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난 거스러미를 뜯으려고 해도 깔끔하게 뜯기지 않아 상처가 나버린다. 하지만 가만히 놔두면 반드시 어딘가에 걸려 더 큰 상처를 입게 된다. 하지만 난 거스러미를 가만히 놔둘 수밖에 없었다. 거스러미 18년 지기 민윤기를 좋아하게 되버렸다. 그는 날 여자로 보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그에게 빠져버렸다. 작년, 지금같이 끈적한 날씨가 극성이었던 날이였다. 나와 그는 더위를 피하기 위해 도서관으로 갔었다. "여기 완전 시원하다. 내가 데려오길 잘했지?" "응 감사." "탄소 누나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해야지. 진짜 너 성의없ㄷ," "...어어?" 내가 그한테 따지려 고개를 돌렸다. 그 때 옆 아이들이 장난을 치다 넘어졌는 지 책장이 흔들리며 내 쪽으로 기울었다. 책장이 날 덮치려 할 때 온갖 생각이 들며 피하지 못하고 사고회로가 멈춰버렸다. 그 순간이었다. 책장은 무너지지 않았고 눈을 떠 주의를 둘러보니 그가 손으로 책장을 막고 있었다. 아이들은 놀라 어른들을 찾았고, 곧이어 사람들이 오더니 책장을 그에게 떼어내 바르게 세워놓았다. "괜찮냐 방탄소?" "너야말로 괜찮아...? 어깨는?" "아파죽을 것 같아." "진짜? 미안해..." "농담이야, 멍청아. 나중에 오빠한테 밥이나 사라." 처음에는 그저 두근대기만하는 심장에 단순한 감정이라고 느꼈지만 그것은 곧 사랑이었고, 나는 그에게 더욱 깊이 빠져들었다. "야 방탄소 얼른 나와라 진짜. 너 화장 해도 못생겼다." "아 조금만 기다리라고!" 나한테 성을 빼서 불러준 적이 없냐. 투덜투덜거리며 교복을 고쳐입고 집 밖을 나왔다. "나 지각하면 네 탓이다." "내가 뭐, 네가 기다려준거면서." "입만 살아가지고는." 아 내 머리! 그래도 못생겼어 너. 최대한 그에게 잘 보이려 예쁘게 꾸민 머리지만 그는 신경도 안 쓰는 것 같아 무언가 서러워졌다. 복도에서 헤어지고나서 나는 반에 들어가 자리에 앉고 가방을 베개삼아 잠을 청하고 있었다. 그렇게 잠을 자던 중 누군가 내 머리를 찔러 날 불렀고 그게 윤기인가 싶어 괜히 설렘을 느꼈다. "탄소야." "어... 채린아 왜?" 역시나 그는 나를 부를 일이 없었고 날 부른 사람은 같은 반이지만 친하지 않은, 그런 아이였다. "너 윤기랑 친하지." "응 그렇지, 근데?" "나 걔 좀 소개시켜주라. 너 걔 좋아해?" "...내가 왜? 아닌데?" 괜히 치부를 들키는 것 같아 나는 거짓말해버렸고, 결국 채린에게 번호를 넘겨주었다.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 그는 내게 찾아왔고 그의 표정은 화가 나 보였다. "야 너 내 번호 누구한테 알려줬냐." "ㄴ,너 폰 안 냈냐? 완전 양아치네." "썅, 장난치지 말고 불어라." "김채린이 알려달래서 알려줬어 뭐..." 그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내 책상을 발로 차고 반을 나왔고 나는 괜히 그와 사이가 틀어졌나싶어 후회했다. "야, 윤기야..." "뭐." "미안해..." "너답지 않게 뭔 사과냐. 넌 빨리 나 밥이나 사주라고." "아 알았어. 너 나 용서한 거다?" "알았다고, 그리고 오늘 우리 엄마가 너 데려오랬어 우리 집에서 밥 먹고 가." 의외로 그는 단순했고 그의 화는 생각보다 훨씬 쉽게 풀려버렸다. 오늘 하루는 기분이 좋았다. - 한가로운 일요일. 오랜만의 휴일이라 잠을 오래 자려했지만 옆집이 이사를 하는 건지 시끄러운 소음이 들렸다. 짜증이 나 머리 정리를 하지도 않고 밖을 나왔고 그 옆에는 상자를 들고 서 있는 한 소년이 보였다. "아, 누나가 방탄소?" "...네가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아?" "방금 아줌마한테 들었어요. 잘 부탁해요, 전 정국이에요 누나." *** 빠른 전개 죄송합니다 ㅎㅎ... 댓글 쓰고 포인트 돌려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