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 벤
스트로베리 익스트림, 맞죠?
w.호시기호시기해
혼자 보는 영화를 좋아하는 나는 항상 고민한다.
오늘 점심으로는 배를 채웠으니까, 팝콘을 먹기에는 조금 남겠지?
예전에 나였다면 미친 소리 한다며 어떻게 팝콘을 혼자 못 먹을 수 있냐며 화를 냈겠지만,
지금은 진짜 배가 불러서 팝콘 하나는 불가능하다. 그래 팝콘은 나중에 먹기로 하고..
그 때 영화관 옆에 위치한 스무디킹이 눈에 띄었다. 스무디? 영화를 볼 때면 입에 꼭 뭐가 들어가야 집중하는 나로써는
스무디가 지금의 최선의 선택이었다.
문제는 내가 부끄러움이 많아서 치킨집에 전화를 하거나, 매장에서 주문을 하는게 정말 드문일 이라는 것이다.
영화는 무조건 인터넷,어플 예매. 다른 배달음식을 시킬 때는 가족들에게 넘겨서 많이 해보지도 못했다.
그래도 지금은 별 수가 없으니까.. 일단 스무디킹 안으로 들어갔다.
" 어서오세요. "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에어컨의 시원한 바람이 내 얼굴을 스쳤다. 스무디 가게라서 달달한 냄새가 나는 것도 같았다.
주문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급하게 가방을 뒤져 지갑을 꺼냈고, 지갑 속에서 체크카드를 꺼내 손에 쥐었다.
스무디킹은 처음이라서 앞사람이 주문하는 것을 듣고 그대로 주문하기로 결심했다.
앞사람은 스트로베리 익스트림을 주문했고, 스트로베리가 딸기인 것을 생각한 나는 앞사람이 그걸 주문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됐고, 나는 심호흡을 한번 한다음에, 고개를 푹 숙이곤 얘기했다.
" 스트로베리 익스트림 주세요. 카드 여기요. "
" 네 스트로베리 익스트림 주문 받았습니다. 사이즈는 뭘로 하시겠어요? "
" 네? 사이즈요?! "
사이즈는 차마 못 들었는데.. 너무 당황한 나머지 큰 소리로 사이즈요? 를 외치며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들었는데...
" 네 손님. 사이즈요. 스몰, 레귤러, 라지 이렇게 있습니다. "
엄마.. 여기 내 이상형이 있어요.. 근데 나는 주문을 못하는데 어떻게 해야 될까요..?
" 그냥 제일 큰 걸로 주세요! "
" 아..네 그럼 라지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6700원 입니다 "
" 여기요."
" 손님 포인트 적립해드릴까요? "
" 아.. 아니요 괜찮아요. "
" 그럼 현금영수증 해드릴까요? "
" 아니..아..아니요 괜찮아요. "
" 네 그럼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진동 울리시면 가져와주세요. "
아까 건넨 카드로 결제를 마치고 진동벨과 함께 건네받아 계산대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요즘 매장에서 주문하면 포인트에 현금영수증에.. 물어보는게 왜 이렇게 많지? 그냥 결제만 해주는거 아니였나..?
근데 아까 나한테 물어보는데 움직이는 입술이.. 아니, 나는 변태가 아니다.
계산대에서 주문을 받는 그 알바생을 쳐다보는데 내 이상형이라서 번호 물어보고 싶었다.
주문도 못 할 정도로 수줍은 내가 번호를 물어볼리가 없어서 그냥 보고만 있었다.
알바생이 스무디를 만들러 내가 앉은 의자 쪽으로 오는데 옆선이 진짜 끝내줬다.
코도 완전 오똑하고 눈도 크고.. 장차 내 남편이 되었으면.. 진짜 나는 변태가 아니다.
알바생이 스무디를 다 만들었는지 컵의 뚜껑을 씌우고, 진동벨을 울리러 가는 순간까지 나는 눈을 떼지 못했다.
손에 진동이 울려, 겨우 정신을 차려 가방을 챙기고 의자에서 일어섰다.
의자에서 일어나 고개를 들었는데, 알바생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부끄러움에 서둘러 진동벨을 가지고 스무디를 받는 곳으로 향했다.
" 주문하신 스트로베리 익스트림 나왔습니다. "
" 네.. 진동벨 여기요. "
" 네, 손님 안녕히 가세요! "
원래 알바생들이 저렇게 인사를 잘 하나? 싶을정도로 크게 인사를 해주니까 뭔가 더 부끄러워서
얼른 스무디 매장을 빠져나왔다. 기다리는 동안 목이 많이 타서 스무디를 한입 먹으려는데,
뚜껑 빨대 부분에 조그마한 쪽지가 접혀 끼워져있었다. 뭐지? 하고 쪽지를 펼쳤는데.
[ 정호석. 010 5555-6666 그 쪽이 마음에 드네요. 스트로베리 익스트림. ]
그 알바생이었다. 어떡해, 어떡하지?
그 후로 영화시간이 되어 영화를 보는데도 머릿속은 온통 정호석. 그 알바생 이름이 떠올랐다.
스무디를 먹는데 이게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스무디를 마실때마다 그 알바생 모습이 자꾸 생각나서 결국 영화를 보고나서 집에 오는 길에도
영화가 무슨 내용이었는지, 누가 나왔는지 정말 하나도 기억이 안 났다.
쪽지를 펼쳤다가, 다시 접었다가. 정말 이 번호로 전화를 해도 되는게 맞는걸까? 생각을 하면서도
그 때 본 정호석이라는 남자의 얼굴이 생각나면서 진짜 연락을 하고싶기도 했다.
막상 연락하려고 하니, 그 번호가 내가 아니라 내 앞사람에게 준 번호가 아니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내 앞사람도 여자였는데 굉장히 예쁘고 청순했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뻗으니 진짜 내가 아니라
내 앞사람에게 주려던 걸 내가 잘못 받았나, 하는 상상으로 가득찼다. 그래. 나한테 번호를 줄리가 없지 하며
번호가 적힌 쪽지를 버렸다. 괜히 가지고 있기도 좀 그래서. 쪽지를 버렸는데 찝찝한 기분이 들어서, 더이상
생각하지 않고 잠에 들었다.
다음 날, 하필이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배우의 영화가 오늘 개봉했다.
어제도 영화를 보는 바람에 약간 망설여졌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배우의 연기력은 정말 최고여서
영화는 꼭 보고싶었다. 한 번 생각하니, 어느새 내 손가락은 그 영화를 예매하고 있었고, 평일 오전이라서 그런지
예매된 좌석이 별로 없었다. 이정도면 꿀이라고 생각하며 신나는 기분으로 영화관에 갈 준비를 했다.
영화관에 도착해서 순차적으로 예매한 티켓을 뽑고, 팝콘을 사서 영화관 안에 들어오는 것 까지 완벽하게 했다.
자리에 앉아 스크린을 바라보니, 내가 앉은 자리에서 스크린이 한눈에 다 들어오는게 너무 행복해서 괜히 웃음이 났다.
영화가 시작하기 5분 전이라서 광고를 보며 팝콘을 먹고 있다가 옆자리에 누군가 앉는 느낌이 들어 갸우뚱했다.
아침에 예매할 때까지는 내 옆자리에 아무도 없었는데.. 그 사이에 누군가 예매했을수도 있지만 남은 자리도 많던데
굳이 왜 내 옆자리에..? 라는 생각에 옆자리에 앉을 사람을 봤는데,
" 어? "
그 알바생이었다. 정호석.
" 어제 스트로베리 익스트림, 맞죠? "
진짜 정호석이었다.
" 네? 맞죠? 스트로베리 익스트림. 어제 왜 연락 안 했어요? "
" 아.. 그거 저 한테 주신 거 였어요..? "
" 그럼 당신한테 주지! 누구한테 그걸 줘요? "
" 저는 그 때.. 어.. 제 앞에 분이 스트로베리 익스트림 시키시길래..
아니..어.. 그.. 분한테 주려던거 저한테 잘못.. "
" 아! 손님이 이렇게 예쁜데 누구한테 잘못 줘요, 실수할게 따로 있지. "
" 네..? 저요..? "
" 네. 너요. 스트로베리 익스트림 손님. "
그 쪽지, 어제 나한테 준게 맞다고 한다.. 그 쪽지 쓰레기통에 버렸는데 어떡하지?
집에가서 다시 뒤져봐야겠다. 나는 또 앞사람한테 준 줄 알고 버렸는데.. 괜히 미안해졌다.
근데 손님이 이렇게 예쁘다니..? 지금 나보고 예쁘다고 한건가? 미안함 반, 설렘 반 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우연처럼 영화관 옆자리에 앉을 수 있나..?
" 아..네.. 그.. 스트로베리 익스트림.. 저도.. 시켰죠.. 네.. 그런데 제가
아닌 것 같아서 쪽지를 버렸는데.. "
" 그럼 앞사람한테 준 줄 알고 버린 거에요? 와, 진짜 너무하네. "
" 아니 다른 사람한테 준 걸 가지고 있으면 괜히 미안하고.. 그러니까.. 죄송해요.. "
" 손님이 뭐가 죄송해요, 그 때 그냥 매장에서 손님 잡고 물어볼 걸 그랬네요. "
" 아.. "
" 그럼 지금 정식으로 얘기할께요. "
" 번호 좀 주세요. 스트로베리 익스트림 사간 손님. 그 쪽이 마음에 드네요. "
!사담!
암호닉
정희망 민윤이 필통
저는 장편을 쓰지 않아요.. 왜냐면 쓰기가 너무 힘드렁!!!!!!!!
그래서 옆자리 스토커도 번외로 쓰고 마무리 지을려구요..
앞으로는 다른 멤버들도 올겁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