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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백도] 너의 시간 | 인스티즈

 

 

 

 

-봄입니다, 나는 아직도 그기억속에 머물러있어요. 여전히 당신이 그립고, 보고싶습니다. 강산이 한번 바뀔만큼의 세월이 지났으니, 이젠 잊혀질만도한데 아직 그럴 배짱은 없나봐요. 많은 것을 묻고싶어요. 내가 없는 당신의 시간과 당신도 아직 그 기억속에 머물러있는지 말입니다. 하지만 모든걸 미뤄두려고해요. 굳이 물을 필요도, 물을 수도 없단것을 아니까요. 너무 늦게 깨달았어요, 멈춰버린 당신의 시간을 말입니다.

 

 

 

 

백현의 어깨가 작게 흔들렸다. 젖은 목울대가 한두어번 울리더니 곧 울음을 멈췄다. 나는 너의 시간을안다. 학창시절을 함께 보냈고 청춘을 함께보냈다. 수많은 시간을 서로를 알아왔다. 수많은 시간을 사랑했고, 또 사랑했다. 단지 내가 모르는 너의 시간은 오로지 너의 마지막, 그 뿐이다. 차오르는 숨을 억누르며 달려왔을때엔 이미 차게 식어 굳어버린몸과 제 힘으로는 뜰수 없는 눈이 그를 실감케했다.  벌벌떨리는손으로 너를 보냈다. 멍한 얼굴로 너를 보냈다. 너를 내 가슴에 묻었다. 친구라는 명목하에, 나는 너를 보냈다. 너를 보내고 쫓기듯 고향으로 내려갔다. 그곳에 남은 미미한 너와의 추억들은 현실앞에 날 무릎 꿇게했다. 아 이게, 현실이구나 싶었다. 너는 더이상 이 세상의 것이 아님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그리고 이제 다시는 너가 내옆에 설수없음 또한. 그리고 다시 부랴부랴 서울로올라갔다. 당연한 것이지만 너가 없어졌는데도, 너가 이곳을 떠났는데도 위화감없이 돌아가는 사회에 다시 적응할 수 밖에 없었다. 너와의 사랑에서 이미 낙오되어 버린 내가, 유일하게 설 수 있는것이 이사회였다. 방향키를 잃은 배가 유일하게 정착할수있는 곳이었다. 비겁하게도. 너를 잊는것도 그렇게했다. 일에 빠져 하루를 살았고, 프로젝트에 치여 일주일, 길게는 한달을 살았다. 그 시간들을 살고나면 얻는것은 너의 부재에대한 공허함밖에 없더라. 그 사실을 알면서도, 내 시계는 그렇게 돌아갔다. 5년 즈음 지났을까. 나는 그제서야 너의 이름을 작게나마 부를수가있었다. 경수야, 하고 말하는 내 입이 낯설었다. 입안이 까끌거렸다. 그리고 함께 밀려오는 울림에 나는 또 울었었나. 그렇게 또 5년이 지나갔다. 치이고 치여 타들어갈때 즈음엔 왠지 니가 내 옆에있는것같더라. 그 믿음하나로 또다시 5년을 버텼다 하면 너는 믿을까, 아니면 코웃음 칠까. 사실 10년이 지난 지금, 오늘의 시간마저도 나는 너의 죽음을 인정할수 없다. 너가 이세상에 없는지도 벌써 10년이건만, 너와함께한 13년의 세월이 더 먼저고 더 길어, 나는 여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있다. 죽어버린 날갯짓이 또다시 떠올라 아렸다. 그 순간, 너가 그곳에 있지만 않았더라면. 나의 생일을 축하하려 서두르지만 않았더라면 상황은 조금 달라져있을까. 너는아직, 내곁에 있을까. 또한번 목언저리가 울컥했다. 쏟아내리는 빗줄기 마냥 울수밖에 없었다. 사고현장 목격자에게 들었다. 두개골이 심하게 손상되어 머릿골사이로 피가 줄줄 흐르는데도 너는 내이름만 한없이 불렀다더라. 백현아, 백현아. 하고 울었다더라. 입을 열기조차 힘들었을텐데도 너는 끝까지, 나를찾았다. 시계의 침이 자꾸만 반대로 돌아갔다. 한번 어긋나기 시작하더니 끝없이 어긋났다. 너가 모르는 또다른 나의 시간이 벌써  햇수로 10년, 개월로 240개월, 일수로 3,650일. 나는 너가 없는 시간을 살았다. 먼길을 돌아왔다. 무의미한 수천일을 살며 유일하게 깨달은것은, 니가 없는 내 시계또한 무의미하다는것. 10년을 헤매고 나서야 답을 찾았다. 너의 기일, 나의 생일. 그리고 너와 나의 또다른 기념일.

 

 

 

 

 

 

 

 

나는 여전히 그립고, 너가 보고싶다. 글솜씨가 없더라도 경수야, 들어주라. 섭섭해하지마. 너를 일상속에서 지웠대도 내 속의 너는 단하루도, 단일분도 잊은적이없어. 너 장례식 마치고 집에 돌아왔는데, 고작 그 3일이 뭐라고 니 온기를 벌써잃어버린 집이 쓸쓸하기만 하더라. 너가 남긴 체향. 그 체취하나 찾으려고 쉼없이 집안을 돌아다녔어. 옷장 속 니옷도그대로고, 평소에 요리를 즐겨하던 니가 남겨둔 반찬도그대로고 간지럽다면서 주문한 커플컵도 그대론데, 우리가 달라져버렸더라. 그렇게 하루를살고, 그하루들이 쌓여 벌써 10년이 지났어. 5년동안 이름한번 안불러줬다고 화난건아니지? 아닐거라 믿어. 경수야, 내 경수야. 한순간에 달라져버린 너와 나의 일상이 사무치게 그리워.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온전한 나의 일상이아니라, 우리의 일상말이야. 그래서 니가 싫어할것을 알면서도 가끔은 니 컵에 커피를 내려 마시곤해. 그러면 씩씩하게 달아오른 표정으로 너가 내게 올까봐. 경수야, 따뜻하게 입고, 잘먹고, 예쁘게 살고있어. 오늘의 시간은 나혼자 살테니, 내일의 시간은 우리 같이살자. 조금만 기다려주라.

 

 

 

 

 

마침내 시계가 부숴졌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대표 사진
독자1
백현이와 경수가 만나 함께한 곳에서 다시 한 번 가슴이 무너져 내렸을 백현이를 생각하니까 마음이 축축해요ㅜㅜ 오늘의 시간은 나혼자 살 테니 내일의 시간은 우리 같이 살자 이 대목에서 괜히 내가 다 눈물이 나고 그러네 청승 맞게ㅜㅜ 백현아 경수는 만났지? 오랜 시간 동안 못다한 말 늘어놓기에도 빠듯한 시간이겠다ㅜㅜ
12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우와...ㅈㅡ진짜 아련하고 슬퍼요ㅠㅠㅠㅠㅠ백현이가 경수를 많이 그리워하는거 같아여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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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왜이리ㅠㅠㅠ슬픈가요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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