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현성] persona 01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1/2/2/1220a64c8110b0c42146ca14c6bb237d.png)
[인피니트/현성] Persona 01
W.나날
00. 프롤로그
"always need you. 너와 함께이고 싶은, 미드나잇."
구슬픈 음정들의 나열이 끝나고, 박수소리를 들으며 한 남자가 무대 밑으로 내려온다. 답답하지도 않은 지 코끝과 입만 내놓은 채 눈은 가면으로 가렸다. 얼굴을 철저희 숨긴 채 남자는 그대로 방으로 들어와 거울 앞에 앉았다. 가면을 손으로 쓱 쓸더니 귀 뒤로 손을 가져가 가면을 벗는다.
"아.. 형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좋다. 근데, 언제까지 얼굴 숨기고 노래할거야?"
예쁘장한 소년의 물음에 거울에 비친 자신의 가면 벗은 얼굴을 쳐다보던 남자가 천천히 대답한다.
"...이 짓거리, 그만 둘 때 까지."
01. 무엇을 드릴까요?
잠에서 깬 성규가 창을 통해 들어오는 따사로운 햇빛에 눈을 찌푸렸다. 짜증나.. 짜증이 잔뜩 묻어있는 손길로 이불을 걷어낸 성규는 화장실로 들어가 씻기 시작했다. 샤워를 마친 후 김이 서린 거울을 삭 닦아내며 자신의 모습을 보다가 다시 한 번 표정을 구겼다. ..짜증나. 거울의 자신을 한참 노려보다 욕실에서 나왔다. 부엌으로 가 끼니를 대충 해결한 후 나갈 채비를 했다. 갈증난다. 중얼거린 성규가 신발을 신고 문단속까지 꼼꼼히 끝낸 후 조금 빠른 걸음으로 아파트를 나섰다. 자신의 집에서 5분거리의 미니휴게소. 그 옆의 자판기에서 블랙커피를 뽑은 뒤 휴게소 유리를 두드렸다. 똑똑- 그러자 작은 구멍으로 나오는 종이 한 장.
'무엇을 드릴까요?'
구멍으로 커피를 들이밀며 성규가 말했다.
"말보루 두 개비랑 라이터요."
평소와 같은 주문을 하자마자 투박한 손이 슥 나와 커피를 들고 사라지더니 머지않아 담배 두 개비와 라이터가 등장한다. 담배와 라이터를 손에 쥐고 옆으로 돌아선 성규가 그대로 자판기 옆 벤치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였다. 후우- 담배 좀 끊으라던 윤강의 말이 떠올랐지만 담배 끊기가 어디 말처럼 쉬우랴. 노력은 해봤지만 마음대로 안되는게 금연이었다. 어느 새 한 개비를 다 핀 성규가 담배꽁초를 땅에 비벼끄곤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를 또 다시 입에 물고 일어났다. 일찍가면 난리 피우려나...
**
"어, 성규형! 뭐야, 왜 이렇게 일찍 온거야?"
"난 좀 일찍오면 안되냐? 시끄러워, 잠 좀 자게 비켜."
"킁킁.. 아 뭐야, 또 담배폈어? 좀 끊으라니까? 형 목소리 다 망쳐먹게.."
"이윤강, 시끄럽다했다."
"..."
"좀 있다가 깨워. 밥은 안먹는다. 준비 좀 해두고, 알지?"
여기에 오는 건 오지게 싫어하는 성규가 일찍 왔다는 건 오늘 무슨 좋은 일이 있었다거나 기분이 좋다는건데.. 전혀 그래보이지 않는 형의 모습에 의아해하는 윤강이다. 뭐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성규가 깨면 입을 옷을 고른다. 아직 1시밖에 되지않았는데.. 윤강은 성규의 자는 모습을 안쓰럽게 쳐다보았다. 이렇게 보는 걸 알면 성규가 욕을 하며 화를 내겠지만 지금은 자고 있으니 내가 이러는 줄 모르겠지. 윤강에게 성규는 '안타까운' 존재였다. 성규가 자신의 bar를 찾아온 건 약 2년 전이었다. 비가 마구마구 쏟아지는 날이었다.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손님들이 더 이상 오지 않길레 비가 더 많이 오기 전에 손님들을 보내고 자신도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해 양해를 구하고 손님들을 보냈다. 문을 닫으려던 그 때, 비에 홀딱 젖은 한 남자가 비틀거리며 자신에게 다가왔다. 윤강이 그 모습에 기겁을 하며 우산을 씌워 바 안으로 이끌었고 무언가를 말하려는 남자를 세워두고 바 안쪽의 방에 들어가서 수건을 들고 왔다. 비에 젖은 얼굴을 닦아주려는데 남자와 눈이 마주쳤고 윤강은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먹먹하다. 초점잃은 공허한 눈을 가진 남자가 드디어 입을 열었고 그 목소리에 윤강은 굳어버렸다. 물기에 푹 젖어버려 늘어진 솜처럼 슬프고 무거웠다.
"...여기.. 목소리도 팔아요..?"
그는 비로만 젖어있는게 아니었다. 그를 적신 건 지독한 '눈물'이었다.
****
윤강도 딱히 성규에 대해 아는 것은 없었다. 그냥 이름이 '김성규'라는 것과 나이가 스물여덟이라는 것. (물론 처음 만난 2년 전엔 스물여섯이었다.) 그리고 지금 혼자 살고있다는 것. 이게 끝이었다. 성규가 자신의 얘기를 잘 하지 않는데다가 윤강도 굳이 묻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2년 전 자신을 찾아와 바에서 노래를 하게 해달라던 성규의 말에 긍정의 답을 해줬을 뿐. '목소리를 판다' 는 건 '여기서 노래를 할 테니 돈을 줄 수 있냐' 는 말이었던 듯 하다. 그 후로 성규는 밤 10시에서 11시 사이에 노래를 하러 무대 위로 올라갔고 그 때마다 성규는 가면을 써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그래서 바에서 성규의 얼굴을 아는 사람은 윤강 뿐이었다. 바 직원들에게 가면 쓰지 않은 성규는 그저 고객이었다. 바에 들어올 땐 고객으로 들어와 방에서 옷을 갈아입고 가면을 쓰기 때문에 방 밖으로 나올 때는 '고객 김성규' 가 아니라 '가면 쓴 남자 김요한' 이었기 때문이다. (성규는 바에선 가명을 사용했다.) 바 운영시간이 6시부터라 윤강은 옷과 가면을 성규 옆에 두고 방을 나갔다.
**
윤강이 한참 바 운영준비를 하고 있을 때 쯤 성규가 비적비적 방 밖으로 나왔다.
"어, 형 깼어?"
"어. 지금 몇시야?"
성규가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여섯 시 다 되가. 계속 방에 있어야 되지 않아? 가면도 안 쓰고.."
"됬어. 아직 사람들도 없는 데. 야, 나 와인 한 잔만."
"형! 형이 자꾸 와인 마시면 난 뭐 팔라고!"
"한 잔이잖아. 그렇게 불만이면 월급에서 깎아, 임마."
툴툴대며 성규가 자주 마시는 와인을 꺼내든 윤강이 와인 잔에 와인을 따라서 성규에게 건넸다.
"내가 형 월급 못 깎는 거 알면서... 알고 일부러 그러는거지!"
"어, 들켰네. 축하해. 맞혔다. 근데 어쩌지, 상품이 없네."
"아오, 진짜."
성규는 이런 식으로 사람을 잘 약올리는 타입이었다. 잘 보면 장난끼도 꽤 많았다. 잘 드러내지 않아서 그렇지. 그러는 도중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고 성규는 남은 와인을 한 번에 모두 들이키고는 방으로 다시 들어갔다. 휴대폰을 만지작 대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다 드디어 10시가 되었고 성규는 옷을 갈아입고 가면을 쓴 후 방을 나섰다. 무대 뒤에 서 있는 윤강의 어깨를 탁 치고는 마이크를 쥐고 무대 위로 올라갔다. 그 와 동시에 윤강이 바의 조명을 모두 껐고, 사람들도 이게 무엇인지 알기에 조용히 '김요한' 을 기다렸다. 무대 위 조명만이 켜지고 김요한이 보이자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기대에 찬 눈을 하고 요한을 쳐다보았다. 윤강에게 미리 알려둔 노래 반주가 흘러 나오고 요한의 목소리가 반주에 녹아듦과 동시에 바의 사람들에게 '팔리기' 시작했다.
"처음 널 만났던 그 날. 웃으며 인사했지만. 사실 잠시 머물다 스칠 인연일 거 라고 믿고 싶었는지 몰라. 그 땐 누구도 믿지 못했던 말. 오랜 시간 옆에서 지켜준 너. 어느 새 조금씩 스며들어 내 마음을 열고, 외롭지 않을 수 있도록 함께 해준 너. we never go alone, 이대로 영원히. 니가 옆에 있어서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어. 지금처럼 잡은 손 놓지 말고, we never go alone."
그리 슬픈 곡이 아님에도 사람들은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꼈다. 요한의 노래는 항상 아련했다. 그 사이 한 곡이 끝나고 그 다음 곡의 반주가 흘러나왔다.
"눈을 뜨기 조차 싫었어. 솔직히 믿기지 않았어. 마지막 헤어지잔 인사는 낯설기만 하니까. 터지는 한숨만 자꾸 뱉어. 두려워 가슴이 맺혀. 한 마디 예고없이 이별 건네는 널 어떻게 믿어. I don't know why, I can't move on.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아. 거짓말 같아, 오늘 하루가. 가슴 한 쪽이 아파와. 너에게 끼워준 반지가 내 손에 차갑게 돌아와. 내 마음도 같이 돌려받은 마지막 선물, 이별인 걸."
아.. 사람들이 탄식을 내뱉었다. 요한은 마치 가사 속 주인공처럼 방금 이별한 사람같았다. 노래가 끝나고 요한이 재빠르게 무대를 내려갔다. 두 곡만 부르고 사라지는 요한을 사람들은 항상 아쉬워했다. 방에 들어와 옷을 다시 갈아입고 가면을 벗은 요한이 성규로 돌아와 머리를 정돈하곤 방을 나섰다. 윤강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까만 봉지를 내밀며 말했다.
"내일은 오지 않아도 돼. 쉴꺼거든. 자, 이거 먹어. 맨날 라면같은 것만 먹지말고 잘 좀 챙겨먹고 다녀. 남자가 완전 말라가지고는, 이게 뭐냐?"
"뭔데?"
"죽이야. 비록 밥이랑 반찬은 아니지만 야채죽이니까 영양보충은 되겠지."
"고맙다, 이윤강. 잘 먹을게. 간다."
"응, 모레 봐. 내일 푹 쉬고."
그래. 짧게 대답한 성규가 바 밖으로 나와 집으로 향했다. 봉지 안을 본 성규가 미간을 좁혔다. 자신을 걱정해주고 챙겨주는 건 고마운데...
"네 통이나 되는 걸 언제 다 먹으라는 거야, 이윤강."
그것도 혼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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