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한참을 망설이던 윤기가 입을 열었음. 같이, 들어가겠습니다. 하니까 의사 선생님이 고개 끄덕이면서 옆에 있는 간호사한테 뭔가를 지시함. 윤기가 수술실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불안함에 다리 떨고 있는데 간호사가 올 생각을 안 함. 그 때 수술실 안에서 지민이가 비명 가까운 소리를 지르는 거임. 윤기 진짜 속이 타들어가는 느낌에 벌떡 일어나서 수술실 앞만 왔다갔다 하는데 간호사가 뛰어와서 수술실 들어갈 때 쓰는 비닐 모자랑 초록색 옷을 줌. 이거 입고 들어가야 된다고. 모자는 머리에 대충 씌우고 옷도 급하게 욱여넣었음. 지금 머리고 뭐고 신경 쓸 상황이 아님.
간호사 따라 수술실 안으로 들어가니까 침대에 누워있는 지민이가 보임. 후, 심호흡 한 번 하고 침대 가까이 다가가서 지민이 손을 잡아줌. 눈 반쯤 감고 있던 지민이가 누군가 싶어서 보는데 윤기가 서 있는 거임. 윤기랑 눈 마주치자마자 서러움 아픔 그런 게 다 터져서 눈물샘도 터져버림. 눈물은 흐르는데 아래에서 간호사들은 힘 주라고 계속 뭐라고 하는 거임. 지민이가 얼굴까지 빨개져가면서 안간힘을 씀. 윤기는 옆에서 지민이 눈물 닦아주고 손 잡아주는 것 외에는 도와줄 게 없음.
자연분만은 안 되겠다, 아이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 하는 순간에 간호사가 외쳤음. 아이 머리 보여요! 하면서. 힘 빠져서 숨만 색색 몰아쉬던 지민이도 그 말 듣고 다시
힘을 내기 시작함. 아이 머리가 조금씩 나오니까 간호사들 입꼬리도 조금씩 올라감. 머리가 다 나오고 나서는 수월했음. 그렇게, 10달 간 뱃속에 있었던 아이가 세상 밖에 나옴.
탯줄도 자르고 나서 시간이 좀 지나니까 아이가 응애, 하고 울음을 터트림. 그제서야 지민이가 마음 놓고 몸에 힘을 품. 근데 아이 안아들고 지민이한테 오려던 간호사 표정이 갑자기 굳어짐. 윤기가 간호사 표정 보고 지민이 딱 보는데 지민이가 눈 감고 축 늘어져있음. 지민이 손만 꽉 잡고 의사한테 얘 왜 이래요. 왜, 갑자기. 당황해서 말도 제대로 못하는 윤기 수술실 밖으로 밀어낸 의사가 한 10분 후에 나옴.
아이, 산모 상태 다 양호합니다. 예정일보다 빨리 나와서 걱정 했는데 몸무게도 정상이에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검사들은 해봐야 하고요. 쓰러진 건 아마 산모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어서 그런 것 같아요. 일어나면 잘 챙겨 주세요. 해야 할 말 와다다 쏟아낸 의사가 수술실에서 나오는 지민이 확인하고 다른 곳으로 가버림.
회복실에 옮겨져서 누워있는 지민이 곁 지키는 건 윤기밖에 없음. 부모님은 잠깐 수박이 보러 갔고. 지민이가 아직 눈을 안 떠서 불안한지 옆에서 떨어지지를 않음. 지민이 손 살살 쓸고 있는데 지민이가 눈꺼풀을 천천히 들어올림. 윤기가 지민이 눈 뜬 거 보자마자 나 보여, 박지민? 어디 아픈 데는 없어? 하고 물음. 솔직히 말하면 지금 온 몸이 다 쑤심. 손에 힘도 제대로 안 들어갈 텐데 지민이가 윤기 걱정할까 봐 나 괜찮아, 하고 헤실헤실 웃어보임. 윤기는 그 말 듣고 긴장이 탁 풀림. 눈 뜨자마자 지민이가 수박이는? 하고 물어봄. 멀쩡하대, 정확한 건 검사 해봐야 되고. 진짜? 아, 다행이다... 지민이 입술에 짧게 쪽, 쪽 하더니 수고했어, 힘들었지. 하면서 볼 쓸어줌. 지민이는 또 좋다고 웃으면서 대답함. 형아가 옆에 있어서 괜찮았어. 형도 수고했어. 그렇게 서로 안아서 부둥부둥 하고 있는데 부모님이 들어옴. 문 열었다가 지민이랑 윤기 안고 있는 거 보고 멋쩍게 웃음. ... 우리가 방해한 거지? 하고 다시 조용히 나가심. 부모님 나가자마자 서로 눈 마주친 지민이랑 윤기가 동시에 웃음을 터트림.
수박이가 세상 밖으로 나오고 일주일 정도 뒤에 지민이도 퇴원을 함. 하루 지나자마자 회복 끝났다고 퇴원하겠다는 거 윤기가 말리고 말려서 일주일이나 있었던 거임. 나 퇴원 할래! 발랄하게 말하자마자 옆에서 사과 깎아주던 윤기가 안 돼. 단호하게 말하니까 지민이가 입술 삐죽임. 왜, 나 멀쩡한데. 수박이 데리고 집 가면 안 돼? 응? 애교까지 부리면서 얘기하는데도 윤기 절대 안 넘어감. 결국에 지민이가 포기하고 윤기가 주는 사과 냠냠 잘도 받아먹음. 아, 그리고 그 일주일 동안은 윤기가 병원에서 아예 생활을 함. 회사에는 출산 휴가서 하나 던져놓고 안 나감. 나중에 그거 알게 된 지민이가 윤기 팔 찰싹찰싹 때림. 미쳤어, 누가 그렇게 회사 막 안 나가래! 때리는 게 아프지도 않은지 윤기는 아무렇지도 않음.
그럼 너 병원에 혼자 있는데 회사에 나가? 나는 엄마 부르면 되잖아...
됐어, 이미 끝난 일 가지고.
안 혼났어?
당연하지. 누가 혼내, 나를.
지민이 머리 슥슥 쓰다듬는 윤기는 사실 사장한테 된통 혼났었음. 혼난 게 아니라 장난식으로 까였다고 해야하나. 사장이랑 친분이 있어서 그렇게 넘어갔지, 아니였으면 이미 잘리고도 남음. 돌발행동 장난 아니게 하는 윤기 뒷처리 하는 건 항상 사장님임.
02
집에 돌아온지 2주만에 지민이랑 윤기가 다시 병원으로 향함. 일주일뿐이지만 그래도 일찍 나온 아이라 혹시 모르는 병들을 예방하는 겸 간단한 검사를 받기로 한 날임. 그리고 지민이는 아침부터 불안한 마음에 가만히 있지를 못함. 요즘 좀 괜찮아지나 싶던 입술에서 다시 피가 나기 시작함. 그거 본 윤기가 얼굴 굳히면서 하지 마, 그거. 하니까 지민이가 뭘 말하는 거냐는 듯이 윤기 쳐다봤다가 자기 입술 바라보고 있는 윤기 보고 그제서야 입술을 놓음. 윤기한테 말은 안 하지만 많이 불안한가 봄. 아이 안아들고 조수석에 앉아있는 지민이가 계속 불안해하니까 윤기가 운전대 잡고 있던 손으로 지민이 손을 잡아줌. 전부터 지민이가 불안해할 때면 항상 손부터 잡아줬던 윤기임. 처음에는 손만 잡아도 부끄럽다고 하지 말라고 했었던 지민이가 이제는 불안할 때 윤기 손부터 찾음.
병원에 도착해서도 똑같았음. 윤기가 아이 한 손으로 안아들고 한 손은 지민이 손 붙잡고 있었음. 아직 수박이한테 이름을 지어주지도 못한 지민이라 접수대에서 한참을 망설임. 이름이요, 하는데 아이 이름을 말할 게 없는 거임. 결국 윤기가 옆에서 민윤기요, 하고 나서야 지민이가 참고 있던 숨을 내쉼. 의자에 앉아 무료하게 보낸 기다림 끝에 윤기 이름이 불림. 수박이 안고 있던 지민이가 일어나서 간호사한테 다가가니까 간호사가 아이 지민이 품에서 아이를 빼감. 울지도 않고 잘 안겨있던 수박이가 지민이 품 벗어나자마자 울음을 터트림. 엄마 품에서 벗어난 걸 알아차린 건지 울음소리가 점점 더 커짐. 간호사가 당황해서 머뭇거리니까 지민이가 타이르듯이 수박이를 토닥거림. 울지 말고, 옳지. 엄마 여기 있을 테니까 우리 수박이 잠깐만 다녀 오자. 알았지? 하니까 거짓말같이 조용해짐. 간호사가 지민이한테 꾸벅 인사하고 검사실로 가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휘청거림. 윤기는 옆에서 지민이 바로 부축하고.
간단한 검사라길래 금방 끝날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였음. 한 시간이나 지났는데 아이가 나올 기미가 안 보임. 십 분 정도는 웃음까지 보이던 지민인데 시간이 지나도 안 나오니까 얼굴에 불안함이 가득함. 옆에 윤기도 지민이가 더 불안해할까 봐 말은 못하지만 지민이 손 잡고 있는 손이 살짝 떨리고 있음. 그리고 조용한 대기실 안에 윤기 이름이 한 번 더 불림. 앉아있던 지민이 윤기가 일어나서 걸음을 옮김. 그리고 의사가 있는 방으로 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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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가는 차 안 분위기가 무거움. 꺄르르 웃으면서 지민이를 향해 손 뻗는 아이가 아니였으면 차 안에는 정적만 흘렀을 거임. 자신을 향해서 손을 뻗는 아이를 달래는 지민이 눈가가 빨감. 그렇게 둘 사이에 아무 말 없이 집으로 돌아왔음.
새벽까지 울음을 그치지 않는 아이를 겨우겨우 재우고 나서야 윤기가 침대에 몸을 눕힘. 들어올린 팔로 눈을 가리기 전에 흘끗 본 지민이 어깨가 잘게 떨리고 있었음. 지민이 안아들고 네 잘못 아니야, 다 괜찮아. 다독이고 싶은데 그 말을 꺼내면 둘 다 하염없이 무너져내릴 것만 같은 기분에 쉽사리 말을 꺼내지를 못함. 그렇게 한참을 있다가 윤기가 정적을 깼음. 지민아, 하고 지민이를 부르는 목소리에도 지민이가 몸을 돌리지 않음. 잠들지 않은 걸 다 알고 있는 윤기가 한 번 더 입을 열었음. 박지민. 하며 부르니까 지민이가 몸을 돌림. 마주보고 윤기를 올려다보는 눈이, 얼마나 울어댄 건지 잔뜩 부어있음. 울음을 삼키느라 씹어낸 입술도 부어있고. 윤기가 지민이 끌어다가 품에 안음. 등 토닥토닥 쓸어주면서 잠긴 목소리로 말을 시작함. 네 잘못이 아니야. 넌 엄마 자리에서 충분히 잘 해내고 있어. 고마워, 지민아. 하는 윤기 목소리에도 물기가 가득함. 그런 윤기 품에 안겨있던 지민이가 결국 다시 눈물을 터트렸음. 이번에는 입을 막지도 않고, 목 놓아 울기 시작했음. 아이가 세상에 나와 처음으로 뱉어내는 울음소리처럼. 윤기는 지민이 끝까지 다독임. 괜찮아, 괜찮아.
내가, 남자여서, 우리 수박이... 끅, 아픈 거야, 으.
아니야. 우리 수박이가 왜 너때문에 아파. 너 아니였으면 수박이 이 세상에 나올 수도 없었어.
그치, 만,
너 때문 아니야. 아직 확실한 것도 아니잖아, 더 지켜봐야한다고 했었고. 잘 관리 하면 아플 일도 없어.
지민이가 끅끅 대면서 쏟아내는 말이 윤기 마음을 자꾸 콕콕 건들임. 윤기도 목이 메어서 지민이 안고 있다 지민이가 계속 마음 아픈 말을 하니까 아니라고, 다 괜찮다고 말을 함. 지민이 머리 속에는 의사 선생님 말이 계속해서 들림. 지금은 괜찮지만 좀 지나면 아이 눈이 안 보이게 될 수도 있다, 열이 오르면 위험하니 잘 지켜봐야 한다, 하는 그런 말들이. 방 안에 지민이 울음 소리, 윤기가 괜찮다고 다독이는 소리가 가득 차니까 옆 침대에 누워있던 아이도 칭얼거리기 시작함. 윤기가 일어나서 아이 안아들고 침대로 오니까 지민이가 팔 뻗어서 아이 데려감. 애기 안아들고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하다 다시 울음을 터트림.
엄마가 미안해, 아가. 미안해, 미안해...
그런 지민이 보던 윤기는 아이를 사이로 지민이 다시 안아줌. 사랑해, 지민아. 하면서. 그렇게 눈물 젖은 새벽이 지나갔음.
내 사랑들
민윤기내남편 현 매미 슙슙 설탕맛 333 딸기 39윤기 끼부림 카모마일 에어컨 무밍 침침 모니 꼬맹이 아콰 상큼쓰
헤헤 암호닉 신청한 사랑둥이들 다 고마워 ♡♡ 진짜 과분한 사랑 받는 기분이야... 열심히 쓰긴 썼는데 오늘은 달달함보다 맴찢이 더 강한 것 같아 그래도 힘들어하는 짐니 다 감싸주려는 윤기가 발림 포인트랄까 ㅋㅋㅋㅋㅋㅋㅋ 아 글구 댓 달 때 편하게 달아줘 여기서도 편하게 소통하고 싶어 ♡♡ 사랑해 다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