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몬스타엑스 이준혁 김남길 샤이니 엑소 온앤오프
l조회 1347l 5
등장인물 이름 변경 적용


[방탄소년단/김태형] 페어플레이 1 | 인스티즈



페어플레이


부제 : 헤어진 남자친구와 한 집에서 산다는 것은




#1












W. 뽀베










 첫 날은 나름 괜찮았다. 아예 서로 없는 취급을 하며 지냈으니까. 그런데 좀, 그렇긴 하더라. 며칠 전만 해도 좋아죽던 사이에서 서로를 투명인간으로 여기는 사이로 전락했다는 것이 어딘가 심기가 불편했다. 가끔 가다 불가피하게 마주칠 때만 짧게 대화를 나누고, 그 후에는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다. 공통된 주제가 워낙 없기도 했고, 둘 다 먼저 말을 꺼내기엔 자존심이 센 사람들이라 그랬을 것이다. 그러다 또다시 김태형과 내가 갈등을 일으킨 것은 바로 침대를 누가 차지하느냐에 대한 논쟁이었다.




" 나보고 소파에 가서 자라고? "

" 네 키랑 딱 맞잖아. 존나 안성맞춤. "

" 안성맞춤은 안성에나 가서 찾고, 난 절대 못 넘겨줘. 난 침대에서 자야돼. "




 단호하게 김태형의 말을 거절하고 다시 하던 일을 하기 시작했다. 이번주까지 이거 완성해서 보내야하는데. 자꾸만 애처럼 옆에서 보채오는 김태형이 짜증나 신경질을 부렸다. 김태형 때문에 하던 일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결국 일을 내팽겨친 채 책상에서 일어나자 김태형이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 그럼 같이 자. "

" 너 뭐 잘못 먹었냐? "

" 내가 뭘. 존나 정상인데. "

" 외간 남녀가 어딜 같은 침대에서 자. "

" 지금까지는 잘만 잤잖아. "

" 그 전까지는 사귀던 사이니까 그랬지! "

" 야, 나 이제 너 여자로도 안 보이거든? 아무런 감정도 없는데 왜 혼자 찔려해? "

" 바늘로 존나 찔러줄까? 찔리긴 뭘 찔려. "

" 그럼 같이 자면 되잖아. "




 말도 안되는 논리이긴 했으나, 김태형이 내게 막무가내로 몰아붙이니 또 할 말은 없었다. 두손두발을 다 들고 김태형의 말을 승낙했다. 그래, 난 정말 저 새끼한테 아무런 감정도 없다. 저 새끼도 그런 것 같고. 그러니까 우리 둘은 한 침대에서 자도 상관이 없다. 굉장히 맞지 않는 논리였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또 말이 되고. 젠장할. 기분이 나빠져 찬물을 벌컥 들이켰다. 내 인생의 가장 큰 오점은 김태형인 것 같다. 정말로.


  또다시 각자의 생활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어느덧 자야할 시간이 돌아왔다. 아까 전에 김태형에게 설득을 당하기는 했다만, 누우라는 듯 편히 펼쳐져있는 이불 위에 누우려고 하니 막상 껄끄럽기가 그지없었다. 차라리 나가서 자는 게 낫겠다. 침대 옆에 위치한 장롱 문을 열자 높은 곳에 놓여져 있는 이불이 보였다. 이씨, 저건 분명히 김태형이 넣어놨을거다. 발뒷꿈치를 세우고 낑낑대며 이불을 꺼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자 뒤에서 김태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뭐하냐. "

" 보면 몰라? 이불 꺼내잖아. "

" 키도 안 닿으면서. 이불은 왜. "

" 밖에 가서 자려고 그런다, 뭐. "

" 침대에서 자자니까 왜 또. "

" 미쳤어, 진짜? 이거나 꺼내줘. "




 한심하게 나를 쳐다보고 있는 김태형을 째릿 노려보고 앙칼지게 말하자 김태형이 뒷통수를 긁적대며 다가왔다. 내 옆에 선 김태형은 손쉽게 팔을 뻗어 이불을 꺼내는 듯 싶더니 장롱 문을 닫아버렸다. 야! 소리를 지르니 제 손가락으로 귀를 파는 시늉을 한 김태형이 대뜸 나를 둘러메었다. 미쳤다, 미쳤다 하니 정말로 미친 모양이었다. 온 몸을 바동거리며 저항을 하자 내 허리를 단단히 제 팔로 감싸안은 김태형이 나를 붕붕 들어올렸다. 이거 내가 제일 싫어하는건데, 분명 알고 이러는거다. 이러다 바닥으로 떨어질 것만 같아 눈을 질끈 감고 김태형의 등을 주먹으로 쳤다. 아파, 기집애야. 퉁명스럽게 말한 김태형은 이내 침대에 나를 내려놓았다.




" 뭐하는거야, 김태형! "

" 괜한 힘 쓰지 말고, 얼른 자라. "

" 나가서 잔다니까? "

" 사람 말은 어지간히도 안 듣지. "




 어린 아이를 달래듯 어르는 말투에 어이가 없어 허,하고 웃음을 내뱉었다. 자자, 응? 정말로 피곤한건지 김태형의 큰 눈이 아까 전에 비해 많이 풀려있었다. 차마 그 상황에서 무어라 떽떽거릴 수도 없어 가만히 이불을 덮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불이라도 하나 더 꺼내놓을 걸. 후회가 밀려왔다. 머리 끝까지 이불을 덮어쓰고 눈을 감았다. 젠장, 덥다. 방의 불을 끄고 온 김태형이 내 옆에 눕는 것이 느껴져 이불을 내리기도 뭐하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머릿 속을 비우려 노력했다. 누가 그랬는데, 머릿 속이 백지가 되면 그때 잠에 든다더라. 그러나 백지는 무슨, 김태형의 숨소리와 모든 인기척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느껴져 미칠 것만 같았다.


 이불 좀 줘라, 나 추워. 김태형은 정말 내가 아무렇지도 않은 걸까. 담담한 어조로 튀어나온 말이 꾹꾹 눌러놓았던 감정들을 쿡쿡 찔러댔다. 아무 감정도 없다고 말했어도, 대체 그 어느 누가 아무 감정도 없을 수 있겠냐고.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김태형이 누워있는 쪽으로 이불을 밀었다. 침대의 끝과 끝에 누워있어도 생각보다 거리가 가까웠기에 김태형은 금방 내민 이불을 가져갔다. 혼자 누웠을 때는 그렇게 넓기만 하더니, 김태형과 같이 누워있으니 이렇게 좁을 수가 없다. 내가 김태형의 숨소리마저 신경쓰는 것처럼 김태형 또한 내 숨소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을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 죽었냐, 왜 숨을 안 쉬어. "

" ... ... "

" 야, 진짜 죽었어? "

" 먼저 하늘로 가고싶냐. "

" 아, 아니네. "

" 왜 안 자는데, 빨리 자. "

" 너도 안 자잖아. "

" ... ... "




 하여간, 할 말 없게 만드는 데에는 선수다. 차라리 빨리 잠에 드는 게 나을 것 같아 최대한 편히 자리를 잡았다. 그러자 팔에 닿는 김태형의 감촉에 또 움찔. 안되겠다, 정말.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어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일어나려하자 김태형이 내 팔을 잡아왔다. 고개를 뒤로 돌려 실루엣만 보이는 김태형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디 가는데. 여기서 또 밖에서 잔다고 하면 김태형이 뭐라고 하겠지. 물 마시러. 거짓말을 하고 김태형의 손을 떼어내려 했으나 김태형은 쉽게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대체 얘가 왜 이러는걸까. 사귈 때도 이런 적이 없던 김태형인데.




" 거짓말. "

" ... ... "

" 너 또 밖에서 자려고 그러지. "

" ... ... "

" 그냥 좀 자자. "




 그대로 제 손에 힘을 실어 나를 다시 침대 위로 넘어뜨린 김태형이 딱딱하게 굳은 내 몸에 제 다리를 척 걸쳐놓았다. 또 일어나려고 하기만 해봐, 아예 꽉 안고 잔다. 경고같지 않은 경고를 한 김태형은 이내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버렸다. 덕분에 굉장히 불편한 자세를 취하게 된 나는 눈만 깜빡거리며 멍하게 천장을 응시했다. 망할 김태형. 이게 정녕 헤어진 사이가 맞나 싶다. 헤어지기 전이랑 다를 바가 없잖아. 평소와 다름없이 제 다리를 내게 편히 걸쳐놓은 김태형 탓에 더욱 심경이 복잡했다. 에라이, 오늘 잠은 다 잤다.


 내 몸 위에 올려진 김태형의 다리 때문에 김태형이 깨기라도 할까 움직이지도 못하겠고. 마음 같아서는 김태형을 내팽겨치고 싶었지만 아예 움직일 수가 없는 상황이라 답답하기만 했다. 대체 누가 김태형의 이런 행동을 보고 우리가 헤어졌다고 생각하겠냐고.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한숨을 내쉬자마자 몸을 뒤척이는 김태형 때문에 몸이 굳어버렸다. 깬 건가. 뻣뻣하게 고개를 돌려 김태형을 바라보니 깨기는 무슨,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곤히 취침 중이다. 이 정도면 다리를 치워도 안 깨겠지. 눈치를 슬금슬금 보며 김태형의 마른 다리로 손을 뻗었다.


 일단 김태형의 다리 위로 손을 올려놓은 것 까지는 좋았는데, 그 다음이 문제였다. 다리를 잡고 내려놓기도 전에 으응,하며 소리를 내더니 또다시 몸을 뒤척이는 김태형 탓에 화들짝 놀라 손을 뗐다. 그냥 뒤척이기만 했으면 상관이 없는데, 내가 쿠션이라고 생각했는지 아예 팔까지 올려 나를 꽉 끌어안는다. 이게 뭐야. 김태형 일부러 자는 척 하면서 나 엿 먹이는 거 아니야? 심장이 쿵쾅쿵쾅 뛰어댔다. 침을 꿀꺽 삼키며 다시금 김태형의 얼굴을 살폈지만 정말 잠에 든 모습이다. 아, 돌겠다. 몸에서 식은땀이 삐질삐질 새어나왔다.




" ... 김탄소. "

" 어, 어? "

" 가지마... "




 불안한 사람처럼 입술을 잘근 씹고 있다 들려온 내 이름에 놀라 그만 꽉 깨물어버렸다. 아, 피. 따끔한 입술에서 피맛이 났다. 피를 핥아내며 대답하자 김태형은 잠꼬대를 하는 듯 가지마,하고 말꼬리를 늘렸다. 얜 왜이렇게 잠꼬대를 리얼하게 하고 난리야. 투덜대기도 잠깐, 내 이름을 부르며 가지말라고 애원하는 목소리에 기분이 묘해졌다. 헤어졌는데, 진짜로 헤어진건데. 자꾸 이러면 난 어떡하라고. 김태형은 아침에 일어나면 기억도 못할텐데. 항상 이런 식이다. 김태형은. 김태형에게 숨이 막힐 정도로 세게 안겨있다 그냥 눈을 감아버렸다. 어떻게든 잠이 오겠지.




" 야. "

" ... ... "

" 김탄소! "

" 으... 왜... "

" 일어나. "

" 조금만, 으응... "

" ... 일어나, 빨리. 나 출근해야돼. "

" 근데 내가 왜 일어나. "

" 밥 해줘. "




 내가 정말 이 새끼를 죽여, 살려? 힘겹게 눈을 떠 김태형을 노려보았다. 자택 근무를 하는 나와는 달리 회사에 출근하는 김태형은 벌써 수트까지 다 챙겨입은 모습이었다. 연애할 때도 아침은 스스로 잘 챙겨먹었으면서, 왜 유난이래. 간밤에 김태형 탓에 잠을 설쳐서 그런지 더욱 짜증이 났다. 김태형은 그것도 모르고 헤실대는 꼴이라니. 무거운 몸을 일으켜 느릿하게 밖으로 나왔다. 나를 따라 나온 김태형은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식탁에 앉았다. 애새끼 하나 키우는 것도 아니고, 정말. 대충 씻은 탓에 부스스한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쓸어넘긴 뒤 선반 문을 열었다. 아, 젠장. 식빵이 없다. 되는 일이 하나도 없네.




" 김태형. "

" 어? "

" 너 오늘만 밖에서 먹으면 안되냐. "

" 와, 이젠 밥도 안 주고 쫓아내는거야? "

" 아니, 식빵이 없다고. "

" 그럼 밥 줘. "

" 인생에 도움 안되는 새끼. "




 투덜거리며 어린 아이 입맛인 김태형을 위해 냉장고에서 소세지와 계란을 꺼냈다. 밥은 일단 해놨으니까 됐고. 프라이팬을 꺼내면 되는데, 선반을 아무리 뒤져봐도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이럴 땐 작은 키도 짜증이 난다. 여기 있네. 어느새 내 뒤로 온 김태형이 제 손을 뻗어 쉽게 프라이팬을 꺼냈다. 이, 이게 왜 여기 있었지. 민망함에 말을 더듬으며 김태형에게서 프라이팬을 받아들었다. 가스레인지 위에 프라이팬을 올려놓고 예열을 하며 멍을 때리고 있자 문득 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옆에서 기웃대는 김태형이 보였다. 쟨 회사에 늦지도 않았다니. 얼굴 박치기라도 할 기세로 고개를 들이댄 김태형의 이마를 주먹으로 콩 때렸다.


 아, 아파! 굵직한 목소리를 낸 김태형은 새침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이럴 때 보면 김태형은 정말이지, 미운 여섯살 같았다. 그래서 내가 고생이지. 한심하게 김태형을 쳐다보고 프라이팬에 기름을 둘렀다. 소세지, 소세지거리며 노래를 부르는 김태형 탓에 프라이팬 위로 제일 먼저 쏟은 것은 칼집이 난 소세지였다. 치익, 소리를 내며 노릇노릇하게 구워지는 소세지를 감흥 없이 젓가락으로 뒤집고 있자 김태형이 대뜸 아,하고 입을 벌렸다. 왜 저러냐, 진짜.




" 어쩌라고. "

" 먹여줘. "

" 지랄도 진짜 다채롭게 한다. "

" 아, 왜! "

" 네 손으로 직접 드세요. "

" 그냥 좀 먹여주면 어디가 덧나냐? "

" 아침부터 이러고 싶냐, 넌? 완전 소름 돋았어. "

" 전엔 잘만 먹여주더니. "

" 전이랑 지금이랑 같냐? 속도 없어, 사람이. "




 아침부터 김태형과 말씨름을 하려니 기가 다 빨린다. 싫은 소리가 튀어나오는 김태형의 입에 뜨거운 소세지를 쑤셔넣어주니 뜨겁다며 난리를 치고는 이내 오물오물 잘도 먹어댔다. 접시에 소세지를 올려놓고 달걀을 깼다. 신난듯 흥이 난 걸음으로 소세지 접시를 들고 간 김태형은 어느새 밥까지 퍼 가 식사를 시작했다. 금방 계란 프라이까지 완성하고 김태형의 앞에 앉았다. 급하게 먹는 모습에 체할까 걱정이 되어 물을 내밀었다. 내가 그러던말던, 정신없이 먹던 김태형이 결국 사래가 들렸는지 기침을 하며 내민 물을 받아들고 꿀꺽꿀꺽 삼켰다.




" 잘한다. "

" 왜 시비야. "

" 너 회사 안 늦었어? "

" 나 늦게 가도 되는데? "

" ... 어? "

" 난 팀장이니까 늦게 가도 상관 없어. "

" 권력 남용하네. "

" 이것도 다 능력이지. "




 그렇다. 김태형은 능력이 좋았다. 연애는 대학 시절부터 시작했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냈던 김태형은 공부를 안 하는 것 같으면서도 이상하게 성적이 좋았다. 당시 김태형과 별로 친하진 않았고, 친구의 친구였던 사이라 지나가는 말로 너는 어떻게 성적이 좋냐고 핀잔을 주듯 물어보면 그저 다 능력이라며 두루뭉실하게 넘어갔었던 것이 기억에 남았다. 그때 능글거리는 놈이라는 걸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아, 이게 아니지. 어쨌든 김태형은 머리가 좋았다고. 그렇다고 내가 성적이 안 좋았던 것은 아니라 둘이 같은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고, 어영부영 연애를 시작했었더란다.


 연애를 하면서도 김태형은 잘 살았었다. 취업 때문에 고민을 하던 나와는 달리 운도 좋았던 김태형은 대기업에 취업을 하여 승승장구를 했었다. 그걸 보고 현타가 왔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몇 년이 지났다. 지금은 뭐, 둘 다 잘 살고있긴 하니까 상관은 없다. 회사에 입사한 지 얼마나 됐다고 한 팀의 수장이 되었다는 게 역시 머리가 좋은 놈이라는 것을 증명해주었다. 김태형은 좋겠다. 세상이 쉬워서. 턱을 괴고 김태형이 밥 먹는 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 부담스러워. "

" 아, 미안. "

" 넌 언제까지 자택 근무할건데? "

" 글쎄. "

" 자택 근무를 하니까 승진을 못하지. "

" 조그만 회사에 승진을 할 게 뭐가 있냐. "

" 그래도. "




 밥을 벌써 다 먹었는지 밥그릇을 깨끗하게 비운 김태형이 물로 입을 헹군 뒤 윗도리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가던지. 심드렁하게 김태형이 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고개를 끄덕거린 김태형은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막상 조용해진 집 안에 있으니 김태형의 말이 다시금 떠오르긴 했다. 이제 자택 근무 그만둘까. 김태형과 집 안에 붙어있기도 뭐하고, 제대로 좀 알아봐야겠다. 집에 남은 소세지의 냄새에 배가 고파져 뭘 좀 주워먹으니 또 잠이 온다. 어제 일을 좀 해놨으니까 자도 되겠지. 안방으로 들어가 포근한 침대에 누웠다.


 원래 잠이 많은 탓에 일어나보니 한 시가 훌쩍 넘어있었다. 아침을 먹고 잠들었는데, 꼬르륵 하며 밥을 달라고 떼를 쓰는 배에 할 수 없이 일어나 점심까지 챙겨먹었다. 집안일을 하고, 회사 일을 하고. 혹은 지인들과 연락을 하며 평소와 다름없이 무료하게 시간을 보냈다. 침대 이불을 정리하다 생각난 어젯밤의 일에 마음이 간질거렸다. 기분 나쁘게. 입술을 삐죽 내밀고 김태형이 누워 있던 자리를 노려보았다. 저기 누워서 나를 그렇게 시험에 들게 하고. 나 몰라라 회사로 출근한 김태형이 더욱 미워졌다.


 어느덧 김태형이 퇴근할 시간이 가까워졌다. 냉장고에 뭐가 많긴 한데, 이걸로 뭘 먹어야 돼. 냉장고를 뒤적거리며 저녁 메뉴를 고민하다 식탁 위에 올려놓았던 핸드폰에서 울리는 진동에 냉장고 문을 닫고 핸드폰을 확인했다. 계속 울리는 것이, 문자가 아니라 전화다. 상대는... 김태형이네.




" 왜. "

- 나 오늘 저녁 먹고 들어갈거야.

" 누구랑. "

- 회사 여직, 아니다. 네가 신경 쓸 필요없잖아.

" 아, 그러네. "

- 아무튼, 알아서 밥 챙겨먹으라고.

" 원래 잘 챙겨먹거든. 아예 전화도 하지 말지 그랬냐. 헤어진 주제에 뭔 상관이라고. "

- 말 자꾸 그런 식으로 해라.

" 언젠 안 이랬나. "

- ... 그럼 끊는다.




 어. 대답을 하자마자 끊기는 전화에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핸드폰을 내려다보았다. 진짜, 와. 나 기분 상했어. 그나저나 회사 여직원이라, 헤어졌다고 이제 막 나가는 김태형에 코웃음을 쳤다. 헤어진 지 며칠이나 지났냐면서 찡찡대던 게 누군데, 그 누구는 벌써 다른 여자와 밥을 쳐 드시겠단다. 괜한 오기가 들어 연락처를 뒤적거렸다. 나도 다른 남자와 밥을 먹어야겠어. 혼자 이러는 꼴이 웃기기는 했지만, 그냥 그러는 게 마음이 편했다. 쌤쌤인 것 같기도 하고.


 결국 정호석에게 연락을 했다. 친한 친구긴 해도 남자니까. 자기 합리화를 하며 약속을 잡았다. 김태형도 수트까지 입고 깔쌈하게 나갔으니까 나도 꾸미고 나갈거다. 항상 구석에 박아두기만 했던 치마를 꺼내 입고, 평소엔 잘 하지 않던 화장까지 해버렸다. 하이힐까지 장착하고 나가려는데, 현관에 달려있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웃기긴 하더라. 이건 정말 찌질한 구여친이잖아. 물론 날 이렇게 만든 건 김태형이지만.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 ... 데이트 하고 왔냐? "

" 뭔 데이트. 아닌데. "

" 김태형은. "

" 헤어졌어. "

" 뭐? 진짜? "




 평소와 다를 것이 없는 정호석은 작정을 하고 나온 나를 보며 입을 떡 벌렸다. 질색을 하며 김태형의 안부를 묻더니 헤어졌다는 말에 기겁을 한다. 예상했던 반응이긴 하다. 고개를 끄덕거리곤 배고프다며 칭얼대니 일단 음식점 안으로 나를 끌고 들어온 정호석이 심각한 얼굴을 하고는 내게 물었다.




" 진짜야? 김태형이랑? "

" 진짜라니까. "

" 너네 이런 게 한두번이냐. 난 못 믿겠어. "

" 이번엔 진짜야. "

" 와, 정말... 답이 없네. "

" 근데 또 같이 살기는 해. "

" 허, 조금 있으면 또 붙었다고 하겠네. "

" 진짜 아니라고. 밥이나 시켜. "




 괜히 퉁명스레 정호석을 대한 뒤 메뉴판을 들여다 보았다. 정호석 또한 더 물어볼 생각은 없었는지 말없이 메뉴판을 본다. 음식을 시키고,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는데 정호석이 또다시 말을 걸어왔다.




" 왜이렇게 신경 써서 나왔냐. "

" ... 그냥. "

" 김태형이 여자랑 저녁이라도 먹는대?  "

" 아, 아니거든! "

" 맞네, 맞아. 찌질하다, 김탄소. "

" 헤어지자고 한 건 나거든. "

" 네가 먼저 그랬으면 뭐해. 보니까 미련 남은 쪽은 넌데. "

" 미련 아니야. 그냥... "

" 아니긴 무슨. 그럼 뭐 김태형도 남았대? "




 그건 아닌데에... 울상을 지으며 말꼬리를 길게 늘렸다. 하여간 정호석, 말은 쓸데없이 잘해서. 괜히 정호석을 노려보았다. 수저만 만지작대며 고개를 푹 숙이고 있자 정호석이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언제 클래, 둘 다. 자기는 뭐 성인군자라도 된 줄 아나. 한심스럽다는 듯 나온 말에 발끈했다. 진짜 너, 맞는다. 만지작대던 수저를 들고 정호석을 위협하자 질린 표정을 지은 정호석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댔다. 영락없는 애새끼야, 애새끼. 그 말을 끝으로 나온 음식에 집중하는 정호석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다 나 또한 음식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물론 집중이 잘 되지는 않았지만. 이게 모두 다 김태형 때문이야.


 밥을 다 먹은 후에는 정호석과 함께 카페까지 들어가 그간 있었던 일들로 열변을 토했다. 그러자 돌아오는 반응은 아까 식당에서 나왔던 반응과 다를 바가 없었지만. 그렇게 카페에서 나오니 시간이 벌써 10시가 훌쩍 넘어있었다. 정호석은 연습실로 가야한다며 가 버리고, 마지못해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탄 나는 복잡한 심경을 다스리며 어둑어둑해진 창 밖을 내다보았다. 정호석의 말대로 내가 아직 철이 없는건가. 그건 김태형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정호석의 말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었다. 다만 이해하기가 싫을 뿐이지. 정말 나도 답이 없다.


 항상 내리던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고, 김태형과 내가 살고있는 아파트 단지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하이힐을 신었더니 발과 다리가 모두 아팠다. 저려오는 다리를 꾹꾹 손으로 누르며 걷고 있자 저 멀리서 웬 김태형 같은 인영이 보였다. 에이, 설마 김태형이겠어. 수트 차림도 아니고, 평소에 자주 입는 회색 후드집업을 입긴 했어도, 김태형은 오늘 저녁을 먹고 들어온다고 했으니까. 설마,하며 부러 모른 체를 하고 지나가니 아니나 다를까 내 팔을 아프게 잡아온다. 김태형 맞네.




" 김탄소. "

" 왜. "

" 너 어디 갔다왔어. "

" 저녁 먹고 왔는데. "

" 근데 이렇게 늦어? "

" 무슨 상관인데, 네가. "

" ... ... "

" 너도 여직원이랑 밥 먹고 온다며. 나도 아는 남자랑 밥 좀 먹고 왔어. 그게 뭐. "

" 말 곱게 하랬잖아. "

" 이미 헤어진 사이에 그런 걸 왜 따져. 너도 참 웃기다. "




 말을 이상하게도 모질게 나갔다. 심각한 표정을 지은 김태형에게 실컷 비아냥거린 뒤 앞서 걷기 시작했다. 뒤에서는 김태형이 욕짓거리를 하는 것이 들려왔지만 뒤돌아볼 생각은 전혀 없었다. 정말 쓸데없는 오기이긴 하지만 그랬다. 이번에도 두루뭉실하게 넘겨버린다면 김태형과 나는 또 이런 일을 반복해야할테니까.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 한 행동이라 자기 합리화를 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인지 목이 자꾸만 턱 막혀왔다. 그냥, 정말로 기분이 더러웠다. 정말로.
















더보기

안녕하세요, 뽀베입니다!

이번엔 양심에 찔려서 조금 일찍 왔습니다...

네... 쓸데없이 분량이 많네여 아 아닌가 적은건가 8ㅅ8

뭔가 좀 짧게 쓰여서 더 넣어보자! 하다보니까 정말 고구마를 개열심히 삶아먹었네요....처참해요 아주 하핳

다음편은 그래서 이번편보다 짧을 것 같...아..요....(눈치)

그럼 음 다음주쯤에 뵙겠네요! 그때 뵙시다!

아 참, 그리고 우리 헤어졌어요 하고 주제가 겹치신다는 분들이 많은데요!

제가 거기서 모티브를 따와서 주제가 같을 수 밖에 없는...☆

배틀연애! 전남친! 이런 걸 생각하다보니까 생각이 여기로 밖에 안 돌아가서요.. 후 제 머리를 탓하세여ㅠㅁㅠ

그래도 아마 캐릭터 자체는 틀릴 것 같다고 생각해요. 제가 그 웹툰을 앞에 몇화만 보고 그 뒤로 본 적이 없어서 ;ㅅ;

혹시 문제가 된다면...음...피드백을 드릴게요 (?) 빅히트가 안 하는 피드백 ㅂㄷㅂㄷ

그럼 진짜 갈게요! 안녕!





암호닉

설날, 침침, 은하수, 카누, 눈부신, 민윤기, 호독, 윤기야 나랑 살자, 비비빅, 춘심이, 슙디, 민빠답없, 인사이드아웃


암호닉은 항상 받고있어요! 13분 모두 감사합니다 8ㅅ8






이런 글은 어떠세요?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비회원 댓글
[시레]로 신청해여 재밌네여 굳.
8년 전
뽀베
시레님! 단호하시네여 단호박이세여 (?) 늦게 답글 드려서 죄송합니다 흡
8년 전
비회원223.12
처음엔 헤어진사이가 아닌것같아서 읭? 하면서 봤었는데 점점 읽다보니 가볍게헤어지고 만나길 자주했던 커플인것같네요! 동거중인거죠? 재밌어요 ! 다음편 기대할게요!
8년 전
독자1
재밌어요 8ㅅ8... 다음화 기다릴게요 ㅜㅜ기대된다
8년 전
독자2
다시 사귈수있는건 맞져..?
8년 전
독자3
의ㅜㅜㅜ좋아ㅛㅠㅠ김태형뭔대ㅠ질투한더냐ㅜ
8년 전
독자4
비비빅이에요! 둘 다 마음이 남아있는 것 같긴 한데 또 반복되는 상황에 지쳐보이기도 하고ㅜㅜㅜ다시 잘됐으면 좋겠는데ㅜㅜ
8년 전
뽀베
비비빅님! 정확히 캐치하셨네여 핳하 물론 잘되겠져 전 해피엔딩을 참 좋아하니까요! 걱정 니니해!
8년 전
독자5
(재연)으로 암호닉 신청해도 될까요? 소재가 너무좋고 내용도 너무 좋고 서로 미련남아있는모습이 자꾸 간질거리게 해요ㅠㅠㅠ
8년 전
뽀베
재연님! 으앙 칭찬 감사해여ㅠㅠ
8년 전
독자6
너무 재밌어요ㅠㅠㅠㅠ벌써 다음편 기대되고 그래요 태태랑 여주 둘다 저러길 한참 반복하다간 깨질지 다시 붙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과정이 되게뭐랄까 진짜 주인공된것처럼 답답하기도 하고 울쩍하기도하고 뭔감정인지 알것같아요ㅠㅠㅠㅠㅠ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하 맴찢이에요ㅠㅠㅠ
8년 전
독자7
은하수에요! 태형이 본심은 뭔지 진짜 궁금하네요ㅠㅠㅠㅠㅠㅠㅠ역시 호석이가 가장 철 든 것같아요ㅋㅋㅋㅋ
8년 전
뽀베
은하수님! 맞아여 호석이가 제일 철들었어요 저 커플 사이에서 고생 급나게 많이 했져...ㅠㅠ
8년 전
독자8
침침이에요.
와아...태태야 그렇게 끌어안으면 어떤사람이 잠이와요ㅜㅜㅜ 진짜 아침부터 잔망스럽게 소세지에 기뻐하고 그래놓고 뭐? 여직워언?! 여주가 호석이 만날만 했네 그랬어 아침에는 분위기 좋았능데... 작가님 잘봤습니다. 다음주 기다릴게요! :)

8년 전
뽀베
침침님! 네 태태가 잘못했져! 그쳐! 태태의 만행은 이후로도 계속 됩니다 커밍쑨
8년 전
독자9
아ㅜㅠ좋아요 이런거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10
카누예요

ㅎㅎㅎ아나 진짜 쟤네 귀엽네욬ㅋㅋㅋㅋ서로 미련남은게 뻔히보이는데ㅋㅋㅋㅋㅋㅋ저렇게 치고박고 싸우다간 미운정들어서 다시 붙을듯ㅋㅋㅋㅋㅋㅋ태형이...너 계속 그렇게만 해라 여주 헷갈리게ㅋㅋㅋㅋㅋㅋ서로 더 질투하란 말이야ㅠㅠㅠㅠ

8년 전
뽀베
카누님! 맞아요 (소근) 미운정들어서 또 뭐....(스포방지) 이번편도 봐주셔서 감사해여ㅠ^ㅠ
8년 전
독자11
글잡에서 정 붙일만한 글을 못 찾고있었는데 페플은 진짜 너무 재밌어요ㅜㅜ 잘 읽고 갑니다!
8년 전
독자12
은근히 그런 듯 안 그런 듯 질투하는 태형이 귀엽다.. 8ㅅ8
8년 전
독자13
ㅠㅠㅜㅠㅠㅠㅠㅠ와재밌어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제목이끌려소들어왔는데재밌넹요
8년 전
독자14
재밌어여ㅠㅠㅠㅠㅠㅠㅠ정주행갑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715 1억05.01 21:30
온앤오프 [온앤오프/김효진] 푸르지 않은 청춘 012 퓨후05.05 00:01
김남길[김남길] 아저씨 나야나05.20 15:49
몬스타엑스[댕햄] 우리의 겨울인지 03 세라05.15 08:52
      
엑소 [EXO/백현] 의사 변백현 72483 꼬잉또오잉 08.13 23:53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민윤기] 내 자취방엔 남자귀신이 산다.(完)-2125 남자귀신 08.13 23:47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나락(那落) ; 처음 맛보는 황혼 4 29 이드레 08.13 23:05
세븐틴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74 스핑 08.13 22:27
기타 ㄱ충격적인 아이도루 연애333 (그취 존중할 사람만) 53 미스포춘 08.13 22:24
아이콘 [iKON/김한빈구준회김지원] 나쁜 애 -4-8 꽃한송이 08.13 21:37
인피니트 [인피니트/성우] 아저씨, 철컹철컹? 3화 16 윤복 08.13 21:31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방탄의 막내는 꽃이다 #01(Feat.열매톡)6 Real Water 08.13 21:26
인피니트 [인피니트/성우] 아저씨, 철컹철컹? 2화 4 윤복 08.13 20:54
인피니트 [인피니트/성우] 아저씨, 철컹철컹? 1화 12 윤복 08.13 20:50
엑소 [백현/징어] 연습생 짝쿵 08.13 20:46
엑소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7 불쾌한 상상력 08.13 19:08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다각] 하지만 박지민이 슬리데린이라면 어떨까? 7 (부제: 제조) 10 쌀푸딩 08.13 18:21
하이라이트 [비스트/윤용] 【수상한 가족 ; FAMILY¿】 헬로 팬돌이 08.13 18:16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국뷔] 윤회(輪廻): 인연의 굴레 24 붉은실 08.13 18:09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전체] 지니어스 스쿨(04) ; 초능력을 가진 자들의 학교2 지닛을말해봐 08.13 17:36
엑소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53 타카시 08.13 13:53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랩홉] 될 때로 되라지4 ain 08.13 13:46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김태형] 내 남자친구는 구미호? 009 리스펙트 08.13 13:18
빅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1 노이즈 08.13 11:21
세븐틴 [세븐틴/규훈] 컬러버스 416 호지버스 08.13 05:05
[더지니어스] VAMPIRE 7 08.13 00:35
인피니트 [인피니트/현성] 재혼가정 01 2 쥬쉬 08.13 02:40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민윤기X박지민] 경화수월;鏡花水月7 윤연이 08.13 01:12
방탄소년단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78 박지민밑엔먼지.. 08.13 00:00
빅뱅 [빅뱅/뇽토리] 東宮 95 26 자리비움 08.12 23:46
엑소 [EXO/오세훈] 신은 위대하지 않다. 011 챂솦 08.12 23:40
급상승 게시판 🔥
전체 인기글 l 안내
5/29 20:14 ~ 5/29 20:16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
팬픽 인기글 l 안내
1/1 8:58 ~ 1/1 9:00 기준
1 ~ 1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