ㅋㅋㅋ그래서 지금 전화 가능해?
오후 10시 47분
이 시간 즈음만 되면 물어오는 항상 똑같은 질문에 이제 포기하고 어깨를 으쓱일 정도가 되고야 말았다. 매너가 몸에 밴 사람처럼 괜찮다고 해도 내일 또 똑같이 물어올 전정국인걸 수 번의 경험이 머리에서 외치듯 했다.
전화 컬러링이 울리기 시작하면 떨림과 동시에 익숙함이 찾아왔다. 지난 몇 달간 들어온 익숙한 노래, 그리고 지난 몇 달간 들어온 익숙 해 지지 않을 목소리. 버릇인지 매번 너는 전화를 느긋하게 받곤 했다. 그게 심장을 더 두근거리게 깨웠고. 주체 못 할 전신을 휘도는 감정에 손톱 밑을 가볍게 꾹꾹 누르고 있을 때 즈음 컬러링이 끊기고, 고요하던 적막에 네 목소리가 얹혔다.
" 여보세요. "
" 너, 당연한 걸 왜 물어. "
" 언제는 내가 안 묻고 전화한 것처럼 말하네. "
사귀고 얼마간부터 너와 내 하루의 마무리는 잡으면 손을 조금 넘어서지만 그래도 작다면 작은 핸드폰 하나로 서로의 목소리를 주고받는 게 보통 일상이었다. 오늘은 어떻게 보냈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또 내일은 뭘 할건지. 가끔은 통화가 끝난 뒤 손이 오그라질 정도의 단 말도 속삭이는. 아주 보통의 너와 나의 연애사.
" 진짜로. 아, 근데. "
" 어? "
" 너 컬러링 바꿀 생각 없어? 나랑 같은 거로. "
사귄 지는 몇 달인데 딱히 너와 내 사이를 표를 낼 만한 형식도 없어 초조해질 참이었다. 어쩌다 거리를 지나치면 한창 이벤트하고 있던 커플 시계가 눈에 보이기도 했고, 길거리 노점상에서 나란히 둥글게 놓인 커플 팔찌가 탐이 나기도 했다. 그러다가도 조금만 더 참으면 너와 마음껏 누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내리누르던 욕심이었는데….
벅찬 기분에 내가 한참을 말없이 있었던지 조심스레 물어오는 말이 들렸다. 싫어?
" 야, 당연히…. "
" 당연히? 왜 말을 끊고 그래. "
" …좋지. "
덤덤히 말해 놓고도 할 수만 있다면 온 동네에 외치며 자랑하고 싶을 정도였다. 나 쟤랑 연애하고, 쟤랑 컬러링도 맞춘 사이에요! 손을 부들부들 떨며 나이스한 기분을 마음껏 느꼈다.
" 노래는 내일 맞출까? "
현실로 고개를 끄덕이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바로 대답한 뒤, 다시 자리에 주저 앉아버렸다. 커플 컬러링이라니. 커플 컬러링. …커플.
주체할 수 없는 입꼬리에, 기분에 이대로 밤새 통화를 할 수 있겠다던 생각도 잠시 긴장이 풀리자 마자 몸도 같이 노곤하게 풀렸다. 무던히 티를 안 내려 노력했는데도 너는 어째 내 노력도 모르고 금세 알아내는건지.
" 졸리면 빨리 자라. "
" 너랑 통화 조금만 더 하고 싶은데. "
시무룩한 목소리로 보채는 목소리에 픽 웃다 이내 목소릴 낮추고 가만가만 아이를 어르고 달래는 듯한 목소리에 넘어가 못내 수긍하는 듯 작게 응답하며 침대 위로 올랐다. 아침에 눈 뜨면 또 볼 거잖아. 그치?
" 알았어. 너도 금방 자야해? "
" 그럼. 너 자는데 내가 놀 사람이 어디있어. "
그래, 나 아니면 누가 너 놀아주겠어. 그치. 뿌듯하게 말하곤 킥킥대며 웃다가도 졸음을 이기지는 못하는 듯 간간히 말이 늘어지고 끊기길 반복했다.
" 자, 자자. 누웠어? 눈 감고. 내 목소리 들어야하니까 폰은 내려놓지 말고. "
" 알았어, 알았어. "
" 잘 자고, 내일 보자. "
말 끝으로 가볍게 들려오는 쪽, 뽀뽀 소리가 부드럽게 꿈 속으로 가라앉을 수 있도록 미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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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처음 뵙습니다! 이렇게 처음 글을 쓰네요.
사실 제가 길게 연성하는 연성력이 부족하기도 하고 순 제 만족으로 쓰는 글이라 식으면 중간에 끊어버려서
올리는 글은 이렇게 각 글이 연관성 거의 없이 분량 왔다갔다하는 조각 단편으로 ^0^...
쓰고 싶은 글이 생길 때 마다 열심히 써 보려고 해요.
아마도 다음은 피스틸버스로 찾아 뵙게 될 지도 모르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