈라나.

그래도 종인이는 어렸을 때부터 나에게는 존댓말을 꼭꼭했고, 예의는 다 갖추었지.

솔직히 인기가 많으면 자만해져서 성격이 바뀔지도 모르는데 종인이는 그런거 없이 잘 자라주니까 좋아.

 

"이 누나는 우리 종인이, 장가가는 모습 보면 눈물 날 것 같아"
"왜요?"
"어렸을 때 되게 쪼그매서는. 그 때도 엄청 시크했었는데. 그냥 니가 크는 모습 다 봤으니까 왠지 그럴 것 같아서"
"울지마요"
"뭐?"
"나 장가가도 울지말라구요. 안그래도 못생긴 얼굴 더 못생겨지면 어떡해요? 누가 데려가"

 

그래, 저게 바로 우리 종인이만의 매력이지^^ 은근슬쩍 할말 다 하는거. 그 성격은 영원히 갖고가라. 사람이 할 말 다 하고 살아야지. 참으면 병 나. 화병.

 

"누나"
"응"
"이번 주말에 시간 있어요?"
"시간? 음.. 괜찮아. 왜?"
"저랑 쇼핑 좀 가요"
"왠 쇼핑? 김종인이 쇼핑할 때도 있어?"
"여자친구 선물 사야 되서요"

 

여자친구!? 야, 김종인. 지금부터 사실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 불어. 언제부터야. 언제부터 여자친구가 생긴거지? 어?

 

"얼마 안됐어요. 어... 일주일 됐나"
"뭐야, 그걸 왜 지금 말해"
"지금 말하잖아요"
"선물은 뭐 사려고"
"그걸 몰라서 누나랑 가려는거에요. 여자들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우리 종인이, 드디어 남자가 다 되었구나. 왠지 울컥해서 아유! 장하다! 하고 종인이의 엉덩이를 토닥토닥 해줬더니 종인이가 입술을 삐죽거려.

 뭐가 마음에 안드는건가? 종인이랑 주말약속을 잡고 부모님이 걱정하실까 이제 그만 종인이를 집으로 돌려보냈어.

"안녕히 계세요"
"그래, 잘가~ 이번주에 보자!"

직장인인 나는 바쁘게 시간을 보냈어. 우리 종인이도 열심히 공부하겠지? 저절로 웃음이 나와 한번 웃고는 다시 일 시작.

그리고 주말이 되었고, 약속장소에서 만난 우리는 바로 백화점에 들어갔어.

 

"여자들은 뭘 좋아해요?"
"글쎄, 여자들은 악세서리 좋아하지! 반지나 목걸이 팔찌 같은것들. 비싸지 않은걸로다가 사서 예쁘게 포장해서 줘"
"그래야 겠네요"

 

종인이랑 같이 백화점에 악세서리점에 가서 뭘 살지 고르고 있는데 점원이 우리한테 와서 말을 해.

 

"여자친구 선물 하시게요?"
"네?"
"여자친구 굉장히 예쁘시네요"

 

아, 저희 사귀는 사이 아닌데요. 그냥 친한 옆집누나에요 저는. 이라고 말하려다가 종인이가 먼저 선수를 쳐버렸어.

 

"감사합니다"

 

악세서리를 다 고르고서 나오는데 내가 왜 그랬냐고 묻자 종인이는 그냥 장난 좀 쳐보고 싶었단다. 어이구, 그랬어요 우리 종인이~?

우쭈쭈 하면서 집에 돌아가려는데 누가 종인이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거야. 뒤돌아 봤더니 종인이 친구들인지 서로 아는척을 해.

애들과 얘기하다가 한 친구가 나를 보더니 피식 웃고는 종인이한테 말을 해.

 

"뭐야, 김종인. 양다리?"
"올~ 능력 쩌네"

 

그러면서 웃는데 왠지 종인이를 놀리는 것 같아 괜히 화가나서 한마디 해주려는데 종인이가 팔로 내 앞을 막고는, 그냥 가자는거야.

하는 수 없이 나는 한번씩 째려봐주고 백화점을 나왔지. 종인이 표정을 보니 좋지 않아서 그 날은 그냥 서로 아무말 안하다가 그냥 집으로 돌아갔어.
그리고 일주일 후에인가? 하루에 한번씩은 꼭 오는 종인이가 일주일동안 안오니까 걱정하고 있는데 전화가 오는거야. 발신자는 종인이.

전화를 받자 그냥 밑도 끝도 없이 종인이가 집앞으로 나오라는 거야. 목소리가 별로라서 위로해줘야겠다, 하고 별생각 없이 나갔지.
그런데, 종인이 꼴이 말이 아닌거야. 얼굴은 할퀴고 교복은 뜯겨져 있고.

 

"종인아! 왜그래? 누가 이랬어?"
"...누나"
"뭐야, 뭔데. 말해봐"
"나 헤어졌어요"
"........"
"그 때 백화점에서 만난 친구들이 여자친구한테 말을 했나봐요, 제가 다른 여자랑 있다고"
"그놈들 어딨어? 그러면 니 여자친구가 이런거야? 걔는 무슨 여자가 이렇게..!"
"누나"

 

무의식적으로 손톱으로 할퀸 상처자국을 쓰다듬고 있는데 종인이가 그 손을 잡아와. 그리고 고개를 푹 숙이면서 말을 해.

"역시... 난 누나밖에 없나봐요"
"...뭐?"


"누나, 저랑 사귈래요? 아니다, 그냥 나랑 사겨요"

 

 

 

 

 

 

오세훈

내가 다니던 학원에서 만난 동생이야. 한 때 내가 미친듯이 학구열이 솟아나서 엄마보고 학원을 보내달라고 했었지.

그 때 간 학원에서 만난 아이인데 왠지 맨날 힘이 없어보이고 그래서 내가 말도 걸어주고 저녁도 같이 먹어주고 그랬어. 그래서 우리는 꽤나 친해졌지.
누나, 누나 하면서 따라다니는게 귀엽기도 하고 말이야. 내가 고등학교를 들어갈 때 세훈이가 자기도 공부 열심히 해서 같은 학교 들어갈테니까 기다리라고 그러는거야.

 에이, 니가? 더 열심히 해야할걸~? 내가 가는 학교는 완전 공부 잘하는 곳인데?

 

"갈거야! 꼭 갈거니까 기다려, 누나!"

 

하고 당차게 말하던 세훈이였지. 그리고 나는 고등학생의 바쁜 스케줄에 학원까지 미처 소화할 시간이 없어 학원을 그만 끊어야 했어. 세훈이를 보니깐 울상이더라고.

"뭐가 그렇게 울상이야? 핸드폰 있잖아, 연락해"
"그래도.."
"문자나 전화해! 꼭 받아줄테니까. 알았지?"

끄덕끄덕. 그런 세훈이를 혼자 두고 나오려니까 걱정도 되고 했는데 그래도 전화가 있으니깐.

나는 문자로 '세훈아, 고민 같은거 있으면 주저 말고 전화해' 라고 보냈지. 그러자 금방 답장이 왔어.

 '응, 누나. 기다려 꼭 갈테니까' 그냥 우리 학교에 꼭 오겠다는 선전포고의 문자였는데 왠지 묘한 느낌이 들었지.

그 후로도 우리는 연락을 계속했어. 내가 공부하느라 바쁘면 전화로는 못해도 문자는 주고받았지.

그러다가 내가 시험기간이 되거나 공부하느라 바쁘면 가끔 어쩔 수 없이 세훈이 문자를 씹을 때도 있는데 그럴 때면 항상 문자는 엄청 와있어.

 

'나 오늘 영어 단어시험 다 맞았다! 칭찬해줘'
'누나 학교 가려고 난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어 T_T'
'누나도 공부 많이 하느라고 바쁜가보다. 나도 공부해야지'
'누나 파이팅'

 

등등 여러가지 문자가 와있는데 하나씩 읽을때마다 미소가 지어지기도 해. 오랜만에 찾아온 한가로운 주말. 세훈이한테 전화가 왔어.

 

"누나 뭐해?"
"응~ 나 오랜만에 쉬고 있어!"
"아, 누나 시험 끝났지?"
"어. 야 시험 끝나니까 진짜 완전 좋다"
"부럽다. 난 이제 시작인데"
"열심히 해, 우리 학교 온다며? 우리 학교 공부 잘하는 애들 완전 많고 잘생긴 애들도 많아~"
"진짜?"
"그럼, 진짜지. 그니까 너도 빨리 열심히 해서 꼭 나 보러 와. 같이 학교 다니자"
"기다려. 꼭 기다려야 해"
"그래그래, 알았어"

 

그냥 조금이라도 의욕을 돋구어 주기 위해 한 말이었는데 세훈이한테는 엄청난 자극이 되었는지 자기 공부한다며 얼른 끊자고 하는거야.

 자식, 빨리 많이많이 열심히 배워서 와라. 이 누나가 반겨줄게.
그렇게 서로 각자의 목표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중에, 때 아닌 말도 안돼는 상황이 와버린거야.

우리 아빠가 다른 지역으로 일이 발령나셔서 그쪽으로 이사를 가야 한다는 것. 그 말은 결국 전학을 가야한다는 것. 나는 완전히 절망에 빠져버렸지.

그저 내가 있는 학교로 오기위해 지금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 세훈이가 딱 생각나는데 너무 미안하고 그래서 눈물이 막 나오려는거야.

그래도 이 사실을 차마 숨길 수가 없어서 세훈이한테 말을 하려고 했는데 설상가상으로 그나마 우리를 이어주던 핸드폰이 망가져버려서 연락할 수도 없게 되어버렸어.

 엄마한테 다시 새로운 핸드폰을 사달라고 했지만, 엄마는 이제 핸드폰 없이 공부만 열심히 하라그러고. 결국 울음이 터져버려서 엉엉 울어버렸지.

 당장 세훈이가 있는 학원으로 달려갈 수 있었는데 세훈이 앞에 서서 말할 용기가 없었어. 그래서 나는 얘기도 못전하고 전학을 가게 되었지.
정말로 적응이 안될 것만 같았던 학교에 적응이 되어가고 나도 공부만 열심히 하다보니 어느덧 고3이 지나가고 나는 대학에 갔지.

어느 날, 엄마가 고향에 친구 만나러 잠깐 가신다는 말씀을 듣고 나도 따라 나섰어. 오랜만에 친구들도 만나고 그러려고 말이야.

 버스를 타서 고향에 도착하고 엄마는 친구 만나러 가시고. 나 혼자 뭐할까 하고 생각하다가 내가 다녔던 학교에나 가볼까?

했는데 문득 학원이 생각나고 세훈이가 떠오른거지. 그렇게 무턱대고 아무말 없이 떠나갔는데, 세훈이는 열심히 공부해서 내가 있었던 학교에 갔겠지?

나는 학교 보다는 학원에 먼저 들렀어. 세훈이를 만날 수 있나 하고.

그런데 학원은 없어지고 학원이 있던 자리에 새로 꽃집이 생겨 더이상 세훈이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져 버린거야.

학교에 찾아갈까 생각해 봤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방학기간. 그리고 막상 만나려 하니까 또 용기가 안나서 그냥 돌아가려고 했지.

엄마한테 전화를 해서 먼저 집에 가겠다 하고 나 혼자 시외터미널로 와서 표를 끊고 시간이 될 때 까지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어.

지루할까봐 마련된 TV는 아무도 보지 않고 사람들은 그저 핸드폰만 바라보고 있었지. 나도 TV가 재미없고 해서 핸드폰만 만지작 대고 있는데,
내가 팔꿈치로 잘못 쳐서 옆에 있는 사람의 짐이 툭, 하고 떨어져 버린거야. 아, 죄송합니다. 인사를 하고 짐을 주워서 돌려주었지.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낯이 익었지만 그 사람은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어서 얼굴을 볼 수가 없었어. 그래서 그냥 포기하고 핸드폰을 보고 있었지.

 

"It's been a long time."

 

왠 영어가 들려서 다시 옆을 봤어. 여전히 모자때문에 얼굴을 볼 수가 없었는데 그 사람의 입은 웃고 있었지.

 

"네?"

 

내가 말하자 꼬았던 다리를 펴면서 내 쪽을 보는거야.

"나보고 그렇게나 공부 열심히 하라더니. 간단한 영어문장도 못알아듣고"

내 입은 점점 벌어져. 그리고 그 사람이 고개를 들었지. 역시나가 역시나. 나는 놀람을 금치 못하고 그저 그 사람만을 보고 있는데

 

"말도 안하고 그냥 가버리기 있기, 없기?"

내가 대답도 못하고 놀란표정으로 가만히 있자 피식 웃으면서 모자를 벗어.

"누나네 학교는 공부 잘하는 애들 완전 많고 잘생긴 애들도 많다며?"
"......."
"그래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잘생겨지려고 노력도 하고 키 크려고 일찍자고 우유도 많이 마셨는데. 정작 그걸 말한 본인은 없고"
"......."
"너무하다, 그치?"

 

몰라보게 달라진 세훈이가 내 손목을 잡고 말해

 

 

 

 

 


"이제 아무데도 못가"

 

 

 

 


더보기

음... 써놓고도 오글오글 거려서 저는 두번다시는 못보는 글입니닼ㅋㅋㅋ큐ㅠㅠㅠ

이런글로 여러분의 포인트를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어요ㅠㅠ 죄송할따르뮤ㅠㅠㅠㅠ

k버전이 있으니 m버전도 언젠가 나오겠죠!? 하하.

아, 그리고 저번에 예고편 올라왔던 찬백 캡티베이션은 내용을 조금 더 보충한뒤에 제대로 연재하겠슴돠ㅠㅠ

그럼 저는 이만! (끝을 어떻게 끝내야 할지 모르겠다......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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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ㅠㅠ세후니박력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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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허류ㅠㅠㅠ준멘좋네여ㅠㅜㅜㅜㅜㅜ세후니라우ㅜㅜㅜㅜㅜㅜㅜ조니니ㅣ도ㅠㅠㅠㅠㅠㅠㅠㅜ흐라ㅜㅜㅜ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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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아 진짜 한명한명 다 좋네여ㅛ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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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어휴ㅠㅠㅠㅠㅠㅠ 세후나ㅠㅠㅠㅜ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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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오세훈. .....저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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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헐헐헐헐 어떡해 다설레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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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오세훈.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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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세후나...........................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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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헐헐헐헐대박오세훈짱드세여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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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9
오세훈박력분뿌리셨나봐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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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0
아 오세훈 대박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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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1
종이니가대박이다ㅠㅠㅠㅠㅠㅠㅠㅠ사귀자그래!!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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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2
ㅎㅓㄹ ㅠㅠㅠ 작가님 신알신하구가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하나하나 가 설레요ㅜㅜㅜㅜㅜㅜ작가님 짱짱걸 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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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3
헐대박 다좋아ㅜㅠㅠㅜ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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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4
다좋아요ㅠㅠㅠㅠㅠㅠ 신알신 하고 갈께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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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5
ㅠㅠㅠㅠ핳 좋다ㅠㅠㅠㅠㅠ신알신하고갈께여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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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6
헐 ㅜㅜㅜㅜ좋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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