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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다. 더운 날씨 탓에 베게는 땀으로 젖어 있었고,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더운 날씨였다. 목 선을 따라 땀이 흐르는 느낌에 인상을 찡그렸다. 후덥지근한 바람이 불고 포근한 냄새가 들어왔다. 눈을 감고 익숙한 냄새의 기억을 더듬었다. 작년 방학 보충, 아카시아, 그리고 교사 휴게실의 선생님.

 

 

[VIXX빅스] 이제야 더 가까이 | 인스티즈 

 

 

 

 

 

 

 

 

" 쌤ㅡ "

" 어, OOO. 교사 휴게실 마음대로 들어오는거 아니랬지. "

" 쌤 보고싶어서 왔는데 뭐라 그러면 어떡해요! "

 

 

 

 

택운은 고등학교 여름 방학동안 수학 특강 교사를 맡기로 했다. 방학 중에 마땅한 알바가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던 택운은 자신의 과에 맞는 일자리가 있다는걸 듣고 아이의 학교로 왔다. 첫 만남, 남들이 택운을 보고 냉정하다, 정 없어보인다 했지만 아이는 수업 시간 외 택운의 모습을 보고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무뚝뚝해보이지만 학업에 열의를 보이는 학생에게 더 많은 것을 알려주고, 밖으로 도는 아이들에겐 차근차근 제 자리를 찾아갈수 있게 인도해주는 택운을 보고 아이는 존경 이외의 감정이 생겼다.

 

택운은 정식 교사가 아니기 때문에 교무실에 자리가 없었다. 다른 특강 교사들도 택운을 제하고는 모두 여자였기 때문에 항상 수업이 없거나 점심시간에는 남자교사휴게실에서 노트북으로 노래를 틀어놓고 문제 출제를 하고 있거나 책을 읽고 있었다. 이주 전부터 매일같이 찾아오는 학생이 있었는데 무관심한듯 굴었지만 그 아이가 계속 올걸 알고 사탕, 젤리, 주스를 항상 챙겨두던 그였다. 그 아이와 있어도 택운은 혼자 있을 때와 같이 책을 읽거나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고 있었지만 아이는 상관없다는 듯이 제 얘기를 옆에서 계속 들려주었다.

 

 

 

 

" 그래서요 쌤, 제가 그렇게 푸는거 아니라 했는데도 맞다 우기니까 쌤이 문제 풀이 해주시는거 찍어야 된다구요, 네? "

" 안돼, 내가 풀이 적어 줄테니까 그거 들고가면 되잖아."

" 치ㅡ, 뭐 그리 비싼 얼굴이라고. 맨날 내가 뭐만 해주세요ㅡ 하면 한번도, 그래, 알았어. 해주신 한번도 없어요. 알아요? "
" 공부 외적으로 관련된걸 요구 하니까 그렇잖아. "

 

 

 

 

화면에서 눈을 떼고 아이를 다그치기 위해 눈을 돌렸다. 아이는 잔뜩 풀은 죽은 표정이었다. 강아지였다면 귀가 축, 처져 있었을까. 손을 들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언제 내가 공부에 관한거 물었을때 거절한적 있었어? 목에 힘을 빼고 나긋이, 아이를 달랬다. 너 수능 끝나고 다 해도 좋아. 선생님이랑 같은 학교 들어오면 맨날 놀아줄게. 기분이 풀린 모양이었다. 이내 표정을 풀고 웃는 아이였다.

 

 

 

 

 

 

 

 

 

 

 

 

 

방학 특강 동안 아이와 친해지면서 집에도 데려다주고 공부하는게 기특해 예쁜 신발도 사주고, 남들보다 저를 따르고 좋아해주는 아이가 그저 귀엽고 예뻐서 조금 더 챙겨줬을 뿐인데, 아이의 친구들 그리고 아이는 그 나이때 다들 그렇듯 엇나간 오해를 하고 있는 듯 했다. 그 때 택운은 여자 친구가 있음에도 아이에겐 말하지 않았다. 왜일까, 아이를 두고 그녀와 바람을 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것은.

 

그들의 오해의 끝은 여자친구와 찍은 사진이 알려지게 되면서였다. 주말에 1주년 기념으로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식당 밖 벤치에 앉아 찍은 사진이 아이에게 보여졌다. 그것 때문일까 하루에 서너번은 꼭 들리던 아이가 점심시간부터 오질 않았다. 아이의 반에 들어가 수업을 하는데도, 문제 풀이 시간에도 아이는 내내 문제집에 고개를 박고 눈도 마주하지 않으려 했다. 전에 했던 눈장난도, 손을 들고 모르는 문제를 물어봤던 그 모습도. 마음 한쪽에 찬 바람이 불었다.

 

휴게실에 앉아 노래를 틀고 눈을 감았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포근하고 달콤한 냄새. 아이가 좋아하던 아카시아 향이었다. 들어올때마다 나 이 바람냄새가 너무 좋아요. 하고 눈을 감고 코를 킁킁거리며 한참 냄새를 맡는 아이의 그 얼굴선이.

 

 

 

 

 

 

 

 

 

 

 

 

 

수업 마지막 날, 점심을 먹고 휴게실에 들어가니 낮임에도 방은 온통 어둠이었다. 불을 켜니 폭죽이 터지고, 쳐져 있는 커튼, 바닥에는 풍선 천지였다. 학생들은 그 동안 내가 그들을 위해 가르쳤던것에 감사를 표하고 다음에 꼭 보자는 얘기를 건넸다. 짧은 기간동안에도 많은 정을 준 학생들이 그리도 기특했던 적은 없었는데. 케익에 있는 초를 끄고 아이를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봤다. 아이의 톡톡 튀던 그 목소리도, 웃음소리도 없었다. 아이와 친했던 학생에게 들으니 학교에 안나왔다고 했다. 문제집에 고개를 박고 있던 그 모습이, 내가 기억하는 아이의 마지막 모습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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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허류ㅠㅠㅠㅠㅠㅠ 금손이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끵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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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허류ㅠㅠㅠㅠㅠㅠㅠ택운아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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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헝ㅜㅜㅜㅜ이런 분위기 짱 좋아요ㅜㅜㅜ 브금도 짱짱...ㅜㅜㅜㅜㅜ 신알신할께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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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ㅠㅠㅠㅠㅠ앙대......ㅠㅠㅠㅠㅠㅠㅠ아 진짜 멋있다...이런 선생님없나요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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