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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방탄룸 손님과 랩모니 C | 인스티즈


C : 훈내쩌는 명문대생 둘







학교에서 돌아와 문을 열고 거실로 들어선 정국이 복도 끝에서 어렴풋이 들리는 묵직한 비트에 인상을 찌푸렸다. 정통 알앤비를 추구하는 정국으로썬 전혀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장르 중 하나가 바로 힙합이었다. 그런데 힙합한다는 사람이 바로 같은 지붕 아래에 있다니, 정국은 깊은 한숨을 내쉬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남준이 윤기님은 천재라며 오버하며 찬양을 해댔지만, 정국의 기준에 윤기는 이렇다 할 히트곡 하나 없이 몇 년째 시간만 허비하는 한심한 사람일 뿐이었다. 정원에서 노닥거리고 있어야할 남준과 랩몬이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산책을 간 모양이었다. 태형 역시 아직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지 않아 넓은 방탄룸 안에는 정국과 윤기 둘 뿐이었다. 거실 소파에 앉은 정국의 표정은 어둡다 못해 살벌했고, 희미했던 음악 소리가 아예 끊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윤기가 문을 열고 부엌으로 향했다. 윤기는 오랜 작업에 어깨가 뻐근한 지 기지개를 켜며 물 한 컵을 들이켰다. 오랫동안 자리에 앉아 일어나지 않아서인지 몸 구석구석이 찌뿌둥해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는데, 자꾸 뒤통수가 따가웠다. 직접 뒤를 돌아보지는 않고 살짝 곁눈질로 쳐다보니 소파에 앉은 정국이 불만스런 얼굴로 윤기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아직 방탄룸에 들어와 산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괜히 다른 입주자와 트러블을 만들었다가 또 쫓겨나기도 싫었고 일단 무엇보다 귀찮았기 때문에 윤기는 정국의 강렬한 눈빛을 무시하고 다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어제 저녁부터 밤을 새며 작업에 몰두해서인지 피곤함에 잠이 쏟아졌다.




**




호석과 석진은 대한민국 학생들이라면 누구나가 다 들어가고 싶어한다는 바로 그 명문대에 재학 중인 대학교의 선후배 사이였다. 유아교육과 청일점인데다가 특유의 밝고 붙임성 좋은 성격 덕에 수 많은 여학생들의 인기와 사랑을 받고 있는 호석과 수의학과 존잘남으로 SNS에서 꽤 유명인사가 된 석진이 어떻게 가장 친한 선후배 사이가 되었느냐하면, 둘은 바로 기숙사 룸메이트이기 때문이다. 일정 성적 이상만 입주가 가능한 기숙사는 수강 신청을 할 때와 같은 시스템으로 입주 신청이 가능한데, 바로 이 시스템 때문에 이 둘은 떨어져 살게 될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학기가 바뀌면서 다시 입주 신청을 해야했는데 신청 전 날 호석은 고등학교 동창회에 참석했고 때문에 평소 즐겨 마시지 않는 술을 분위기에 취해 거의 들이붓는 수준으로 마셨고 다음 날 점심 시간이 다 되어서야 겨우 눈을 떴다. 호석이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입주 신청은 마감되었고 놀란 호석은 바로 기숙사 사감에게 달려가 어떡해야되냐, 나는 지방에서 올라와서 갈 곳도 없다, 진짜로 나가야되냐, 한 번만 도와달라 애걸복걸했지만 사감은 단호하게 안된다는 대답만을 남겼다. 결국 절망한 호석은 방으로 올라가 우울한 분위기를 뿜어내며 천천히 짐을 쌌다. 점심을 먹고 돌아온 석진은 금방이라도 울 듯한 호석을 보고 깜짝 놀랐다가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는 침착하게 물었다.


"…그러니까, 입주 신청을 못해서 나가야 되고, 그래서 짐을 싸고 있는거야? "

"네…. "

"여기 나가면 갈 곳은 있고? 너네 집 광주잖아. "

"일단 짐부터 싸놓고…, 알아보러 가야죠. "


같이 2년동안 꼬박꼬박 룸메이트를 하면서 거의 처음 보는 호석의 우울한 표정에 석진도 덩달아 마음이 아렸다. 지방에서 올라와서 갈 곳도 없는데다가 집안 사정도 넉넉치 않아 밤을 새워가며 열심히 공부해 장학금을 놓치지 않으려하고 실제로 장학금을 항상 휩쓸어가는 호석이었다. 석진이 말 없이 호석의 짐을 같이 정리해주다가 갑자기 자신의 물건들도 꺼내와 상자에 같이 담기 시작했다. 놀란 호석이 석진을 쳐다보자 석진이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너랑 나랑 룸메이트잖아. 네가 나가면 나도 같이 가야되지 않겠어? "

"형……. 저 진짜 감동…. "

"너 말고 다른 애 들어오면 어색해서 어떡하냐. 좀 있음 졸업인데 또 다시 친해지려고 애쓰기 싫거든. "

"…형……. "

"왜? "

"제가 진짜 형 사랑하는 거 알죠? 진짜… 와, 형…. "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는 호석을 보며 석진이 밝게 웃었다. 이게 뭐 별 거라고 감동을 받냐.




**




간단하게 짐을 싸놓은 호석과 석진은 기숙사를 나와 밖으로 향했다. 마침 석진도 오전 수업밖에 없었고 호석도 공강이라 시간은 넉넉했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다가 지방 출신이라 서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학교 주변 외에는 거의 가 본 적 없던 호석은 방금 상경한 사람처럼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석진의 뒤를 졸졸 따랐다. 석진 역시 오랜만에 가는 길이라 바뀐 것이 많아 헷갈려 가끔 가다 멈칫거리며 주변을 둘러보곤 했다. 그렇게 부동산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데 둘의 옆으로 후줄근한 옷을 입은 남자와 하얀 강아지가 지나갔다. 동물과 아이를 굉장히 좋아하는 호석과 수의학과답게 동물에 대한 애정으로는 쉽게 지지 않는 석진의 발걸음이 강아지를 보자마자 멈췄다. 아무리 그래도 처음 보는 강아지를 주인 앞에서 함부로 만질 자신이 없던 석진은 마냥 쳐다보기만 하는데, 생각보다 행동이 먼저 앞선 호석이 해맑게 웃으며 쭈그려앉아 강아지를 쓰다듬었다.


"얘 진짜 예쁘다~ 이름이 뭐예요? "

"랩몬이요. "

"랩몬? 이름 특이하네…. 진짜 예뻐요. "

"예쁘죠? "


제가 고등학생 때부터 키웠는데 진짜 누굴 닮아서 이리 예쁜지…. 일단 절 닮은 것 아닌 것 같아요. 남준은 한창 랩몬이 자랑에 빠졌고 호석은 그 얘기를 입까지 헤, 벌린 채 감탄하며 듣고 있었다. 석진 역시 목줄 없이도 가만히 앉아 눈을 반짝거리는 랩몬이를 보며 교감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남준의 랩몬이 자랑을 듣다가 정신을 차린 석진이 호석을 약하게 툭툭 치며 말했다.


"호석아, 슬슬 가봐야 될 것 같은데. "

"아, 맞다. 처음 보는 분 너무 오래 잡아놓은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는 호석에 남준은 어색하게 웃으며 괜찮다는 말을 전했다. 나 혼자 떠들었는데…. 다시 부동산을 향해 가던 길을 가는 호석과 석진의 뒷모습을 잠깐 멍하니 바라보다가 둘을 불러세웠다.


"저기요! "

"…네? "

"저, 그 쪽 길로 들어가면 부동산말곤 갈 데 없는데. 혹시 부동산 가는 길이세요? "

"네…. 그런데요? "

"사실 제가 방탄룸이라고, 하숙집을 하나 운영하고 있거든요. "


괜찮으시면 보러 오실래요? 저 부동산 아저씨랑도 친해요, 저. 아무 의심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잘됐네요, 하는 호석과 달리 석진은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냈다. 일단 호석이 가보자고 하니 별다른 말 없이 남준의 뒤를 따랐지만 여차하면 바로 경찰에 신고할 마음을 먹었다. 호석은 남준을 따라가면서도 랩몬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런 점 때문에 석진은 제 룸메이트이자 가장 친한 동생인 호석이 항상 걱정이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 따라오라는데도 의심없이 좋다고 따라가는 것하며, 아이와 동물을 보면 좋아서 정신을 못 차리는 것하며…. 나쁜 것은 아니지만 요즘 세상에 사기 당하기 딱 좋은 순수하고 맑은 아이라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다. 사실 기숙사에서 나가게 된 호석을 따라 나온 이유 중 하나도 호석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같이 룸메이트로 지내는 동안에 호석은 길거리에서 붙잡혀 다단계 회사에 끌려갔다가 석진의 도움으로 겨우 빠져나온 적이 있었고, 학교 축제때마다 항상 여자 선배들에게 끌려가 술집 어딘가에서 춤을 추고 있는 것을 데리고 나와야만 했다. 석진의 시선으로는 남준은 외모하며 의상하며 믿음이 가는 구석이 없었다. 게다가 방탄룸으로 가는 길은 도시에서 보기 흔치 않은 숲이 우거진 오솔길이라 더욱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저번엔 다단계더니 이번엔 인신매매인가…? 석진이 제 앞에서 헤헤거리며 걸어가는 호석의 팔을 잡아 제 옆으로 나란히 걷게 했다. 그렇게 몇 분 정도 걷자 방탄룸이 보였고 석진의 옆에 있던 호석은 방탄룸을 보자마자 감탄을 쏟아냈다.


"와, 진짜 예쁘다! "

"저희 부모님이 물려주신 집이에요. "

"…아…, 돌, 아가셨어요…? "

"지금쯤 하와이에 계실 것 같아요. "

"예? "

"여행 가셨거든요. "


Aㅏ…. 호석의 눈가가 촉촉해지려다가 다시 건조해졌다. 괜히 민망해진 호석은 더 오버해서 방방거리며 집 구경 좀 시켜주세요! 하고 웃었다. 석진은 그래도 꽤 멀쩡해보이는 집의 외관에 진짜로 하숙집인 게 맞는 것 같아 조금씩 경계를 풀어나갔다. 집 안으로 들어서자 소파에 앉아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던 정국이 놀라 벌떡 일어났다.


"정국이 집에 있었네? "

"오늘 알바 쉬는 날이라서요…. "


정국은 말끝을 흐리며 남준의 뒤에 멀뚱히 서 있는 호석과 석진을 힐끔힐끔 쳐다봤다. 정국은 분명 SNS에서 떠도는 석진의 사진을 몇 장 본 적이 있었다. 다만 몹쓸 기억력 때문에 기억하지 못할 뿐이었다. 정국이 눈을 도로록 굴리는 것을 본 남준이 어색하게 웃으며 뒤를 돌았다.


"집 구경 시켜드릴게요. 어디부터 보실래요? "


저기는 정원인데 제가 만든 텃밭도 있어요. 저기가 부엌이고 저기가 서재고…. 아, 저 방은 들어가시면 안돼요. 작곡가님이 계셔서…. 남준이 호석과 석진을 데리고 방탄룸 이곳저곳을 소개해주는 동안 호석은 리액션을 안 하면 죽는 병에 걸린 듯 남준이 말을 꺼낼 때마다, 다른 방의 문을 열 때마다 감탄사를 남발했다. 처음에는 의심에 가득 찼던 석진도 집이 꽤나 마음에 드는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친절한 남준의 태도에 잠깐이나마 남준을 의심한 것에 대한 미안함도 조금 생겼다. 집 구경을 끝내고 호석은 거실에 엎어져있는 랩몬이를 콕콕 조심히 찔러보며 아이처럼 즐거워했다. 딱히 할 일도 없던 정국은 꺄르륵거리는 호석을 가만히 쳐다봤다. 별로 하는 것도 없구만 왜 저렇게 즐거워하지? 석진은 남준과 계약에 대한 얘기를 한참 나누다가 학교와 거리도 먼 것 같지 않고, 시설도 좋고, 랩몬이도 귀엽고, 가격도 괜찮고…. 이보다 좋은 조건의 집은 찾기 힘들 것 같아 계약을 하기로 했다.


"언제쯤 들어오실 생각이세요? 어차피 내일 부동산 가서 계약서 제대로 써야 되긴 하는데, 오늘 바로 들어오셔도 돼요. "

"아, 그럼 내일 오전 중으로 짐 가지고 올게요. 호석아, 가자. "


호석이 아쉬운 듯 랩몬이를 두어 번 더 쓰다듬고는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거 참 근래 보기 드문 예의바른 청년일세, 허허. 아직 호석이 저와 동갑인 것을 모르는 남준이 어르신 마냥 허허거리며 웃었다. 많이 피곤했는지 랩몬이가 호석과 석진이 나가자마자 소파 위로 올라가 몸을 축 늘어뜨렸다.




**




윤기가 올해가 시작된 이래로 가장 행복해보이는 표정을 하고 나타났다. 거의 처음 보는 듯한 윤기의 미소에 정국은 당황스러웠지만 애써 표정을 숨기며 밥을 우물우물 씹었다. 정국의 옆자리에 앉아 밥을 먹던 태형이 밝은 얼굴의 윤기를 보고 눈을 꿈뻑거리다가 궁금증을 못 참겠는지 입을 열었다.


"형, 어디 가길래 그렇게 꽃단장을 하세요? 주말인데 여자친구 만나러 가시나? "


태형의 말에 윤기는 잠시 자신을 찼던 전 여자친구가 갑자기 떠올라 얼굴을 굳히고 행동을 멈췄다가 금세 다시 미소를 보이며 머리를 손질했다.


"여자친구 아니고. 저번에 어디 곡 하나 보냈었는데 곡 좋다고 와서 얘기 좀 하자고 해서. "

"오! 민피디님 곡 계약 하시는 거? 헐, 대박. 형 나중에 음원차트 1위하면 친구들한테 자랑해도 돼요? "

"그러던지. "


평소같으면 니가 뭔데, 하며 욕을 했을 윤기지만 기분이 거의 최고조인 상태라 태형의 헛소리에도 유한 반응을 보였다. 정국은 아직도 윤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방탄룸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썼던 곡이 보내자마자 연락이 오다니, 윤기는 방탄룸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옷 매무새를 다듬었다. 그래봤자 평범한 흰 티에 청바지, 빨간 컨버스 하이였지만…. 나갈 채비를 마친 윤기를 남준이 위 아래로 훑어봤고 갔다올게, 하며 밖으로 나서는 윤기를 계속해서 주시했다. 평소 남준의 취향을 너무 잘 아는 태형은 남준을 비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형. 윤기 형 남자거든? "

"알아. "

"윤기 형 나갔어. "

"알아. "

"흰 티에 청 반바지에 빨간 컨버스 하이? 반바지가 아니어서 탈락이네. "

"더 이상 하면 밥 안 준다. "


능글거리던 태형의 입이 닫히고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한 정국이 옆에 앉은 태형을 약하게 콕콕 찔렀다. 무슨 말이에요? 그러자 태형이 남준의 눈치를 보다가 제 휴대폰을 꺼내 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 형 22년 인생 불변의 이상형. 흰 티에 청 반바지에 빨간 컨버스 하이. 보면 정신 못 차려. ]


정국은 처음 남준을 봤던 날의 제 예감이 맞았던 것 같은 불안함에 들고 있던 젓가락을 놓았다. 배고픔에 놓자마자 다시 들긴 했지만…. 윤기가 나가고 몇 시간이 흘렀을까, 점심 시간이 가까워 올 때쯤 석진의 차가 방탄룸 앞에 대충 주차되었고, 호석이 오자마자 방방거리며 랩몬이를 찾았다. 새 입주자에 기뻐 달려나갔던 남준은 저보다 랩몬이를 반기는 것 같은 둘의 모습에 살짝 우울해졌지만 아닌 척하며 짐 옮기는 것을 도왔다. 둘은 방탄룸에서 유일하게 2층 침대가 있는 2층 맨 끝방을 선택했다. 호석은 계속 룸메이트로 지내서인지 둘이 같이 있는 게 편하다며 다른 방을 추천해주는 남준에게 정중하게 말했다. 공부를 잘해서인지 짐들 중 책이 차지하는 공간이 꽤 많았다. 남준은 고등학교 시절, 저도 공부는 꽤 잘 했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석진의 전공 서적을 살짝 펼쳐보다가 대충 훑어만봐도 복잡해보이는 원서의 내용에 언제 펼쳐봤냐는 듯이 태연하게 책을 덮었다. 역시 대학 안 가길 잘했어.




**




아침에 방탄룸을 나설 때와는 달리 윤기의 기분은 최악이었다. 혹시나 늦을까봐 오랜만에 운전대를 잡고 나오기까지 했는데, 저를 부른 회사의 관계자들은 기가 차는 소리들만을 내뱉었다. 회사의 소속 아이돌 중 하나가 곡 작업을 배우고 있는데, 실력이 좋은 편이 아니라 아직 곡 참여를 할 수준은 아닌데 다음 앨범에 직접 참여한 곡이 들어갈 것이라는 기사를 이미 냈으니 윤기가 만든 곡에 참여를 한 것으로 표기만 해놓자는 제안을 했다. 저가 밤새워 머리 싸매 만든 곡을 손가락 하나 까딱 하지 않은 웬 아이돌이 참여한 것처럼 이름을 올리겠다니, 윤기는 입 안 가득 담긴 수 많은 욕들을 차마 내뱉지는 못하고 어색하게 웃으면서 거절했다. 다시 운전대를 잡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차오르는 분노를 겨우 꾹꾹 눌러담고 있었다. 이번에는 좀 일이 잘 풀리는 줄 알았더니…. 윤기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방탄룸 근처에 다다랐을 때쯤, 처음 보는 자동차가 윤기의 시야에 들어왔다.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보통 계속 그 자리에 항상 주차를 하다보면 '내' 자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다른 사람이 주차하는 모습을 보면 왠지 모르게 화가 나는 경우가 있는데, 지금 윤기가 딱 그랬다. 게다가 주차한 위치도 애매해 윤기가 주차하기가 불편해졌다. 방금까지 차오르던 화를 겨우겨우 참고 있던 윤기는 결국 폭발해 어렵게 차를 주차하고는 자동차 안에 있던 볼펜과 구겨진 종이를 가지고 내려 대충 글씨를 휘갈기고는 뿌듯한 표정으로 저를 방해하던 자동차 앞 유리에 붙여놓고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으로 들어서자 김형제들과 정국, 그리고 호석과 석진이 거실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사실은 뭐가 그리 신나는지 들뜬 호석과 태형만 떠들고 있었지만 남준과 정국, 석진도 대답은 하지 않지만 둘의 얘기를 들어주고는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의 존재에 윤기가 경계의 눈빛을 보내며 남준에게 다가가 어깨를 툭툭 쳤다. 다녀왔어.


"어, 형! 잘 다녀오셨어요? 어떻게 됐어요? "

"말 꺼내지마. 기분 뭐 같으니까. "

"아…. "


잘 안됐구나. 남준이 쭈뼛거리며 여기 앉으세요, 하며 몸을 옆으로 옮겨 빈 자리를 만들어줬다. 딱히 할 일도 없고 기분도 별로라 그냥 그 자리에 앉은 윤기가 눈을 반짝거리며 저와 남준을 번갈아쳐다보는 호석과 저를 자꾸 힐끗거리며 눈치를 보는 석진을 쳐다봤다. 어색한 기분에 옆에 앉은 남준에게 눈치를 주자 남준이 아, 맞다. 하며 입을 열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처음으로 다 모인 방탄룸 식구들에 남준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뻘쭘해하는 윤기와 석진, 호석에게 서로를 소개해줬다.


"잘 부탁드려요, 형이라고 불러도 되죠? "


생글생글 예쁘게 웃는 호석에 윤기도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와 옅게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방탄룸 식구들에게 붙임성 좋게 다가오는 호석과 달리 석진은 아직 시간이 좀 필요한지 여전히 어색함이 묻어나 있었다. 사실 만난 지 하루밖에 안됐는데도 저렇게 친근하게 대하는 호석이 특이한 경우였지만…. 그래도 호석과 태형 덕분에 어색한 분위기는 꽤 활발해졌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요함과 적막만이 가득했던 방탄룸이 조금씩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





"이게 뭐야……? "


학교 도서관을 가기 위해 아침 일찍 나서던 석진이 제 차 앞 유리에 붙여진 종이를 보고 제 눈을 의심하며 손으로 눈가를 비볐다가 뺨을 때렸다가 팔뚝을 꼬집었다가 별 짓을 다 해봤지만 제 눈 앞의 종이는 현실이었다. 


'차를 개좆같이 대놨네'


의심많고 소심한 성격에 은근히 담아두는 타입인 석진은 겉모습과는 달리 의외로 유리멘탈의 소유자였다. 덕분에 제 손에 들린 종이를 보고 멘탈이 와장창 무너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혼자 부들부들거리다 집 안으로 들어가 아침을 먹고 있는 식구들에게 석진이 울먹이는 듯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 차에…, 이런 게……, 붙어 있었어…. "

"이게 뭐예요? "


석진이 떨리는 손으로 종이를 호석에게 건넸고, 호석 주변으로 태형과 남준이 다가가 같이 종이에 적힌 글을 보더니 한 명씩 비난의 말을 쏟아냈다. 진짜 못됐다. 나빴다 진짜…. 밖에서 들려오는 소란스러운 소리에 잠에서 깬 윤기가 머리를 긁적이며 느릿느릿 식당으로 향했다. 뭔데 아침부터 시끄럽냐….


"왜, 뭔데? "

"윤기 형, 이것 좀 봐봐요. 누가 석진이 형 차에 이런 걸 붙여놨대요! "


태형이 호들갑을 떨며 보여준 종이는 어제 자신이 화가 나 휘갈긴 글씨가 적힌 구깃구깃한 종이였다.


"대체 어떤 못된 사람이 이랬을까요? 진짜 지옥갈거야. "

"…………. "


윤기는 말 없이 숟가락을 들고 밥을 입 안으로 넣었다. 난 모르는 일이야…. 존나 가만히 있어야지….




**

방학이 끝나가능... 슬픈... 고사미... 또륵

는 수시파!^^ 자소서 써야징

다음편이면 드뎌 짐인까지 등장 일곱명 입주가 끝나네여

어차피 개학하면 당분간 못 올 거 같아서 세이브 해놓은 거 다 올려놓고 감 8ㅅ8

아 지민이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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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47.31
선댓
8년 전
비회원147.31
아닛! 라니.. 아 진짜 저 예지력 상승했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민윤기가 그렇게 써놓을줄 알았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벌써 지민이 보고싶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방탄룸
개인적으로 설정짤때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게 지민이... (소근소근) 이제 개학이라 쵸큼 늦을 거 같지만...ㅎ 댓글 감사드려용 ♡
8년 전
비회원139.77
저거 윤기 쪽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너무 웃겨요ㅋㅋㅋㅋ 재밌는 하숙생활이 될거 같네요!
8년 전
방탄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차개잣 짤 보자마자 이건 민윤기다 민피디다 하고 꼭 넣어야겠다 했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댓글 감사합니다! :)
8년 전
비회원129.20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나민피디님정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건뭔캐릭터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잘어울려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짱짱
8년 전
방탄룸
헷 감사합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급하게 써서 두서없는 글인데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8년 전
비회원58.61
빨간 컨버스 하이! 에 비집고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ㅋㅋㅋㅋ 재미있어요. 캐릭터들 전부 다 통통튀고 너무 매력있는 것 같아요. 시무룩해하며 종이 들고 들어가는 석진이나, 모른척하는 윤기나, 트레이닝복을 고집하는 남준이나, 살가운 호석이나, 솔직한 고딩다운 정국이나, 감초같은 매력의 태형이나ㅋㅋㅋㅋㅋ 지민이는 어떤 캐릭터일지 너무 궁금해요ㅠ 다음화 기다리고 있을게요.
8년 전
방탄룸
흐앙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당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음화는 쵸큼 늦을거같지만... 기다리시는 독자님이 계시니 최대한 빨리 오도록 노력해볼게요 ❤️ 감사합니당
8년 전
독자1
민ㅋㅋㅋㅋㅋ윤ㅋㅋㅋㅋㅋㅋ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모르는 일이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핵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가님 자음만 붙이고 가서 미안해요.
너무 재밌어서 그걸 표현하려는 마음에..

8년 전
방탄룸
아니에요 ㅠㅠㅠㅠㅠ 저도 자음남발 좋아합니당 허허 노잼인 글인데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 ㅠㅠㅠㅠ
8년 전
독자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작가님센스 짱ㅋㅋㅋㅋㅋㅋ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운기 귀여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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