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인 - 환청(Inst.)
주말이라 그런지 길거리에 사람이 많았다. 다달이 생활비를 보내주시는 부모님께 학원비까지 짊어지울 순 없어서 무작정 시작한 아르바이트의 첫 날이였다. 일부러 손님 많고 쉴 틈 없이 바쁜 고깃집을 택했는데, 하루 온종일 사장님께 채이고 손님들께 채였더니 반쯤 제정신이 아니였다. 터덜터덜 거리를 걷다가, 문득 느껴지는 오한에 뒤를 돌았다.
인간과, 인간이 아닌 무언가의 존재는 뿜어져 나오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 멀리서부터 알아채기 마련이다. 전부 인간 뿐이였다. 반복되는 지친 일상 끝에 모처럼의 주말을 맞아 놀러 나온 듯 들 떠 보이는. 피곤해서 못 알아챘나. 방금 지나간 사람... 뭔가 이상했는데. 음. 기분 탓이겠지.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곤 다시 뒤를 돌아 집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을 향해 걸었다. 오늘은 제발 아무도 찾아오지 않길 바라면서.
우연과 필연의 합작
w. 레이별
그럼 그렇지. 고된 일로 심신이 허약해진 틈을 타 잡귀가 들러붙은 것이였다. 귀신도 귀신 나름대로 각자의 성격이 있는데, 얜 과묵한 타입인지 말 없이 내 뒤만 졸졸 따라왔다. 아, 졸졸이 아니지. 발이 없으니 스르륵 따라오고 있다 해야하나. 귀찮으니 그냥 냅두자 라는, 한편으로는 언제까지 가만히 있나 보자 싶은 마음에 묵묵히 걷다보니 어느새 집 앞이였다. 이렇게 밖에서는 얌전해 보여도, 집에 단 둘이 남게 되면 어마무시한 악귀로 변하는 놈들을 여럿 봐왔었다. 지금까지 놈들한테 내가 당한 것만 생각하면... 정말 화가 나서 손이 다 떨리네.
사람들은 귀신이라고 하면 그냥 얼굴에 피 좀 묻히고 놀래키는 게 다인 줄 알지. 그건 이제 하도 봐서 별 감흥이 없...다 하면 과장이지만. 하여튼 말하자면 너무 길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귀신들의 장난과 조롱은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뭐, 그러한 이유로, 날 좇아온 이 귀신을 떼어내기 위해 제대로 그 모습을 마주했다. 길게 늘어뜨린 머리 때문에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옷은 너무나 아날로그하게도 흰 소복. 너 왜 자꾸 따라와? 원하는게 뭐야? 내가 아무리 물어도 대답이 없었다. 말로 잘 타이르거나 혼을 내면 그냥 돌아가는 순진한 귀신들이 종종 있었는데, 이렇게 아무런 반응이 없거나 심보가 고약한 귀신들은 떼어낼 방도가 없다. 오늘 편히 자긴 글렀네. 결국 체념하고 함께 아파트 안으로 들어와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우리 집은 7층이다. 이사 올 때 일부러 좋은 기운만 받길 바라며 행운의 7을 골랐는데, 글쎄, 4층보단 나을 지 모르겠다. 밤이라 그런지 어딘가 섬찟한 여자의 안내 음성이 흘러나오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아무도 없는 엘리베이터에서도 여러 번 봉변을 당했었지. 다른 사람이 오길 기다렸다가 같이 탈까, 아님 그냥 지금 탈까. 안 좋은 기억들이 떠올라 섣불리 타지 못하고 생각에 잠겨있는데, 때마침 웬 검은 후드를 뒤집어쓴 남자가 들어왔다.
다행이다. 저 사람이랑 같이 타면...
...어?
"안 타실 거예요?"
남자는 먼저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열림 버튼을 누른 채 멍하니 서 있는 날 기다리고 있었다. 이상하다, 분명 사람인데. 뒤늦게 남자를 따라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물론 이 처녀귀신도 함께. 내가 7층을 누르자, 곧이어 남자도 길게 뻗은 손가락으로 12층 버튼을 눌렀다. 우리 아파트에 이런 사람이 살던가. 또 다시 어딘가 섬뜩한 여자의 안내 음성과 함께 문이 닫히고, 고요한 정적이 엘리베이터 안을 가득 메웠다. 슬쩍 보니 처녀귀신은 내 옆에 선 채 조용히 앞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번엔 남자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찢어진 청바지에 검은 후드집업. 뒤집어 쓴 후드 아래로 차분히 내려 앉은 앞머리. 그리고 층수가 바뀌는 것을 가만히 올려다 보고 있는, 좀 귀엽게 생긴 얼굴.
"옆엔 친구인가 봐요?"
어씨 깜짝이야. 남자의 시선은 여전히 층수를 향해 있었다.
무슨 저렇게 미동도 않고 말을 하냐. 왜인지 곁눈질하던 것을 들킨 것 같아 민망해져서 바닥만 보고 있는데, 잠깐, 방금 뭐라고...
[ 문이 열립니다 ]
7층이다. 당황해서 어물쩡거리는 사이 문이 닫히려는데, 순간 무언가가 내 등을 확 밀쳤다. 놀라서 고개를 돌리자 반쯤 닫힌 문 사이로 남자가 나를 향해 씨익 웃고 있었다. 이내 문이 완전히 닫히고, 쿵ㅡ 하는 소리가 복도에 울려퍼졌다.
...아, 처녀귀신. 문득 정신이 들어 둘러보니 귀신이 없었다. 남자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남은 것이 분명했다.
따라서 올라갈까, 아님 무시할까 고민하던 난 결국 그냥 집으로 들어왔다. 내가 간다고 해서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였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남자의 말은 내가 신발도 벗지 않고 현관문에 기대 저념하게 하기 충분했다. 친구라니, 그 귀신을 두고 한 말인가. 그렇다는 건 나처럼 귀신이 보인다는 말인데, 만약 그게 맞다면, 나와 같은 사람을 처음 만나보는 것이였다.
귀신을 보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걱정 가득한 엄마의 손에 이끌려 주변의 유명한 무당집은 죄다 찾아 갔었다. 그래, 네가 귀신을 본다고? 네. 보여요. 지금 무당님 바로 옆에도 있는 걸요. 네다섯 살 쯤 된 꼬마애. 무당은 느닷없이 허공에 대고 고함을 치며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니, 그 쪽 말고 이 쪽이요. 당황한 듯 헛기침을 하는 모습. 사실 거짓말이다. 꼬마아이도, 그 아이가 어느 쪽에 있는 지도 모두 지어낸 말이였다. 바보같이 믿기는. 다른 곳도 별반 차이는 없었다. 거짓임을 감추려 높아지는 언성. 과장되는 몸짓. 그 많은 사람 중에서 나와 같은 것을 보는 이가 단 한 명도 없었다.
날 이 지옥같은 구렁텅이에서 빼내 줄 사람이 있지 않을까, 빠져나갈 방법이 있지 않을까. 품고 있던 희망은 이미 사라져 개미 눈꼽만큼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나와 같은 사람을 만나는 건 꽤나 설레는 일이였다. 12층이였지, 그 남자가 사는 곳.
.
.
.
"그럼 저 먼저 가 볼게요. 안녕히 계세요!"
주말과 함께 이틀 간의 알바도 끝이 났다. 개운한 마음에 기지개를 한 번 쭉 피자 몸 여기저기서 우두둑, 뚜둑 따위의 소리가 났다. 와, 나 일 진짜 빡세게 했구나. 새삼 감탄하며 길을 걷고 있는데, 횡단보도 앞에 사람들이 한 무더기로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갑작스레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한 아저씨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팔다리가 마치 인형처럼 꺾인 기괴한 모습은 그 정체가 사람이 아님을 짐작케 했다. 무시하자, 무시하자. 속으로 되뇌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어색하게 땅을 봐서도 안되고, 괜히 옆을 보며 걸어서도 안된다. 무조건 정면이다. 그러나 신경쓰지 않으려 하면 오히려 더욱 신경이 쓰이는 게 사람의 본능이였다. 그만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도망가자.
벌벌 떨리는 손으로 주먹을 쥔 채 휙 돌았는데 거기에도 귀신이, 그 반대편에도 귀신이 있었다. 목에 철근같은 것을 꽂은 채 머리가 짓이겨 있는 아주머니와 팔 한 쪽이 뒤로 꺾여 있는 남자아이의 망령. 셋은 가족임이 틀림없었다. 어쩌다가 이런 사고를 당해서, 그보다, 왜 하필 그 화풀이 상대가 나여서. 억울하고 두려워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 때였다.
"안녕? 같이 좀 뛸까?"
그 남자다. 남자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내 손목을 잡더니 다짜고짜 달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건지, 또 지금 어디로 가는 건지 물어보기는 커녕 숨조차 쉴 겨를이 없어 그저 그가 가는 대로 한참을 달렸다. 이윽고 멈춰선 곳은 공사가 중단된 듯 폐허가 된 어느 건물 안이였다. 그제서야 잡고 있던 손을 놓아준 그는 힘들어서 헉헉대고 있는 나와 달리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하아, 무슨, 허으, 무슨 사람이 그렇게 빨라요? 하아, 그렇게 뛰어놓고, 후우, 힘들지도, 않아요?"
공기 반 소리 반.
남자는 대답 없이 날 향해 씨익 웃어보였다. 난 남은 숨을 몰아쉰 후 재차 물었다.
"여긴 또 어디예요?"
"흐음, 글쎄."
"글쎄라니. 지금 길도 모르면서 무작정 뛰어 온 거예요?"
그는 또 웃기만 했다. 아니,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길도 모르면서 그냥 발이 가는 대로 막 달리냐. 집은 또 어떻게 가라고. 남자는 내가 속으로 자신을 험담하는 지도 모르고 혼자 신나게 두리번거리며 건물을 살폈다. 뭐, 어쨌든 날 구해줬으니 고맙단 말은 해야겠다 싶었는데 나보다 먼저 남자가 입을 열었다. 여기 정말 좋지 않아? 라고. 다 무너져가는 건물이 좋댄다.
"...근데 아까부터 왜 자꾸 반말 하세요?"
"너도 반말 해."
"허. 참나."
기가 차서 헛웃음이 나왔다. 확실히 나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것은 사실이나 초면에 이렇게 반말을 하는 건 예의가 아니지. 이런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누며 시간 낭비를 할 바엔 차라리 단도직입적으로 하고 싶은 얘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귀신이 보이느냐고.
"혹시 그 쪽,"
"미안. 내가 지금 바빠서."
"네?"
"또 보자?"
아직 말 다 안했는데.
남자는 그 말과 함께 혼자 휙 가 버렸다. 말 한 마디 다 못 들을 정도로 바쁜 사람이 왜 날 여기까지 데려왔대. 결국 물어보고 싶은 걸 물어보지 못했다. 그래도 같은 아파트에 사니까 또 만날 기회가 있겠지. 잠깐, 그러고 보니 나 여기서 집 어떻게 가는지 모르는데?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다급한 마음에 허둥지둥 밖으로 나왔지만, 남자는 이미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아니 진짜 뭐 이리 빨라? 날 여기다 버려 놓고 그냥 가면 어쩌자는 거야!!!
결국 그 날은 혼자 스마트폰 지도에 의지해서 3시간 만에 집에 도착했다. 망할 놈. 망할 새끼. 게다가 또 보자던 그는 일주일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혹시나 마주치지 않을까 싶어 시간이 날 때마다 12층을 서성거리곤 했는데, 괜히 귀신만 여럿 보고 남자는 보지 못했다. 진짜 바쁜 건지, 뭔지.
"자, 여기서 흥선대원군이 실시한ㅡ "
다시 돌아온 월요일. 오늘따라 강의가 더욱 지루하게 느껴졌다. 필기를 하는 둥 마는 둥, 애꿎은 샤프만 빙빙 돌리다 무심코 창 밖을 내려다 보았는데, 그 곳에 그가 있었다. 날 폐허에 버려놓고 그냥 간 그 남자가. 자세히 보니 그 앞에 다른 한 사람이 더 있었다. 단발머리를 한 소녀... 사람이 아니라 귀신이네. 남자는 귀신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잠깐만, 혹시 저 사람 귀신한테 홀린 거 아냐? 내 생각에 스스로 놀라 나도 모르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가, 당황한 선생님께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다는 핑계로 밖을 나왔다. 멀찍이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저기요! 저기요!!"
왜 진작에 이름을 알아두지 않았을까. 남자를 불러세울 만한 호칭이 저기요, 이봐요 따위 밖에 없었다. 다행히 그는 내가 두 세번 더 소리치자 뒤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남자가 검지를 입술에 바짝 붙인 채 쉬잇- 하더니 이내 내게 빨리 오라고 손짓했다. 왜 저러나 의구심이 들면서도 한 편으로는 귀신에 씌인게 아니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서둘러 달려가 남자의 옆에 나란히 서자 그가 말을 꺼냈다.
"계속 뭔가를 찾고 있어."
앞에 있는 소녀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았다. 도대체 왜 이 귀신을 관찰하고 있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어쨌든 남자에게도 귀신이 보인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남자는 내게 질문할 틈도 주지 않고 말을 이었다. 얘가 찾고 있는 게 뭐야? 황당해서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고 대꾸하자 남자가 말했다.
"아니, 넌 알아."
"모른다니까요?"
"잘 봐봐."
단호박을 백개 쯤 쳐먹은 듯한 남자의 억지에 못 이기는 척 시선을 돌려 귀신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단발 머리 아래로 드러난 목선이 참 예뻤다. 그래서, 지금 귀신 뒷목 감상하자는 건가.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 한숨을 내쉬며 남자와 함께 소녀를 따라 걷고 있는데, 불현듯 어떤 기억이 뇌리를 스쳤다. 내 것이 아니였다. 내가 난데없이 걸음을 멈추자 남자도 멈춰 서서 물었다. 왜, 뭔지 알아냈어? 그런 남자에게 잠시만 기다려보라고 한 후 그 기억에 좀 더 집중했다. 신기하게도 정말 나는 알 수 있었다. 편지... 편지를 찾고 있어요.
"편지? 그건 어디에 있는데?"
"옥상이요. 좀 높은 건물의... 어딘지는 정확히 모르겠어요."
"아, 알겠다. 백지동에 있는 건물이예요. 바로 옆 동네."
그렇게 남자가 묻지 않은 것까지 모두 말하고 나서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소녀의 기억에서 보았던 그 건물 앞이였다. 이걸 전부 어떻게 알아낸 건지, 여기까진 또 언제 왔는지 모든 것이 다 혼란스러웠다. 물어볼 것이 너무나 많았지만, 일단 편지부터 찾자는 생각으로 모두 목구멍 뒤로 삼켰다. 옥상으로 가기 위해 건물의 투명한 유리문을 밀고 들어가려다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다시 문잡이를 놓았다. 분명 남자와 함께 있었는데, 유리에 비친 건 나 혼자 뿐이였다.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이였다.
"...너 뭐야."
뭔가 이상하긴 했었다. 처음엔 그저 기분탓이라고, 그 이후엔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이라 그렇게 느꼈던 거였겠거니 하고 넘겼는데 설마 사람이 아니였을 줄이야. 배신감이 들었다. 그리고 곧 허무함도 밀려들어왔다. 겨우 말 붙일 사람을 찾았는데, 그 마저도 귀신이였다니. 마치 누군가 넌 절대 벗어날 수 없다며 비웃는 것 같았다.
"갑자기 왜 그래?"
남자가 물었다. 난 입을 꾹 다물고 어딘가 이질적인 그의 모습을 물끄러미 올려다봤다. 확실히 귀신의 형상은 아니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도 아니였다. 정체가 무엇이든 아무래도 좋았다. 더 이상 무엇과도 엮이고 싶지 않았다. 그대로 등을 돌려 정류장 쪽으로 향했다. 여기서 학원까진 버스로 족히 20분은 걸리는 거리였다. 도대체 난 이 먼 곳까지 왔으면서 기억이 하나도 없냐. 진짜 홀리기라도 한 건가.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그새 따라온 남자가 내 손목을 휙 낚아챘다. 미간을 한껏 찌푸린 채 노려보았지만 그는 아랑곳 않고 말을 이었다.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오해는 무슨 오해. 이거 놔."
"나 그런 거 아니야. 귀신 아니라구."
"그럼, 사람이야?"
아니잖아. 남자는 대답이 없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화가 치밀었다. 그 동안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것 때문에 친구도 다 잃고, 행여 어린 동생한테 피해가 갈까 싶어 집에서도 혼자 나와 살면서 외롭기는 또 얼마나 외로웠는지, 그래서 당신을 만나고 얼마나 위안이 됐는지, 얼마나 기뻤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대체 왜.
"왜 인간인 척 했어."
"난 인간인 척 한 적 없어."
"...내가 뭐라고 딱히 말한 적도 없지만."
손에 힘을 풀고 손목을 놓아주는 그를 지나쳐 성난 걸음을 재촉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것 같아 보이던 남자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기다려. 난 영혼의 인도자야. 이승에 떠도는 귀신들을 천계로 보내주는."
"네 도움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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