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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김태형] 페어플레이 | 인스티즈





페어플레이



부제 : 헤어진 남자친구와 한 집에서 산다는 것은











#3













W. 뽀베










 쿵. 잠에 든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밖에서 들려온 소리에 눈이 절로 번쩍 떠졌다. 김태형이 보낸 문자대로 혼자서 저녁을 가볍게 해결하고 잠에 들었는데, 떠진 눈을 꿈뻑거리다 몸을 일으켜 조심스레 안방 밖으로 나가보았다. 밖으로 나오자 눈을 자극하는 밝은 빛에 인상을 가득 썼다. 현관문 센서가 켜져있고, 그 밑엔, 떡이 되어 쓰러진 김태형이 있었다. 회식을 한다더니, 저 미친... 멀찍이 떨어져 한심하게 김태형을 쳐다보다 저렇게 놔두면 감기라도 걸릴 것 같다는 생각에 가까이 다가갔다. 이렇게까지 취해서 들어온 적은 없었는데. 하여간, 김태형 이 웬수새끼.


 김태형의 옆에 쪼그려앉아 김태형을 툭툭 건드렸다. 이미 깊게 잠에 들었는지 미동도 않는 김태형에 짜증이 나 발로 차기 시작하자 그제야 잔뜩 풀려버린 눈을 겨우 뜨는 김태형이다. 야, 일어나. 이런 상황에서 말이 곱게 나갈리가 없었다. 이렇게 떡이 된 채로, 대체 집엔 어떻게 온거야.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눈만 뜬 채로 여전히 자고있는 김태형을 다시 한 번 발로 찼다. 발로 찬다고 해서 무자비한 구타를 하는 건 아니고, 그냥 툭 건드렸다고. 정말로. 아무튼 다시 저를 쳐 옴에 감기려던 눈을 제대로 뜬 김태형이 쌍커풀이 생길랑말랑하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 ... 김탄소? "

" 그럼 내가 뭘로 보이니. "

" 우리, 탄소가네... "

" 우리는 옘병. 빨리 처들어가서 자기나 해. "

" 으응, 시러어. "

" 어디서 앙탈이야, 이게. 앙칼지게 맞고싶나. "

" 헤에... 탄소 무섭따아! "

" 무서운 거 알면 곱게 일어나서 가자, 응? "

" 일으켜조오... "

" 진짜 가지가지한다. "




 한숨을 폭 내쉬며 김태형의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넣어 일으키려하자 간지럽다며 꺄륵대는 김태형의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이 새끼 이거, 술에 완전 제대로 취한 모양이다. 김태형이 겪어야할 두통이 내게로 넘어왔는지 머리가 지끈거렸다. 두 손가락으로 머리를 꾹 짚고서 김태형을 내려다보다 또다시 한숨을 쉬었다. 정말 못났다, 김태형. 머리를 짚고있던 손가락을 내려 김태형의 높디 높은 콧대를 꾸욱 눌렀다. 으응, 하지마로라! 그러자 두 눈을 찡그리더니 애교 아닌 애교를 부리는데,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강제로 김태형의 재롱잔치를 관람하다가 문득 몰려오는 잠에 하품을 하며 입을 쩍 벌리자 동심으로 돌아간 듯 하마라며 꺄르륵대는 김태형을 노려보았다. 술에 취한 애를 때릴 수도 없고. 어후, 내 인생.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헤집으며 다시금 김태형을 일으켜 세우기에 힘을 쏟았다. 마르긴 그렇게도 말랐으면서, 어디서 그런 무게가 나오는지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웠다. 낑낑대며 김태형을 겨우 일으키자 또다시 주저앉으려는 것을 온 몸으로 막았다. 그 결과 이런 이상한 자세가 연출됐고. 분명 김태형을 안기는 안았는데, 내가 김태형보다 작아서 그런지 안긴 것도, 그렇다고 안은 것도 아닌 자세가 되어버렸다.


 이제 침대로 데리고 가기만 하면 되는데. 야, 정신 좀 차려봐. 내게 제 몸을 완전히 기대버린 김태형을 툭툭 치며 큰 목소리를 냈다. 으응. 내 어깨에 고개를 묻은 채 앓는 소리만 내는 탓에 이도저도 못하고 있자 김태형이 제 팔을 내 허리에 두르고는 더욱 가까이 안겨왔다. 덕분에 움직이지도 못하고 눈만 깜빡이며 김태형의 머리통만 쳐다보았다. 헤어지기 진짜 싫은데. 나를 꽉 끌어안은 김태형이 목이 잠긴 목소리를 냈다. 어정쩡하게 김태형에게 안긴 채로 한참을 서 있다 다시 잠에 든 듯 내게 편히 기대오는 김태형에 마음이 더욱 심란해졌다. 하여간, 김태형은 사람 미치게 하는 데에는 선수다.


 축 늘어진 김태형을 침대로 질질 끌고와 눕힌 뒤 한참 동안 잘난 김태형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뭘 먹고 저렇게 잘났대. 이미 깊게 잠에 든 김태형을 빤히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김태형의 얼굴을 쓸었다. 동그란 이마, 높은 콧대, 그리고 입술까지. 힘없이 떨어진 손에 한참을 여운에 잠겨 넋을 놓고 있다 정신을 차리려 마른 세수를 했다. 내가 이래봤자 김태형이 아는 것도 아니고. 그냥 빨리 자는 게 낫겠다. 오늘은 김태형하고 자기엔 글러먹었고. 침대에서 일어나 이불을 하나 꺼내들고 거실에 있는 소파로 향했다.




" 어으으... "




 새벽에 김태형에게 시달려서 그런지, 오늘따라 일어나는 것이 더욱 고역이었다. 졸린 눈을 비비며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자 눈에 들어온 13라는 숫자에 잠이 확 깼다. 오랜만에 늦잠을 자버렸다. 뭐, 늦잠을 자도 상관은 없었지만. 게다가 오늘은 그 좋은 주말이었다. 화장실을 향해 걷다 살짝 열린 문을 통해 안방을 들여다보니 세상 모르고 자고있는 김태형의 모습이 보였다. 좋겠다, 쟤는 세상이 다 편해서. 혀를 끌끌 차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나마 사람 모습을 한 채로 화장실에서 나와 전날 사두었던 빵을 물고 소파에 앉았다. 주말이라 하는 예능이 많네. 입에 가득 물린 빵을 우물거리며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어디선가 울리는 진동 소리에 여전히 티비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팔을 뻗어 핸드폰을 찾았다. 나이스. 생각보다 가까이 있던 핸드폰을 손에 쥐고 고개를 숙여 수신인을 확인했다. 아, 젠장. 그냥 확인하지말걸. 화면에 떡하니 써 있는 오빠,라는 글자에 인상을 찌푸렸다. 이 인간이 웬 전화를 다 했다니. 전화를 받지 않고 버티고 있자 이내 전화가 끊기더니 대신 문자가 왔다.




[ 동생^^ 나 지금 너네집 가는 중이야 ]

[ 아직 안 일어난 건 아니지? ]




 아, 네... 일어났긴 했는데... 누가 이것 좀 몰래 카메라라고 해줬으면 좋겠다. 거의 반년 동안 출연하는 티비 프로그램으로만 생사를 겨우 확인했던 오빠 새끼인데, 집에 온다는 소식에 머릿 속에 비상등이 켜졌다. 시발, 씨발! 왜 하필이면 이럴 때 오는거야! 초조하게 핸드폰 화면을 내려다보다 핸드폰을 내던지고 안방으로 뛰어들어갔다. 여전히 태평하게 자고있는 김태형에게로 가 다짜고짜 명치를 퍽 치자 반응이 바로 왔는지 눈을 번쩍 뜨는 놈이다.




" 아침부터 시비 거냐? "

" 아니, 그게 아니라... 오빠가 집에 온대. "

" ... 오빠? "

" 응. "




 상황파악이 되지 않는지 오빠라는 단어를 되뇌이며 멍을 때리는 김태형에게 어색하게 웃어보이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 김태형이 육두문자를 연발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언제 온다는데? "

" 어... 곧 도착할 것 같다는데. "

" 아, 미친. "




 제 머리를 있는대로 헝클어뜨리던 김태형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애절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나 어떡하면 좋아. 이윽고 김태형의 입에서 나온 말에 생긋 웃음을 지었다. 몰라, 시발. 김태형과 내가 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길길이 날뛰며 김태형과 나를 이 집에 쫓아낼 것이 뻔했다. 우리 오빠 새끼는 그러고도 남았으니까. 이 집에서 살기까지도 얼마나 많은 시련들이 있었는지 모른다. 바로 그 오빠 새끼 덕분에. 그런 오빠 놈을 지겹게도 겪어본 김태형이 동공지진을 하며 머리를 굴리는가 싶더니 나름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 야. "

" 왜. "

" 수영장, 아, 이거 말고. "

" ... ... "

" 오늘 하룻동안만 다시 사귀자, 응? "




 저게 뭔 개떡같은 소리야. 귓구멍을 파며 다시 들어도 똑같이 들려오는 소리에 입을 쩍 벌렸다. 입을 벌리고 김태형에게 욕을 해주려다 머릿 속으로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김태형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헤어졌다는 사실을 들켜봤자 우리 둘에게 모두 좋을 것이 없었으니까. 뒤늦게 김태형의 말에 수긍을 하며 고개를 끄덕거리자 김태형이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나 또한 속으로 내심 안심했고. 축축하게 무거워진 몸을 일으킨 김태형이 어윽,하고 소리를 내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 데자뷰인가.


 이불이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는 침대 위를 정리한 후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어지러진 곳들을 찾았다. 진작에 좀 치우고 살 걸. 곳곳마다 난잡한 꼴을 보니 한숨이 푹 나왔다. 벌써부터 집안 꼴이 이게 뭐냐며 한 소리를 해댈 오빠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맴돌았다. 젠장, 반년만에 듣는 첫 마디가 잔소리일 수는 없어.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며 부랴부랴 집안 정돈을 시작했다. 곧이어 화장실에서 나온 김태형이 이리저리 바쁘게 돌아다니는 내 모습을 보고 대충 사태 파악을 했는지 같이 몸을 움직였다.


 말 그대로 하얗게 불태웠다. 일어나자마자 뭘 먹을 틈도 없이 대청소 아닌 대청소를 마쳤다. 김태형과 함께 녹초가 되어 소파에 힘없이 늘어져있다 들려오는 청아한 초인종 소리에 몸을 절로 벌떡 일으켰다. 김태형 또한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자세를 바꾸었다. 한두번 심호흡을 한 후 현관문을 당차게 열였다.




" 동생! 처남! 잘 지냈어? "

" ... 왜 왔어? "

" 우리가 뭐 그런 거 따질 사이인가. 본 지 너무 오래돼서 들렀지. "

" 언제 갈건데. "

" 오자마자 쫓아내려는 것 좀 봐. 싹바가지 없는 기집애. 처남, 고생이 많아. "

" 아닙니다, 형님. "

" 편하게 말해, 편하게. "




 문을 열자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는 김석진이 보였다. 김석진이 누구냐 하면, 요즘 요섹남이란 타이틀을 거머쥐고 한창 주가 상승 중인 셰프이자 우리 오빠 되시겠다. 꽃미남 셰프란 호칭도 붙여줘야하나. 양 손 가득 비닐봉지를 들고 아주머니들처럼 호들갑을 떨며 집 안으로 들어오는 김석진에 막 울고싶어졌다. 계속해서 떠들어대는 김석진에게 날이 선 말투로 쏘아대니 싹바가지 없는 기집애,하고는 어느새 소파에서 일어난 김태형에게 편히 말을 하라고 난리다. 오빠, 너 같으면 편하게 말을 할 수가 있겠나고요. 김태형도 나와 같은 감정을 느꼈는지 표정이 묘하게 울고 있었다.


 버선발로 달려나와 김석진의 손에 들려있는 비닐봉지들을 받아든 김태형이 눈에 띄게 축 처진 어깨로 부엌을 향해 터덜터덜 걸어갔다. 쯧, 그런 김태형의 모습에 혀를 찼다. 김태형을 따라 부엌으로 들어가며 소파에서 한숨을 돌리고 있는 김석진을 흘끗 쳐다보았다.




" 뭘 이렇게 많이 사왔어. "

" 너네 먹여살리려고. 나 화장실 좀. "




 비닐봉지 안에 가득 담긴 식료품들을 식탁에 늘어놓으며 입을 열었다. 그러자 인심을 쓴다는 듯한 말투로 나를 한심하게 쳐다보더니 화장실로 쏙 들어가버리는 김석진이다. 아니 저런 씨, 닫혀버린 문에다 대고 욕을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젠장할 김석진. 티비에서는 무슨 허니보이다, 뭐다 하면서 난리를 치더니만. 사윗감 1위는 개뿔이다. 화장실에서 나오더니 휴지를 왜 저런 식으로 걸어놨냐며 잔소리를 해대는 탓에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저건 뭐, 오빠가 아니라 엄마 수준이라니까. 우리 엄마도 저렇게는 안 하는데.


 긴장을 많이 한 것인지 평소와는 다르게 묵묵히 일만 하고 있는 김태형도 불편했다. 김석진이 이 모든 일의 원흉이야. 이를 으득 갈며 제 집에라도 온 것 마냥 소파에 편히 뻗어있는 김석진을 노려보았다. 곧 비워진 비닐봉지를 구깃구깃 접은 후 유리잔에 주스를 따라 거실에 있는 테이블에 탁,하고 내려놓았다. 내가 얘를 잘못 가르쳤어. 못마땅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본 김석진이 내려놨던 주스를 들어 원샷을 했다.




" 그나저나, 잘들 지냈냐고. "

" 덕분에. "

" 회사는 잘 다니고? "

" 응. "

" 너 말고 처남. "

" 아, 잘 다니고 있습니다. "

" 그래, 뭐. 다행이네. "

" 아니 근데, 왜 왔냐니까. "

" 너네 감시하러. 참, 결혼은 생각해봤어? "




 쿨럭. 차분히 주스를 마시던 김태형이 사래가 들렸다. 움찔하고는 김태형의 등을 두드리며 진정시켰다. 이내 눈에 띄게 기침이 줄어든 김태형이 아아,하고 목을 가다듬었다. 내가 뭐 이상한 말이라도 했나. 어깨를 으쓱하며 말하는 김석진의 모습에 옛 속담이 떠올랐다.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고 그랬는데, 지금의 나라면 김석진의 얼굴에 대고 침을 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결혼은 무슨, 같이 동거를 하는 것도 힘겨워 죽겠는데. 차마 김석진에게 투덜거리진 못한 채 불만스럽게 입을 내밀었다. 한바탕 기침을 하고난 후 김석진의 눈치를 보던 김태형은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며 입을 열었다.




" 아직은 좀 이른 것 같습니다. "

" 연애한 지는 벌써 몇 년 되지 않았나? "

" 9년 연애하고도 헤어지는데, 내가 얘랑 어떻게 될 지 누가 알아. "

" 지금 집에서 쫓겨나고 싶어서 그러는거지? "

" ... 아, 아니... "

" 하여튼, 생각해보라고. 너희 나이도 있잖아. "

" 형님 먼저 보내드리고 생각해보겠습니다. "

" 알았네, 알았어. "




 김석진이 툴툴대고는 비워진 컵을 내려놓았다. 너네, 점심은 뭐 먹었어? 김석진의 말에 나와 김태형 둘 다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일어난 이후로 음식이란 것과 접촉을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김석진이 질린 표정을 짓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만 기다려, 요기 좀 해줄테니까. 그제야 어색하게 굳었던 얼굴에 진실된 웃음이 피어올랐다. 자리에 선 채로 엉덩이를 탈탈 턴 김석진이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며 부엌으로 향했다. 뭐 도와줄 건 없어? 황급히 김석진을 따라 일어났다. 음식 망칠 일 있냐. 새초롬히 나를 노려보는 김석진이다. 이씨, 내가 뭘했다고.


 김태형과 멀뚱히 거실에 남겨졌다. 안녕, 난 정적이라고 해. 둘 사이에 팽팽히 당겨진 밧줄 같은 정적에 침을 꿀꺽 삼켰다. 누가 보면 처음 소개팅을 나온 사이인줄 알겠다. 서로의 눈치만 힐끔힐끔 보며 부엌에서 나는 덜그럭 소리에 몸을 바르작거렸다. 기, 김태형. 무언가 말을 걸어야 할 것만 같아 목소리를 냈는데. 떨리는 목소리 탓에 그만 말을 더듬어버렸다. 아, 망할. 나 이런 이미지 아니란 말야. 속으로 연신 망했다고 외치며 김태형을 힐끗 쳐다보았다. 쟨 또 왜 저렇게 진지하게 쳐다보고 있다니. 부담스러운 시선에 손으로 김태형의 얼굴을 밀었다.




" 왜 밀고 그래. "

" 너야말로 부담스럽게 쳐다보고 그러냐. "

" 네가 먼저 불렀잖아. "

" 그렇다고 그렇게 쳐다볼 필요는 없거든. "

" 습관인데. "

" 다른 여자한테도 그래, 너? "




 생각 없이 튀어나온 말에 내가 내뱉고도 놀랐다. 김태형도 내가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는지 큰 눈을 황소처럼 껌뻑댔다. 아, 아니, 그냥. 찌질하게 변명을 하고 고개를 숙였다. 오늘 하루는 다시 사귀자고 했던 게 누군데. 놀란 눈치로 나를 보는 김태형에게 괜히 억울해졌다. 말없이 눈만 껌뻑대던 김태형은 눈을 내리깔며 무심한 표정을 지었다. 네가 신경 쓸 필요는 없잖아. 내게 가까이 얼굴을 들이댄 김태형 탓에 숨을 헉, 들이쉬었다. 그러나 김태형의 입에서 흘러나온 냉정한 속삭임이 내 심장을 철렁 내려앉게 만들었다.


 고개를 돌려 여전히 가까이 있는 김태형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전에 내가 김태형에게 했던 말과 다를 바가 없었다. 김태형도 그때 이런 감정을 느꼈을까. 쿵 내려앉은 심장이 바위처럼 나를 짓눌렀다. 김태형의 말대로 나는 전혀 신경을 쓸 입장이 아니었다. 그런데 왜 나는. 뻔뻔히 웃음을 지어보이는 얼굴을 무표정하게 응시하다 아예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러게, 난 신경 쓸 필요가 없지. 비아냥대는 어조로 김태형에게 말했다. 어쨌든 지금은 계약적인 상황이었으니까. 부러 차가운 얼굴을 하고 김태형에게 떨어졌다.


 정적만 흐르던 분위기에 쌀쌀한 바람이 더해졌다. 조금 전까지는 신경도 쓰지 못했던 핸드폰을 들어 바쁜 척을 해보았다. 김태형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날카로운 얼굴을 한 채 여전히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그래, 내가 너를 신경 쓸 필요는 없으니까. 애꿎은 카톡 아이콘만 틱틱 눌러댔다. 반복적인 손짓을 하다 걸려온 전화에 깜짝 놀라 멍하게 화면을 내려다보았다. 며칠 전에 만난 이후로 또다시 연락이 끊겼던 윤기 오빠였다. 보란듯이 전화를 받아 김태형에게만 들릴만큼 목소리 크기를 조절했다.




" 이게 누구야. 바쁘신 민피디님이네. "

- 연락 안 했다고 또 삐진거야?

" 삐지긴 왜 삐져. 아냐, 그런 거. "

- 알았어. 뭐해, 지금.

" 집에 있지. 오빠가 집에 와서. "

- 김석진?

" 으응. 작업은 끝났고? "

- 대충. 이제 곧 있으면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 뭐야. 그냥 다 끝나고 연락하지 그랬어. "

- 네 목소리 빨리 듣고싶어서.




 어어.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였지만 어느새 나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져버렸다. 아무렇지도 않게 훅훅 치고 들어오는 것이 자신이 민윤기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았다. 빨개진 얼굴로 통화를 이어나가고 있자 허공을 응시하던 김태형의 시선이 내 얼굴에 닿았다. 잠시 김태형과 눈빛이 얽혔지만 내가 먼저 고개를 돌렸다. 빨리 작업 끝났으면 좋겠다. 너 보러 가게. 잠긴 목소리로 계속해서 연타를 날리는 윤기 오빠 탓에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다. 그만 좀 해. 윤기 오빠에게 장난스레 타박을 주며 웃었다.




" ... 뭐하는 짓이야. "

" 아까 전에 말했잖아. 오늘 하루는 다시 돌아가자고. "

" 웃기네, 되게. "




 한창 통화를 하고 있었을까. 끈질기게 나를 쳐다보던 김태형이 내 손에서 핸드폰을 뺏어 전화를 끊어버렸다. 인상을 구기며 내 핸드폰을 손에 쥔 김태형을 바라보자 아무렇지도 않게 해맑은 목소리를 내뱉는다.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 방금 나한테 그런 말을 했으면서, 어떻게 저런 발상이 나올 수 있지. 김태형의 뻔뻔함에 박수라도 쳐야할 것 같다. 김태형을 노려보다 김태형의 손에서 핸드폰을 낚아챘다. 갑자기 끊긴 전화에 윤기 오빠에게서 걱정스런 문자가 가득 와 있었다. 있다가 다시 전화할게. 짧게 답장을 남기고 신경질적으로 핸드폰을 소파에 던졌다.




" 무슨 심보야, 너. "

" 내가 뭘. "

" 몰라서 물어? "

" 내가 뭘했는데. "

" 방금 네가, "

" 와서 밥 먹어. "




 김태형과 대치를 하며 신경전을 벌이던 중, 부엌에서 온 목소리에 할 수 없이 입을 다물고 일어섰다. 날카로웠던 얼굴은 어디 가고, 다시 해맑아진 얼굴의 김태형이 먼저 부엌으로 향했다. 불편하게 그 뒷모습을 보다 마지못해 일어서 김태형을 따라갔다. 김석진이 눈치라도 챌까 얼굴에 덕지덕지 묻어있던 감정들을 얼른 지웠다. 김석진에게 친근하게 형님,하고 부르며 얼른 자리에 앉은 김태형이 제 빈 옆자리를 손으로 툭 쳤다. 입술을 꽉 깨물고 애써 웃음을 지어 김태형이 가리킨 자리에 앉았다. 이래서 밥은 제대로 먹을 수 있을까. 가슴 속에 큰 바위가 있는 것처럼 답답한 감정이 울컥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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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뽀베입니다! 5일만에 왔네요 데헷

사실 이번 글이 잘 안 써져가지구요....조금 오래 걸렸습니다ㅠㅠ 다음화는 최대한 일요일에 올려보도록 노력할게여!

오늘은 내용이 조금 우중충하죠? 처음엔 좋았는데 갈수록...됴륵...

오늘도 저의 고구마 투척으로 목이 답답하신 분들에게 사이다를 권합니다...☆

그럼 이만 저는 물러갑니다!






암호닉

설날, 침침, 은하수, 카누, 눈부신, 민윤기, 호독, 윤기야 나랑 살자, 비비빅, 춘심이, 슙디, 민빠답없, 인사이드아웃, 시레, 재연, 양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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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 작가님ㅠㅠ 오랜만이라 더 반가워요ㅜ 오늘도 저는 태형이와의 스킨십에 심장 철렁하고 갑니다ㅠ 매 편 너무 설레요ㅜㅜ
8년 전
독자2
비비빅이에요! 서로 마음은 남아있는 것 같은데 사이에 또 큰 벽이 하나 있는 느낌ㅠㅜㅜㅠㅜㅠ언제쯤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을까요ㅠㅜ
8년 전
뽀베
비비빅님! 끄...끝으로 가면 그럴 수 있을 거예여ㅠㅠ (사이다를 내민다)
8년 전
독자3
양요섭이예오!
흐어 뭐죠ㅠ태형이랑 뭔가 있는듯없는듯한 마음이
민윤기 이나쁜남자야ㅜ 그렇게 멘트 치고들어오면
사랑해ㅜ

8년 전
뽀베
양요섭님! 사실 태형이도 스스로 혼란스러울 거예요 (소근소근) 윤기는 앞으로도 독자 분들의 마음을 쥐고 흔들테니 기대해주세욥^^!
8년 전
독자4
은하수에요! 태형이도 여주도 아직 확실하게 못잊은거같은데 되게 묘한 분위기네요ㅠㅠ 여주는 과연 윤기를 좋아하는 것인가....윤기가 저렇게 확 치고들어오면 저라도 설렐듯...ㅎ
8년 전
뽀베
은하수님! 맞아여 저도 윤기 대사 하나하나 쓰면서 설렙니다 (?) 글쎄여 결말은 뭐... 저도 모르니까여 하핫
8년 전
독자5
나 왜없지..? [라 현]신청 했던것같은데..? 쨋든 라현이에여 정말 여자주인공이랑 태형이가 고구마였네 아 정말ㅜㅜ 다시 돌아갔으면 좋겠어ㅜㅜㅜㅜ
8년 전
뽀베
헐 라 현님! 헐 제가 잘못했습니다 죄송해여 (넙죽) 사랑하는 거 알죠 제가 (찡긋)
8년 전
독자6
재연 이예여! 오랜만이예요ㅠㅠㅠㅠㅠㅠㅠ 저도 쓰차여서 댓글을 못달았었는데ㅠㅠㅠㅠㅠ 서로 일부러 질투유발하고 서로한테 미련보이고 너무좋아여ㅠㅠㅠ
8년 전
뽀베
재연님! 으앙 왜 쓰차를 당하시구 그래여 8ㅅ8 엄청 답답해하지는 않으셔서 다행이예요 휴우
8년 전
독자7
카누
워후 윤기가 아주 제 역할을 잘 하네요ㅋㅋㅋ쟤네 계속 질투하면서도 헤어지기 싫은건 인정 못하는 것 봐ㅠㅠㅠ귀여운짜식들....

8년 전
독자8
침침이에요. 아 진짜아아ㅠㅠㅠㅠㅠ김태형이랑 여주랑 서로서로 질투하면서 진짜 왜그래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막 둘이 서로 질투하면서 질투하게 만들려는것같기도하고 그리고 뽀베님 글은 좋으니까 시간 날때마다와요오
8년 전
독자9
암호닉 신청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울컥) 으로요ㅠㅠㅠㅠㅠ진짜ㅠㅠㅠㅠㅠㅠ눈물나네ㅠㅠㅠ김태태 지짜ㅠㅠㅠㅠㅠㅠ너ㅠㅠㅜㅠㅠ
8년 전
독자10
서로 아직 마음 있는거 확실한데 왜 서로만 모르는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러다가 여주가 윤기한테 갈까봐 불안하네요 8ㅅ8
8년 전
비회원174.16
인사이드아웃이에요 자까님 ㅋㅋㅋㅋ하..☆ 태태가 질투하는모습너무타당해요ㅠ ㅠ앞으로도 저모습많이보고시퍼요♡
8년 전
독자11
뭔가태형이는여주한테미련이많아보이는디ㅠㅠㅠㅠㅠㅠ무여주도내색은안하지만있믄것같구...ㅠㅠㅠ결국엔둘이다시잘돼겠져?!??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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