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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민은 난간에 걸터앉아 있었다. 밤바람에 검은 앞머리가 살랑였다. 어두운 밤하늘엔 별 하나 없었다. 지민의 뒤에는 그를 지탱해줄 어떤 벽 또한 없었다. 12층의 아파트 옥상 난간. 조금의 균형이라도 잃으면 바로 즉사할 위태로운 그곳에서, 지민은 두 다리를 달랑거리며 윤기를 기다렸다. 

  “형아, 여기.” 

  전화를 받고 옥상으로 달려온 윤기는 멈춰설 수밖에 없었다. 제 어린 연인이 어째서 저 위험한 곳에 올라가 있는지. 조금만 놀래도 떨어져 버릴 것만 같은 지민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놀란 마음을 내비치지 않으려, 최대한 담담하게. 평소와 같이. 윤기가 손을 내밀었다. 내려가서 저녁 먹을까? 먹고 싶은 거 있어? 형이 다 사줄게. 입술을 쭉 내밀고 다리만 흔들던 지민이, 마지막 말에 고개를 들었다. 

  “사주는 거 말고, 해주는 건 안 돼?” 

  지민은 윤기를 보고 있었다, 보고 있지 않았다. 눈은 윤기를 향했는데, 어디를 보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형체 너머의 다른 걸 보고 있는 듯했다. 지민이 마른 입술을 달싹거리다 입을 한 번 더 열었다. 

  “누구 좀 죽여줘.” 

  “지민아.” 

  “죽고 싶어.” 

  아무런 표정도 없이 중얼거린 지민이 윤기의 눈을 마주했다. 말 없이, 오랫동안. 윤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지민의 저런 표정은 처음, 아니 두 번째. 깊은 절망이 밀려왔다. 볼 안쪽 살을 피가 나도록 씹은 윤기가 한 발짝 더 다가갔다. 지민아. 

  “나 또 강간당했어.” 

  “형이랑 집에 가자.” 

  “어떻게 했는 줄 알아?” 

  “네 잘못 아니야, 형이 신고할게.” 

  “신고하지 말고, 죽여달라고.” 

  으득, 이를 간 지민이 바닥을 내려다 봤다. 죽이는 게 싫으면, 형이 죽을래?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뜨는 지민에게서 어떠한 장난끼도 찾아볼 수 없었다. 분노와 원망, 슬픔이 얽혀 일그러진 눈동자가 노랗게 빛났다. 

  “죽이는 것도 무섭고, 죽는 것도 무서우면. 할 줄 아는 게 뭐야?” 

  “지민아…….” 

  “나 사랑해?” 

  거짓말쟁이, 사랑한다고 했으면서. 입가에 조소를 띄운 지민이 윤기의 팔을 잡아 끌었다. 이리 와, 형. 지민의 힘이라고 믿기 힘든 괴력이었다. 손 쓸 새도 없이 끌려간 윤기는 어느새 지민 대신 난간에 앉아 있었다. 한숨을 쉰 지민이 윤기를 떠밀었다. 마지막으로 본 지민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옥상에서 윤기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떨어지는 속도가 엄청나다. 머리가 깨져 죽겠지, 이런 시덥잖은 생각이나 하는 동안 벌써 아파트 화단이 보였다. 이렇게 죽는구나. 윤기가 눈을 감았다. 

 

 

* 

 

 

  “헉.” 

  윤기는 지옥에 떨어지지도, 천국에 오르지도 않았다. 윤기는 땅바닥에 부딪혀 머리가 깨지지 않았다. 땅이 열리기라도 한 듯 끝없이 떨어진 윤기는, 그대로 침대 위에서 눈을 떴다. 천장에서 떨어진 건가, 하고 아무 무늬 없는 천장을 뚫어지게 쳐다보면 열렸다 닫힌 자국이 있는 거 같기도 했다. 윤기는 머리를 털며 옆에 누워 있는 지민을 확인했다. 엎드려 베개를 껴안고 잘 자고 있다. 다행이네. 안도하며 지민의 머리를 헝클어트린 윤기가 침대에서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욕실 문이 닫히고 물소리가 들리자, 지민은 베개 위로 손을 넣어 눈물자국을 닦아냈다. 

 

  지민은 초능력을 쓸 수 있다. 다른 사람의 꿈을 조종하는 능력. 처음 능력을 알아차린 건 어린이집이었다. 낮잠을 자는 아이들에게 나비 꿈을 꿔, 비행기 꿈을 꿔, 아무도 모르게 속삭이면 깬 아이들은 그 꿈들을 꿨다며 신나하곤 했었다. 어린 지민은 어리둥절했다. 설마 나 때문에?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나서는 능력을 쓸 일이 거의 없었다. 지민은 잠시 제 손바닥을 내려다 봤다. 윤기는 아마, 저에 관한 꿈을 꿨을 것이다. 제가 불어넣은 키워드와, 윤기의 생각으로 섞인. 윤기가 아직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면 악몽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아까 윤기의 반응을 봐서는… 악몽이었을까? 잘 모르겠다. 지민은 이불을 슬쩍 걷어내고 제 몸을 훑어봤다. 반바지 밑에 보이는 멍 자국과 무릎의 찰과상, 윤기가 보지 못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지민은 얼른 이불을 덮었다. 윤기 형 보고 싶다. 욕실에 들어간 윤기 대신 베개를 꼭 껴안은 지민이 얼굴을 묻었다. 윤기 형. 생명줄이라도 되는 듯 베개를 꼭 끌어안은 지민의 볼에 다시 눈물이 흘렀다. 형, 나 강간당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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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지민아... 헐....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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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감사합니다! 지민이 마음 아프죠... 제가 못돼서 그래요..ㅋㅋ.....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사랑해요♥♥좋은 저녁 보내세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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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헐...여운 쩔어요ㅠㅠㅠㅠ왜 이런 금손을 모르고있
었을까요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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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손이라니... 아니에요! 과찬이세요! 하지만 감사합니다... 헉... 독자님 지금 타롯 당첨 열 배예요! 얼른 달려가세요! 댓글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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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왜 이걸 제가 지금읽었죠 세상에 아니 지금 뭔가 먹먹해서.. 지민이가 그런게 맞는거죠 그러면 지민이 마음이 윤기 꿈에 ㅠㅠㅠㅠㅠㅠ아진짜 ㅠㅠㅠㅠ잘보고가요 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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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몰님 글 너무 좋네요 분위기도 그렇고ㅠㅜ 잘읽었습니다!!ㅠ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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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진짜여운이남아요ㅜㅜㅜ뒤에이야기더있는거겠죠?ㅜㅜㅜㅜㅜ잘읽었습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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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슙민으로 연어질하다가 봤는데 ㅇㅍㄴㅌ 팬픽중에 퍼킹존이라는 팬픽이 떠올랐네요ㅋㅋㅋ 꿈을 컨트롤한다는게.. 제가 그런 류의 글을 좋아해서 몰님 글도 잘 봤습니다 슙민 많이 써주세요 ㅎㅎ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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