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성 팬픽 입니다 ※
기억의 조각
W. 혜야
명수는 고운 미간을 찌푸리며 손에 쥐고있던 나이프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시퍼렇게 선 칼날에 묻어있던 핏방울이 레드카펫이 깔려있는 바닥에 후두둑 떨어졌다. 그늘진 시선이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의 주변에는 이미 숨이 끊어진 사람들의 시체들이 가득했다. 그들의 공통점을 말한다면, 전부 검은색 양복에 새하얀 별모양 문신이 몸 어딘가에 새겨져있었다. 손등은 기본이었고, 등, 허벅지, 복부, 뺨, 이마 등등 새겨져있는 곳은 다양했다. 고약한 피비린내. 명수는 다시 한 번 미간을 찌푸리고는 시체들을 밟으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시체를 밟을 때마다 무언가가 터지고 부러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복도를 울렸다. 무표정이었지만, 내심 초조했다. 등줄기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자신은 아무리 다쳐도 괜찮았다. 상처는 언젠가 낫길 마련이니까. 아니, 목숨을 버릴수도 있었다.
그 아이만 무사하다면.
살려줘요. 나, 너무 무서워…. 울음섞인 아이의 고운 미성이 귓가에서 윙윙거렸다. 분명히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아무 문이나 벌컥 열었다. 검은 양복의 사내가 달려들었지만, 명수는 사내의 허리를 향해 돌려차기를 시도했다. 뿌드득, 갈비뼈가 부러지는 섬뜩한 소리가 나며 사내는 옆으로 나가떨어졌다. 바닥에 쓰러진 사내가 일어나기 전에 명수는 손에 쥐고있던 나이프를 사내의 목을 향해 던졌다. 나이프는 정확히 사내의 목 중앙에 박혔다. 괴로움에 컥컥 거리던 사내는 몇 분 지나지 않아 몸이 축 늘어졌다. 발끝으로 사내의 손을 툭툭 건드려 보았지만, 아무 움직임도 없다. 그는 무덤덤하게 목에 박혀있는 나이프를 뽑아 위아래로 흔들었다. 역시, 핏방울들이 바닥에 흩뿌려졌다. 가만히 있었다면, 이런 개죽음은 당하지 않았을텐데. 확인 사살로 사내의 목을 두어번 더 찌르고는 방을 나섰다.
자신에게 덤벼들는 조무래기들은 가볍게 처리하며 전진했다. 비록 가지고 있는 건 나이프와 몸 어딘가에 숨긴 대검하나 뿐이다. 명수 앞에 쓰러진채 피거품을 물고있는 남자가 힘겹게 입술을 달싹였다. 미친…. 쨉도 안 될만큼 강하잖아………. 그러곤 숨을 거두었다. 사내의 머리를 발로 밟았다. 빠직,하고 머리 뼈가 박살나는 소리와 함께 역한 뇌수가 바닥에 가득 퍼졌다. 명수는 낮게 읉조렸다.
내가 강한게 아니라, 너희가 약한거야.
그리고 눈 앞에있는 문을 열어젖혔다. 그 곳에는, 몸이 결박당한채 바닥에 엎어져있는 성종이가 있었다. 정확히는 아이보다 몸짓이 두세배는 더 큰 남자에게 짓눌려있다는 게 더 옳았다. 성종이의 눈동자가 일렁거리며 시퍼렇게 질린 입술이 조그마한 목소리로 연신 중얼거린다. 코와 입가에 말라붙은 핏자국들과 아이의 가느다란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것도 보인다. 명수의 눈알 흰자위에 핏발이 섰다. 명수는 나이프를 손에 꽉 쥐고,
괴성을 지르며 성종의 등 위에 앉아있는 사내에게 달려들었다.
* * *
악몽이라면 제발 깨어나길. 성종은 속을 빌고 또 빌었다. 결박당한채 바닥에 엎드려있는(사실 누군가가 등 위에 앉아서 짓누르고있다) 성종을 단상 위에 앉아서 거만한 자세로 내려다보고 있는 남자에게서 이유 모를 위압감이 느껴졌다. 아까 너무 맞아서 그런지 몸이 너무 아팠다. 코와 입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입술을 꾹 다물고는 입가에 고인 핏덩이를 힘겹게 삼켰다. 맛은 없고 비리기만 하다. 성종의 좁은 등 위에 앉아있는 사내가 낄낄거리며 웃었다. 기분 나빠. 차마 입밖으로 내뱉지 못하고 쓰게 삼켰다.
"꼬마."
거만하게 자신을 내려다보고있던 사내가 입을 열었다. 성종이 시선을 위로 들어올리자, 그의 등 위에 앉아있던 사내가 주먹으로 머리를 쳤다. 띵- 하고 순간 앞이 하얘졌다가 돌아왔다. 아 씨, 왜 때려. 부르길래 쳐다본 거 뿐인데. 속으로 험한 말을 내뱉는 성종을 향해 사내가 다시 한 번 주먹을 들었다. 그런 사내를 저지한 것은 성종을 부른 사내였다. 그가 입을 열었다.
"익숙한 호칭이지 않나."
알 게 뭐야. 괜스레 속으로 투덜거린다.
"네가 왜 이런 꼴을 당하는지 별로 궁금하지 않나 보군."
"……."
작게 혀를 찼다. 성규가 앉아있던 의자에서 일어섰다. 위압감이 온 몸을 짓눌러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헛기침이 계속 나왔다. 성규는 눈 깜짝할 사이에 성종의 앞에 다다랐다. 그러곤 아이의 앞에 쭈그려 앉은채 시선을 맞추었다. 그러곤 다시 물었다.
정말, 기억 안 나?
성종은 대답대신 피섞인 침을 힘겹게 반질반질하게 윤기가 나는 성규가 신고있던 구두에 뱉었다. 아슬아슬하게 구두코에 닿았다. 사내가 팔꿈치로 성종의 종수리를 찍었다. 이를 악물고 아픔을 견뎠다. 다시 한 번 성규가 물었다.
정말, 기억 안 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나, 나는………. 새파랗게 질린 성종의 입술이 바들바들 떨린다. 눈가가 파르르 떨리며 호흡도 불규칙하게 변했다. 성종이 눈동자에 초점이 사라졌다. 아이의 안에 가만히 숨죽이고 있던 <짐승>이 튀어나올려고 했다. 짐승은 날카로운 송곳니를 들어내며 히죽 웃으며 달콤하게 속삭인다. 죽이고 싶지? 힘을 원해? 성종은 고개를 저었다. 싫어. 싫어. 싫어…. 문득 성종이 물었다. 넌, 누구야? 짐승은 낄낄거리며 대답한다. 난, 너야. 너도 나고. 우린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사이지.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거야? 성종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짐승이 말한다.
「 난, 언제나 네 곁에 있었는데. 」
<짐승>이 울부짖는다. 힘겹게 짐승을 꾹 눌러 제압했다. 성종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눈동자에 초점이 돌아왔다. 제일 먼저 보이는 건 성규의 얼굴. 등이 가볍다. 성규의 뒤로 저의 등 위에 앉아있던 사내와 피를 튀기며 싸우고있는 명수가 보인다. 성규가 성종의 시야를 가린다. 그가 아이의 귓가에 속삭인다. 기억을 더듬어 봐. 넌 그 날을 잊어버릴리가 없어. 너와 타인이 그 기억에 자물쇠를 채워 어두컴컴한 창고에 넣은거지. 자, 이제 그 자물쇠를 풀 시간이야. 정말로,
───철컥,하고 무언가가 풀리는 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시야가 어두워지며 장면이 바꼈다. 자신의 앞에 쭈그려 앉아있던 성규의 모습과 그의 모습에 가려있던 명수도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눈앞이 번쩍하고 빛이났다.
보이는 것은, 지옥.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간다. 손이 끈적거렸다. 챙그랑,하고 바닥에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왔다. 대검에 검붉은 피가 묻어있다. 손바닥 역시 마찬가지. 그리고 앞에 쓰러져 있는 건, 저와 절친이었던 성열과 우현. 그리고 항상 자신을 자상하게 대해주던 동네 형이었던 호원과 동우. 유독 우현의 시체에 깊은 상처가 많았다. 성종이 새된 목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흡사 <짐승>이 울부짖는 모습 같았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왜 다들 바닥에 쓰러져있는거야? 왜 눈을 감고있어? 왜 온 몸에 새빨간 피가 묻어있어? 옷이 더러워. 핏자국들로 가득해. 찢어졌잖아. 왜 숨을 쉬지 않아? 왜 몸이 차가운거야? 찰칵,하고 무언가가 열리는 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전부, 기억이 났다. 중간중간 끊겨있던 빛바랜 기억의 조각들이 맞춰지기 시작한다.
「 아잌. 악. 저 습관 또 나왔네. 성종아, 내가 또 저런 소리내면 한대 후려쳐주라. 」
한 조각.
「 쯧. 등신같은 이성종. 또 술에 쩔었냐. 인마, 우현 형님이 오셨다. 일어나. 집에 가자. 시원한 콩나물 국 끓여줄게. 」
두 조각.
「 아. 성종이 왔냐? 이리 와. 다른 애들 다 와있어. 동우 돼지새끼가 다 쳐먹기 전에 빨리 먹어야 해. 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 나, 이호원 이잖아. 」
세 조각.
「 으항항! 내 새끼 성종이 왔냐! 이리 와, 빨리 와! 」
네 조각.
「 꼬마. 내 이름은 김성규다. 기억해라. 」
다섯 조각.
「 넌 아무 것도 기억할 필요가 없어. 울지마. 내가, 너를 지켜줄게. 불안해 하지마. 」
여섯 조각.
「 ………내가… 누군지 알 수가 없어요. 전, 누구죠? 당신들은 알고있나요? 가르쳐 주세요. 저는 누구고 어디서 온거죠? 」
일곱 조각.
「 넌 이성종이고, 우리들의 자랑스러운 친구이자 동생이며 가족이야. 」
여덟 조각.
새된 목소리로 비명을 지르던 성종이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배를 잡고 깔깔거리며 웃었다. 성종의 웃음소리가 울려퍼진다.
* * *
눈을 떴다. 눈가에 눈물이 고여있다. 눈을 깜빡이자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허탈하게 웃었다. 힘겹게 손에 쥐었던 행복을 제 손으로 부숴버렸다. 눈물이 고인 눈동자를 올렸다. 성규가 싱글벙글 웃고있다. 기억 났어?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갈라진 목소리로 성종이가 물었다. 형은 어떻게 살아난거야? 성규가 눈을 곱게 휘어보이며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톡톡 건드린다. 사람은, 머리를 쓰는거야. 아…,하고 성종이 탄식을 내뱉었다. 우현의 시체가 유독 상처가 심한 이유를 알겠다. 김성규는,
우현을 방패로 쓴 것이었다.
"그럼 명수 형은…?"
"네가 더 잘 알텐데?"
성규의 목을 나이프가 스쳐지나가 벽에 박혔다. 나이프가 스친 자리에 피가 주륵 흘러내렸다. 성규가 푸하하 웃는다.
"그 날 김성규는 죽었어."
"닥쳐."
성종 대신 명수가 대답했다.
"김명수도 죽었고."
"닥치라고 했지."
"이성종은 또다시 혼자 남게 되었지. 살아있는 건, 너 혼자 뿐이야. 꼬마."
그리고 성규가 눈을 감는 동시에 목이 댕강하고 잘렸다. 그의 머리가 바닥에 둔탁한 소리를 내며 곤두박질 쳤다. 잘린 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아오른다. 명수는 성규의 머리를 벽쪽으로 찼고, 몸 역시 성종의 시선이 닿이지 않는 곳으로 옮겼다. 그러곤 피 묻은 대검을 손에서 놓았다. 챙그랑, 날카로운 소리가 달팽이관을 자극한다. 명수는 피 묻은 손을 자신의 옷에 대충 닦고는 성종의 몸을 묶고있던 밧줄을 풀고 일으켰다. 성종의 눈에 초점이 없다. 도와줘, 살려줘, 무서워, 혼자는 싫어. 성종이 곧 꺼질듯한 촛불처럼 몸을 휘청이며 연신 중얼거린다.
명수는 성종의 콧잔등에 살짝 입을 맞추고는 귓가에 속삭였다.
──이건 다 악몽이야. 다시는 생각하기도 싫은 아주 악질적인 악몽. 너에겐 <짐승>은 없어. 넌 이성종이고 자랑스러운 친구이자 동생이며 가족이란다. 아가야.
(+주저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진짜 웃음 밖에 안 나오네요.
제가 생각했던건, 이런게 아닌데……! 원래 엘성규종 이었는데!!!!!!!!!!!!!!!!!!!!!!!!!!!!!!!!!!!!!!
저도 제가 지금 뭘 쓴건지 모르겠어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조인성은 나래바 초대 거절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