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609~130730
김성규X남우현
위로
또, 또, 또 시작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진동이 요란스럽게 마구 울리고 있었다, 꽤 긴 진동으로 보아 문자가 아닌 전화였다. 보나 마나 우현과 관련된 문제의 전화임이 틀림없어 한숨이 절로 나오고 몸에 바싹 긴장이 붙는 것 같은 느낌에 생수로 목을 축였다. 제가 여유를 부리고 있는 와중에도 여태까지 전화를 끊지 않고 제가 받을 때까지 전화기를 붙잡고 있을 선생이 눈에 훤했다. 역시나 제 예상대로 전화기 너머 들리는 낯익은 우현의 담임 목소리에 멋쩍은 헛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예, 곧 가겠습니다.”
체념이 섞인 제 목소리에는 더이상 체면이라는 것은 찾아볼 수도 없었다. 제가 만날 우현 덕분에 학교로 출석도장을 찍고 다니니 이쯤 되면 제가 우현 대신 학생이라고 치부해도 이상할 것은 전혀 없었다. 전화를 끊고 한숨을 다시 내뱉자 제 옆에 앉은 성열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한 것인지 옆에서 거들며 말을 꺼냈다.
“정장 대신에 교복 입으면 딱 맞겠구먼. 그래.”
비꼬듯 말을 꺼내는 성열을 한껏 노려보다가 구둣발로 정강이를 한 대 차주니 그제야 조용히 입을 다물며 고통을 호소했다, 하지만 그런 성열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저는 바로 사무실을 나섰다. 이제 회사 사람들도 우현의 행동에, 제 사정이 익숙해졌는지 저를 붙잡고 물어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남우현이 이렇게 사람 망신을 다 시켜놓다니, 계속되는 한숨은 멈출 줄을 모르고 계속 튀어나왔다.
어느새 시동을 걸어 거칠게 운전대를 잡고 점심이라 아직은 한가로운 도로를 달리며 복잡한 심경을 정리했다, 어차피 연신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고 말로만 사과하면 끝인 것을 이렇게 꼭 학교까지 제가 찾아가야 하나, 라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그것도 되지 않으면 돈으로 합의 볼 것이 뻔한데. 물론 피해자인 부모 입장에서는 마음이 찢어질 일이겠지만, 저는 이제 찢어질 마음도 남아있지 않았다.
제 회사보다 익숙해진 우현의 학교, 교장실이 어디 자리 잡고 있는지, 교무실은 어디에 있는지, 아무래도 이 학교에 다니는 1학년들보다 제가 더 위치를 잘 알고 있을 것 같아 씁쓸함이 밀려왔다. 하지만 곧 씁쓸함은 잊고 익숙한 듯 가볍게 교무실로 노크를 하고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우현의 담임과 피해자 부모의 얼굴에 한없이 작아지며 멋쩍게 다가갔다.
그쪽 자식이 자기 아들을 때렸다나 뭐라나, 하는 뻔한 이야기들은 더이상 제 귓가에는 들리지 않았다, 뭐, 들을 필요도 없었다. 저런 말들은 한 몇 주 전에도 들은 뻔한 얘기에 지나지 않았고, 불과 일주일 전에도 들었다, 그저께도 들은 얘기였다. 그래서 들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만 있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제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는 우현의 머리통만 뚫어지라 쳐다보며 기계적으로 죄송하다는 말만 내뱉었다.
“남우현, 왜 그랬어.”
“…”
추궁이 섞인 제 말투에 우현은 몸을 한껏 움츠리고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시선은 마치 죄인이 된 것 같이 땅에 꽂혀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아 억지로 우현의 얼굴을 들어 올려 저를 쳐다보게끔 했다, 우현의 얼굴에는 여기저기 큰 흉터와 함께 잔상처들이 하루가 다르게 나을 생각은 하지도 않고 도리어 새로 생기고만 있었다. 제 가슴이 무너져내리는 듯한 착각에 정신이 아찔해져 왔다. 이제는 제 주머니에 아예 자리를 잡은 후시딘을 꺼내어 우현과 눈높이를 맞추며 살살 발라주었다. 아무래도 살짝만 스쳐도 아픈 것인지 온갖 인상은 찡그렸지만 앓는 소리까지는 내지 않으려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고서 참고 있었다.
“아파?”
역시나 우현은 제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답해, 우현아.”
대답을 기다리다 지친 제가 뒷말을 덧붙이자 그제야 우현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제 시선을 피했다. 그런 우현의 손을 잡아 제 가슴 쪽으로 갖다 대며 저도 입을 열었다.
“나도 아파, 여기가.”
마치 바늘로 쿡쿡 찌르는 것 같아.
아무래도 더이상 학교에 있다간 더 싸움만 일어나고, 누군가 해코지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퇴하자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어 우현의 담임께 양해를 구하기 위해 잠시 교무실로 향했을 때 담임이 살짝 제게 말하기를.
우현이, 학교도 요새 많이 빠지고 하더라고요.
아, 그런가요?
아마 몇 주 전부터 계속 빠지고, 그나마 학교 나오는 날이면 금세 또 말썽을 피우고.
죄송합니다.
가정에서도 잘 지도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힘드셔도.
그저 제가 할 말은 죄송합니다, 라는 구차한 사과밖에 없었지만.
그렇게 짧은 상담이 끝나고 교무실을 나서자마자 제 입 밖으로는 한숨만 튀어나왔다, 우현도 그것을 눈치챈 것인지 더더욱 침묵을 유지하며 제 뒤를 터덜터덜, 쫓아오기만 했다. 그런 우현의 행동에 마음에 들지 않아 앞서 가던 제 발걸음을 멈추고 뒤따라오던 우현의 손을 잡고서 학교를 나섰다, 제가 이렇게 하지 않으면 계속 기죽어 제 옆이 아닌 뒤만 쫓아올 우현이 눈에 훤해서.
“집에 가서 마저 치료하자.”
우현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앞으로는 온갖 의료품을 가지고 다니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넥타이를 풀어헤치고 대충 소파에 던져놓자 우현은 또 그것을 집어 옷걸이에 걸어놓았다, 그 와중에도 자기 할 일은 하는 우현의 모습을 보니 웃음이 흘러나왔다.
“똥개, 거기 좀 앉아있어.”
제 말에 우현은 조용히 소파에 앉았고, 저는 그것을 확인하자마자 방에 들어가 소독약과 반창고를 챙겨 들고서 다시 거실로 나와 우현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소파 앞에 철퍼덕 앉아 우현의 다리를 덥석 잡자 우현이 움찔하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
“누가 교복 바지 이렇게 줄이래.”
“…”
“다리도 두꺼운 게.”
“…아, 아니거든?!”
두꺼워, 무다리. 제 말에 발끈해서는 금방 소리를 지르고 마는 우현의 모습에 또 한 번 웃음이 터져 배가 터지도록 실컷 웃자 우현은 뾰로퉁한 표정을 지으며 안 두꺼운데, 무다리 아닌데, 하며 혼잣말을 열심히 중얼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아, 귀엽다, 존나 귀여워, 싸움박질은 그렇게 하면서 멘탈은 초딩이야.
“목은 또 누가 할퀴었어.”
웃다가도 여기저기 눈에 띄는 상처들 때문에 편치는 않았다. 바닥에 철퍼덕 앉았던 몸을 일으켜 소파 위로 올라 우현의 옆에 바싹 붙어 앉았다. 우현은 그런 저를 조금 부담스럽다는 듯이 피하는 것 같았지만 제가 허리를 꽉 잡고 놓아주지 않았기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몰라…이것 좀 놔줘.”
“치료는 해야지.”
치료를 핑계로 계속 꼭 붙어있었다. 틈도 보이지 않을 만큼. 우현은 시선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난감해하는 것이 뻔히 보였지만 크게 개의치 않아 하며 소독약을 들고 우현의 목 쪽으로 계속해서 다가갔다. 소독약으로 치료할 마음은 원래부터 없었고, 집에 가서 마저 치료하자는 것도. 그냥, 모두, 핑계에 불과했다.
“나 속상하게 만들지 마.”
우현도 알고 있었다, 그 핑계들을.
우현의 목에는 어느새 제 숨결이 닿았고, 쓰라릴 듯한 우현의 상처 위로 진득하게 혀를 놀리며 눈을 살며시 감았다.
| =) |
독방에서 오래 전에 썰 물었던 것인데 이제서야 완성 시킨 나는 ... (한숨) 제게 금썰을 쓸 수 있게 허락해주신 독방뚜기님께 감사의 말과 심심한 사과를 올립니다. 눙물.. .. 출처를 표기하고 싶은데.. 여기다가 좌표 써도 되는지 모르겠어서 또 눈물..... ;-; 땀백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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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토스 당첨 잘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