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김태형] 뻔한 멜로디 02 - 인스티즈(instiz) 픽션 카테고리

[방탄소년단/김태형] 뻔한 멜로디 02 | 인스티즈

뻔한 멜로디 02

어제 김태형과 눈을 마주친 이후로 내 머릿속은 온통 김태형으로 가득했다. 갑자기 왜 나한테 이러는 건지 정말, 정말 모르겠어서 더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결국 아침밥도 못 먹고 학교에 온 나는 2교시가 끝난 지금에서야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박지민을 끌고 매점에 왔다. 매점 아주머니께 인사를 하고 언제나처럼 초코빵과 초코우유를 골랐다. 진짜 이 초코콤보 조합은 단 거에 정신 못 차리는 나에게는 환상의 조합이다.

" 어제 집에 가서 뭐했냐? 뭐 했길래 연락이 없어? "

" 잤지. 아파서 갔는데 자기말고 더 하겠냐. "

" 그럴 줄 알았긴 한데. 아, 그래도 문자 한 통이 없냐. 지민이가 탄소 걱정해짜나~ "

진짜 때리고 싶다. 어제부터 왜 안하던 애교를 시전하는지 모르겠지만 계속 저러다간 내 인생에서 단 한번도 누굴 때리는 데 쓰여보지 않은 주먹이 첫 개시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빵으로 배를 채우는 동안 박지민 라디오는 쉴 틈 없이 돌아갔고 전부 영양가라고는 1도 없는 이야기들이었지만 아침보다는 기분이 훨씬 나아졌다. 그리고 계속 생각해봤는데, 나는 김태형을 신경 쓸 이유가 없다. 내가 왜 김태형 생각을 하느라 내 시간을 낭비해야하지. 차라리 그 시간에 내사랑 문학 문제를 한 문제 더 풀겠어. 나는 자타공인 긍정왕 박탄소니까 김태형 생각은 이제 안하기로 했다. 음, 이제 좀 더 나은 것 같다. 근데 다음 교시가 무슨 과목이더라?

공교롭게도 빵으로 배가 아주 부른 내가 들어야 할 다음 수업은 동아시아사 시간이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었다. 두꺼운 동아시아사 교과서를 베개 삼아 꿀잠을 자는 수밖에. 아무리 생각해도 도토리쌤은 걸어다니는 수면제가 분명하다. 그렇지 안고서야 이 정도로 반 애들을 전멸시킬 수가 없다. 절대 내가 수업태도가 나쁜 게 아니라니까. 아, 잠에서 깬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하품이 나온다.

" 파리 들어가겠어, 파리. "

앗, 박지민의 기습이다. 하품 하느라 크게 벌렸던 입을 합하고 닫았다. 안그러면 또 저번처럼 내 손가락을 가져다 입에 넣을지도 몰랐다.

" 아, 왜 또. 왜 왔어, 왜. "

" 야 나 동아시아사 책 좀 빌려주.. 설마 이거냐? "

책 위에 엎드려 자느라 구겨진 동아시아사 교과서의 표지를 본 박지민이 경악했다. 나는 사람좋은 웃음을 지으며 지민이에게 책을 가져가라고 떠밀었다. 이렇게 흔쾌히 친구한테 책 빌려주는 사람도 드물거야. 흐흐.

" 진짜, 내가 옆 반만 아니었어도 너한테는 빌리러 안올텐데 서럽다, 서러워. "

" 잘 가, 박뿡~ "

투덜거리며 책을 가져가는 박지민을 가볍게 무시했다. 생각해보니 박지민은 나랑 같이 전관이고 박지민 친구들은 다 후관에 있었다. 그러게 누가 이과 친구들 두고 문과 선택 하랬나. 앞 문을 열고 나가는 지민이의 뒷모습을 보고 다시 책상에 엎드리려고 하는데 뭔가 허전했다. 아, 동아시아사! 그대의 빈자리가 크구려. 책상 밑 서랍에 손을 넣어 아무거나 집히는 책을 꺼내들었다. 오, 내사랑 국어책이다. 내 평균 등급을 올려주는 기특한 국어. 그렇게 국어를 찬양하다 다시 엎드려 잠의 나락으로 빠져들려고 하는데, 내 책상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또 무슨 일로 찾아왔을까. 책이 너무 더러워서 못보겠다? 아니면 다른 책 빌려달라고? 아니면.. 용건이 무엇이든지간에 나는 지금 너한테 아무것도 해주고 싶지가 않구나, 지민아.

" 탄소야, 나 책 좀 빌려줘. "

그럼 그렇지. 분명 시간표를 잘못본 게 틀림없다. 그래두 난 지금 잠이 와, 지민아.

" ..니가 중요하냐, 잠이 중요하지. "

" 응? 뭐라고? "

중얼거리긴 했어도 들리게 말하긴 한 거 같은데 왜 못듣니.. 너보다 잠이 중요하다고 말해서 그런거니? 하는 생각에 나는 다시 똑똑히 말해주기 위해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리고 느껴지는.. 숨결?

" ... "

" ... 국어 교과서 좀 빌려줄래? "

사람이 너무 깜짝 놀라면 말이 안나온다더니 옛말 틀린 거 하나 없다. 당연히 박지민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박력있게 들었던 고개가 무색하게도 내 눈 앞에는 김태형이 있었다. 그것도 부담스럽도록 가까운 위치에. 나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뒤로 뺐다. 그리고 이어진 정적 후에 김태형은 나에게 국어 교과서를 빌려달라고 말했다. 나에게. ..나에게? 왜?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김태형은 친구가 많다. 그리고 그런 김태형은 나랑 친구도, 그 무엇조차도 아니다. 그런데 왜 나한테?

"..."

" 고마워. "

머릿속은 해일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듯 혼란이 가득했지만 내 손은 주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느새 김태형에게 책을 건네주고 있었다. 책을 받은 김태형은 나에게 고맙다고 했다. 그리고 또 웃었다. 어제부터 시달린 김태형 생각을 떨쳐낸지 겨우 한시간 반이 지났다. 그리고 김태형을 내 머릿속에서 밀어내려고 했던 나의 노력들이 무색하게 또 다시 김태형은 무자비하게 내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다음 시간이 뭐였더라.

..국어 시간이네. 한숨이 나왔다.

분량에서 소금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