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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은 세훈이 관점입니다.

1은 준면이, 2는 세훈이와 작가의 관점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세준] 달빛 밑, 그와 나 사이.

W. 수호보다준멘

 

그에게 물었다

 

"행복하니"

 

그는 희미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내게 말했다

 

"그래, 적어도..너와 함께 한 시간보단 행복한것같아."

 

한참을 마주하고 있던 그는 뒤돌아서서는 그대로 나아갔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 틈으로 찬찬히 사라졌다

 

그의 행적을 시선으로 쫓던 나는 어느새 사라져 버린 그에 한숨을 쉬며 고개를 숙였다

 


*

 

행복하다 대답하지 않았으면 보내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나를 기다린다면 다시 돌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렇지 않았다

 

나를 원하지 않았고, 나와 함께 한 시간보다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그것이 거짓이라 믿고 싶지만.

 

사실이였다

 

그는 누구보다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와 함께 영화를 보고 밥을먹고 차를 마셨으며,

 

진부한 생활을 보내면서도 그 행복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러므로,

 

나에게 기회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젠.

 

그를 보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다시한번 핸드폰을 붙잡고 고민해본다

 


"뭐라고 보내야 할까,"

 

이젠 널 보내줄게?

아니 행복하길바랄게, 라고 해야하나

 

손으로 마른 얼굴을 두어번 쓰다듬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사랑했고, 고마웠어.

끝까지 미안하다 준면아.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쓴 글자들을 다시 한번 확인하듯 바라보고는 눈을 감았다


그와중에도 꽉 눌린 버튼이 문자가 전송됐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적막한 방안에는 내리는 비가 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떨어지는 물방울소리에 금방이라도 눈물이 올라올것만 같아 눈을 감았다

 

"...,한심한 새끼."


결국 돌아오는건 자책과 혼란스러움 뿐이다


상황은 끼워맞춘 듯,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잘 돌아간다

 

그리고 너도,


그자리가 너의 자리라는 듯.


아무렇지 않게 나를 떠나갔다.

 


이렇게 또 나만 혼자 남겨졌다

 

 

 


1

 


"김준며언-"

 

여자가 며칠째 방문을 두드리지만 방안에 있는 준면은 대답조차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귀를 틀어막고 눈을 감았다

 


"준면아, 대답좀해-"

 

여자는 문을 열으려 문고리를 돌리지만,


문고리는 준면의 먹먹해진 목처럼 막혀 열리지 않는다

 


문밖으로 여자의 깊은 한숨이 들려온다

 

"준면아..,나 갈게. 진정되면 전화해."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와 동시에 준면이 떨리는 손을 들고 입을 틀어막았다

 

며칠전 세훈과 정리를 하려고 단단히 결심했던 준면의 마음은 세훈의 문자하나로 무너져내렸다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던 준면의 붉어진 눈가엔 금새 물기가 서리고, 눈물이 툭-,하고 떨어져 내린다

 

창밖엔 갑작스레 소나기가 내려왔다

 

 

세훈아,


세훈아.

 

준면은 그렇게 한참동안 세훈을, 세훈의 이름을 불러대며 울었다

 


*

 


"으-"

 

눈을 뜨자 모든것이 빙빙 도는것만 같았다

 

푸르스름한 창밖도 돌고, 보이는 모든것이 돈다

 


아마 개도 안걸린다는 여름감기에 걸렸나보다,

 

그리 지레짐작한 준면은 비틀대며 방문을 열었다

 


아 맞다,


감기에 걸리면 왠만해서 약을 챙겨먹지않는 습관이 들어서인지.


저는 집안에 약을 사놓지 않았다

 

있는 약이라고는 전부 비타민과 영양제 뿐이다

 


그치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 쓰라고 놔둔 비상용 약은 있을 텐데..,

 


"이쯤에, 비상용 약을 놔둔것도 같은데..,"

 

시원찮게 갈라지는 목소리와 비죽비죽 흘러내리는 식은땀이 감기가 꽤 심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인상을 찌뿌리고 서랍 구석구석을 뒤지던 준면은 약봉투를 발견했지만,


내용물이 비어있음을 확인하고는 헛웃음을 지으며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며칠간 밥을 안먹어서 그런지 온몸에 힘이 없는것도 같다

 


아무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것 같은데,

 

힘겹게 일어서서 방안으로 들어간 준면이 핸드폰을 들고 전화목록부에 들어갔다

 


"..,나 인간관계 한번 더럽네."

 


핸드폰에 저장된 번호는 여자와 부모님, 그리고 세훈이였다

 

쌀쌀맞게 바람맞힌 여자를 부를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부모님을 부를 수도 없지 아니한가.

 


"...,세훈이는 당연히 안되겠지."

 

눈을 느리게 꿈뻑- 감았다 뜬 준면이 자켓을 걸쳤다


아무래도 제가 나가야겠지.

 

어지럽지만 아직까지는 버틸만 해.

 

"조금만 버티자 김준면."

 

 

*

 

 

집을 나선지 한참인 것 같은데,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다

 


앞이 핑핑 돌아서 길조차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흘러내리는 식은땀과 두통에 인상을 찌뿌리고는 가로등에 몸을 기대섰다

 

 

더이상 못갈것같다,

 


흐릿한 시야로 누군가 걸어오는게 보였다

 

도움을 청해야하는데 점차 눈이 감겨온다

 


"...,도와..ㅈ..."

 


익숙한 목소리가 자신을 부른것 같기도 하다

 

 


2

 

 

세훈이 눈을 떴다

 

창밖으로 푸르스름한 새벽달이 빛난다

 


세훈은 들고있던 핸드폰을 들어 다시한번 확인했다

 


문자에 대한 답장은 오지않았다,


아니 사실 예상하고 있었다

 


어느누가 헤어진 남자의 문자에 대답하겠는가.

 


한숨을 내쉰 세훈이 일어나 자켓을 입었다

 


너의 집앞을 서성이면 조금이라도 나아질까 싶어,


또한번 너의 집을 찾아나선다

 


*

 


후우-.

 

푸르스름한 달이 빛나는 새벽공기는 차다

 

모든 불이 다 꺼져 캄캄한 너의 방 창문을 바라보며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뜸을 반복했다

 


너도 힘들겠지.


나만큼 아팠겠지.

 


또 다시 눈물이 흐를 것 같다

 


"큰일이네."


이렇게 울음이 헤퍼지면 어떻게해.

 


입술을 깨물고 차디차보이는 달을 올려다봤다

 

그리곤 다시 준면의 방 창문을 바라보고 말했다

 


"준면아, 잘자."

 

항상 준면이 잠들기 전 속삭여줬던 말들이 떠오른다

 


기억나니 준면아,

 

네가 무서운영화 보고 난 후에 악몽꾸면 어떻게 하냐고 걱정했던거 말야.

 

내가 항상 자기전에 말해줬잖아.

 

내 꿈꾸라고.

 

사랑한다고.

 

 

마침내 세훈의 눈에서 후두둑,하고 떨어져 내린 눈물방울들이 달빛에 비춰 투명하게 보여졌다

 


오세훈 이 머저리같은 새끼,

 

준면의 집에서 멀어져가는 세훈의 입에서 욕짓거리가 튀어나왔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 얼마안가 막혀오는 숨을 추스리려 잠시 멈춰 섰을때 가로등에 기대어있는 그와 눈을 마주했다

 

 

"..,김..준면."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익숙한 그의 이름을 부르자,

 

그는 입모양으로 무언가를 뻐끔대고는 세훈의 품속으로 쓰러졌다

 


*

 


"아-"

 

몇번을 깜빡였는지 수분이 메말라 뻑뻑해진 두눈에 핏줄이 돋았다

 

딱히 다른곳을 바라보지 않아도 병원 특유의 냄새덕분에 이곳이 어딘지 짐작할수 있었다

 


톡톡, 떨어지는 링거액을 바라보던 준면이 따분한듯 눈을 굴리다 세훈과 시선을 마주했다

 

 

"...,네가 여기 어떻게.."

 

놀랐다는 듯 격앙된 시선으로 세훈을 바라본 준면이 묻자,

 

세훈은 굳어진 표정으로 소리쳤다

 


"아프면 바로 전화했어야지!! 넌 왜 그렇게 미련해!"

 

평소엔 볼수 없던 격양된 세훈의 모습에 준면은 눈을 두어번 깜빡였다

 

"미안,"

 

그리고 빠르게 사과했다

 


세훈은 그 사과가 답장에 대한것인지, 아님 이별통보에 대한 것인지.


아님 정말로 연락하지 않은 것에 대한 사과인지는 알지 못했다

 

깊은 한숨을 내뱉은 세훈이 준면의 이마위로 허여멀건하고 큰 저의 손을 올렸다

 

체온을 재는 듯 했다

 


"많이 내려갔다, 다행이네."

 

그는 안도의 웃음도 잊지않았다

 


준면은 멍하니 세훈을 바라보다가 물었다

 


"..어떻게 된거야,"

 

세훈은 그런 준면을 빤히 쳐다보더니 고개를 숙이고 웃어보였다

 

 

"그냥, 잠이 안와서 나왔는데."


네가 끙끙대면서 쓰러지더라.

 


세훈의 말에 준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 익숙한 목소리가 너였구나,

 


무언가 엉킨 실타래를 푼것도 같아 웃음이 터져나왔다

 


"나, 할 말이 있어."

 

세훈이 갑작스레 표정을 굳히고 말했다

 

준면은 눈을 크게 뜨고 그런 세훈을 바라봤다

 


"문자는 잊어, 그렇게 후회할 짓 안해."

 

준면은 혼란스러운듯 시선이 흔들렸다


그럴수록 강해지는 건 세훈이였다

 


"사랑했던게 아니라 사랑하고 있어."


오세훈이. 김준면을.

 


하나하나 끊어서 말해주는 세훈에 준면은 눈물이 그렁그렁 해져서 세훈을 바라봤다

 

세훈이 준면에게 조심스레 다가가 그의 눈에 입을 맞췄다

 

 

"사랑해,"

 


준면의 눈물이 눈가를 따라 볼로 흘러내렸다

 


세훈은 준면의 볼에도 입을 맞추고는 말했다

 


"과거의 남자도 좋아. 그치만,"

 

준면은 세훈의 다음 말이 궁금하기라도 한듯 세훈을 올려다 봤다

 

세훈이 준면의 볼한쪽을 붙잡고 입술에 입을 맞췄다

 


"현재, 미래 남자도 내가 할거야."

 

준면이 멍하니 세훈을 바라보자, 세훈은 푸스스 웃어보이며 물었다

 

뭐해, 허락안해주고.

 

장난스러운 말투에 예전으로 돌아간것만 같아 준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감사의 선물."


세훈이 준면의 허리를 감싸안고 깊게 입을 맞췄다

 

뜨끈하고 말캉하게 들어오는 혀의 느낌의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짜릿한 전율마저 느껴짐에 준면은 눈을 감고 세훈의 목을 끌어안았다

 

 

"사랑해.준면아."

 

세훈이 입술을 떼고 말하자, 준면이 세훈의 목을 다시 끌어안으며 그의 입술에 제입술을 묻고 웅얼거리며 말했다.

 

"나도 사랑해. 세훈아."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대표 사진
독자1
헐 대바규ㅠㅠㅠ 짱짱이예요!!!
12년 전
대표 사진
수호보다준멘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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