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국 빙의글]영원히 너와 꿈꾸고 싶다 07
그 날 밤 이후로도 계속해서 불을 끄고 잘 수 있었다. 다음날 정국이에게 자랑하자 정국이도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몰래 수영이를 불러 이제 불 끄고 잘 수 있다고 하자 바보처럼 수영이는 울어버렸다. 내가 달래자 수영이는 내 품에 안겨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너 진짜.. 진짜... 말을 채 잊지 못하고 수영이는 주저 앉아 울었다. 다행이다. 자꾸만 중얼거리며 수영이는 눈가를 벅벅 닦았다. 그 날 오후 태형이에게도 그 사실을 말하자 태형이는 말없이 웃을 뿐이었다. 다행이야. 그저 내 머리에 손을 올리고는 웃을 뿐이었다.
어쨌든 나를 두렵게 하는 것 중에 하나는 극복했으니 마음은 엄청 편해졌다. 세상이 좀 밝게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기분이 좋았다. 이게 다 정국이 덕분이라고 생각하니 웃음이 나오기도 했고. 내가 말하자 정국이는 자신은 한 게 없다며 전부 내 덕이라며 할 뿐이었다. 뭔들 어떠리.
그리고 8월이 되었다. 장마가 시작된 지는 오래였다. 장마라는 말이 무색하게 며칠 동안은 쨍쨍한 햇빛만 내리쬘 뿐이었다. 무더운 날씨에 방학도 하고, 얼마 전에는 보충도 끝났다. 고3에게 방학이 사치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래도 방학이니 즐기고 싶기는 했다. 그마저도 매일 같이 우리집을 들리는 정국이 덕에 무산되고 말았지만. 정국이는 방학이 되자마자 우리집에 문제집을 한아름 가져다 놓고는 매일매일 공부를 하러 왔다. 가끔은 태형이랑 수영이가 오는 날도 있었지만, 그런 날은 으레 공부 조금 하다가 넷이 뭉쳐 놀곤 했다.
그리고 오늘은, 정국이가 못 온다고 했다. 수영이와 태형이도 일이 있다며 못 온다고 한 날이었고. 점점 어두워지는 날씨에 밖을 보자 먹구름이 꾸역꾸역 몰려오고 있었다. 날씨를 보자 비가 온다고 했다. 오후부터, 내내. 새까만 먹구름에 조금 불안해졌지만 커튼을 치고 형광등을 켰다. 공부해야지. 노래 들으면서 할까. 좋아하는 젤리를 상 옆에 두고는 이어폰을 꼈다. 정국이가 불러줬던 노래를 재생시켰다. 언제 들어도 기분 좋아지는 노래였다. 가장 급한 수학 문제집을 폈다. 비 많이 안 왔으면 좋겠는데.
몇시간이 지났을까. 갑자기 번쩍하는 것이 느껴졌다. 깜짝 놀라 이어폰을 빼자 그 순간 하늘이 무너질듯이 큰 천둥소리가 들렸다. 비만 올 줄 알았는데. 어벙벙하게 있는데 다시 한 번 하늘이 번쩍거렸다. 천둥, 번개까지 치는 거였나. 불안한 마음에 핸드폰을 잡았다. 그 순간, 켜놓았던 형광등이 꺼졌다. 정전이 된 우리집은 완벽하게 깜깜했다. 그리고 또 다시 천둥이 쳤다.
갈까? 어둠 속에서 핸드폰이 빛났다. 그 순간에 드는 생각은 하나였다. 그래도 어둠이 더 이상 무섭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조금은 바보 같은 생각. 확인해보자 수영이의 연락이었다. 곧 이어 태형이의 카톡도 왔다. 괜찮아? 아이들의 카톡을 확인하는 동안에도 밖에서는 비가 쏟아지고, 번개가 번쩍거리고, 세상이 무너질 듯한 천둥이 치고 있었다. 결국 핸드폰을 떨어뜨렸다. 노래방에서 그랬던 것처럼 무릎을 양 팔에 가두고는 고개를 숙였다. 이불이라도 있으면 그나마 좀 괜찮을텐데. 단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누구라도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대부분 이런 날에는 수영이나 태형이, 애들이 안되는 날이면 이모집에 가있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지금 생각나는 사람은 정국이 뿐이었다.
다시 떨어뜨린 핸드폰을 잡았다. 떨리는 손으로 겨우 잠금을 풀고 정국이의 번호를 찾았다. 작게 신호음이 울리고 곧 여보세요? 하는 정국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만 들림에도 안정되는 기분에 작게 울음이 새어나왔다. 내가 아무말 없이 있자 다시 정국이가 여보세요? 괜찮아? 하는 소리가 들렸다. 무섭다고 말하고 싶었다. 지금, 굉장히 두렵다고. 하지만 나오는 소리는 없었다. 그저 바람새는 소리 밖에는. 소리도 못내면서 왜 전화를 했을까. 정국이도 깨달았는지 아, 하더니 곧 집이지, 갈게,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다시 휴대폰을 던져두고는 두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내가 이토록 한심하게 느껴지는 것은 처음이었다.
겨우 현관으로 걸어가 잠금을 풀어놓았다. 다시 소파에 앉아 아까처럼 몸을 둥글게 말아 웅크렸다. 자꾸만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전화를 끊은지 얼마나 됐다고, 우리집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자 곧 조심히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곧 물기 때문인지 처벅거리는 발걸음으로 내 앞에 와 서는게 느껴졌다. 조심히 고개를 들었다. 우산도 없이 이 곳까지 뛰어온 것인지 홀딱 젖은 정국이가 보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젖지 않은 곳이 없는 상태로, 가쁜 숨만 물아쉬며 가만히 날 내려다보는 정국이가. 무서워. 입을 열었지만 나오는 소리는 없었다. 나는 다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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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소리없이 눈물만 흘리는데 따뜻한 손이 내 머리 위로 얹어졌다. 요즘 너 말야. 참 고민이 많아. 나긋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자꾸만 눈물이 쏟아졌다. 내가 더 몸을 웅크리자 내 머리를 살살 쓰다듬으며 노래를 이어간다. 감사해. 기억해. 힘을내. 마지막 소절을 부른 정국이가 다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신기하게도 정국이가 부르는 노래소리를 듣자 점점 울음이 그쳐졌다. 완전히 울음을 그친 내가 다시 조심히 고개를 들었다. 지쳐보이는 표정으로, 정국이는 가만히 웃었다. 바보같아 보여. 말할 수 없는 말을 속으로 중얼거리며 겨우 웃어보이는 정국이를 바라보았다. 잠시 머뭇거리던 정국이가 손을 들어 내 눈가를 닦아주었다. 괜찮아. 정국이가 다시 말했다.
정국이의 손을 잡았다. 여전히 따뜻했다. 젖은 정국이를 내 옆에 앉히고, 정국이의 손을 잡고 있었다. 정국이도 별 다른 말 없이 내 옆에 있어주었다. 밖은 계속해서 비가 내리고 있었다. 몇 분 간격으로 번쩍거리며 번개가 치고, 곧이어 천둥이 치는 소리도 들렸다. 하지만 정국이가 곁에 있다고 생각하자 더 이상 두렵지만은 않았다. 사고가 났던 그 날이 생각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견딜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 트럭과 정면으로 부딪히고 기적적으로 나만 살아났던 그 순간이. 119가 도착하던 순간 번개가 치던 그 날의 기억을, 이제는 견딜 수는 있겠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그 기억으로부터 도망가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정국이의 손을 잡으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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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일주일 뒤, 그 날이 되었다. 며칠 전부터 괜히 우울해졌다. 그런 나를 알기에 수영이와 태형이는 나를 건드리지 않았고 우리집에 찾아오는 것은 정국이 뿐이었다. 정국이는 비오는날에 대해 입도 열지 않았다. 결국 내가 먼저 더 이상 번개가 두렵지 않다고 하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정국이도 수영이에게 들었는지 나를 건드리지는 않았다.
이모는 아침 일찍 가족끼리 갔다왔다고 연락을 했다. 열두시가 넘어서야 나는 침대에서 나올 수가 있었다. 천천히 샤워를 하고, 내가 가진 옷 중에 가장 단정한 옷을 골라입었다. 이모랑 같이 갈 자신이 없어 항상 수영이랑 같이 갔었는데 올해는 수영이를 부르고 싶지는 않았다. 우울해하는 나를 보며 가장 힘들어했으니까. 신발까지 신고 나오자 우리집 앞에 서있는 정국이가 보였다. 평소와 달리 단정한 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은 정국이가 웃었다.
"올해는 내가 갈래."
결국 수영이에게 말도 없이 정국이와 버스를 탔다. 우리집에서는 꽤나 멀리 떨어져있는 곳이기에 버스를 오래 타야했다. 지루할만도 한데 정국이는 끊임없이 내게 말을 걸어주었다. 결국 그 날의 일까지 나왔고, 정국이 덕인지 예전보다는 편해진 마음으로 정국이에게 말해줄 수 있었다. 조금 길어 휴대폰으로 써주었는데, 한참을 말없이 읽던 정국이는 다시 내 손에 휴대폰을 쥐어주며 작게 웃었다. 힘들었겠다. 그리고는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도 잘 견뎌준 것 같아 좋아. 네 부모님들도 분명 행복해하실거야.
납골당은 한산했다. 우리 부모님을 함께 모셔놓은 곳으로 자연스럽게 향했다. 정국이는 언제 샀는지 꽃다발을 들고는 조용히 나를 쫓아왔다. 우리 부모님 사진을 한참 보던 정국이가 닮았다, 하고 중얼거렸다. 곧 정국이가 나를 돌아보았다. 친구라고 하면 좋아하시겠지? 정국이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게는 항상 우울한 날이고 힘든 하루였는데 정국이가 같이 있어준 덕인지 괜찮았다. 항상 울면서 납골당을 나왔기에 그런 나를 달래던 것은 수영이 몫이었는데. 이제는 정말로 편해졌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부모님이 나를 보며 행복해하실거라는, 그런 묘한 기대도 생겼다. 버스를 기다리며 정국이를 올려다보았다. 앞을 보며 서있던 정국이가 내 시선을 눈치챘는지 나를 내려다보며 왜? 하고 물었다.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고마워서. 정국이에게는 고마운 일만 쌓여간다. 이제 더 이상 세상이 두렵지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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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이랑 손을 잡고 우리집으로 걸어왔다. 대문 앞에서 왔다갔다하는 인영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초조한 표정을 짓고 있는 수영이었다. 너 왜 연락도 안 해...! 벌컥 화를 내던 수영이가 나와 정국이가 잡고 있는 손을 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천천히 내게로 다가와 수영이는 나를 꼭 껴안았다. 걱정했잖아, 바보야. 수영이는 그렇게 내 품에서, 또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정국이가 자신했던대로 나는 나를 두렵게하는 것들에게서 편해졌다. 몇년동안 노력해도 안되었던 것들이 정국이 하나로 변했다는 게 신기했다. 수영이와 태형이와는 다른 의미로, 정국이는 내게 소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극복입니다 예에!!!
여주 고생많았다ㅠㅠㅠㅠㅠ 이제 말 할 일만 남아쪄!!!!!!!!
영꿈너도 곧 완결이겠네여...8ㅅ8 껄꺼.ㄹ.. 빠르면 2화 정도 안에 끝날 듯 싶어요....!
암호닉
카누/브이태/여기봐전정꾸/랩지니어스/슙디/요를레히/비비빅/인사이드아웃/정구쿠/봄꾸기/호독/연/알라/이주/디즈니/민빠답없/마끼
없으면 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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