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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김석진 X 동생 김태형

집착과 수집

참고(스포주의) : http://www.instiz.net/name_enter?no=25480863&page=2&category=17&stype=3

 

< Boxing Thinker bell >

  

 

여덟 살 석진은 수집이 취미였다. 일본계 무역 회사의 중역인 외삼촌이 선물한 한정판 건담으로 시작된 대상은 정교한 공룡 모형, 슈퍼마리오 피규어 등으로 그 범위를 넓혀 갔다.

 

그 방법이 좀 더 교묘해진 것은 검은물잠자리를 모으면서부터였다. 계곡을 투명하게 비행하는 잠자리들 가운데 유독 파르라니 빛나는 검정 날개는 어린 석진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석진은 곤충 도감을 구입하고 아버지를 졸라 값비싼 도구들을 얻어내면서까지 날개 검은 잠자리들을 채집했다. 길이가 45밀리미터보다 길면 버렸고, 그보다 짧아도 버렸다. 옆 기관아가미와 가운데 기관아가미의 길이가 각각 17밀리미터와 14밀리미터를 벗어나서도 안 되었다. 심사를 통과한 잠자리들은 해동과 연화 과정을 거쳐 핀으로 고정되었다. 귀할 것 없이 흔하다면 흔한 표본 상자였지만 석진은 그것이 마음에 들었다. 자신이 정한 기준에 들어맞는 무언가를 틀 안에 두고 감상하는 것이 얼마나 흥미로운 일인지도 새삼 깨달았다. 이후 석진의 책상 옆에는 박스라 불리는 전시실이 탄생했다. 그 속에서 석진은 포르말린에 젖어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것들과 애정을 나누었다.

 

그러나 그 애정의 대상 중에 사람만은 유독 제멋대로였다. 석진이 초등학교를 졸업하던 해 부모님이 이혼했다. 맞바람이었고, 둘 다 서로에 대한 애착은 없었다. 13년 간 이어진 미련의 결과물이었던 석진만 상처를 입었다. 포옹 한 번 없이 돌아서는 어머니의 모피 코트를 보며, 석진은 저 뒷모습에 시침핀을 꽂아 넣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욕망은 좁은 박스 안을 벗어나지 못했고, 어머니는 영영 석진의 곁을 떠났다.

 

아버지는 좋은 사람이었다. 밖에서는 가느다란 교복의 허벅지를 쥐고 밤새 흔들어 대면서, 아들의 앞에선 근엄하고 심려에 찬 아버지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부친의 노력에 힘입어 석진은 사립 초등학교와 국제 중학교를 거쳐 국내 제일의 고등학교에 수석 입학했다. 진즉에 외국으로 나갈 수도 있었지만 석진이 거부했다. 인생에 고작 커리어 한 줄 더 남기자고 제 전부가 담긴 박스를 두고 가고 싶지 않았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원서를 쓸 때가 다가왔다. 주변에서는 석진이 부친의 못 다한 꿈을 좇아 하버드에 진학할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그 무렵 석진은 산 것 가운데 으뜸인 것을 수집하는 방법을 궁리하고 있었다. 이제껏 쌓아온 삶의 역작들을 박스째로 보존하지 못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었으나, 미국은 그 자체로 어마어마한 기회의 땅이었다. 잘만 하면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양질의 수집품들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기회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찾아왔다. 훗날 석진은 그 당시를 기적이라 회상했다.

 

8월의 어느 날,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로는 얼굴조차 잘 비추지 않던 아버지가 갑자기 결혼을 선언했다. 여자는 명문대를 나온, 초등학생 아들을 하나 둔 과부였다. 석진이 제 아비를 짐승이라 경멸하고 싶을 만치 젊고 예뻤다. 예비 새어머니와 예비 양아들로서의 만남은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이루어졌다. 그 동안 이름만 간간히 들었던 여자의 아들도 함께였다. 반바지를 입고서 쭈뼛거리던 태형이 어미의 부름에 고개를 드는 순간,

 

석진은 숨을 멈췄다.

 

까무잡잡한 얼굴. 주눅 든 어깨. 갓 시궁창에서 벗어난 티가 여실한 눈. 여러 모로 귀족답지 못한 생김새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앞의 아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강렬하게 석진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석진은 얼른 보석의 검댕을 털어내고 그 위에 입 맞추고픈 충동에 사로잡혔다. 식사가 시작된 뒤에도 석진은 대화에 장단을 맞춰줄 때조차 태형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태형은 보면 볼수록 진흙 속에 묻혀 있던 요정이었다. 생각하고 말하고 움직이는, 그야말로 살아 있는 요정. 아름다운 것은 서둘러 박제해야 했다. 스스로 생각이 깊어져 날개를 펴기 전에, 날아가는 것은 꿈도 꾸지 말라고 시침핀을 박아야 했다. 본디 팔다리 자르는 외과 의사가 되려 했던 석진은 그 날 마음을 바꿨다. 국내에 머물며, 갖은 약물과 감언이설로 정신의 싹을 잘라 버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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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우오오오오오담편이 요 다음편!!!!와 진짜 취향저격이네요 ㅠㅠㅠ 작가님 기다릴게용 ㅠㅠ
8년 전
비회원225.250
ㅎㅎ
6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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