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라이 00
w. 어거스트디
윤기 어때? 괜찮아?
저를 앞에 세워두고 물어보는 여자아이에 남준이 목을 덮을듯 길어져버린 뒷머리를 긁적였다.
글쎄..
남준의 대답이 맘에 들지 않는지 여자아이가 인상을 지푸렸다.
벽에 등이 닿아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자 남준이 어쩔 줄 몰라 허둥댔다.
저기, 윤기 오기 전에 가는게 좋을거 같은데..
고민 끝에 내뱉은 말에 여자아이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아니, 내가 왜?
아. 진짜 제발 좀 가지..
속으로 웅얼거리던 남준이 저기 복도 끝에서 달려오는 윤기를 보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씨발, 좆됬다.
남준의 목이 싸늘하게 차가워졌다.
멀리서 달려오는 윤기를 바라본 여자아이의 표정이 밝아졌다.
"씨발-!"
복도를 울리는 윤기의 목소리에 떠들썩 했던 복도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갑작스레 조용해진 복도가 이상했는지 반에서 아이들이 하나 둘 씩 나오고 있었다.
"꺼져 씨발년아. 왜 김남준 괴롭히고 지랄이야."
남준과 여자아이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 윤기가 여자아이를 밀쳐내었다.
웃고있던 그녀의 표정이 보기 안좋게 일그러졌다.
바닥에 넘어진 채 무서움에 덜덜 떠는 윤기가 그녀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씨발, 눈깔 뽑아버리기전에 꺼져."
울먹이며 벌떡 일어나 달려가는 여자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남준이 한숨을 내쉬었다.
남준의 한숨소리가 조용한 복도에 퍼졌다.
우와아아앙-
뒤를 돌아 장난스레 사자 흉내를 내며 남준의 목을 살짝 무는 윤기에 남준이 머쩍게 웃었다.
"저 씨발년 진짜. 저런년들 오면 담부턴 그냥 패버려. 알았지?"
험상궃은 욕설과 상반되게 웃으며 혀잛은 소리로 알아찌? 라고 말하는 윤기에 남준이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복도를 가득 채운 학생들의 시선이 전부 남준을 향하고 있었다.
그들을 바라보는 남준에 남준을 바라보던 윤기가 고개를 돌려 구경하고있던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 칠 새라 바쁘게 제 교실로 돌아가는 아이들에 남준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끝나고 윤기랑 영화 보러 가까? 영화표 있는데 보러가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오는 윤기에 남준이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싸, 씨발, 기분 열라 좋네.
웃으며 방방 뛰는 윤기에 남준이 실소를 내뱉었다.
수업 종 치겠다.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말하는 남준에 윤기가 남준의 교실 문을 열어재꼈다.
윤기의 등장과 동시에 교실 전체가 얼어붙었다.
남준을 자리에 앉힌 윤기가 남준의 옆자리에 앉아있던 남자아이의 명찰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
"호석아, 나 여기 앉을래."
윤기에 말에 벌떡 일어난 호석이 교실 뒤로 향했다.
자리가 없어진 호석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던 남준이 제 옆자리에 앉아 생글생글 웃고있는 윤기를 바라보았다.
아, 제발 하느님. 내 인생에서 민윤기라는 인간좀 없애주세요. 남준이 속으로 소리쳤다.
윤기는 남준의 애인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