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단 |
* “김성규” 나를 부르는 김명수의 목소리에 벽에 박고 있던 머리를 떼고 고개를 돌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멀쩡하다. 아니, 김성규 넌 눈이 삐었니? 김명수 얼굴은 이렇게 멀쩡하고 남우현은 남자 둘이서 끌고 병원을 갈 정도로 몰골이 말이 아니었는데 믿기 뭘 믿어!!! 내 앞가림도 못 하면서 도대체 난 왜 김명수를......이건 내가 미친 거다. 미친 게 아니고서야 도저히 이 상황이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래.......나는 그 동안 사람이 살지 못하는 환경에 너무 오래 노출 돼있어서 그래서 그래” 아무래도 더 이상 수업을 듣지는 못할 거 같다. 이 상태로 수업을 듣다가는 그대로 졸도할 거 같아서 지금은 그냥 푹 자야겠다. 거지 같이 이리저리 구멍이 뚫린 이성열의 니트를 벗어 바닥에 던져 버렸다. 가뜩이나 더워 죽겠는데 이제야 살 거 같다.
“나랑 얘기 좀 해” “나 지금 머리 터질 거 같아” “김성규” “좀!!!” 목소리를 높이자 더 이상 별다른 말이 없는 김명수의 모습에 닫힌 동아리 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하지만, 문고리를 돌리려다 문 옆 거울에 비친 김명수 뒷모습에 문고리를 잡은 손을 놓고 뒤를 돌았다.
“김명수” 내 부름에도 몸을 돌리지 않는 김명수의 모습에 어딘가 조금 이상했지만 지금 김명수와 얼굴을 마주하는 것 보다는 이 편이 훨씬 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내 이기적인 생각을 알아챘는지 김명수의 몸이 조금씩 내 쪽으로 돌아섰다.
“하나만 물어보자” “...........” “김명수 내가 틀린 거 아니지?” “........뭘” “분명 이유가 있었지? 남우현이 거짓말 한 거 맞지?” 아무 말 없이 입을 앙 다물고 있는 김명수의 모습에 마음이 급해지는 건 내 쪽이었다. 혹시나 혹시라도 남우현의 말이 맞다면 난 지금 당장 남우현한테 달려가 무릎을 꿇고 사죄를 해야 하는 입장이었으니까 김명수가 입을 다물고 있을수록 식은땀이 흘러 내렸다. 불안한 마음에 입으로 손톱을 가져다대자 김명수가 내게로 다가와 내 손을 잡아 내리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 그래, 그럼 됐어” “나도 하나만 물어보자” 이제야 마음 편히 집으로 가 자려고 했는데 그런 나를 김명수가 잡아 세웠다. 내 대답을 기다리는 듯 나에게 향해진 김명수의 노골적인 시선에 숙인 고개를 들어 눈을 맞추자 김명수의 입이 천천히 벌어졌다.
“너는 나 없이 살 수 있냐?” “콜록- 콜록- 켁, 뭐?” 그동안 어디 있었냐? 왜 전화를 안 받았냐 등등의 질문을 할 줄 알았던 김명수의 입에서 뜻밖에 질문이 흘러나오자 너무 당황해서 헛기침이 나왔다.
“김성규 너한테 난 뭐냐?” “............” “씨발, 나는 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까봐 얼마나!!!.......하아-” “.......김명수” “웃긴 게 뭔 줄 알아?” “............” “한 달 가까이 연락이 안 된 니가 아무렇지 않게 멀쩡히 나타났는데 나는 화도 못 냈다는 거야” “.............” “너 보자마자 병신 같은 나는 이제 됐다. 김성규가 멀쩡하니까” 처음이었다. 김명수가 내 앞에서 욕을 하는 것도 저렇게 화를 내는 것도 모두 처음이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김명수의 모습에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고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아 바보같이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김명수의 얼굴을 바라만 봤다. 한참동안 아무 말 없이 마주치고 있던 시선은 김명수가 먼저 몸을 돌림으로서 무너졌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놓인 자신의 가방을 들고 나에게 다가온 김명수가 가방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건넸고 그걸 받아 들고서야 그게 감기약이라는 걸 알았다.
“기침 아직도 하니까 꼬박꼬박 챙겨먹어” “.......” “하루 식후 3번이야” “고마워” “이제 내가 못 챙겨 주니까 알아서 몸 관리 잘해” “뭐? 김명수 잠깐.......” 김명수를 잡으려 손을 뻗었지만 내 손이 닿기도 전에 빠르게 동아리 방을 빠져나가는 김명수 때문에 결국 내 손은 허공에서 멈춰졌다. 이제 내가 못 챙겨? 설마 이거 지금 마지막 인사인 건가? 김명수가? 김명수가 나한테 지금 마지막 인사를 전한거야? 그럼 이건 뭐야 마지막 선물이야? 손에 들린 약봉지를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가 약봉지를 구겨버렸다.
* “뭐야 아직도 집으로 안 갔냐?” “...........” “김성규 일어나 내가 도저히 안 되겠다. 김명순지 박명순지 내가 그 새끼 만나서 담판을......” “성열아 나 집에 못가겠어” “왜 김명수가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 성열이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다리사이에 얼굴을 묻어 버렸다. 집까지 갔는데 차마 현관을 열지 못했다. 항상 집 안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김명수가 이제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현관손잡이를 잡은 내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입버릇처럼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지만 진심으로 끝을 생각 해 본적이 없는데” “김명수가 절교하재?” 절교라는 유치한 단어를 사용하는 이성열의 말에도 나는 웃을 수가 없었다. 정말이었으니까 나와 김명수는 친구고 그런 나에게 김명수가 이별을 고했으니 이게 절교가 아니고 뭐라고 해야 할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소파 왼쪽이 살짝 기울었다. 이성열이 소파위로 올라와 앉은 거다.
“김성규, 김성규 고개 좀 들어 봐” “싫어” 하지 말라는 대도 기어코 내 얼굴을 잡아 일으킨 이성열이 내 볼 위에 올린 손 모양을 바꿔 힘껏 양쪽으로 볼을 잡아 당겼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힘으로 잡아당기는 이성열의 손을 때리자 이성열이 끝까지 힘을 빼지 않아 놓을 때 튕겨지는 힘이 엄청났다.
“아아아악!!! 미친 새끼야!!” “김성규 존나 못됐어” “아, 아파-” “넌 좀 더 맞아야 돼” “하지마!? 하지마!” 또 다시 볼을 잡으려는 듯 손을 뻗는 이성열의 모습에 소파에서 뛰어내려 양 손으로 볼을 감싸자 이성열이 그런 나한테 쿠션을 던졌다.
“너까지 왜 이래!?” “김성규 너 지금 도둑놈 심보 부리는 거야” “뭐?” “한 달 동안 너한테 들은 김명수 욕이 얼마나 심한지 나는 지금 얼굴도 모르는 김명수를 민준국과 동급이라고 생각하는데 날 이렇게 만든 니가 김명수가 절교하자고 했다고 지금 실연당한 여자처럼 이러고 잇는 게 말이 되냐?” “내가 뭐?” “너 지금 이거 그거야........너 같기는 싫고 남 주기는 아까운 거” 이성열의 말에 조용히 쿠션에 얼굴을 묻었다.
“근데 웃긴 게 그런 마음 가진 놈 치고 놓치고 나서 땅치고 후회 안하는 놈들 없다는 거야” “..........” “가서 싹싹 빌어 임마- 괜히 죄 없는 나한테 히스테리 부리지 말고” “내가 또 언제 히스테리 부렸다고” “김명수 완전히 잃어버리고 나서 땅치고 후회하지 말고 가서 잘못 했다고 싹싹 빌어” 빌기는 내가 뭘 잘못 했다고 빌어!! 라며 이성열한테 있는 대로 소리쳤지만 지금 내 앞에는 김명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보였다. 도대체 나는 어쩌자고 여기 온 건지.......한숨이 나왔지만 이왕 여기까지 온 거 남자답게!! 김명수한테 깔끔하게 사과 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난 김명수가 몇 호에 사는지 모른다. 13층인가 12층이었던 거 같은데
“하여간 아파트가 쓸데없이 보안이 철저 하네” 괜히 짜증이 나서 아무 버튼이나 막 눌렀지만 연결이 될 리가 없었다. 전화를 해봤자 받아주지도 않은 거 같은데 어떡해야 하나 생각하다 누군가 나오면 그때 들어가자 생각하고 옆으로 비켜 숨었지만 문제는 들어간다 해도 김명수의 집이 몇 호인지를 모르면 찾아 갈 수가 없다는 거다.
“괜히 헛걸음 했네.......사과는 무슨-” “김명수!!! 내가 지금 먹지 말랬지?” “어차피 배로 들어가면 똑같아” “그래도 맛있게 해서 먹어야지!!” 흔하지 않는 이름에 고개를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소세지를 든 손을 높이 뻗은 김명수와 그런 김명수의 손을 잡으려고 애쓰는 여자가 보였다. 여자를 보며 웃고 있는 김명수를 보자 갑자기 무언가 울컥한 기분이 들었다. 여태 나 혼자 끙끙 앓았던 게 쪽팔리고 억울해서 심지어 눈물까지 나올 거 같았다.
“짜증나 진짜!! 하여튼 하나만 더 먹어 봐 너 그때는.......어딜 봐?” 아까보다 더 크게 들리는 여자의 목소리가 끊기는 소리에 숙였던 고개를 들자 역시나 김명수가 나를 보고 있었다. 하, 나를 보고 있는 김명수 옆에서 똑같이 나를 보고 있는 여자의 얼굴을 똑똑히 확인하자 결국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나한테는 그렇게 모질 게 대해 놓고 자기 여자 친구한테는 한 없이 다정한 모습을 보이는 김명수의 모습이 너무 화가 나고 억울하고 가슴이 답답했다.
“명수야 아는 사람이야?” 여자 친구의 물음에도 내게서 눈을 떼지 않는 김명수의 모습에 나 또한 눈을 떼지 않았다. 소리 없이 시작된 김명수와의 눈싸움에서 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 눈을 피하지 않으려 입술을 물고 버티자 김명수의 입이 열렸다.
“아니, 모르는 사람이야” “저 사람 우는 거 같은데?” “신경쓰지마. 모르는 사람........” “어머-! 명수야!!” 여기 올 때부터 줄곧 손에 쥐고 있던 박카스를 김명수에게 던졌고 박카스는 김명수의 발 앞에서 산산조각이 났다. 김명수가 입고 있던 하얀 티셔츠에 노란색의 박카스 음료가 튀겼지만 나는 지금 이 순간 박카스 병에 김명수가 맞지 않았다는 게 더 짜증이 났다.
“저기요 지금 뭐.......” “선물이야” 사실, 더 좋은 걸 사오고 싶었다. 하지만 김명수가 뭘 좋아하는지 생각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생겼다. 난.....김명수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나는 게 너무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짓고 있던 내 앞으로 약국 하나가 보였고 그 약국을 보자 박카스가 생각났다. 예전에 과제가 너무 많아서 박카스를 샀는데 마침 김명수를 만나러 가는 길이라서 2개를 사서 하나를 김명수에게 줬었고 그때 김명수는 엄청나게 좋아했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유일하게 알고 있는 김명수가 좋아하는 박카스를 사온 거였다. 박카스를 건네며 화해를 하기 위해 준비한 선물이었다.
“김명수한테 주는 내 마지막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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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규 참 자기가 연락 안해 놓고 적반하장 쩌네요.......ㅋㅋㅋ 제가 써 놓고 도대체 왜 이렇게 썼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타임레스를 들으면서 써서 그런 거라고 생각할래요 졸음이 몰려오지만 꾹 참겠어요!! 다들 즐거운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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