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_01
"아,안녕하세요."
수줍은 듯 인사하는 나의 볼은 약간 발개져 있었다. 태릉 선수촌, 말로만 듣던 그곳에 내가 왔다. 유일의 남자축구 여자 코치로. 떨리는 목소리로, 한차례 한차례 선수들에게 인사를 나누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여자 코치로 여기 왔습니다. 이번 올림픽과 월드컵. 메달과 트로피를 향해 같이 열심히 달려가길 바래요. 후훗."
남자축구에서는 흔히 들을 수 없는 여자의 목소리에 기뻐하는 선수들. 그리고 약간의 함성과 함께 나에게 질문이 마구 쏟아져왔다. 나이, 사는 곳, 이름... 질문도 참 다양하지, 그리고 나의 연애사까지. 그들을 진정시키는 데 진땀을 뺐다.
"하나씩, 하나씩 질문해주세요. 그럼 처음에 물어보셧던, 성용씨 부터."
내가 선수라는 호칭을 붙이지 않고, 성을 붙이지 않는 데에 감격한듯한 성용은, 손을 꼭- 잡고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하나하나씩 캐묻기 시작했다. 무슨 다들 작당을 한 것처럼.
"몇살이에요?"
"21살이에요. 원래는 여자축구쪽에 있었는데 다리 부상을 당해서, 선수로는 뛸 수 없다는 진단을 받고 다른 길을 찾아보다가 여기로 오게되었어요. 성용씨."
내가 '기성용'의 성용을 발음하자, 너무나도 기쁜듯, '야호' 하고 작은 함성을 내질렀고, 다른 선수들은 성용에게 '낄낄'거리며 놀랏지만, 다들 눈치는 부러워보이는 듯 했다.
"남자 친구는 있어요?"
이건 누구인가? 들어보니 구자철, 주장이다. 어떻게 대답해주어야 할까? 짧은 몇초동안, 전술을 짜듯 나의 머리는 빠르게 회전했다. 사실을 말할까, 거짓을 말할까. 하지만, 나의 특유의 솔직함을 이기지 못한 나는 그만 사실을 말하고 말앗다.
"어..없어. 아니 있어요!"
"에에~ 없다! 없어!"
다들 무슨 구호를 외치듯이 그리 말하니, 나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나저나, 왜 다들 이름을 물어보지 않는 걸까- 하는 순간 누군가 내 뒤에 온 것을 직감하고는, 몸을 휙 돌았다. 뒤에 있던 사람은 내가 순식간에 돈것에 매우 놀란듯, 당황한것 같았다. 근데, 이사람, 대훈이 아냐?
"야, 여기서 뭐해?"
대훈인, 내가 여기있는 게 매우 당황스럽나 보다. 표정이 역력히 티가 난다. 그때나 지금이나, 감정을 숨기는 포커페이스는 늘지 않았나보다. 내가 그때 그리도 말했었는데.
"대훈아, 포커페이스 늘리랬지?"
"야, 이대훈, 여기서 뭐해."
흥민씨, 살짝 화가 났나보다. 유일의 여자코치가 다른 종목 선수와 노는 꼴을 보는 게, 싫은 가보다. 큭큭. 흥민씨, 귀엽다. 얼굴 처럼,
"흥민씨, 과다 반응할필요는 없어요. 후후. 얘는 제가 전부터 알고 있던 친구이에요."
"정혜원!"
이런, 아무래도 대훈인 포커페이스는 물건너 간듯하다. 국가대표가 이래서야 쓰겠나. 심리전은 경기중 필수 요소라구! ...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대훈인 보기 보다 무서워서 자신을 놀리면 헐..헐크가 된다.
"혜원이라고? 이대훈, 혜원이랬냐. 코치님, 이름이 혜원이세요?"
성용씨다. 드디어 내이름이 언급되는 건가? 별개다 감격스럽네. 그런데, 원래 다들 친한가?
"네, 정혜원이에요. 정혜원."
"아~"
다들 한마음으로 탄성을 내지른다, 대체 이게 뭐라고... 다들, 단순하다. 큭큭.
"야! 아 쫌!"
"왜, 대훈아."
"왜 여기 있냐고."
아 맞다, 대훈이 한테 아직 이야기 않했지. 안했다. 아, 주위에 남자들이 있어서 자꾸 까먹는다. 건망증인가, 치매인가. 알츠하이머?
"나 축구하잖아. 이번 월드컵, 올림픽 코치야. 올림픽 메달권에 들면, 향후 10년간 계속 가능하대."
"야, 태권도 안했어? 메달도, 트로피도 땄으면서."
"아... "
"실망이다. 정혜원."
아, 대훈이, 실망했다. 대훈이 삐지면 오래가는데, 어떡하지? 어떻게 풀어줘야하나. 대훈이는 내가 이사간 후에도 계속 내가 태권도 했을 거라 생각했겠지. 그래서, 날 더 기다렸을 텐데.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인스티즈앱
조인성은 나래바 초대 거절했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