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썸머
A
"야 도경수."
"……."
"경수야, 화났냐?"
백현이 손을 든채 꿍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경수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경수의 얼굴이 잔뜩 구겨졌다. 변백현 ㅈ나 나쁜ㅅ끼. 경수가 씩씩대며 백현을 쳐다보았고, 백현이 그런 경수가 귀여 볼을 주욱 늘어뜨렸다. 아파 변백현! 하며 백현을 찰싹 때리는 경수의 손을 잡은 백현이 경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경수는 순간적으로 잡힌 자신의 손을 보며 당황한듯 얼굴을 붉혔다. 자꾸만 그윽한 눈빛을 보내는 백현의 시선을 피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표정 왜 그래?"
"…뭐."
"왜 오빠가 손 잡으니까 떨려?"
능글능글 거리며 백현이 경수의 손을 더욱 꼭 잡았다. 이거 놔! 하며 백현의 손을 쳐낸 경수는 교무실 창문으로 백현과 저를 쳐다보는 시선을 느껴 손을 번쩍 들었다. 눈치를 채지 못한 백현은 경수 벌도 잘 서네. 하며 경수의 머리를 툭툭 건드렸고, 한심하게 백현을 쳐다보던 선생님이 출석부로 백현의 머리를 살짝 내리쳤다. 아! 어떤 ㅅ끼야! 하며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선생님의 모습에 백현이 급하게 손을 들며 배시시 웃어보였다. 그런 백현의 모습이 웃겨 경수가 웃어보였다. 왜 웃어. 하며 경수를 노려보던 백현이 경수가 웃어보였던것처럼 두 눈이 휘도록 똑같이 웃어보였다. 바보.
"근데 백현아."
"엉?"
"…아니야."
왜? 하며 끈질기게 묻는 백현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경수가 백현의 목소리를 무시한채 선선한 가을바람을 느꼈다. 어느새 여름이 다 가버린걸까. 시원한 가을바람이 경수의 머리를 흔들었고, 두 눈을 꼭 감은 경수를 백현이 쳐다보았다. 경수의 하얀 볼과 빨간 입술이 보이자 괜히 얼굴이 화끈거리자 백현이 헛기침을 하며 창문을 바라보았다. 이상하게 팔이 하나도 아프지 않다.
"백현아."
"경수야."
서로 동시에 이름을 부른 백현과 경수가 웃음을 터뜨렸다.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나. 둘은 그렇게 서로 이름을 부르고는 한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은채 미소를 짓고있었다. 좋아한다고 말하고싶었는데. 친구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경수와 백현이 속으로 곱씹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너도 나하고, 나도 너하고 같은 마음이었으면 좋겠다. 정말 많이.
"……."
"……."
좋아한다고.
굿바이썸머
B
"축하해 경수야."
"고마워."
어느새 시간은 빠르게 흘러 졸업식이 다가왔다. 경수는 울음을 꾹 참으며 가족들이 건내주는 꽃다발을 받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울음이 나올거같을때 입술을 깨무는 버릇이 있던 경수의 입술이 새빨개졌다. 그러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던 경수는 괜히 울어버릴것만 같아서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하며 급하게 졸업식장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바로 터져버린 울음에 경수가 꺽꺽 대며 울어버렸다.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꾸만 눈물이 난다. 뭐가 아쉬워서 그럴까. 그렇게 구석에서 한참을 울고있을때 누군가가 경수의 시야를 가려버렸다. 경수가 누구야? 하며 잔뜩 잠긴 목소리로 물었고, 이내 눈 앞에 희고 가느다란 손이 보였다. 백현의 손이었다.
"질질 짜고있었냐."
"……."
"진짜 한참 찾았잖아."
백현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었다. 그리고 그 예쁜 손으로 이마를 닦은 백현이 경수를 바라보며 슬쩍 웃어보였다. 우니까 더 못생겼잖아. 하며 자신의 눈가를 닦아주는 백현을 바라보던 경수가 실없이 웃어보였다. 우는 모습까지 보이고 창피함이 밀려오는 거 같았다. 그래서 고개를 푹 숙이려 했지만, 그마저도 백현의 손에 의해 경수는 백현과 마주볼수밖에 없었다. 자꾸 마주치는 시선에 심장이 두근두근 거렸다. 어딘가로 숨고싶을 지경이었다.
"왜 자꾸 울려그래."
"…그냥."
"이제 나 못 볼까봐 그래?"
백현이 킥킥 되며 경수의 퉁퉁 부은 눈을 쿡 찔렀다. 근데 얘는 왜 이렇게 자꾸 쿡쿡 이리저리 찔러대는 걸까. 계속되는 백현의 장난에 경수가 신경질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오래 앉아있어서 그런지 다리가 저려와서경수는 휘청거렸고 깜짝 놀란백현이 경수를 꽉 안아버렸다. 얼떨결에 백현의 품에 안겨버린 경수는 백현의 품에서 멍하니 있다가 백현을 밀어냈고, 가쁜 숨을 쉬었다. 힐끗 쳐다본 백현의 양 귀가 붉어져있었다. 왜 자꾸 나한테 그러는거야 백현아.
"백현아."
"응?"
"너 진짜…."
경수가 울먹이며 백현을 바라보았다. 더는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경수가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자꾸만 눈물이 난다. 졸업식이라서 슬픈걸까 해서 눈물이 나는가 싶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졸업하기 전에 자신의 마음을 백현에게 전하지 못해서 그랬고, 그러다가 백현과 이대로 영영 보지 못할거같아서 그랬다. 이제야 제대로 확신하게 된 경수는 제멋대로 말이 튀어나가버릴까봐 백현에게 나 가볼게. 하며 졸업식장 안으로 다시 들어갔고, 백현은 그런 경수의 뒷모습을 보고만 있었다. 그러다가 백현은 무언가가 생각난듯 경수를 부르기 시작했다.
"도경수! 경수야!"
"……."
"우리 사진 찍자."
사진? 왠 사진? 하며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경수가 백현을 의아하게 쳐다보았다.허겁지겁 달려온 백현이 경수의 손목을 잡고 졸업식장에서 학생들의 마지막 추억이 담긴 모습을 찍고 있는 사진작가를 불렀고, 얼떨결에 백현의 손에 이끌려온 경수가 뻘쭘하게 백현의 옆에 엉거주춤하게 섰다. 그리고 자신의 어깨에 백현의 손이 얹어졌다. 백현과 가까운 거리라 그런지 경수가 두근거리는 감정을 숨기며 살짝 웃어보였고, 슬쩍 바라본 백현은 환하게 웃고있었다.
"하나, 둘, 셋!"
사진작가의 목소리와 찰칵하는 셔터소리에작은 사진에는 어색한 미소의 경수와 환하게 웃고있는 백현이 담겼다. 썩소를 짓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웃긴지 경수가사진을 보고 웃어보였고,백현은 반달눈이 되도록 웃고있는 경수의손을 꼭 잡았다가 놓았다. 그러다 들릴듯 말듯 경수에게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해 도경수."
"응?"
"아니야, 나 이제 가족들한테 가볼게!"
뭐라는거야? 경수가 다시 백현에게 물어보려고 할때 이미 백현은 머리까지 흩날리며 가족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결국 오늘도 전하지 못했네. 경수가 씁쓸하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난 널 처음 보자마자 정말 좋아한다고 말해주고싶었는데. 벌써 일년이나 지나버렸다. 경수는 사진작가에게 나중에 이 사진 메일로 좀 보내주세요 라며 부탁하곤 가족에게 달려갔다. 그런데 자꾸만 멀리있는 서로가 신경쓰였는지 백현이 경수를 쳐다보았고, 경수도 백현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시선이, 닿았다.
"잘 있어!"
손을 크게 흔들며 외치는 백현의 목소리에 경수가 너도! 하며 손을 흔들어보였다. 어느새 수많은 추억들이 다 지나가버린 추억들이 되어버렸다. 영원히 자신에게 머물고 있을것같았던 백현도, 그리고 경수도, 한낱 추억이 되버리는거 같았다. 경수가 다시 한번 백현에게 손을 흔들었다. 둘은 서로에게 시선을 둔채 웃어보였다.
그리고만약에 백현아, 차라리이 비밀을 들켰더라면, 그랬더라면.
"좋아해…."
너를, 정말 꽉 안아주었을텐데.
독방에 올렸었는데 많은 관심 주셔서 메일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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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알아서 끊을게요~ 감사합니당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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