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딩에그 - little star
[방탄소년단/김태형]어린 아빠
나에게는 아빠가 있다. 나랑 몇 살 차이 나지는 않지만, 어쨌든 아빠가 있다.
아빠가 나를 처음 만났을 때는 아빠가 고등학교 시절이라고 했다. 당시 아빠는 할아버지, 그리고 할머니가 계시는 집을 떠나 혼자 살고 있었다고 했다. 고작 열여덟살 밖에 되지 않은 아빠의 무엇을 믿고 허락해 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아빠는 혼자 넓은 집에서 살았다고 한다. 당시 아빠는 세상 모든 게 귀찮았다고 했다. 공부도 하기 싫었고, 그렇다고 무언가를 하고 싶은 것도 아니라고 했다. 꿈을 가지는 것조차 귀찮았다고 할 정도니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 아빠의 유일한 낙은 매주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뿐이라고 했다. 딱 그 뿐. 맞아, 아빠는 인정하고 싶지 않아했지만 당시의 아빠는 뭐랄까, 좀 까졌었다.
나와 처음 만난 날에도 아빠는 여자와 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다만 평소와 다른 점이 있었다면, 여자와 만나서 시시덕거렸던 게 아니라는 것. 흥미가 떨어져 헤어지자고 했는데도 자꾸만 찾아오는 바람에 확실하게 정리를 한다고 늦게 돌아오는 길이라고 했다. 뺨에는 빨간 손바닥 자국을 하나 달고는. 골목 입구에서 걸려온 할아버지 전화를 망설이다가 받았다고 했다. 평소였으면 회사 물려받을 공부해라, 정신차려라, 하는 소리가 듣기 싫어 휴대폰을 끄고는 친구 집에 가서 잤을텐데 그 날따라 뭐에 홀린 듯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아빠는 이 얘기를 해주며 작게 웃었다. 그 날 전화를 받길 잘 했다며, 나를 만날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며, 그렇게 아빠는 내게 웃어주었다.
어쨌든, 어김없이 할아버지의 잔소리를 들으며 아빠는 천천히 골목을 걸어왔다고 한다. 그리고는 집 앞에서, 가만히 앉아있는 나를 발견했다고 했다. 사실 나는 기억은 잘 안나지만. 어쨌든 아빠는 할아버지께 나중에 전화하겠다며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그것 때문에 할아버지께 뒤에 엄청 혼났지만. 아빠는 나를 한참 내려다보았다고 한다. 한참 고민을 하다가 내 눈을 맞춰 쭈그려 앉았다고 했다. 내가 멀뚱히 아빠를 쳐다보기만 하고, 아빠도 나를 계속 보고만 있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귀신인 줄 알았다고 했다. 애기 귀신인 줄 알았다고. 아빠가 농담으로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아빠는 진지하게 말했다. 울지도 않고, 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어서 진짜 귀신인 줄 알았다고.
어쨌든 그 순간 내가 아빠를 보며 활짝 웃었다고 했다. 아빠는 미치겠네, 하며 머리를 헤집었다고 했다. 그러다 엄마는 어딨어? 하고 물었다고 한다. 사실 아빠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 늦은 시간에 엄마도 없이 아이 혼자 앉아있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지 모를만큼 아빠는 어리지 않았으니까. 아빠의 물음에 내가 잠시 고민을 하다가 몰라요! 하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런 나를 보며 아빠가 너털웃음을 터뜨렸고. 내가 아빠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고 했다. 엄마가 미안해, 하면서 여기서 기다리라고 했어요. 근데 아저씨는 우리 아빠에요? 엄마가 백 밤만 자면 아빠 볼 수 있다고 했는데. 내 말을 들으며 아빠는 대충 무슨 상황인지 알 것 같았다고 했다. 오빠는 네 아빠가 아니야, 하면서 아빠는 다시 일어났다고 했다. 그러자 내가 으응, 그렇구나, 하며 오빠 안녕! 하고 손을 흔들었다고 했다. 엄마 기다릴거야? 나를 내려다보다가 아빠가 묻자 내가 잠시 답이 없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고 했다. 아빠는 어짜피 상관 없는 일이었기에 집으로 들어가려고 했다고 했다. 문을 여는데 내가 웃는 얼굴이 눈에 밟혔다고 했다. 결국 내가 아빠 맞아, 하며 나를 데리고 들어왔다고 했다.
그리고 뭐, 나는 아빠가 생겼다. 열다섯 살 밖에 차이나지 않는 아주 어린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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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적으로 열여덟살이, 그것도 남학생이 아이를 잘 돌볼 수 있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은 아빠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었다. 아빠는 처음에는 날 며칠만 데리고 있을 작정이라고 했다. 옷이 불편해보여 갈아입히려고 하는데 내가 손에 종이를 꽉 쥐고 있었다고 했다. 종이에는 내 이름과 생일 등등 자질구레한 정보들이 있었다고 한다. 아빠는 종이를 챙겨두고는 대충 제일 작은 옷을 골라입히고 남는 방에 나를 재웠다고 했다. 밥도 대충 먹이고, 그렇게 내 진짜 엄마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렸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아빠는 느꼈다. 내 친엄마가 날 찾으러 올 확률은 아주 희박하다는 것을. 그리고는 날 시설로 보낼 거라고 결심했다고 했다. 혼자 알아보는 내내 속이 편치 않았다고 했다. 자꾸만 내가 눈이 밟혀 결국 시설 찾는 것을 포기했다고 했다.
할아버지가 줬지만 잘 쓰지 않았던 통장을 가지고 백화점으로 갔다고 했다. 내 옷과, 아기들에게 필요한 용품을 닥치는 대로 사왔다고 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갖추어져있어도 아빠는 어쩔 수가 없었다고 했다. 기저귀 가는 것조차 낯설었던 아빠니까. 인터넷을 찾아보고, 조금 쑥쓰럽지만 육아카페 같은 것도 가입했다고 말했었다. 겨우겨우 나를 보살피는데 하루하루가 힘들어서 죽을 뻔 했다고 한다. 덕분에 여자를 만나는 시간도 확연히 줄었었다고 했다. 그렇게 고생을 했으면서도 아빠는 나를 복덩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네가 워낙에 얌전했어야지, 아빠는 내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늘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내가 아빠에게로 걸어와 안기면 그곳이 천국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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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생활한지 몇 달이 지난 후, 아빠는 나를 제대로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본인도 제대로 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아빠는 나를 데리고 할아버지 댁으로 갔다. 삐까번쩍한 할아버지 댁 대문 앞에서 아빠는 한참을 망설였다고 한다. 내가 가만히 아빠를 올려다보자 아빠가 화이팅! 하며 주먹을 뻗었다고 한다. 이건 우리 사이의 일종의 약속 같은 것인데, 서로 힘을 줄 때 한 사람이 먼저 화이팅하며 주먹을 뻗으면 다른 사람이 교차시키듯 주먹을 뻗는 것이다. 내가 활짝 웃으며 아빠 팔에 내 팔을 교차시키자 그제서야 아빠는 자신이 좀 생겼다고 한다. 그래서 내 손을 꼭 잡고 할아버지 댁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처음에 나를 본 할아버지는 네가 드디어 사고를 쳤다며 골프채로 아빠를 때릴려고 했다고 했다. 옆에서 할머니가 말리시 않으셨다면, 아마 그 날이 아빠의 마지막 날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어쨌든 겨우 할머니의 말에 진정이 된 할아버지께서 앉으라고 하셨다고 한다. 아빠는 그런 할아버지께 처음으로 무릎을 꿇었다고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 두 분 다 놀라셔서 뭐하는 짓이냐고 윽박질렀지만 아빠는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다고 했다. 내가 아빠 옆에 가 같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무릎을 꿇자 할아버지께서는 어떻게 된 일인지 들어나 보자고 하셨다고 했다. 아빠는 두 분께 차근차근히 설명을 해드렸다고 한다. 그 날, 아버지께서 전화 거신 날, 제 집 앞에 있었다고. 친모가 버린 것 같다고. 처음에는 시설로 보내려고 했지만 어린 아이를 보내는 게 도저히 마음에 걸려 보낼 수가 없었다고. 어린 자식의 치기라고 생각하실 지도 모르겠지만 이 아이가 정말로 친딸 같이 느껴진다고. 그래서 키우고 싶다고. 제발 허락해달라고. 그런 아버지의 말에 할머니는 눈물을 보이셨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못난 놈, 하고 중얼거리시더니 나를 보셨다고 했다. 낯선 사람들에 무서워 아빠 옆에만 꼭 달라붙어있던 내가 할아버지를 보며 웃었다고 했다. 사실 낯선 사람은 엄청 낯을 가리는데 아빠가 할아버지는 알아본 것 같다며 내게 말해주며 웃었었다. 할아버지는 다시 아빠를 보고는 한마디 밖에 안하셨다고 한다. 호적 정리는 해야할 거 아니냐. 생활비도 모자랄 것이고. 당시에는 감정표현이 서툴렀기에 할아버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애정이었다고 했다.
그렇게 나는 아빠의 호적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사실 불가능한 줄 알았는데 어떻게 할아버지와 아빠가 넣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할아버지의 호적으로 넣으려고 했지만 아빠가 생떼를 쓰는 바람에 아빠의 호적으로 넣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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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으로 아빠의 딸이 된 뒤, 아빠는 한시름 덜은 기분이었다고 했다. 잠든 나를 바라보며 아빠는 밤마다 다짐을 했다고 한다. 친아빠보다 더 소중히 대하겠다고. 나를 잘 키워내겠다고.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겠다고.
그리고 아빠는 휴대폰에서 수많은 여자의 번호를 지웠다고 한다. 가끔 무서운 언니들이 찾아오긴 했었지만. 찬바람 쌩쌩 부는 아빠의 냉대에 결국 눈물을 흘리며 욕을 쏟아붓고는 돌아가곤 했다. 아빠는 인상을 찡그리고 있다가도 날 발견하면 이런 건 보는게 아니라며 나를 안아올려 집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여자 관계를 정리하고, 그 다음으로 한 것은 공부였다고 한다.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다시 펜을 잡았다고. 다행히 머리가 나쁜 건 아닌지 금방 진도는 따라잡았다고 했다.
그리고 아빠가 학교에 가있는 동안에는 나를 유치원에 보내기로 했다. 처음에는 보내고 싶어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나를 보냈다고 했다. 처음 유치원으로 가는 날, 나는 원복을 입고 아빠는 교복을 입었다. 교복을 입은 아빠가 나를 데려다주는 모습을 보며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를 막둥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아빠는 제 딸이에요, 하며 웃어보였지만. 어색하게 웃으며 수근덕대는 사람들의 시선을, 나는 기억하지 못했으면 좋겠다고 아빠는 생각했다. 어쨌든 아빠가 유치원 선생님께 내 손을 놓아주었다. 아빠는 잘 부탁드린다며 몇 번이고 부탁했다고 한다. 우리의 사정을 아는 유치원 선생님께서는 걱정하지 말라며 아빠를 안심시켰다고 한다. 어색한 선생님의 손을 잡고 나는 아빠를 가만히 올려다 보았다고 했다. 아빠가 나중에 우리 딸 마치면 올게. 아빠가 웃으며 내게 손을 흔들었다고 했다. 나도 손을 흔들다말고 아빠, 진짜 꼭 올거지? 약속. 하며 손을 내밀었다고 했다. 아빠는 잠시 멍해졌다가 응, 꼭 올게. 하며 내 손을 잡았다가 놓았다. 그제야 안심한 내가 선생님을 따라가고, 아빠는 유치원에서 나왔다고 한다. 아빠는 조금 창피하지만, 학교 가는 내내 울었다고 했다. 어려서 모를 줄 알았는데 상처를 기억하고 있는 내게 너무 미안했다고 했다.
내가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아빠와 나는 동네에서 유명해졌다. 시장을 가도, 함께 산책을 가도 우릴 향해 진득한 시선들이 따라붙었다. 우리를 보며 수근덕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아빠는 애써 모른 척 했다고 했다. 자신을 욕하는 소리를 내가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다행히, 유치원 선생님과, 나와 함께 다니는 아이들의 부모님들에 의해 소문은 금방 사그라들었다. 어린 아빠인 우리 아빠를 동네 사람들이 챙겨주기 시작했다. 아빠도 내 아빠로 불리는 게 익숙해졌다고 했다. 처음에는 어색했던 시장도, 아주머니와 흥정을 할 수 있을만큼 익숙해졌다고 했다. 그러지 않아도 시장 이모들은 우리에게 덤을 많이 줬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빠는 엄마같은 면도 좀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학교에서 아빠의 비밀은 아는 사람은 단 한 명, 아니, 담임 선생님까지 합쳐서 두 명이었다. 바로 아빠의 친한 친구인 지민 삼촌이었다. 아빠가 갑자기 정신 차리는 모습을 보며 지민 삼촌은 용돈이 끊겼나보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자꾸만 핸드폰을 보면서 혼자 웃는 게 조금 수상하긴 했지만 그러려니 했다고 했다. 아, 핸드폰 갤러리에는 어린 내 모습이 잔뜩 있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아빠가 비밀을 알려주겠다고 집으로 초대했다고 했다. 안그래도 제 집처럼 드나들던 집을 몇 달 전부터 못 오게 해서 지민 삼촌은 답답했다고 했다. 야자를 하지 않는 두 사람이 가방을 챙기고 교문 밖으로 나왔다고 했다. 아빠는 자연스럽게 집 방향이 아닌 쪽으로 향했다고 했다. 지민 삼촌이 이사했냐고 물어도 아빠는 묵묵부답이었다고 했다. 두 사람이 멈춰선 곳은 내가 다니던 유치원이었다. 아빠를 기다리고 있던 내가 바로 달려나와 아빠에게 안기자 지민 삼촌은 상황 판단을 하느라 죽을 뻔 했다고 했다. 오늘은 잘 놀았어? 아빠의 다정한 물음에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을 내가 쫑알쫑알 얘기했다고 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지민 삼촌이 누구냐고 묻자 아빠는 심드렁하게 우리 딸, 하고 답했다고 했다.
그 말에 지민 삼촌의 정신은 완전히 나갔다고 했다. 아빠가 자신을 놀리는 줄 알았다고 했다. 아빠의 뒤를 따라 겨우 집으로 들어선 지민 삼촌은 또 한 번 깜짝 놀랐다고 했다. 패스트푸드 껍질과 인스턴트 식품으로 가득했던 집이 어린 애들 용품으로 가득해서. 지민 삼촌은 그제야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아빠와 마주앉았다고 했다. 다행히 나는 좋아하는 만화를 보느라 두 사람 쪽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했다. 아빠는 담담하게 지민 삼촌에게 상황을 설명해주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멍하게 듣던 지민 삼촌이 네가 미쳤구나. 를 몇 번이나 반복하고 나서는 결국 한숨을 쉬었다고 했다. 누구누구 알아. 지민 삼촌의 말에 아빠가 활짝 웃었다고 했다. 담임 말고 학교에는 아는 사람 없어. 아빠의 답에 지민 삼촌은 또 한숨을 쉬었다고 했다.
그리고 지민 삼촌은 내 1호 덕후가 되었다. 아빠한테는 미쳤다, 뭐다, 하고는 틈마다 나를 찾았다고 했다. 처음에는 우리 딸이 너 싫대, 하며 철벽방어를 하던 아빠도 결국 포기를 했다. 사실 어린 시절의 나는 지민 삼촌을 꽤 좋아했다. 맨날 나랑 놀아주고, 맛있는 것도 사주고, 다정하고. 무엇보다 우리 아빠의 친구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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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그 때다. 내가 처음으로 유치원에서 학예회를 했던 날. 아빠는 꿀리면 안된다고 할아버지께 떼를 써 정장을 맞춰입고 왔었다. 아, 나를 꼭 봐야한다는 지민 삼촌도 옆에 데리고. 학부모 사이에 끼여있는 두 남정네는 음.. 생각보다 볼만한 풍경이었다. 마침 그 때 내가 학예회에서 맡은 것은 피날레를 장식하는 연극의 여주인공이었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나를 카메라로 담아내던 아빠는 결국 청승맞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우리 딸, 벌써 저만큼 컸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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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의 삶이 항상 평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우리의 사정을 알아도 언제나 수근거리는 사람들은 존재했다. 내가 초등학교에 갓 입학했을 때가 가장 심했는데, 우리 반에서 정말로 나를 괴롭히는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의 어머니는 먼저 나서서 우리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퍼뜨리고는 했다. 뭐, 사실 동네 사람들 전부 우리집 사정을 알아서 믿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그 아이가 나를 괴롭히는 것은 점점 도가 지나쳐 결국 내가 다쳤던 적이 있었다. 당시 스무셋, 제대하고 대학교를 다니고 있던 아빠는 눈이 뒤집혀져 학교에 찾아왔다. 참, 아빠는 스무살이 되자마자 입대를 했다. 얼른 다녀오겠다며 나를 할아버지 댁으로 맡기고 갔다. 어릴 때는 아빠가 날 떠난 줄 알았는데 가끔씩 찾아오는 아빠를 보며 무슨 일이 있구나, 하며 대충 이해했다. 그리고 그 때, 나와 할머니, 할아버지가 무척 친해졌다. 딱딱한 할아버지가 저렇게 다정하고 손녀바보였다는 사실에 아빠는 배신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할아버지는 네 놈이랑 같냐며 아빠께 한마디씩 했다고 했다.
어쨌든 열받은 아빠가 학교로 찾아왔다. 여자애 얼굴이 이게 뭐냐며 그 아이와 부모님까지 모두 소환시켰었다. 헐레벌떡 달려온 그 아이의 부모님은 젊고 앳된 아빠를 보자마자 태도가 바뀌었다고 했다. 아빠가 어려서 미안했던 적은 처음이라며 아빠는 후에 내게 말했다. 아빠는 애써 당당하게 보모님께 따졌다고 했다. 그 아이의 부모님들의 말은 가관이었다. 아이들 사이에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오히려 뻔뻔하게 나오셨다고 했다. 아빠는 뒷목을 잡고 넘어갈 뻔 했다고 했다. 지금 어리다고 무시하는 거냐며 아빠는 헛웃음을 지었다고 했다. 하지만 작은 아빠는 건들면 아주 좆되는 것이다. 당시 손녀 바보였던 할아버지께 지민 삼촌이 SOS를 쳐놓은 상태였다. 할아버지께서는 하시던 일도 잠시 멈추시고 비서 아저씨와 위풍당당하게 학교로 찾아왔다. 할아버지를 본 부모님들은 쩔쩔매며 어쩔 줄 몰라했다. 결국 나에게도, 아빠께도 사과를 하고는 줄행랑치듯이 도망쳤다. 마침 마지막 시간이었기에 할아버지와 아빠가 내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셨다가 같이 밥을 먹으러 갔었다. 아, 뒤에 할머니께서 서운해하셨지만. 그래서 할머니랑 나랑 몰래 나간 적도 있었다. 어쨌든 그 사건 이후로 나를 건드리는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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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어려서 어딜가나 주목 받는 아빠는 많은 여자의 손길도 받았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아빠는 싫다며 거부했다. 아직은 나랑 사는 게 좋대나. 내가 엄마 갖고 싶다고 하면 장난스럽게 우는 척을 하며 아빠로는 만족 못하니? 하며 말하고는 했었다. 더 커서 느낀 건데 아빠는 나 때문에 여자를 만나지 않은 게 맞았다. 첫 째는 나와 함께 할 시간이 없어지고, 내게 신경을 못 써줄까봐. 그래서 나와 멀어질까봐. 그리고 둘 째는 그 여자가 내게 좋은 엄마가 되어줄 것이라는 확신이 없어서. 이유가 뭐였든간에 내가 아빠의 청춘을 갉아먹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내가 이런 마음을 가질 때마다 아빠는 화를 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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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학예회하니까 생각났는데 아빠는 내가 초등학생이 되어도 변하지 않았다. 내 운동회도 왔었고, 학예회도, 학부모 참관 수업에도 왔었다. 젊은 아빠를 보며 다들 수군거리긴 했지만 친구들이 우리 아빠가 제일 젊고 잘생겼다고 했었기에 나는 언제나 뿌듯했다. 참, 아빠가 혼자 운동회를 오는 것을 알고 그 다음해에는 지민 삼촌이 따라왔었고, 그 다음해에 운동회의 존재를 알게된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오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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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가 친아빠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중학생 때였다. 그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우연히 알게 되었지만 충격이 좀 컸었다고 해야하나. 아빠와 사소하게 다투다가 친아빠도 아니면서! 하고 소리쳤던 것은 아직도 후회하는 일이다. 충격에 빠진 아빠를 뒤로 두고 집에서 나왔지만. 갈 곳이 없어 놀이터에서 시간을 죽이던 나를 찾아낸 아빠가 가만히 나를 끌어안았다. 한번도 널 내 친딸이 아니라고 생각한 적 없어. 진짜야. 그런 생각하지마. 결국 아빠의 품에서 엉엉 울고는 사이좋게 손 잡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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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어느새 아빠가 나를 만났던 열여덟살이 되었다. 어렸던 아빠는 여전히 젊은 나이인 서른 세 살이었다.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는 말을 이뤄낸 아빠는 할아버지의 회사의 본부장님이 되었다. 어린 나이에 본부장이라며 주위에서는 소근거렸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아빠가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해왔는지. 낙하산 소리가 듣기 싫어서 말단부터 오기로 올라간 자리였다. 그런 아빠를 보면서 할아버지는 굉장히 흐뭇해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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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 내 아침은 아빠의 목소리로 시작한다. 얼른 일어나! 하는 소리에 거실로 나가면 셔츠를 입고 부엌을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아빠가 있다. 십오년 동안 다행히 아빠의 요리솜씨는 최고가 되었다. 빨리 출근해야 되면서 언제나 아빠는 아침을 굶길 순 없다며 일찍 일어나 밥을 하곤 했다. 아, 가끔 지민 삼촌이랑 한 잔하고난 다음 날에는 토스트를 해줬지만. 아빠에게 국 끓어요. 하고는 다시 내 방으로 들어와 화장실로 갔다. 머리도 감고, 세수도 하고. 피곤한 정신으로 머리를 말린 후 교복까지 챙겨입고 다시 거실로 나가면 한 상 차리고는 뿌듯하게 앉아있는 아빠가 있다. 우리 딸 잘 잤어? 항상 다정한 아빠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이자 아빠가 힝, 하는 표정을 짓는다. 그런 아빠가 귀여워 크게 웃고는 아빠도 잘 주무셨어요? 하고 물으면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오늘의 아침은 콩나물국이다. 오, 맛있다. 작은 내 말에 아빠가 활짝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많이 먹어, 우리 딸. 아빠의 말에 아빠두요. 하자 아빠가 감격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십 오년 전부터 지금까지 아빠는 변한 게 하나도 없다. 아빠랑 이것저것 얘기하며 밥을 먹는데 대뜸 아빠가 입을 연다. 오늘 일찍 마치지? 백화점 갔다가 할아버지가 외식하자고 하시더라. 아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 먹은 그릇을 씽크대에 놔두고 화장실로 향했다. 양치도 마저하고 고데기도 했다. 가방을 매고 나가자 그새 설거지를 했는지 고무장갑을 벗는 아빠가 보인다. 다 됐어? 아빠의 말에 넹. 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아빠도 허겁지겁 방으로 들어간다. 한 손에는 넥타이를 들고 한 손에는 가방과 차키를 들고 나온다. 자연스럽게 넥타이를 매주고는 아빠와 집을 나섰다. 조수석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다가 핸드폰 진동에 깼다. 언제 오냐는 친구의 물음에 가는 중. 하고 답하자 그새 신호가 걸렸는지 나를 내려다보는 아빠가 보인다. 다 컸어, 우리 딸. 감탄하듯이 말하고는 초록불이 된 신호등을 보고는 차를 출발한다.
운전하는 아빠의 옆태를 보는데 우리 아빠라서 하는 소리가 아니라 진짜로 너무 잘났다. 얼굴도 잘생기고, 능력도 좋고, 아직 젊고. 뭐, 아빠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유일한 흠이라고 하면 다 큰 딸 하나 정도. 아빠를 보다가 아빠는 여자 만날 생각 없어? 하고 묻자 아빠가 헛기침을 한다. 너 할아버지가 그렇게 말하라고 시켰어? 애써 담담하게 말을 하는 아빠에게 아니, 뭐... 아빠도 여자 한참 만나야 될 나이니까. 하자 아빠가 작게 웃고 만다. 교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아빠가 차를 세웠다. 교문에 차를 세우면 벌점이기 때문에. 여튼 안전벨트를 풀었다. 가만히 나를 내려다보던 아빠가 활짝 웃는다. 아빠 걱정해주는 마음은 너무 이쁜데. 아빠는 딸이랑 지내는 게 훨씬 좋아. 그리고 아빠는 젊을 때 여자를 너무 많이 만났어. 기껏해야 나만한 나이 때 짧게 만나 여자가지고 나름 허세를 떠는 아빠가 귀여워 그냥 웃고 말았다. 맞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그렇게 말하라고 하면 싫어요! 하고 대답해, 응? 아빠 말은 안 들으셔도 네 말은 듣잖아. 아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지간히 싫나보다. 그래, 오늘도 잘 지내고! 몇 시간 뒤에 봐. 아빠가 화이팅, 하며 주먹을 내민다. 화이팅. 아빠의 주먹에 내 주먹을 맞대었다.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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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 도착하자 오늘은 왜 이렇게 늦게 왔냐며 정국이가 칭얼거린다. 나랑 유치원 때부터 알던 사이다. 물론 아빠와 나의 관계도. 아, 오해하면 안된다. 얘랑 나랑은 진짜 친구일 뿐이다. 아저씨 차는 아까 전에 섰던데 부녀끼리 무슨 찐한 얘기를 나누셨길래? 정국이의 등을 치고는 옆에 앉았다. 미친놈이, 못하는 소리가 없어. 내가 맞은 부분을 문지르며 앓는 소리를 내던 정국이가 참나, 하며 책상에 엎드린다. 조회 끝나고 매점 콜? 곧 고개를 돌려 하는 말에 콜! 하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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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늘 그렇듯 똑같이 흘렀다. 수업을 하고, 급식을 먹고.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선생님들 연수 덕에 일찍 마친다는 것. 심지어 모의고사치는 날보다 훨씬 일찍 마쳤다. 신나서 가방을 싸던 정국이가 야, 오늘 새로 생긴 거기 갈래? 하는 물음에 놉. 하고 답했다. 아, 왜. 칭얼거리는 정국이에게 오늘 아빠랑 약속. 그리고 외식하기로 했지롱. 하고 약올리자 씩씩댄다. 와, 치사해. 그럼 다음에 가는 거다. 굳이 다른 애를 찾지 않고 다음을 기약하기에 그러마하고 답했다. 그 순간 아빠의 카톡이 도착했다. 딸 마쳤어? 안봐도 아빠가 교문에 차를 대고 기다리고 있겠구나 싶어서 서둘러 가방을 쌌다.
하이, 아빠. 조수석에 타자 눈을 감고 있던 아빠가 눈을 뜬다. 하이, 도터. 장난스러운 아빠의 말에 웃음이 나온다. 오늘은 어땠어? 아빠의 물음에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쫑알쫑알 풀어놓기 시작했다. 아빠는 내 말을 들으며 차를 출발시켰다. 간간히 내 말에 답을 해주며. 그래서 정국이랑 다음에 가기로 했어. 하고 말을 마치자 아빠가 정국이 보고싶네. 다음에 집에 초대해야겠다. 하며 주차를 한다. 백화점 간다고 해서 여기일 줄 알았어. 안전벨트를 풀고는 내렸다. 평소라면 전화를 할텐데 오늘은 아무 말 없이 아빠가 내린다. 지민이 삼촌한테 전화 안해? 내가 묻자 아빠가 이미 전화 해놓은 상태라며 웃는다. 엘리베이터를 찾아 꼭대기 층을 눌렀다. 밖이 보이는 유리 엘리베이터라 우와. 하며 구경했다.
꼭대기층에서 내리자 지민 삼촌의 모습이 보인다. 말쑥하게 양복을 차려입고 지시하는 모습은 언제봐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우리 딸! 아빠에게 늘 한소리 들으면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딸 소리를 외치며 삼촌이 다가온다. 나를 안고 부둥부둥하다가 여기 앉아, 하며 의자에 앉힌다. 우리 딸은 코코아지? 자연스럽게 종이컵을 들고와 내게 주고는 아빠에게는 물 한 컵을 건넨다. 가을 옷 나왔지? 아빠의 물음에 삼촌이 당연. 조금만 있어봐. 하며 사라진다. 난 지민 삼촌이 항상 허당이고, 좀... 만만하고, 나이 차이는 나지만 사실 좀 귀엽고 그래서 영원히 대학생일 것 같았는데 할아버지만큼 잘사는 집 아들이었다. 이 백화점도 지민 삼촌네 것이라고.
"다음에 놀러갈게."
"넹, 삼촌 보고 싶었어요."
"우리 딸이 그런 말도 해주고.. 감동이다. 옷 마음에 안 들면 다시 가져오고. 오늘 저녁 비싸고 맛있는 거 먹고!"
삼촌에게 손을 흔들고는 엘리베이터에 탔다. 손에 한가득 쇼핑백을 든 아빠가 싱글벙글이다. 왜 그렇게 웃고 있을까~ 내가 장난치듯 말하자 아빠가 웃는다. 다 컸어, 역시. 얼른 가자. 할아버지랑 할머니 기다리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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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이름을 대자 룸으로 안내한다.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아계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보였다. 할아버지, 할머니! 얼마 전에도 봤지만 반가운 얼굴에 달려가자 두 분 다 허허 웃으신다. 아빠가 예쁜 옷 사주든? 할머니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너무 많이 산 것 같아요. 내가 칭얼거리자 할아버지가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두고두고 입으면 되지. 뭘 걱정해. 할아버지의 말에 그런가, 하며 웃었다. 아빠 먼저 자리에 앉히고 아빠 옆에 앉았다. 우리를 바라보던 할아버지가 뭐 먹고 싶어. 하며 메뉴판을 건넨다. 음, 이건 아빠가 좋아하는 거. 이건 할아버지, 이건 할머니.. 마침 그 메뉴 모두 들어가있는 코스 요리가 있길래 이거요! 하자 할아버지가 크게 웃으신다. 하여튼 네 센스는 못이긴다. 종업원을 불러서는 내가 말한 코스를 시키신다.
"태형이는 요새 만나는 여자 없고?"
"아버지. 그런 말 안 하기로 하셨으면서... 전 우리 딸만 있으면 되요."
"그래. 그 소리도 지겹다."
그러면 너는 만나는 남자 없고? 할아버지의 물음에 헛기침을 했다. 물을 마시던 아빠도 뿜을 뻔 했는지 켁켁거린다. 아버지! 아빠의 말에 할아버지가 장난스럽게 웃는다. 남자 만날 때 됐지. 우리 손녀가 어린 애도 아니고. 할아버지의 말에 할머니가 동조하시듯 맞아. 하고 거드신다. 아빠를 놀려주고 싶은 마음에 음.. 그게 사실. 하고 말을 늘리자 아빠가 내 어깨를 잡는다. 설마 있어? 누구야! 정국이? 옆 반 반장? 누구야! 아빠의 반응에 결국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없어요, 없어요. 저도 아빠랑 지내는 게 재밌어요. 내 말에 할아버지가 너네는 못 말린다. 하며 웃으신다. 때마침 요리가 나온다. 많이 먹어라. 할아버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뭐부터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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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재밌었어?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 아빠의 물음에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응, 지민 삼촌도 보고. 할아버지, 할머니랑 저녁도 먹고. 아빠랑 쇼핑도 가고. 완전 재밌었어. 내 말에 아빠가 조용히 웃는다. 아빠도 오늘 우리 딸 일찍 봐서 좋다. 아빠의 말에 헤헤거리며 웃었다.
집으로 돌아와 씻고 나오자 과일을 깎는 아빠가 보였다. 얼른 와. 편한 옷차림의 아빠 옆으로 가자 때마침 아빠와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가 시작된다. 저거 저거, 내가 저럴 줄 알았어. 드라마를 보는 아빠는 완전 아줌마 같다. 그런 아빠 옆에서 보는 나도 마찬가지지만. 아빠 입에 복숭아를 하나씩 넣어주며 드라마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드라마가 끝나고 아빠가 티비를 껐다. 접시랑 쟁반을 씽크대에 가져다놓고 거실로 나오는데 아빠가 내일 놀러갈까? 하며 대뜸 말을 한다. 오랜만에 놀러갈까? 주말인데. 아빠의 말에 나쁠 건 없겠다싶어 넹. 하고 고개를 끄덕이자 아빠가 웃는다. 딸도 아빠 여자 만났으면 좋겠어? 아빠의 조용한 물음에 잠시 망설였다. 여자를 만나기 보다는... 음... 아빠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내 답에 아빠가 나를 와락 끌어안는다. 그럼 이미 이루어졌는데. 아빠는 네 덕분에 매일 행복해. 아빠의 말에 웃었다. 어쨌든. 그래도 아빠 혼자 늙어죽기 싫으면 여자 만나야지. 내 말에 아빠가 툴툴거린다. 혼자 늙어죽긴. 우리 딸이랑 함께 살건데. 아빠의 말에 난 남자 만날건데? 하고 놀리자 아빠가 품에서 나를 떼어낸다. 진짜? 아빠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언젠가는. 아, 근데 지금은 아니고. 내 답에 아빠가 한숨을 쉰다. 진짜 다 컸구나... 휴... 그래도 완벽한 남자여야 돼. 아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 같은 남자 만나야지. 내 말에 아빠가 웃는다. 힘들겠는데, 그럼.
어쨌든 잘자고. 내일 일찍 일어나서 만나. 아빠가 내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는 방으로 향했다. 넹, 아빠도! 나도 아빠 뒷통수를 쓰다듬고는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너! 아빠의 소리를 무시하고는 방문을 닫았다. 침대 위에 대충 던져놓았던 핸드폰을 켜 친구들에게 카톡 답장을 했다. 페이스북도 좀 보고, 인터넷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침대 머리 맡의 램프를 켰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와 나 전부 함께 찍은 액자가 조금 삐뚤어져있길래 손을 뻗어 정리를 했다. 아빠와 나, 둘이 찍은 사진 액자 옆에 휴대폰을 놔두고는 눈을 감았다. 오늘도 행복했어.
나에게는 아빠가 있다. 나랑 몇 살 차이는 나지 않지만, 내 친아빠도 아니지만, 나를 누구보다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내 가족.
나에게는 아빠가 있다. 아주 어릴 때부터 나를 키워준, 그 때는 어렸고, 지금은 젊은,
우리 아빠,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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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이가 어린 아빠인 조각글이 보고 싶어서 찌기 시작했는데 두시간 잼....8ㅅ8 두시간이나 걸려서 미앙합니다... 금방 찔 수 있을 줄 알았는데....8ㅅ8
오늘 글잡 구독료 무료라고 해서 짧게 찐건데 왜 때문에 곧 끝이져... 힝...
그래도 몇 분 안남았지만! 이 글은 노양심으로 20 포인트 받겠습니다!!!!!!
저 여주 엄마 잘 할 자신 있으니 태형아빠를 제게 주십쇼....8ㅅ8
사실 좀 평범한 가정이고 이런 걸 쓰고 싶은데 나름 그사세가 되어버렸네옄ㅋㅋㅋㅋ 어흨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꼭 쓰구 싶었어여. 사실 애들 한바퀴 다 돌면 태태 어린 아빠로, 딱 이글로 연재하려고 했는데 썰처럼 되거나 자신이 없어서!
여튼 조각글임미당'ㅅ' 태태어빠... 아니 태태아빠 발리자나여.... 쓰다가 잼 될 뻔... 헤헤
늘 고맙구 사랑합니당. 앙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