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연애
스물일곱번째 페이지
♬
" ..왜 이제왔어.
얼마나.. 기다렸는데.. "
전보다 수척해진 얼굴의 태형이였다. 좀 더 가까운 거리 태형에게서 알콜향이 번져 다가왔다. 눈썹위로 올라와 있던 앞머리는 어느새 눈을 덮을 정도의 길이가 되어 있었다.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시간을 대신 알려주고 있었다. 길어진 앞머리 틈사이로 비친 태형이의 눈빛이 외로워보였다. 술에 취해 거칠게 내뱉는 숨에는 불안함이 가득했다.
" 태형아. "
" 늦었어.. "
" 응? "
" 너.. 김아미.. 늦었다고.. "
말끝을 흐리며 알 수 없는 말들을 내뱉고 있었다. 많이 기다렸다고, 미안하다고 변명이라고 하고 싶었는데 쉽게 떨어지지 않는 입이 참 야속하다.
" 기다렸어.. "
" ... "
" 오늘.. 너 많이 기다렸어.. "
" ... "
" 오늘.. 아니, 어제도.. 난 매일 너만 기다려 아미야.. "
" 미안해.. 태형아.. "
" 힘들다. "
" ... "
" 나 계속 기다려? 너가 말해줘. "
" 지금 무슨 말.. "
" 기다리라고 말해줘 아미야. "
" ... "
" 힘들어서 그래.. 혼자 기다리는거..
차라리 너가 기다리라고 말이라도 해줬으면 좋겠어. "
태형이의 입에서 나온 힘들단 말에 울컥해졌다. 아무말도 하지 못한채 한참을 생각했다. 내가 태형이를 힘들게 한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면 할수록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깟 문자 한 통, 전화 한 번이 뭐 그리 어렵다고.. 바쁘다는 핑계로 그동안 정신이 없었다는 핑계로 태형이를 신경쓰지 못하고 있던 나 자신을 떠올리는 지금 이 순간, 그걸 직접적으로 느꼈을 태형이에게 미안함 마음뿐이였다.
" 태형아.. "
" 기다릴까? 응? 기다려도 돼? "
올려다 본 태형이의 수척해진 얼굴과 눈빛이 촉촉히 젖어 있었다. 그런 태형이를 바라보며 눈물로 번진 얼굴을 벅벅 닦으며, 태형이를 품에 안았다. 쓰디쓴 알콜향이 나에게 전해져왔다.
" 태형아.. "
" ... "
" ..그..만할까? "
" ... "
결국 한다는 말이 '그만할까' 였다. 내 대답은 날 위해서가 아닌 태형이를 위해서 였다. 태형이가 나로인해 그만 기다리고 그만 힘들었으면 하는 내 바램이였다. 끝까지 나는 이기적이다.
" 잘 못들어서 그러는데, 다시.. 말해주라.. "
" ..힘..들면..그만할까? "
" 나 기다리지마? 기다리지말까? "
" ..응.. 기다리지마 태형..읍 "
갑작스러운 입맞춤이였다. 가까워진 얼굴사이에 누구것인지 알 수 없는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려 무수한 양이 턱끝으로 톡톡- 떨어졌다. 태형이와 서로의 눈빛을 마주보며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나누었던 입맞춤과는 다른 일방적인 조금 거친 입맞춤이였다. 눈을 감고 밀쳐낼 생각도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두 손으로 내 얼굴을 잡고 있던 태형이의 손의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다. 그렇게 태형이를 힘겹게 받아들이고 있을때 거친 숨소리를 내며 내게서 떨어졌다. 우리 둘 사이의 거친 숨소리와 울먹이는 소리가 겹쳐 들렸다. 고개를 들 수 없이 하염없이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을때 태형이의 큰손이 올라왔다 다시 힘없이 툭하고 떨어졌다. 그대로 등을 돌리고 태형이는 내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
그 날 이후.. 태형이에게서 연락이 없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집에 돌아가 한참이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다. 그 다음날 퉁퉁 부은 눈으로 출근을 했다. 드라마에서 보면 이별은 참 힘든거라고 생각을 했다. 막상 이별인듯 이별아닌 이별을 겪어보니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아니, 힘들지 않다. 지금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일을 하고 있는 걸 보면..
오늘 하루 시간은 빠르게 지나 곧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딱히 밥 생각없이 자리에 앉아 키보드만 두드리고 앉아 있는데, 어깨에 무거운 향기의 손이 얹혀졌다. 뒤 돌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향기였다.
" 밥 안먹어요? "
" ... "
" 이젠 말도 하기 싫은가봐? "
" ..생각 없어, 밥.. "
하루하루 다른 정국이의 모습에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다정스럽게 밥 안먹냐고 물어오는 말에 소름이 돋기를 잠깐, 그 뒤에 이어진 말에 그러려니 하고 마음을 먹은 후 대답했다. 내 주위엔 참 힘든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태형이도 정국이도.. 모든 이유는 나 하나때문이란것 쯤은 알 수 있었다.
" 정국아. "
" 말해요. "
" 나 헤어졌어. 태형이랑. "
" ... "
모든 이유는 나 하나때문이다. 나 때문에 벌어진 일들에 내가 미안해하고 위축되는게 내 성격이다. 하지만, 전정국 앞에서만큼은 미안하고 위축되고 싶지 않았다. 니가 원하던 대로 되니까 어때 정국아? 나의 감정없는 말투에 정국이의 눈이 잠시 커졌다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젠 너의 그런 소름끼치는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다. 얼만큼 더 독하고 무서워질지..
" 잘했어요. 그래서 눈이 부었구나..
헤어져서.. 슬퍼서.. "
" ... "
" 내 옆에선 울 일 절대 없을거에요. "
" ... "
" 매일 웃게 해줄게.. 내가.. "
***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이젠 회사에 완벽적응을하여 프로젝트도 사원들과의 호흡도 얼추 비슷하게 맞추어가고 있다. 그 동안 태형이의 생각이 안났다면 거짓말이다, 가끔가다 수정이에게 태형이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태형이는 그 날 이후 나와 같이 아무렇지 않게 학교에 나갔다고 했다. 나와 태형이의 사이가 이렇게 된지 몇주 전에 알았다며 정수정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사귀는것도 헤어지는것도 꽁꽁 숨기니 재밌지? 라는 말을 꺼내 놓았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주고 있었다.
" 무슨 생각해요? "
" 어? 아.. 아무것도 아니야.. "
달라진 점이 하나 있다면, 정국이와 나의 사이였다. 그토록 소름돋고 무서웠던 정국이도 시간이 지나니 익숙해졌다. 그저 내가 태형이에 대한 마음을 접고 일찍 포기하면 될 일이 였다. 그렇다면 태형이가 힘든일도 없었을텐데.. 그 날 내가 했던 선택이 어쩌면 옳은일이라고 생각했다. 정국이의 말대로 난 매일 웃는 시간이 많아졌다. 일도 잘풀릴 뿐더러 집안 사정도 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물론, 그 뒤엔 정국이가 있겠지만.. 나또한 약해지지 않고 독해졌다. 오랫만에 만난 학교 선배, 동기들이 많이 달라졌다며 역시 대기업에 입사를 해야 한다며 농담처럼 늘어 놓았다.
" 오늘 끝나고 약속 있댔죠? "
" 응, 수정이 만나기로 했어. "
" 만나서 뭐해요? 술? "
" 그 시간에 할게 술 말고 뭐가 있어.. "
" 음.. "
" 많이 안마셔. 알잖아. "
" 당연히 알죠. 근데 수정이 누나가 있으면 말이 달라지지. "
수정이와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 만날때마다 정국이는 불안해 한다. 저번에 수정이와 만난 후 술이 떡이된 상태에서 날 데리러 온 건 정국이였다. 수정이가 나중에 해준 말인데, 술에 취해 태형이를 그렇게 울고불며 찾았다고 했다. 때마침 내 핸드폰에 뜬 정국의 이름에 수정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날 데려다주라고 했다고 한다. 정국이의 앞에서 태형이를 찾는 나의 모습을 보고 정국이는 내가 술을 마신다고 할때마다 집착아닌 집착을 했다.
" 몇시에 집에 갈거에요? "
" ..모르지 "
" 같이가면.. 안돼겠죠? "
" 전정국. "
" 아! 정색하지 마요. 알았어, 알았어. "
" 너 걱정하는 일 없게 할게. "
" 그럼 집 올때 연락해요. 데리러 갈게. "
" 언제 헤어질지 모르는데? "
" 기다릴게요. "
" ... "
" 응? 기다려도 돼죠? "
딱히 연인사이라고 칭할 수 없었지만, 정국이는 꼭 내 남자친구처럼 날 대했다. 그럴때 마다 나는 선을 긋곤 했다. 여전히 나는 정국이와 갑과 을의 관계가 존재한다. 서로 눈치껏 정해진 선 안에서 정국이는 나에게 나는 정국이에게 서로 다른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기다린다는 정국이의 말에 문득 지난 날이 떠올랐다.
' 기다릴까? 응? 기다려도 돼? '
' 나 기다리지마? 기다리지말까? '
정국이의 웃음끼 가득한 얼굴에 지난 날 눈가가 촉촉히 젖은 수척해진 태형이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아무래도 오늘은 술을 적당히 마셔야겠다.
" 기다리지마. "
여전히 나는 이기적이다.
***
수정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낮에 있었던 일로 회사 일에 집중도 하지 못한 채 오랫만에 태형이 생각이 머릿속에서 한참이나 떠나지 않았다. 술이 오늘따라 달게 느껴졌다. 이렇게 계속 마시다간 저번같은 일이 일어날 거 같아 자제를 했다. 수정이는 내 눈치를 보며 간간히 태형이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다. 신입생들 사이에서 훈남선배로 소문이 자자하다며, 김태형이 여자한테 관심 안가지고 그렇게 열심히 학업에 열중하는 모습을 태어나서 처음본다며.. 내 표정을 흘낏 쳐다보곤 '여자얘기는 취소' 라며 장난스럽게 이야기하는 수정이였다.
" 너 요새 남자있냐? "
" 남자는 무슨.. "
" 정국이랑 안만나? "
" ... "
" 야 왜 대답안하냐 "
" 니가 생각하는 그런거 아니거든요~ "
" 솔직히 내가 김태형이랑 가족이지만,
김태형보단 전정국이다! "
" 뭐래.. "
" 집 잘살지, 어리지, 잘생겼지, 성격 좋지.
저번에 너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나? "
" 몰라 "
" 기지배. 너 그렇게 튕기다간 다시 김태형한테 잡힌다. "
" 무슨소리야 "
" 아..아니, 뭐 김태형같은 또라이 또 만난다 이거지.. "
" ... "
" 아씨! 미친 김태형. 이거 말안할려 했는데.. "
수정이는 요 근래 태형이와 술을 자주 먹는다고 했다. 그때마다 김태형이 미친듯이 술을 들이켜 한번도 맨정신으로 집에 들어간 적이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술에 취해 매번 우리집 앞에서 기다린다고 했다. 수정이가 집에 가자고 그렇게 말해도 한참을 '기다릴거야' 라는 말만 반복하며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술이 깨면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일어나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정수정이 매번 술버릇 좀 고치라고 말을 해도 아미한테 말하지 말라는 말만 할뿐.. 김태형이 하도 불쌍하고 너도 남자없다니 말해주는거라며 혹시라도 아직 마음 접은거 아니면 다시 만나는게 어떻냐고 묻는 수정이의 얼굴에 오랫만에 진지함이 묻어 나와 할말을 잃었다.
" 안돼, 나는.. "
" 뭐가 안돼. "
" 다시 시작.. "
" 김아미.. "
" 안돼..아니, 못해..난.. "
말을 끝마치고 넘긴 달기만 했던 술엔 씁쓸함이 가득했다. 기다리지 말라고 말했던 나의 말에 태형이는 찐한 입맞춤과 함께 마지막을 알리 듯 등을 돌리고 돌아섰고, 그렇게 끝난 줄 알았던 우리 사이에 기다림이란 불씨가 존재했다.
보통의 말
...그래서 이거 언제 끝난대영?
전 무사히 휴가를 마치고 돌아왓슙니당!
혹..시.. 저 까먹은건 아니겠쥬ㅠㅠㅠㅠㅠㅠㅠㅠ
30편에는 꼭 완결을 내고 싶었는데.. 해봐야겠죵?
헤어졌다 사귀었다 참 난리인데, 그게 제 글의 매력 뽀인트라고 생각해듀세여..8ㅅ8
늦은 시간 알림 죗옹해염..(짜짐짜짐)
기다려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당!
계속 함께 달려요~~~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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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호닉 빠졌으면 꼭!! 말씀해주세요!!)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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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도토리/민빠답없/보통의슈가/눈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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