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밖에 존재하지 않는 방 안은 더운 열기로 가득했다. 야살스러운 신음으로 가득찼던 방에는 이제 고요한 침묵만이 나돌았고, 몽롱한 눈빛의 여자는 제 옆에 누워있는 남자의 목에 팔 두르고 있었다. 남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여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의 얼굴은 인간의 것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황홀했다. 여자는 남자를 다시 한번 유혹하려는 듯 남자의 허리로 손을 뻗었지만, 남자는 흥미가 떨어진 양, 검정색 눈동자로 여자를 바라보며 그 손을 쳐냈다. 예상치 못한 그의 행동에 당황한 듯 했지만 다시 그에게 다가가려는 듯 했다. 하지만 다시 손을 쳐낸 남자에 여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남자에게 물었다. "자기야...왜...?" "재미없어." "무슨-아악!" 재미없다는 소리와 함께 여자를 방 한 구석으로 내동댕이친 남자였다. 갑자기 던져진 여자가 아픔을 호소했지만, 남자는 시끄러운 듯 얼굴을 찌푸리고는 침대에서 나와 여자에게로 걸어갔다. 어느샌가부터 남자의 손에 들려있는 검정빛을 띈 날에 질겁한 여자가 도망치려고 했으나, 좁은 방 안에서는 여의치 않았다. 이내 여자 바로 앞에 선 남자는 구부리고 앉아 여자와 눈을 맞추었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여자에게 말했다. "너는 순수해?" "...살려주세요...제발...제발!" "내 질문은 그게 아닐텐데. 그리고 난 두번 말하는 취미는 없어." "아니요, 안 순수해요, 그러니 제발.." "순수하지 않다면, 죽어." 살려달라는 여자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채 여자의 심장에 제 칼을 박아넣었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여자는 피를 흘리며 죽었고, 남자는 칼을 비틀어 빼낸 후 칼에서 떨어지는 피 조금을 입에 머금었다. 입 안에서 퍼지는 비릿하지만 달달한 향기에 남자는 살풋 웃음지었다. 비로소, 13번째 살인이었고, 13명의 인간을 타락시켜 지옥으로 보낸 날이었다. 밖으로 나오니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산이 없는 남자는 그냥 비가 내리는 거리로 발을 내딛었다. 비가 자신의 옷을 적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춥지도 않은 것인지 남자는 꿋꿋이 발걸음을 옮겼다. 철컥-육중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남자는 제 집의 현관으로 들어섰다. 아까 그 방과는 다르게 차가운 공기만 가득했다. 추적거리는 양말을 현관에 벗어던진 채 거실로 온 남자는 소파에 앉아있는 사람의 형체에 살짝 당황한 듯한 모습이었다. "슈가, 여긴 어쩐 일로 오셨는지요." "쓸데없는 행동은 하지 말라고 경고했을텐데?" "쓸데없는 행동이라니, 이해가 잘 되지 않는군요." "인간 여자들을 죽이는 것이 쓸데없는 행동이 아니면 뭐지?" "슈가, 아니 루시퍼. 당신도 제가 이러는 이유를 알고 있을 텐데요?" "물론이지. 그렇기 때문에 그만두라는 거다. 우리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신은 우리를 소멸시키지 않아." "아직 해보지 않으시지 않았습니까. 소멸여부는 당신도, 그리고 저도 모릅니다. 그리고 만약 제가 소멸되게 된다면, 저를 소멸시키려 '그녀'가 오겠지요. 저는 그녀를 다시 한번 보기 위해서, 이 무모한 짓을 계속하는 겁니다. 이미 죄를 지어 타락한 몸으로, 그녀를 다시 만나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는 없으니까요." "아니, 신은 소멸시키지 않는다. 너보다 훨씬 많은 살생을 저지르고, 신의 자리까지 넘봤던 나또한 이렇게 살아있으니. 정 네가 그녀를 보고 싶다면, 그녀를 타락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더 빠를 것이야." "충고 고맙습니다, 루시퍼. 하지만 제가 제 일은 알아서 하겠습니다." "슈가라고 불러주면 더 고맙겠군. 잘 있어라." 제 할말을 마친 슈가는 이내 한 마리의 독수리로 변해 창공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남자는 소파위로 털썩, 주저앉았다. 이미 옷은 다 마른 듯한 모양새였다. 잠시 눈을 감고 있던 남자는 울리는 핸드폰에 눈을 뜨고 핸드폰을 확인했다. 그리고 문자를 확인한 남자는 이내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갈 채비를 했다. 자신의 14번째 희생자가 되어줄 여자에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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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여러분....보스 민윤기X스나이퍼 박지민 썰로 돌아오려 했으나....메모장이 초기화되어 허공으로 날라갔어요ㅠㅜ 기다리고 계신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어요ㅠㅠ 대신! 제가! 번외 2개로 오겠습니다! 약속! 둘다 불맠 달고 올게요! 네...그러니...너그러이 용서바랍니다ㅠㅜ 이 못난 작가를 매우 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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