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SFIVE : 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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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S.F.I.V.E
2013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8:00 PM
오늘은 태형이와 두 번째로 함께 보내는 크리스마스이다.
하지만, 저번과 달리 우리는 편안한 미소가 아닌 불안한듯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창밖을 보니 새하얀 눈들이 컴컴한 하늘을 조금이나마 밝혀주고 있었고,
주위에서 캐롤도 미세하게 들려왔다.
행복하지도 않은 불행하지도 않은 불안정한 감정이 내 온몸을 휘감았고,
멍하니 창밖을 응시할 뿐이었다.
내 허리에 손이 감겨왔고, 익숙한 스킨향과 따뜻한 숨결이 목 언저리에서 느껴졌다.
"성이름"
태형이가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고
나를 놓치기 싫은 듯 내 어깨에 그의 코가 깊게 파고들었다,
그의 특유의 향이 내 코를 찔러 마음이 조금이나마 더 편안해졌다.
"태형아 크리스마스니까 우리도 맛있는 거 먹을까?"
"어디서??"
"내가 맛있는 거 해줄게."
"좋다."
얼굴이 보이진 않아도 닿은 코 언저리의 광대가 볼록 솟은걸로 보아 김태형 특유의 미소로 맑게 웃고 있을것만 같았다
"근처에 마트있으니까 내가‥"
"싫어."
단호하게 말을 내뱉은 그의 품에서 벗어나 그의 눈을 바라보자 그의 눈동자가 불안한 듯 빠르게 흔들렸다.
"가지마."
"태형아, 괜찮아. 얼른 다녀올게 응?"
"‥후 "
여전히 불안해 보이는 그의 볼을 천천히 쓰다듬었고,
그 손길에 태형이의 눈동자가 점차 안정되어 갔고 그의 볼을 쓰다듬던 내 오른손을 잡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태형이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있자 그의 심장소리가 일정하게 쿵쿵 울리는 게 들렸고
그의 특유의 향에 미소를 짓고 있다가도
저녁 먹을 시간이 지났기에 그를 떼어내고, 옷을 챙겨 입었다.
계속 나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그의 눈을 한번 맞춰주곤 현관문을 열었다.
"얼른 다녀올게."
"……."
그는 내가 나간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입을 굳게 닫았고,
불안하다는 듯 눈썹이 살짝 꿈틀였다.
그게 또 마음에 걸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태형이에게 오랜만에 맛있는것도 해주고, 또 그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싶었다.
"갔다와서 맛있는것도 먹고 하루종일 붙어있자, 알겠지?"
그의 머리칼을 넘겨주며 어루어 달래듯 하자 그의 입꼬리가 예쁘게 말려 올라갔다,
그가 내 패딩모자를 끌어올려 내 머리를 감쌌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의 따뜻한 온기가 전해져 내 입꼬리가 올라갔다.
"조심히 갔다와."
.
.
.
.
8:50 PM
양손 가득 재료를 들고, 근처 빵집에 들러
크리스마스 기분도 낼 겸 조그마한 케이크와 샴페인도 샀다.
맛있게 요리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지만,
중학생 때부터 혼자 지내면서 삼시 세 끼 알아서 챙겨 먹은 실력이 있어 썩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어려서부터 엄마가 병으로 돌아가시고 아빠는 해외로 출장을 가셨다.
아빠가 항상 생활비를 넉넉히 보내주신 덕에 모자람 없이 자랄 수 있었다.
토마토 스파게티를 할지 크림 스파게티를 할지 고민하다가
벌써부터 미소 지을 태형이의 얼굴이 떠올라 살풋 웃음이 입술을 비집고 새어 나왔다.
그에 발걸음을 재촉했고,
우리도 이제 행복해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
.
.
집 앞에 다다르자, 검은 양복을 입은 2~3명의 남자가 욕을 읊조리며 담뱃불을 켜고 있었다.
왜 마음 한구석이 이리도 불안한지 걸음을 재촉해갔고,
태형이에게 무슨일이 있을 지, 여러 생각이 머릿 속을 빠르게 스쳐지났고
갑자기 이유 모를 슬픈 예감에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재촉하던 걸음이 어느새 땅바닥에서 떨어졌고, 집 앞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태형이가 나를 웃으며 반겨줄 집의 현관문이 나를 집어삼킬 듯 벌어져있었고,
그 속에 김남준의 찌푸려진 얼굴이 보였다,
검은 양복의 남자가 나에게 구경났냐며 시비를 걸어왔고
그에 김남준의 시선이 나에게 머물렀다.
"3달 만인가? 오랜만이야"
"……."
"그런데 안타깝게 됐어"
김남준이 나에게 안타깝다는 말을 했다.
나를 차에 가두고, 낯선 곳에서 이상한 약물을 투여할 때도 다 너를 위한 거라며 비열한 미소를 짓던 네가 나에게 안타깝게 됐다고 한다‥
제발 내가 생각하는 일이 아니길 빌며 짐을 모두 내려놓은 채 일어났고,
그를 지나쳐 집안으로 들어갔다…
고통스러운 듯 미세한 신음을 흘리며 바닥에 웅크려 있는 태형이가 눈에 들어왔다‥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날 안은 넓고 따뜻한 가슴팍에 날카로운 무언가가 꽂혀있었고,
붉은 그의 입술처럼 온몸, 그리고 너와 내가 사랑을 나눴던 집이 점점 붉게 물들어 갔다‥
"ㅌ…태‥형, 태형아…!!!!!!!!!!!!!!!!!!!!!!!!!!"
붉게 물든 태형이에게 다가가 그의 얼굴을 어루어 만졌다‥
그를 내 품으로 끌어 당겼지만 비릿한 냄새만 코를 찌를 뿐, 내가 좋아하는 그의 특유의 향이 나지 않았다.
그의 몸이 점점 차갑게 식어가자, 아까 그가 날 놓치지 않으려는 듯 파고들었던 것처럼 그를 꼭 붙들고 있었다.
조금이나마 따뜻할 수 있도록‥
그에 태형이가 눈을 힘겹게 뜨더니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이름...이름아"
태형이의 붉은 입술에서 고통스런 신음소리가 점차 줄어들었고, 그가 어느새 편하게 눈을 감았다
"아이고- 좋은 곳에 데려가야겠네, 나 너무 착하지 않냐?"
"태형‥ 태형아… 흐으,"
그렇게 그는 마지막으로 내 이름을 부른채 세상을 등졌다…
11:00 PM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렀다…
하늘이 암흑으로 물들다 못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왜, 도대체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김남준은 도저히 진정이 되지 않는 나에게서 차갑게 식은, 아니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태형이를 거칠게 빼앗아 갔고,
태형이는 점점 내게서 멀어졌다.
내 시야에서 더 이상 태형이가 보이지 않게 되자,
김남준은 무릎을 접어 나와 눈높이를 맞췄다.
"7일 줄게, 7일만 울고불고 하면 적당할 거야."
마지막 말을 남긴 채 김남준과 검은 양복의 무리도 등을 보이며 시야에서 사라졌고,
한참 동안 눈물을 흘리며 멍하니 앉아있다가,
도저히 주체 할 수 없는 복합적인 감정에, 발이 움직이는 대로 걸음을 옮겼다…
.
.
.
.
11:50 PM
"……."
한강 난간 위에 아슬아슬하게 서서 강을 바라보자 밤이라 그런지 내 마음처럼 암흑같이 어둡다‥
푸른 강이 밤이 되니까 거무스름 해진 것처럼 태형이가 밤이라 붉어졌던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말도 안 되는 생각에 희망을 걸었다‥
찬 바람이 내 얼굴을 감쌌다, 꼭 김태형처럼…
태형이가 내 앞에서 나를 지켜보는 것 같아 초점없는 눈동자로 앞을 응시하며 중얼댔다.
"태형아, 내가 크리스마스 끝나기 전에 네 곁으로 갈게. 10분 남았다‥ 조금만 기다려."
눈을 감고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널 볼 생각에 설레 미소를 살짝 머금었다
널 보러 가는 길이라 그런지 전혀 무섭지 않았다.
난관에서 발을 떼었을 때
‥누군가가 내 팔목을 거세게 쥐고 끌어내렸다.
그에 태형이가 아닌 낯선 남자가 보였고,
11시 59분…
"너 미쳤어?"
2013년 12월 26일 00시 00분‥
난 너에게 가지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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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불맠 나오기전에 장편 도전해보겠습니다!
구상 되게 오래 했어요.. 그만큼 섬세하게 잘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미리 스포해드리자면 제목에 이니셜로 여러 의미 합쳐논거고
반전에 반전!! 기대해주세요 ♡
댓글은 힘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