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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남준은 자신에게 등을 지고 노트북에 열중하고 있는 윤기를 건드린다. 그는 이미 TV 프로그램을 틀어놓고 있었지만 보면 볼수록 따분한 방송이라고 생각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저 제 옆의 부슬거리는 머리칼이 계속해서 그의 흥미를 끌었다. 

 

 

"민윤기." 

 

 

그가 몇 번이고 불러보았지만 윤기는 응, 이라던가 어, 라던가 혹은 작은 고갯짓조차 보내주지 않아서 남준은 상당히 답답한 상태였다. 안 그래도 나른한 주말 오후인데 뭐하나 재밌는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적적한 상태. 윤기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분명하다. 마침 여동생도 친구네 집으로 파자마 파티를 하러 간 상황이기도 하고 말이다. 

 

 

"..주말인데 안 쉬어요?" 

 

 

참다못한 남준이 삐걱이는 가죽 소파에서 간신히 일어나 윤기의 어깨에 양 손을 올리고는 제 쪽으로 몸을 틀었다. 

어어, 하고 중심을 잃을 뻔한 그가 남준에게 버럭, 하고 소리를 친다. 

 

 

"뭐야!" 

 

 

그의 태도에 황당함을 느낀 남준이,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TV 프로그램을 끄고서 윤디와 똑바로 마주본다. 그가 다시 고개를 틀어 제 일에 집중하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남준이 그를 쉽게 놓아줄리가 없다. 그의 양쪽 어깨를 잡은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가게 할 뿐이다. 

 

 

"오늘이 무슨 날이야." 

 

 

남준이 윤기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문을 열었다. 

무슨 날, 이냐고. 남준은 무언가 알고 말하는 듯 보였지만 윤기는 전혀 모르는 눈치다. 그의 눈동자가 불규칙적으로 흔들리면서 귀 끝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아마 남준 때문이리라. 정식으로 교제하기로 마음먹고 동거까지 발전하게 된 지 불과 한 달 밖에 지나질 않아서 윤기는 여전히 남준의 존재가 낯뜨겁고 어색하기만 했다. 그래도 좋은 마음이 그보다 더 커서 이렇게 그의 곁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오늘?" 

 

 

"그래." 

 

 

윤기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다. 그가 잘 기억나지 않는 것을 생각해낼 때면 늘 나오는 버릇이다. 남준이 그런 그를 보고 어이없다는 얼굴을 하며 그의 미간에 손가락을 얹고 꾹 눌렀다. 

 

 

"뭐, 뭐하는 거야." 

 

 

"겨우 고쳤나 했더니...또 도졌잖아요." 

 

 

윤기가 아, 하더니 제 입을 오른손으로 막고서는 고개를 돌렸다. 이전보다 귀 끝이 더 발갛게 변해 있다. 늘상 있는 스킨쉽에도 점점 의식하게 되는 자신을 걷잡을 수 없다는 듯, 이내 체념하고서는 입을 막았던 손을 내린다. 이번엔 그가 남준을 똑바로 쳐다보며 입을 연다. 

 

 

"오늘이 무슨 날인데." 

 

 

아무리 생각해내려고 해도 기억이 안 나서, 그는 결국 남준에게 되묻는 방법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우스운 모습이었지만 그와 달리 남준의 표정은 그런 윤기가 한심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다. 

 

 

"...일만 하고 사니까 이 모양이지." 

 

 

남준은 윤기에게서 손을 떼고 소파에 바로 앉아 TV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너," 

 

 

가만히 무언갈 생각하는 듯 미동이 없던 남준이, 그를 멀뚱멀뚱 쳐다보다 다시 노트북으로 눈을 옮기는 윤기의 머리에 손을 얹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정말 바보네요." 

 

 

바보, 라는 말에 윤기가 발끈하며 그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선다. 왜, 하고 물으며 씩씩거리다가도 노트북에 뜬 메신저 때문에 방으로 들어가버리는 그를 선뜻 따라나서지 못한다. 

 

 

 

 

[처리할 사항 보냈어요, 주말인데 수고가 많으십니다. 부탁드려요.] 

 

 

 

 

노트북 구석에 띠링, 하고 뜬 알림이 야속하게 느껴져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윤기였다. 

 

 

 

 

 

*** 

 

 

 

 

"에휴,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도대체." 

 

남준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와 침대 끝에 살짝 걸터앉으며 중얼거렸다.  

 

 

"자기 생일인 것도 잊어버리고 말이야." 

 

 

답답하고도 우스운 마음에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담배를 찾던 그의 머릿속에, 집 안에서 담배는 절대 금지! 하고 양 팔로 엑스자를 그리던 여동생의 얼굴이 스쳐지나간다. 

피식 하고 바람빠진 웃음을 짓던 그가 나른함을 이기지 못하고 침대에 벌러덩 드러눕는다. 삐걱 하고 침대가 움직이자 그는 순간 얼굴에 열이 확, 하고 올라왔다.  

 

 

"..하여튼." 

 

 

그거 한 지도 얼마나 됐더라, 라고 중얼거리며 입을 가리는 남준의 모습이 아까 윤기의 모습과 똑 닮았다. 동거하기 시작한 초반엔 이 침대에서, 그러니까 자신의 침대에서 거의 매일 밤을 달구곤 했는데 요즘따라 윤기가 신간과 영화제작 확정때문에 일에 치여 정신없어 하는 탓에 요 며칠간 그의 몸을 보지도 못한 상태였다. 

남준은 팔을 들어 자신의 눈가에 올려놓은 뒤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서프라이즈라도 해야 하는 건가' 

 

 

오래 전에 사별한 여자친구 이후로 여동생의 깜찍한 생일만 챙겨왔던 터라 그는 이런 것에 익숙치 못했다. 애들같은 파티라면 나도 자신은 있는데, 라고 생각하다가도 머리를 부비적거린다. 그런 게 통할 리 없다. 상대는 남자 성인인 걸. 어떻게든 그는 윤기와 동거 후 처음 맞는 생일을 조금이라도 특별하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누구나 그러니까,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그게 당연한 마음이니까. 

 

 

"답답한 사람이란말야." 

 

 

윤기와 마찬가지로 그도 자신의 노트북을 열고 전원 버튼을 꾹 눌렀다. 뭐라도 검색해 볼 심산이다. 그는 윤기의 웃는 얼굴을 상상하며 입가에 미소를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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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윽... 사랑인 건가요? 이게 바로 라부...? 생일도 까먹고 일에만 집중하는 윤기가 정말 정말 현실성이 터집니다 진짜 ㅠㅠ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파티를 어떻게 해 줘야 할지 고민하는 남준이가 너무 예뻐요 ㅠㅠ 아니 뭐 물론 애들 장난 같은 남준이 스킨십에도 얼굴 붉히는 윤기도 물론 사랑스럽지만 남준이가 그런 윤기를 다 알면서 예뻐해 주는 것 같은 느낌이라 더 더 달달하네요 행쇼해라 이것들아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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