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연애 01
자연스럽게 헤어지듯 앞으로 걸어가던 나는 문득 뒤를 돌아봤다.
"...후"
작은 한숨을 쉬고는 모자를 고쳐쓰며 걸어가는
네 뒷모습에 화가 치밀어왔다.
왜, 이제 긴장이 좀 풀려?
오늘은 뒤를 한번 밟아봐야겠다.
그년 앞에서는 얼마나 또 끼를 부릴까 궁금하기도 했고, 뭐.
-RRR
아까 못받은 전화인가봐?
"여보세요,
응, 자기야. 미안 나 지금 가고있지요"
뭐? 자기야?
기가 막혀서. 나쁜새끼인줄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나쁜새끼인줄은 몰랐다
나한테는 그런거 오글린다며, 싫다며.
몇번 김태형을 붙잡고 따질 뻔한 욕구를 겨우 억누르고
김태형의 발걸음 뒤에서 따라 발을 옮겼다.
김태형의 발길이 멈춘건 5분정도 후, 어느 카페앞이었다.
"많이 기다렸어?"
김태형이 해맑게 웃으며 멈춘 그곳에,
또 다른 여자친구로 추정되는 한 여자가 서있다.
그년이구나,
니 남자친구, 방금까지 너말고 다른 여자친구랑 데이트하다가 온거 알아?
자연스럽게 끼는 손깍지,
그와 동시에 네 얼굴에 더욱 퍼지는 웃음꽃.
개새끼. 더러운 새끼.
오늘은 끝장을 보고싶다
네 잘못을 톡톡히 일러주고싶다
.
.
.
그렇게 카페로 들어서는 둘.
나도 몰래 뒤따라 들어가 네모습이 겨우보이는 자리로 앉았다.
"기다리느라 더웠지. 어떡해"
"아냐, 태형이 보니까 나아졌어"
둘이 아주 지랄을 떨고 앉았네.
이참에 전화나 해봐야지, 설마 안받으려나? 전화할거랬는데.
-RRR
김태형의 폰에서 벨소리가 울리는 타이밍에
보기좋게 쓱 일어나 김태형을 응시했다.
"...어, 자기야. 잠시만"
아직 날 못본듯한 김태형이 일어나려하는 순간
보란듯이 옆을 지나갔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여보세요"
단단히 당황하셨네,
싱긋 웃어보이곤 밖으로 나갔다.
김태형이 굳은 표정으로 따라나온다
나가자마자 손목을 잡은채로 어디론가 끌고가는 김태형
그리고 묵묵히 따라가는 나
"아, 자기야. 어디가는데"
"자기는 무슨, 오글거린다고 싫댔지."
"왜? 아까 누구한테는 먼저 하시던데."
"...따라와"
"너 알바간다며."
"응, 나 거기 카페에서 일해"
"...봤냐? 다?"
그걸 질문이라고 하나.
전부터 '나 다른여자 생겼어요' 하고 티라는 티는 다낸게 누군데?
"예뻐, 잘어울리더라. 아주 결혼까지 하시겠어"
"..미안해"
미안해.
당연히 미안해야 할 일에, 왜 눈물이 차오르는지.
"..그래. 미안하지? 미안해야지. 근데 지금 이게, 미치지않고서야 할짓이야?"
최대한 덤덤해 보이려는데 눈치없이 눈물이 흐르기시작한다.
이게아닌데, 나 강해보여야 된단말이야.
"...."
묵묵히 듣기만 하는 네 모습에 더 눈물이 멈출줄을 모른다.
"너가 먼저였잖아. 사귀자고 한건 너였잖아. 그렇게 꼬셔놨으면 그 말에 책임은 져야지.
나 너 이러는거 전부터 알고있었어. 근데 말하는 날에 너랑 영영 끝나버릴까봐, 그게 무서웠어
그래서 말도 못했는데. 너는 뭐야? 나랑 헤어져도 아쉽지않겠네?
나보다 다른여자가 좋아졌으면 예의상이라도 헤어지자고 했어야지.
나한테만 하는줄알았던 행동을 다른 여자한테 하고, 심지어 나한테 하지도 않던 행동을 다른 여자한테 하고있는거
보고있자니까 헤어지는게 무서웠다던 내 자신이 혐오스럽기까지했어 알아?"
울변을 토하다시피 소리지르다 주저앉아버렸다.
그동안 쌓였던 감정을 모두 토해냈더니 조금은 시원했다.
"..00아"
"...."
"너 좋아해 아직"
아직?
그걸 위로라고 해?
멈출줄 모르던 눈물이 멈춰섰다.
"그래서, 겨우 그말로 나랑 잘해보겠다고?"
"다 내가 잘못했어, 잘못했는데 너 싫어서 이런게 아니라는거 알잖아"
"..태형아"
"응"
"나 너가 무슨말을 하든 대답은 하나밖에 없어"
"..."
"헤어지자. 변명 그만해 구질구질하니까"
"아 00아.. 다시 진짜.."
아무말도 듣기싫었다.
울부짖듯 불러대는 김태형의 목소리에도 뒤 한번 돌지않고
쭉 걸었다.
그냥 쭉, 마음 가는대로 걸었다.
-RRR
김태형이네.
뭘 잘했다고, 뭘 할말이 더있다고.
"....응"
"어디야"
"우리사이에 어딘지 알아봤자 뭐해"
"내 생각이 짧았어. 걔랑 헤어지고오는길이야. 어디야 너"
분명 울먹이고 있었다.
어떤일이 있어도 울먹이거나 눈물 보인적 없던 네가,
나때문에 울먹이고 있었다.
"...."
"잘해줄게. 후회하지않게 해줄게. 다시 시작하자 나랑"
이런 말에 흔들리고 있는 나,
미쳐도 단단히 미쳤지
널 알게 된 이상, 이 미친연애는 반복될것이다.
*
안녕하세요ㅠㅠ! 반응이 좋아서
기분좋게 또 끄적였네요 ㅋㅋㅋㅋㅋㅋ
오늘 좀 결말같이 써지긴했는데,
아직 미친연애는 안끝났다는거.
암호닉은 조만간 공식신청받겠습니다!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신 독자님들 감동이에요ㅠㅠㅠ
앞으로도 열심히 올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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