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두 시간 가량의 무대를 마치고 대기실로 들어오자 멤버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서있었다. 옆에 있던 매니저형은 대기실 밖으로 나가 어딘가로 급히 전화를 하고 있었고 그 공간에 있던 몇몇은 실장님에게 혼나고 있었다.
내가 애들 공연하는 동안 여주 대기실에서 못나가게 지켜보라고 했어 안했어! 다리도 불편한 애를 혼자두고 농땡이를 피우러 가?
"무슨일이에요?
백현이 옆에있는 스태프에게 물었다.
"..여주가 사라졌대.너희 공연하고 있을 때 잠깐 나갔는데 지금까지 안 들어왔나봐..휴대폰도 놓고가서 연락도 안되고..미치겠다 정말"
그제서야 멤버들은 상황파악을 했다. 옆에서 듣고있었던 세훈은 자신의 맞은편 테이블위에 올려진 여주의 약봉지를 보고 마시고 있던 물을 내려놓았다.
"김여주 약 먹는것도 잊어버리고 어딜간거야 대체.."
그 때, 통화를 마치고 대기실로 들어온 매니저가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지금 회사에 전화도 해놨고 여주가 갈만한 곳 있는지 찾아보고 있대. 너희들은 일단 내일 비행기 시간 맞춰서 한국 가야되니까 호텔에 먼저 가있자."
"무슨 소리야. 지금 여주가 없어진 마당에 우리보고 호텔가서 쉬고있으라고? 우리도 데려가,같이 찾게."
"괜히 다 찾으러 나갔다가 일만 더 크게 만들면 어떡할래?지금 밖에 너희 쫓아다니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걔네들한테 이 일 알려지게 되면 소문 퍼지는거 한 순간이야."
아,진짜 사생들만 없으면..
즐겁게 콘서트를 마치고 내려왔는데 여주가 사라졌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게 된 멤버들은 다들 풀이 죽어있는 채로 옷도 제대로 갈아입지 못하고 대기실에서 나왔다. 공연장 후문에 미리 대기시켜 놓은 차량이 멤버들을 기다리고 있었고 그 옆에는 수많은 팬들이 엑소의 퇴근길을 보기위해 몰려있었다.
그 때 유독 눈에 띄는 행동을 하는 두명의 팬들이 있었다. 다른 팬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좀 더 떨어져 엑소를 더 가까이 보기 위해 후문 안으로 들어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원래 통제도 약한 구역이라 아무도 그들이 건물안으로 들어와있는것을 모르고 있었다.
엑소가 나오는 입구 안에서 그들은 오후에 있었던 일들을 하나씩 꺼내놓기 시작했다.
"야, 김여주 어떻게 됐을까? 설마 지금까지 거기서 너랑 나 기다리고 있는거 아니겠지?"
"진짜 네 말이 맞으면 김여주 개호구ㅋㅋㅋㅋㅋㅋ"
"그치?진작에 매니저한테 전화해서 데리러 오라고 했겠지"
이들은 좀전에 여주를 유인하여 다른곳에 버리고 왔던 한국 사생들이였다.
건물안에서 이들이 말하는 대화의 울림소리는 꽤나 컸다. 때문에 저만치 뒤에서 멤버들보다 앞장 서서 걸어오고 있던 세훈의 귀에 그 이야기가 들려왔다.
혹시나,설마
하는 마음으로 세훈은 그들 앞으로 다가갔다.
"너네 지금 여주 어디있는지 알아?"
"ㅇ,아직도 안왔대요? 우리 가고나서 여주도 기다리다가 간 줄 알았는데"
"너네 지금 무슨짓을 했는지 알고는 있어?"
"..장난..장난이였어요! 저희는 여주가 바로 매니저한테 전화해서 다시 여기로 올줄 알았다구요."
세훈은 주머니에서 여주의 휴대폰을 꺼내 그들에게 보여주었다.
"보다시피 여주는 우리한테 연락 할 방법도 없어. 후..다시 묻는다,너네 여주 어디에 두고왔어?"
"..."
"여기서 말하기 싫으면 경찰서가서 얘기할까?"
"..ㅈ,저희도 몰라요! 택시기사가 가는대로..갔을뿐이에요."
"뭐?택시기사?"
"그냥..최대한 사람없고 먼곳으로 가자고 했더니 어떤 동네에 내려주셨어요. 공연장에서 30분정도 걸리는 곳이요.."
세훈은 건물에서 나와 앞에서 줄을 선 채 대기하고 있는 택시들 중 하나를 골라잡아 다짜고자 기사에게 물었다.
"여기서 사람없고 30분쯤 걸리는 동네가 어딥니까?"
"what?"
순간 이성을 잃었던 세훈은 이곳이 한국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외국인한테 한국말을 해봤자 말이 안통하지..
"시발.."
그 때 뒤에서 세훈이를 찾던 매니저가 달려왔다.
"야 어딜갔었던거야. 한참을 찾았ㄴ,"
"형 우리 단체 차 말고 승용차 한대 더 있지? 그것좀 타자"
"뭐?"
"다른사람들한테 말하지 말고 여기로 가져와."
매니저는 알 수없다는 표정을 짓고 일단 세훈이 말하는대로 차를 가지러갔다.
"여기서 30분정도 걸리는 동넨데 사람들이 없는곳이래 거기로 가자."
"뭐?어딘지도 모르는데 다짜고짜.."
"아,일단 빨리 가봐! 달리다보면 나오겠지."
오세훈이 최근들어 오늘처럼 이렇게 화를 냈던적이 있었던가..매니저는 평소와는 다른 세훈의 태도에 문득 낯설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말 세훈의 말대로 도로를 30분 쯤 달리다 보니 어느 집들이 모여있는 동네를 발견했다. 집집마다 불을 켜두지 않아 어두운 동네, 하마터면 못본 채 지나칠 뻔 했다.
"형은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야, 괜찮겠냐?"
차안에서 내린 세훈은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곳에 여주가 있을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더 깊숙히 동네를 들어가보니 정말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었다. 몇분을 걸었을까, 저 멀리서 희미한 사람의 형태가 가로등 불빛 아래서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보니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여주였다.
세훈은 그제서아 안도의 한숨을 쉬고 여주에게로 다가갔다.
"김여주."
"..."
"여주야."
"..."
"가자, 이제."
여주는 말이 없었다. 고개를 숙인 채 바닥만 내려다볼 뿐.
"너무 늦게와서 미안해."
"...다리아파"
세훈은 여주를 자리에서 조심히 일으켜 세운 후 여주의 팔을 자신의 어깨에 내려놓고 부축하며 걷게 했다. 하지만 둘의 키차이 때문에 이도 불편하여 오래가지 못했다.
하는 수 없이 세훈은 여주를 그 자리에서 업은 채로 걸어갔다.
"야 여주야,너 왜이렇게 무겁냐."
"뭐라구요?"
"다이어트좀 해야겠다 김여주."
"..살쪘나"
"장난이야 바보야."
"..."
"너 앞으로 말도없이 사라지지 마."
"..."
"못찾는 줄 알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물론 멤버들이"
"오빠는 걱정안했어요?"
"걱정은 무슨"
세훈은 처음으로 사람을 잃으면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