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OR BUS ; 소울메이트를 만나기 전 까지는 세상이 흑백으로만 보이다가 만난 후에 색깔이 보이는 세계.
“아가, 네 눈은 아주 따뜻한 고동색이란다.”
어릴 때의 기억에 의존해 떠올려보는 엄마는 내 머리를 가만 쓸어 만져 주며 하루에 한 번 이상은 나에 대해 조곤조곤 말하곤 했다. 정확히 말해서는 나의 대해서가 아닌 내 주변에 둘러진 색에 대해서. 어느 날엔 머리 색을. 또 어느 날엔 입은 옷의 색. 또는 키우던 강아지의 색. 꽃의 색. 지금까지도 가끔 땋아진 머리를 보며 잘 익은 연갈색의 밀이 생각난다는 등 색에 관해서 말하고는 했다.
내 눈엔 그저 흑과 백으로. 또는 그 둘이 적절한 비율로 섞인 색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색들을 엄마는 내가 묻는 즉시 척척 대답하곤 했다. 어린 호기심보다 질문 뒤엔 언젠가 말했듯 내 눈의 색이라 했던 고동색이 가졌을 것 같은 따뜻함이 어린, 다정하게 답하는 목소리가 있어서 저는 그 목소리를 더 듣기 위해서 더욱더 질문을 만들어 낸 것일지도 몰랐다.
“엄마, 색은 얼마만큼 다양해?”
“우리 아가가 색을 보는 순간에서 평생을 걸쳐도 다 못 볼 만큼.”
엄마도 아직 못 본 색이 많은걸. 항상 엄마는 부드러운 웃음을 말끝에 이어 짓곤 자신을 예로 들이며 안 그래도 높게 치솟아 있는 내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는 했다. 아이는 이미 훌쩍 벗어났다 할 나이까지도 함께 산책이라도 하면 세상은 온통 질문 투성이였다. 지금의 하늘색. 나무의 색. 지나가는 주변의 모든 색이 다 질문거리였다.
“나는 색을 언제 볼 수 있을까, 엄마.”
하루는 학교에서 돌아와 푹 한숨을 쉬며 흘러내린 질문에 예상이라도 한 것인지 부드러운 웃음을 지며 아직도 제가 아가인 양 머리를 쓸어주며 그 예의 변하지 않은 목소리와 행동으로 말했다.
“왜 그런 질문을 할까, 우리 아가가.”
아침부터 교실에서 떠들썩하게 어제부터 색을 볼 수 있게 되었다며 지금 제 눈에 들어오는 색들을 묻는 질문에 주절주절 말해오는 아이의 볼이 볼 수는 없어도 상기되어 발갛다는 색으로 물든듯한 기분에 부러움과 시기심이 동시에 머리를 들고 일어섰다는 얘기를 하며 저도 똑같이 뺨을 붉게 물들인 듯했다. 아마 지금 생각해 보면 색을 볼 수 있다는 것보다 제 운명의 상대를 일찌감치 만났다는 것에 더 부러움을 느낀 것일지도 몰랐다.
“너도 언젠가 운명의 사람을 만나면 볼 수 있을 거야.”
“그 운명의 사람이 언제 나한테 올는지 몰라.”
아, 엄마. 남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데. 지금 제가 하는 고민이 어린아이의 치기와도 같은 고민이라 느꼈는지 어깨까지 들썩이며 크게 빵 터져 웃는 엄마가 얄미워 가볍게 허벅지를 찰싹 때리다 이내 저도 그 들썩이는 어깨에 몸을 기대가며 따라 웃었다. 언젠가 나도 그 운명의 상대를 만나겠지, 엄마? 아무렴, 당연하지.
그런데 오늘 아무 생각 없이 길을 걷다 순간 네가 보였다.
네가 걷는 길 주변이 너무나도 예쁜 색의 향연으로 물들어 가는지라 안 볼 수가 없었다. 처음 보는 색들의 조화에 어지러움도 잠시 이름을 몰라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었으나 거리는 온통 초록빛에 하늘은 언젠가 엄마가 말했던 예쁜 연주황으로 물들었다.
이토록 예쁜 색의 향연을 아깝게도 나만 볼 수 있는 건지 다른 사람들은 네가 그냥 지나가는 행인 중 하나인 마냥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너조차도 제 주위의 색을 느끼지 못하는 마냥 무뚝뚝한 걸음으로 앞만 걸으며 갈 뿐이었다.
그런 너를 무작정 잡았다.
다리가 유독 길어 보이는 너를 잡느라 숨이 차올라 아무 말을 할 수는 없었어도 뒤돌아 저를 보곤 놀란 듯 조금 전 제가 했던 행동처럼 빠르게 고갤 젖혀 하늘을 확인하는 너를 보는 것도 잠시 너는 내가 아무 말 하지 않았어도 이내 제가 잡은 이유를 스스로 안 듯 환하게 웃으며 저와 눈을 마주했다. 머리는 밝은색인데 네 눈은 내가 항상 봐 왔던 깊은 검정이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이질감 없는 익숙함에 한참을 가만 맞추다 이내 네게 너를 만나면 꼭 하고 싶던 질문을 던졌다.
“오늘 하늘색이 예쁘죠.”
“네, 예쁘네요.”
그러자 즉각 고민도 없이 바로 즉답하는 네 말에 세상이 더욱 빛을 받아 환하게 물드는 듯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요.”
그러자 고개로 긍정하며 너는 주변 카페를 살피다 걸음을 옮겼다. 발맞춰 걷는 거리가 저 예쁜 하늘 위인 양 폭신한 구름을 걷는 듯했다. 또는 파랗게 피어오른 풀밭 위를 걷는 것만 같아 귀로만 들었던 노랑, 분홍, 빨강의 꽃이 눈으로 보이는 듯도 같았다. 그렇게 내 흑백의 꿈이 너와 걷는 순간 형형색색의 꽃밭으로 변했다.
너와 함께 있는 매 순간에 끝없이 펼쳐질 색들이 내 마음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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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꽃은 진짜 거의 호평밖에 못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