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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공대에서 여자라는 것은 prologue | 인스티즈

윤기 선배를 처음 만난 것은 작년 새터였다. 그러니까, 내가 풋풋한 새내기였던 그때. 우리 학교는 새내기 배움터라고 입학 전에 2박 3일 동안 지방으로 가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뭐, 말이 그렇지 그냥 2박 3일 동안 술만 마셨던 것 같다. 공대에서 여자란 존재는 꽤나 드물었기 때문에 나는 여자 동기들과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물론, 언니들은 무섭게 느껴졌지만.

어쨌든 나는 그 수많은 선배들 사이에서 윤기 선배를 처음 봤다. 정색하고 앉아있는 모습이 너무 무서워서 인상에 깊게 남았었다. 그렇게 표정이 없던 선배는 술이 들어가자 돌변했다. 술자리를 주도하는데, 나는 정말 다른 사람을 보는 줄 알았다. 다른 선배들이 말하길, 술이 들어가면 말이 격해지고 많아진다고 했다. 정말 윤기 선배는 격한 말을 많이 했었다. 예를 들자면, '"띨빡이냐? 술 게임 존나 못해." 뭐 이런 거. 그리고 흥도 많아졌다. 술 노래를 굉장히 좋아하시던데. 그렇게 지킬 앤 하이드 급으로 반전매력을 선보인 윤기 선배는 내 뇌리에 깊게 자리 잡았다.





[방탄소년단] 공대에서 여자라는 것은 prologue | 인스티즈

둘쨋 날 밤에는 새내기 환영회라고 쓰고 장기자랑이라고 읽는 행사가 있었다. 여자 수가 적은 공대였기에 여자들은 무조건 나가야 하는 그런 행사가. 당연히 나도 나가야 했다. 여자 동기들과 모여서 춤을 정하고 춤 연습을 했었는데, 여장한 남자 동기들도 몇 명 같이 연습을 했었다. 굉장히 안 예뻤지만. 그 사이에서 유독 여장이 잘 어울리는 애가 있었다. 아니, 어울린다기 보다는 혼자서만 여장을 즐기는 것 같았다. 또라이처럼. 덕분에 금방 친해졌지만.

알고 보니 그 남자애는 엑스맨인 복학생 선배였다. 어쩐지 나대더라니, 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었다. 그 복학생 선배는 지금도 나를 보면 그때 일을 들먹이며 놀린다. 그럴때마다 나는 정화석이라고 맞받아치지만. 정화석은 정호석에 화석을 덧붙인 내가 지어준 별명이다. 정호석은 새터 이후로 나랑 제일 친한 선배가 됐다. 내가 말을 놓았을 정도로.





[방탄소년단] 공대에서 여자라는 것은 prologue | 인스티즈

그렇게 술에 쩔었던 새터는 끝이 났고, 동기들은 서로 친해지자는 의미로 입학식 전에 한 번 더 모임을 가졌었다. 여자 동기들끼리 더 친해지려고 했던 만남이었지만, 어쩌다 보니 남자 동기들도 몇 명 모여서 같이 놀았었다. 그중에 박지민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첫 인상은 조용할 것 같았다. 우리는 밥을 먹고 당구장으로 향했다. 나는 포켓볼을 한 번도 쳐본 적이 없었고, 다른 여자 동기들도 칠 줄 모르는 애들이 많았기 때문에 우리는 팀을 짰었다.

그때 박지민이 나와 같은 팀이었다. 처음 큐대를 잡아보는 나한테 가르쳐주느라 짜증이 났을 법도 한데, 친절하게 잘 가르쳐줬던 것 같다. 훗날 들은 얘기지만, 되게 짜증 났었는데 처음 말 나눈 사이니까 억지로 참았다고. 그래도 내 기억에는 나쁘지 않게 쳤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내 별명이 당구 여신이 되어있었다. 당구 여자 병신. 박지민이 붙여준 별명이었다. 내가 힐 신으면 찌그러지는 주제에. 그 후로도, 박지민은 나에게 당구를 가르쳐주겠다는 명목하에 나를 꽤나 괴롭혔었다.





[방탄소년단] 공대에서 여자라는 것은 prologue | 인스티즈

 어느덧 입학식 날이었다. 나는 학교로 가는 버스를 타고 아무 생각 없이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옆에 앉아있는 남자가 자꾸 나를 쳐다보는 것이 묘하게 기분이 나빴다. 혼자 눈을 굴리면서 뭐라고 한소리를 해야 하나, 하며 고민하던 와중에 그 남자가 먼저 말을 걸었다. 저기요, 하며. 그래서 뭔가 싶어서 쳐다보니까 고양이같은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남자가 그런 표정을 짓는 게 여고를 나온 나로서는 당황스러워서 표정이 이상해졌던 것 같다. 내 표정을 보더니 남자는 엄청나게 웃어젖혔다. 기분이 더 나빠져서 표정을 찌푸렸더니 그제야 웃음을 그치고 미안하다며 사과를 했다.


자신을 김태형이라고 소개하길래 어쩌라고 하는 눈으로 봤던 것 같다. 김태형은 내 표정이 너무 재밌어서 친해지고 싶다고 말했다. 진짜 어이없는 첫 만남이었지만 그렇게 나란히 앉아 학교에 가면서 친해졌던 것 같다. 그때 왜 나한테 말을 걸었냐고 물었더니, 병신같아 보이는 게 딱 느낌이 왔단다. 진짜 때려서 죽일 뻔했지만. 이상하게도 나랑 너무 잘 맞아서 인생 친구라고 할 만한 것 같다.






[방탄소년단] 공대에서 여자라는 것은 prologue | 인스티즈

눈을 감았다 뜨니 2학기가 시작되어 있었다. 2학기 때 복학하는 선배들도 많았는데 그중에서 석진 선배는 좀 많이 유명했다, 잘생기기로. 석진 선배의 이름은 동기들 사이에 순식간에 퍼졌다. 심지어, 다른 과인 김태형도 알고 있을 정도로. 간간이 대신 말해드립니다나 대나무숲에 이름이 언급되는 거로 봐서는 진짜 유명한 선배인 것 같았다. 휴가 나왔을 때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사진들이 순식간에 좋아요 100개를 돌파할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나는 2학기가 시작되면서 어느정도 학점을 지키려고 했는데, 정호석에게 불려다니며 술자리를 지켜야했다. 여자가 없으면 칙칙하다나 뭐라나.


그 술자리의 대부분에는 석진 선배가 있었다. 역시 네임드라 그런지 여기저기 부르는 곳이 많았다. 그렇게 가는 술자리마다 얼굴을 마주하던 우리는 술의 힘을 빌려서 어느 정도 친해졌다. 첫인상은 조각이었는데, 몇 번 술을 마셔보니까 선배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선배는 굉장히 허당이었다. 툭하면 지갑을 흘리고 간다거나, 술집을 잘못 찾아간다거나, 심지어 시간표가 헷갈려서 다른 강의를 들어간 적도 수두룩하다고 했다. 좋게 말하면 허당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좀 모자란 것 같았다.






[방탄소년단] 공대에서 여자라는 것은 prologue | 인스티즈

나의 20살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2학년이 시작되었고, 나는 다시 새터를 갔다. 새터에서 이번에 복학하는, 그러니까 나랑 같이 수업을 듣는 선배들을 만났다. 남준 선배는 과 생활을 잘 안 한다고 했다. 처음에는 탈색 머리를 보고 되게 노는 거 좋아하는 선배인 줄 알았는데, 과탑이라는 말을 듣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학점 4.3만점에 4.3이라는 건 그냥 미친 소리였다. 대학원을 갈 예정이지만 대한민국 남자라면 군대를 가야지, 라는 생각으로 군대도 갔다 왔다고 했다.

선배는 재수 없게 잘 놀기까지 했다. 공부도 잘하고, 잘 놀고, 성격도 좋고, 키도 크고.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정말 모든 걸 다 가진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신은 역시 모든 걸 다 주지는 않으셨다. 신은 선배에게 여자친구를 준 적이 없으시다고. 빠지는 것 하나 없는데 왜 여자친구가 없을까, 라는 내 물음에 선배는 씁쓸하게 웃었다. 남중, 남고, 공대 그리고 군대까지. 그 말에 선배도 울고 정호석도 울었다. 하지만 내가 봤을 때, 선배는 그냥 딱히 연애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선배는 곧 마법도 쓸 수 있을 것 같다.





[방탄소년단] 공대에서 여자라는 것은 prologue | 인스티즈

새터에는 파릇파릇한 새내기들이 많았다. 공대에 남자가 많다고 해서 잘생긴 남자가 많은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 새내기에 보석이 있었다. 여자 동기들, 언니들, 심지어 새내기 여자들 사이에서 수없이 말이 나왔다. 여자 방에 모이면 전정국 얘기밖에 하지 않았다. 이번에 걔 봤어? 석진 선배 뺨 때리겠던데, 라며. 나 또한 여자였기에 풋풋한 잘생긴 새내기에게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국이는 낯을 많이 가리는 것 같았다. 다른 애들이 가서 말을 걸어도 단답을 하거나, 금방 자리를 뜨기도 했다.


술은 역시 사람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정국이는 술이 들어가자 귀염둥이로 변했다. 말을 걸어도 네 아니면 아니요만 하던 애가 누나, 하며 애교를 부렸다. 그 모습에 헌내기 여자들은 완전히 넘어갔다. 정국이의 말이라면 뭐든지 받아줬고. 정국이가 술이 먹고 싶다고 하면 술을 주고, 싫다고 하면 대신 마셔주기까지 했다. 전정국은 그렇게 우리 과 여자들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물론, 나라고 별다를 바 없었고. 하지만 술에서 깬 정국이는 다시 무뚝뚝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우리가 놀리면 부끄러워하며 도망치는 귀여운 면은 여전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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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재밌어요!!!자까님ㅋㅋㅋ진짜 저럴꺼 같아요ㅋㅋ
8년 전
독자2
ㅋㅋㅋㅋㅋㅋㅋㅋ짱잼이에요!!!! 신알신누르고갈께용
8년 전
독자3
오오 삘이 봤어 삘이. 이거 대박 재밌을꺼 같아요 신알신 누르고갑니다! 혹시 암호닉 받으시면 알려주세요오...다음편에 신청할게요
8년 전
독자4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다 개성있고 잘 짜여진 거 같아요 ㅠㅠㅠㅠㅠㅠ 다음편 빨리 보고싶어요 너무 기대돼요 작가님 혹시 암호닉 받으시면 말해주세요 신청할게요 신알신 누르고 갑니다!
8년 전
비회원63.96
마법도 쓸 수 있을 것 같다닠ㅋㅋㅋㅋㅋ남준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재밌어요!!! 다음편도 기다릴께요!!!
8년 전
독자5
자 완전 기대돼요ㅠㅠㅜㅠㅠㅜㅠㅠㅜㅜㅜㅠㅠㅜㅜㅠㅜㅜㅜㅠㅠㅜㅜㅠㅜㅜㅠ 첫 화 기다리겠습니다!!!
8년 전
비회원167.83
크흡... 낮누 짤이 너무예뻐요... 공대여자... 워후...!
8년 전
독자6
헐 프롤로그부터재밌어요! 신알신하고갑니당
8년 전
독자7
헐 공대녀라니 제가 공대 다녀서 몰입 되게 잘 될듯요 ㅋㅋㅋ 신알신 할게요!!
8년 전
독자8
오... 또다시 보석을 하나 발견한 느낌이네요!! 캐릭터 하나하나가 다 재미있어요ㅋㅋㅋㅋ 잘 보고 가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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