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 날이 있다. 매일 걷던 거리가 낯설게 느껴지고 매일 타던 버스가 어색하고 항상 입던 교복이 낯설 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낯설어지는 그런 날이 있다. 그리고....나에겐 오늘이 바로 그 낯선 날이었다.
“넘어질 거 같아서”
나를 걱정하는 말과 함께 예쁘게 눈을 접으며 웃는 남자의 얼굴을 보자 기분이 이상했다. 오늘 하루 동안 알 수 없는 낯설음에 가슴이 답답했는데 그 답답함이 갑자기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모든 게 반복 적이었던 너무나 익숙한 일상이 낯설어 진 오늘, 처음 보는 낯선 사람에게 익숙함을 느낀다는 게 너무나 모순 적이라서 이상하고 또 이상했다.
“왜?”
“아, 그게-”
왜냐고 묻는 남자에게 딱히 해 줄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나도 지금의 내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아 시선을 불안하게 돌렸고 그렇게 돌리던 시선은 남자의 가슴께에서 멈췄다. ‘남우현’ 노란 바탕 안에 새겨진 이름은 너무나 남자와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남우현?”
살짝 올린 시선은 남우현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의 시선과 마주쳤고 한참 이어진 뜻 모를 시선 맞춤을 멈춘 건 내가 아니었다. 나와 마주친 시선을 피하고 가방을 뒤지던 남자가 나에게 내민 건 내 가방 안에도 들어있는 교복 체인점의 로고가 박힌 티슈였다.
“감기 걸려”
“응?”
“땀 닦으라고”
“아, 고마워”
“다음에 또 보자. 성규야”
“어, 어?”
남자의 입에서 나온 내 이름에 놀랐지만 남자는 이미 내게서 등을 돌려 멀어지고 있었다. 나는 모든 것이 낯설었던 16살 겨울에 처음 보는 낯선 사람에게 익숙함을 느끼는 이상한 기분을 맛봤고 이것이 나와 남우현의 첫 만남이었다.
***
“그럼 지금부터 입학식을 시작하겠습니다. 학생 여러분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주시기 바랍니다”
단상 앞에 서 계신 선생님의 말씀에 당연하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 선 나였지만 이런 나와 다르게 내 주위에 앉아 있는 학생들은 당연하다는 듯 일어서지 않았고 더불어 일어선 나를 향해 우습다는 눈빛을 보냈다. 아이들의 시선에 괜히 목에 둘러진 목도리를 끌어당기며 얼굴을 감췄지만 아이들은 더 이상 이런 나를 신경 쓰지 않았다. 어색함에 숙였던 고개를 들자 나와 같은 갈색의 교복을 입은 남학생 한 명이 단상위로 올라서고 있었다.
“신입생 대표 남.우.현”
“.....남우현?”
익숙한 그 날 이후로 한 번도 잊지 못한 이름에 숙였던 고개를 번쩍 들자 손과 함께 손에 들려 있던 상장이 내려갔고 나는 똑똑히 얼굴을 봤다. 눈썹이 보였던 예전과 다르게 지금은 앞머리가 눈썹을 모두 덮고 있었지만 앞에 서 있는 아이는 분명 내가 그 날 만난 남우현과 동일인이었다.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는데 이렇게 같은 학교가 될 줄은 몰랐다. 뜻 하지 않은 상황에 살며시 얼굴 위로 웃음이 번졌고 그 순간 남우현의 시선과 나의 시선이 마주쳤다.
갑작스런 마주침에 당황한 나와 다르게 남우현은 자신의 일을 마친 후 여유롭게 단상 아래로 내려갔고 나는 그런 남우현을 바라보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갑자기 내가 초라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신입생 대표인 남우현과 다르게 나는 그저 이 수 많은 학생들 중에 한 명이 뿐이라는 사실이 너무 비참했다.
“시끄러워”
옆에서 들려오는 음성에 고개를 돌리자 옆에 앉은 아이의 시선이 내 얼굴에서 내려와 내 손으로 향했고 나도 그런 아이의 시선을 따라 내 손으로 시선을 돌리고 나서야 옆에 앉은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건넸다.
“나는...뭐가 불안 한 거지?”
1반이라고 쓰여 진 교실을 바라보며 심호흡과 함께 문을 열었지만 아무도 교실로 들어오는 나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비어있는 자리를 둘러보다 앞자리 보다는 뒤가 낫겠다는 생각에 맨 뒤에 앉아 가방을 내려놓고는 반 안을 둘러보았다. 아는 친구들이 있는 건지 삼삼오오 어울려 떠드는 아이들부터 엎드려 자는 아이들 까지 다양한 아이들의 모습에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엠피를 꺼내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엠피를 끄지 않았는지 이어폰 안에선 내가 재생을 누르지 않았는데도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딱히, 음악을 바꿀 마음이 없어 책상에 엠피를 올려놓고 창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살짝 열려진 창문 안으로 들어오는 찬바람에 몸을 웅크리며 목도리 안으로 고개를 숨기자 갑자기 누군가의 손이 열려진 창문을 밀어 닫았다. 움직이기 귀찮았던 나 대신 창문을 닫아 준 아이에게 고마움을 전하려 고개를 돌렸지만 어디로 갔는지 창문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무리 고개를 돌리며 찾아도 보이지 않는 모습에 조금 심술이 나 입에 바람을 잔뜩 불어 넣고 입술을 내밀자 누군가 그런 내 어깨를 두드렸다.
“오랜만이야. 성규야”
귀에 꽂아진 이어폰 한 쪽을 빼 내곤 다른 손으로 바람이 들어간 내 볼을 누른 남우현의 모습에 내 입에 가득했던 바람은 스르륵 빠져나갔고 남우현은 그런 내 모습이 웃긴지 나와 처음 만났던 그 날처럼 눈을 예쁘게 접으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너에게 닿기를. |
안녕하세요 초꽃입니다. 원래는 다른 필명이 있었지만 오랜만에 돌아 온 만큼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필명을 만들었습니다. 앞으로는 초꽃이라는 필명으로 활동을 할테니 많이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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