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갱생프로젝트알파오메가(ver.과거여행)/카디찬백루민세준
<루한이와 민석이의 과거>
이름 김민석. 나이 열여덟.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난 우성 오메가. 조상 대대로 이어지는 가난의 대물림 속에서 민석이 할 수 있는거라곤 성공을 위해 학업에 열중하는 것뿐. 남들 다 받는 과외도 못 받고, 남들 다 가는 학원도 못 가고, 남들 다 갖고 있는 문제집 하나 못 갖는 형편 속에서 민석은 불평 한번 안 하고 꿋꿋이 책상 앞에 앉아 공부만 함.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 아니 그저 남들이 하는 것 만큼 평범하게만 살고 싶었던 민석은 악착같이 공부해 결국 매스컴에도 몇 번 오르내린적 있는 사립형 외고를 시도청의 장학생으로 입학하게 되는 기적까지 이루게 됨. 민석이 입학한 학교는 각계 정치인들의 자녀들이나 일부 연예인들의 자녀, 이름이 알려진 기업의 자녀들만 다닐 수 있는. 오메가는 물론이고 일반인들 또한 왠만큼 머리가 좋지 않은 이상 꿈도 꿀 수 없는 곳에다 교내 알파들의 수는 재학생의 기준으로 따지자면 거의 과반수가 넘을 정도였고, 그나마 존재하는 베타들 마저도 경제권에서 상위층을 차지하는 그야말로 난다긴다 하는 놈들로만 이루어져있는 학교임. <신분이 오메가인 학생은 아무리 성적이 좋다고 할지라도 입학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는 교칙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지만 교칙이 바뀐 이후로도 자진해서 입학 신청을 하는 오메가들은 없었음. 신분을 베타로 위조해 입학하는 학생들은 있었어도. 시도청 장학생 김민석이라고 다를 리 있으랴. 두 달뒤, 우편 배송 된 합격 통지서 윗면 ‘사회적 신분’ 란엔 너무도 당연하게 ‘(우성) 오메가’ 가 아닌 ‘베타’ 가 적혀 있었음.
이름 김루한. 나이 열여덟. 날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우성 알파. 한국인 어머니와 중국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난 화교의 자손임. 태어나 단 한번도 한국 땅을 밟아본 적 없는 루한이지만 아버지의 검은 돈으로 <외국인 및 혼혈인 입학 거부, 오로지 순수 혈통의 한국인만 입학 가능.> 하다는 교칙을 무시하고, 유학생 특별전형을 통해 사립 외고에 진학하게 됨.
민석은 3월 3일 신입생 입학식 날 대강당에서 처음 만남. 어디서 끌고 온 건지 먼지가 덕지 덕지 붙어 있는 구식 캐리어를 끌고, 루한에게 “저기..미안한데..중국어과는 어디서 모이는거야?” 라고 묻는 민석을 루한이 위 아래로 한번 훑고선 “이름이 뭐야?” 라고 물음. 민석은 조금 망설이는가 싶더니 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김..민석...” 이라 말했고, 루한이 오묘한 표정으로 무어라 말하려던 참에 “아! 저기 팻말 보인다. 중국어과..1학년 2반!” 민석이 구석진 곳에 우두커니 서 있는 나무 팻말 하나를 가리키면서 곧장 그 곳으로 뛰어감. 팻말을 앞에 두고, 일렬로 장렬하게 서 있는 무리들 틈에서 자기 번호대에 맞는 자리를 찾기 위해 “미안..너 번호 몇번이야?“ “내가 5번이라 여기 앞에 서야할 것 같은데..“ “미안한데 자리 좀 비켜줄 수 있어? 내가 너희 둘 사이에 껴야되거든. 나 5번이라서..얘기하고 있었는데 껴들어서 미안ㅠㅠㅠㅠ정말 미안ㅠㅠㅠ” 연신 미안하다고만 되풀이하는 민석에게 불만이 가득한 얼굴을 한 루한이 성큼 성큼 걸어감.
키만 멀대같이 큰 장정들 사이에 끼어서 어쩔 줄을 몰라하는 작은 몸뚱아리가 덥다고 손부채질을 하며 무심코 뒤를 돌아봤을 때, 아까 저의 이름을 물었던 갈색 머리의 남자아이가 입모양으로 “뭘 봐.” 라는 단어를 만들어보이면서 앞이나 보라고 짜증을 내는데 민석은 기분이 나쁘긴 커녕 가슴이 벌렁벌렁 거리는게 금방이라도 온 몸이 빨갛게 타들어갈 것 만 같은 아리까리한 기분에 휩싸임. 뒤는 안 돌고 초점 없는 눈동자로 남자 아일 올려다보고 있던 민석은 루한의 왼쪽 가슴에 ‘중국어과 7번 金鹿晗’ 이라 써진 임시 명찰을 보게 됨. 중국어과 답게 명찰에 적힌 세 개의 한자를 해석하고, 김녹함. 김록함. 김루한. 무슨 이름을 쓸까. 고민하던 민석이 인상을 잔뜩 쓴 채 저를 노려보고있는 루한에게 “너 이름 되게 이쁘다..” 며 웃으면서 말함.
루한은 붉어진 얼굴을 숨기지 못하고, 하나도 안 이쁘다며 빨리 앞에나 보라고 웃는 민석을 돌려세움. 민석인 루한에 의해 강제로 몸이 돌려진 상태로 고개를 뒤로 젖혀서 “할 말 있는데 잠깐만 뒤돌아도 돼?” 라고 말함. 루한은 가까워진 민석의 얼굴에 식겁해서 민석을 저지하느라 잡고 있던 두 어깨에서 팔을 떼고 민석이 저 쪽으로 몸을 돌릴 수 있게 해줌. 루한에게로 다시 몸을 돌린 민석은 아까와는 다르게 심각한 표정으로 “근데 너 7번이잖아. 왜 여기 있어?” 묻는데, 루한은 자기 명찰 한번. 민석 한번 보고, 뒤에 서 있는 저보다 머리 한 개는 더 큰 장정 한번 보더니 다시 민석을 보면서 “바꿨어. 나 원래 6번이야.” 라고 뻔뻔스럽게 말함. 민석은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며 “그게..가능한가..” 하는데 루한은 억지스럽게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가능해.” 라고 말함. 민석은 또 한번 루한을 가만히 바라보고있다가 “넌 어디서 왔어?” 라고 물음.
“서울.” 유모가 어디서 왔냐 물으면 무조건 서울,이라 답하라며 신신당부 하던 걸 떠올리며 짧게 대답한 루한에게 민석은 “너도 서울이야? 역시..학교가 서울에 있으니깐 다 서울에서만 오나보다. 가까워서 좋겠다.” 며 부러운 눈길을 보냄. 뒤이어 “나는 여기서 좀 먼 곳에서 왔어. 포항..이라고 알려나? 모르겠지? 뭐 아무튼. 이것도 인연인데 친하게 지내자! 록함!” 하는데 가만히 듣고 있던 루한이 어이 없다는 듯 잘게 웃으며 “록함 아니라 루한. 교장 온다. 앞에 봐.” 하며 저를 보고 있던 민석을 다시 앞으로 돌려세움. Attention! Bow! 하는 여선생의 목소리에 맞춰 정중례를 하는 작은 머리통을 보며 루한은 터져나오는 웃음을 볼 안쪽을 씹는 것으로 눌러삼킴.
아..만두 먹고 싶다. 오메가 만두. 지루하게 이어지는 교장의 신입생 환영사를 들으며, 뒤돌아 저에게 말을 걸려고 부산스럽게 움직이던 아까와는 달리 흐트러짐 없는 바른 자세로 서 있는 민석을 보며, 아침에 먹고 나온 왕만두 하나를 떠올리며, 록함 이라 부르며 저를 보고 웃던 민석을 떠올리며, 다시 아침에 먹은 왕만두, 다시 민석, 뜬금없지만 어제 본 게이 야동까지 떠올리며 루한은 계속 만두가 먹고 싶다고 중얼중얼 거림. 물론, 민석에겐 들리지 않게 작은 목소리로.
입학식 때, 창피한걸 무릅쓰고 여러명에게 통성명을 하고 친해지자며 먼저 다가와 말을 건 민석의 전략이 효과가 있었는지 친구 없이 홀몸으로 온 민석의 주위에 하나 둘 일상적인 대화를 걸어오는 친구들이 생기기 시작함. 루한에게도 자신들과 같은 부류란걸 느낌으로 알아챈 몇몇 알파들이 다가와 친해지자며 말을 걸어왔고, 루한은 장정들 틈에 둘러싸여 활발하던 입학식 때와는 달리 조금은 피곤해보이는 얼굴로 억지 미소를 짓는 민석을 보며 “그래. 친하게 지내자.” 하며 영혼 없는 대화와 영혼 없는 번호 교환을 주고 받음.
루한과 민석은 같은 반이었지만 같이 다니는 무리도 달랐고, 노는 부류도 달랐음. 앞자리에 앉아 매 수업을 열심히 들으며 필기하는 민석과 뒷자리에 앉아 그런 민석만 뚫어져라 보고 있는 루한. 사회 정치와 국내 증시에 대해 이야기하는 민석의 무리와 새로 사귄 여자친구나 교내 인물들에 대한 시시콜콜한 평가들로 영양가 없는 이야기를 하는 루한의 무리들. 완전히 정반대의 성향을 띄어서 왠만한 접점 한번 없었던 그 둘은 결국 한 학기를 말 한번 못 나눠보고 허무하게 보냄.
더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2학기가 되었을 때 체육 대회 연습을 한다며 반 끼리 두 팀씩 나누어 주황색과 노란색의 형광색 팀조끼를 입고 6교시와 7교시 특활시간 때 축구 경기를 하게 됨. 노란색 팀조끼를 입은 민석은 초록 잔디 위를 이곳 저곳 열심히도 뛰어다니며 경기를 하다가 전반 종료 5분을 남기고, 헤딩 골을 넣어 1:0 으로 스코어를 올림. 같은 노란색 팀 조끼를 입은 아이들은 하나같이 민석에게로 달려들어와 머리를 쓸어주고, 어깨 동무를 하고, 뒤에서 끌어안고, 엉덩이를 토닥여주고 하면서 민석에게 애정 어린 스킨쉽들을 해주는데 민석은 이마에 흐르는 땀만 닦으면서 헤헤 거리고 웃어줄 뿐 별 다른 반응이 없음. 심지어 볼에 뽀뽀를 하고, 귓볼을 앙 깨무는 징그러운 스킨쉽을 해와도 평소라면 정색을 하면서 하지 말라며 밀어냈겠지만 골을 넣었다는 기쁨에 차 있어서 그런지 아이들이 어떤 스킨쉽을 해와도 가만히 있어주기만 함.
주황색 팀 조끼를 입은 루한은 멀리서 그걸 가만히 지켜보고있다가 지랄들 한다면서 애꿎은 잔디만 뽑고 있음. 마찬가지로 상대편이 기뻐 날뛰는걸 멍하니 보고 있던 친구1이 의외라는 눈으로 루한을 보면서 “어. 나 너 욕하는거 처음 듣는다. 어지간히 화났나보네.” 하더니 “야. 잔디 그만 뽑아. 미끄러져.” 하면서 쭈그려앉은 루한을 발로 장난스럽게 밀었는데 루한은 그것때문에 잠깐 기우뚱하는가 싶더니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저를 발로 민 친구1에게 성큼 성큼 다가감. 보통 상황이 아니란걸 루한의 눈빛을 통해 감지한 친구2가 다가오던 루한을 “에이..왜 이러실까. 아마추어 같이! 아무리 승부욕이 불타올라도 그렇지. 같은 팀 때리는건 아니다?” 하면서 말림. 그러다가 정가운데 서있던 심판복을 입은 여자아이가 삐익ㅡ 하며 전반 종료를 알리는 호루라기를 불고, 루한은 친구2를 신경질적으로 밀치며 아직도 기뻐서 날뛰고 있는 상대팀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민석에게로 앞만 보며 걸어감. 이제는 아예 헹가래까지 하려고 민석을 들어올리려하는 장정들에게 루한이 “비켜. 돼지들아.” 하면서 팔뚝으로 옆구리를 찍는다거나, 축구화로 튼실한 종아리를 깐다거나 하며 난데없이 시비를 텀. 안타깝게도 루한에게 맞은 장정들은 죄다 베타들 뿐이라 반대편에 서 있는 루한의 무리들만 노려보면서 “아오. 이걸 똑같이 때릴 수도 없고.” 하면서 이만 박박 갈고있음.
아직도 골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는지 해사하게 웃고 있는 민석의 앞으로 잔뜩 찡그린 얼굴을 한 루한이 다가오더니 이내 민석의 손목을 잡고 어디론가 급하게 끌고감. 민석의 친구들은 저 미친 새끼 만두 끌고 어디가냐? 가서 줘패는거 아냐? 다시는 축구 못하게 다리 분질러버리는건 아니겠지? 헐? 김루한이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얘기잖아. 아놔 진짜ㅠㅠㅠㅠㅠ누가 가서 말려봐ㅠㅠㅠ우리 만두 어떡해ㅠㅠㅠㅠ 하면서 어쩔 줄 몰라하고, 루한의 무리들 또한 쟤 저거 왜 저래? 몰라. 아까 지랄이라고도 했어. 눈빛 봤냐? 나한테 오는데 지릴뻔. 진거 때문에 조옺나 화난듯. 김민석 좆됐다. 큭큭큭. 하고 있고.
루한에게 어디 가냐고 묻지도 않고 말 없이 조용히 끌려오기만 한 민석은 루한이 보건실로 민석을 집어 넣고, 급하게 문고리를 잠갔을 때. 가 되서야 입을 염. “나 골 넣었어. 축하해줘. 루한.”
입학식 때 이후로,1학기는 물론이고 2학기가 되어서 처음으로 루한에게 건넨 말임. 루한은 이제는 웃지않는 민석을 보며 마지못해 “축하해.” 라고 말함. 그 뒤로 몇 초간 이어지는 어색한 정적에 민석은 “우리 입학식 때 이후로 처음이다. 이렇게 둘이 마주보고 서 있는것도 그렇고. 말 해본것도 그렇고.. 내가 그 때 너 록함이라고 불렀었는데. 헤헤 기억나?” 하면서 고개 숙인 루한 얼굴을 살피는데 루한은 말 없이 발장난만 치고 있다가 혼잣말로 “오메가.” 라고 말함.
루한에게 “근데...보건실은 왜 데리고 왔어? 나 하나도 안 다쳤는데.” 조금은 떨리는 목소리로 묻던 민석은 루한이 낮은 목소리로 작게 중얼거린 그 단어를 듣고 순간 굳어서 아무 말도 못함. 루한이 그제서야 고개를 들고, 하얗게 질린 민석을 보면서 또 한번 “오메가.” 라고 하는데 민석은 루한의 느리게 움직이는 입모양만 홀린듯이 보고있다가 뒷걸음질. “...가,갑자기 무슨 소리...” 뒷걸음질 치는 민석을 루한이 한쪽 팔을 뻗어서 잡음. “알고 있어. 너 오메가인거.”
복도에서 ‘김루하안 미친새끼야!! 우리랑 숨바꼭질 하냐!! 만두 데리고 얼른 나와!!’ 하는 친근한 장정1의 목소리와 몇몇 아이들이 사라진 저희를 찾으려 이리저리 복도 위를 뛰어다니는 부산스러운 발소리들이 들려오자 민석은 소리를 지를까, 하다가 결심을 하고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서 있는 루한을 밀치고 문 앞까지 뛰어감. 그러나 야속하게도 보건실 문은 아까 들어오면서 루한이 잠궈두었던 탓에 바로 열리지가 않음. 민석은 당황하지 않고, 문고리를 한번 더 돌려 잠금을 푼 뒤 잡은 손에 더 힘을 주어 문을 열어 젖히다가 뒤에 서 있던 루한이 민석에게 와락 덤벼들어 문에다 대고 꼼짝도 못하게 꽉 눌러버리는 바람에 열린 문은 다시 닫히고, 민석은 이마를 문에 댄 채 루한에게 안겨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버림. 숨이 막혀 와 몸을 돌리니 민석의 시야에 가장 먼저 보이는 건 루한의 주황색 팀 조끼. 넓은 가슴팍. 고개를 위로 올려 루한의 얼굴을 바라보니 루한은 입학식 때처럼 붉어진 얼굴로 민석을 내려다보면서 “무서워?” 라고 말함. 그 와중에도 멋있어 보이는 루한 때문에 민석은 무서운건 둘째치고 가슴 떨려 미칠 지경임. 루한은 알기나 할까. 민석이 루한에게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를.
루한은 다정한 손길로 이마를 타고 흐르는 민석의 땀방울을 닦아주며 나즈막히 속삭이듯 말함. “너 오메가인거 알려지면. 신분 위조한거 들켜서 퇴학 당하고.” 뒤이어 민석의 귓가에 대고 “너희 부모는 감옥 가.” 하는데 민석은 그 말 듣자마자 다리에 힘 풀려서 주저 앉음. 합격했다고 기뻐하던 민석과 달리 합격 통지서 붙들고 꼭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가야겠냐며 불안해하던 엄마 얼굴이 떠올라 민석인 결국 울음 터짐. 시끄럽게 엉엉 우는게 아니라 그저 말 없이 눈물만 주륵주륵 흘리고 있는 민석을 루한은 말없이 내려다 보기만 함. 울리려던 건 아닌데. 수도꼭지마냥 연한 눈물 줄기를 쭉쭉 뽑아내는 민석을 보며 어쩔 줄 몰라하던 루한은 복도에서 어렴풋이 들려오는 ‘이재환! 보건실 가봤어?’ 하는 남자아이 목소리를 듣고,
“김민석. 그만 울고 일어나.” 하며 발로 아프지않게 주저앉은 민석을 툭툭 참.
건조한 루한 목소리에 민석은 고개를 위로 들고, 여전히 눈물 주륵 주륵 흘리면서 “루한...말할꺼야? 나 오메가인거..말할꺼야?” 하는데 루한은 한숨을 푹 내쉬면서 끝끝내 일어나지 않는 민석 때문에 결국 같이 주저앉음. “내가.” 검지 손가락으로 민석 눈물 닦아주면서 “말할 것 같아?” 하는데 민석은 고개 끄덕이려다가 이내 빠르게 휘휘 내저음. 아니. 안 말할 것 같아.
“근데 왜 울어..무서워서 그래?”
루한이 묻자 민석은 와이셔츠 소매로 눈가를 꾹꾹 눌러 찍으며 그렇다고 끄덕끄덕. 루한은 아까 겁줬던 걸 그제서야 후회하며 미안하다고 말하는 대신 햇빛을 받아 오렌지색으로 빛나는 민석의 작은 머리 위에 오른손을 턱 하고 올림. 땀에 젖은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주며 “안 말할께 밍석. 들키는 일 절대 없어. 내가 절대 비밀로 할께. 그리고 오늘부터 내가....민석 보디가드야. 민석 지켜줄께. 그니깐 울지마. 속상해.” 하는데 말없이 눈물만 짜내던 민석은 다른 아이들과 달리 유독 저에게만 차갑게 굴던 루한이 지금와서 신경 써주는게ㅡ마치 저와 같은 마음을 품고 있는 듯 건네오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ㅡ민석은 원망 섞인 눈을 하고 루한을 올려다 봄. 이제 와서 왜 그러냐는 듯.
루한은 그저 머리만 쓰다듬어주며 “알겠지? 너무 갑자기라서 당황 했겠지만 너 처음 봤을 때부터, 아니 정확히 말하면 오메가인거 알았을 때부터 이 말 꼭 해주고 싶었어. 1학년 끝나기 전에 엄청 멋있게 말해주려 했는데...민석이 오늘 날 화나게 했어. 그래서... 아. 그런 눈으로 보지마. 골 넣어서 화난거 아냐. 돼지들이 널 자꾸 만지니깐 화가 난...아, 알겠어 알겠어. 돼지라 안 할께. 아무튼. 그래서 아까는 내가 화가 나니깐 민석을 겁주고 놀린거야. 원래 마음은 그게 아닌데... 진짜야. 용서해줘...” 하는데 닫혀 있던 보건실 문이 위태롭게 몇번 덜컹 덜컹 거리더니 얼마 안가 문이 열리면서 좁은 틈 사이로 루한이 돼지라 불렀던ㅡ실상은 그저 허우대 좋고, 덩치만 늠름한 사내들일 뿐인ㅡ민석의 친구들이 우루루 뛰어들어옴.
바로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자신들이 열고 들어 온 문에 등을 대고 주저앉아 소맷자락으로 눈가를 가리고 울음을 꾹 참고 있는 민석과 그런 민석을 마주보고 똑같이 주저앉아 울지 말라며 머리만 쓰다듬어주고 있는 루한이 보임. 장정들은 이 기묘한 광경을 보고 단단히 오해를 해서 루한의 멱살을 추켜잡고 “너 이 새끼,감히 우리 만두를 울려? 오늘이 니 제삿날이다.” 하며 보건실 밖으로 끌고 나감. 민석은 그 말에 고개 팍 들고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아무런 반항도 없이 장정들한테 끌려가는 루한과 의기양양하게 루한을 끌고 가는 장정 셋을 뒤쫓아 따라감.
“얘들아!! 오,오해야! 끌고 가지마! 루한은 아무 잘못 없어!! 얘들아!!”
<종인이와 경수의 과거>
이름 김종인. 나이 열일곱. 세상 무서울 것 없이 자기 잘난 맛에 빠져사는 우성 알파. 루한 만큼은 아니어도 루한과 버금갈 정도로 현부인 종인은 자신이 갖고 있는 종족 개체별 특이성에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며 17년 인생을 살아 옴. 마의 16세를 세훈과 함께 훌륭하게 넘긴 종인은 질풍노도의 시기 17세가 되자마자 물 만난 고기 마냥 학교 이곳 저곳을 뛰어다니기 시작함. 17세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이 근방에서 세훈과 듀엣으로 ‘존나 재수없이 자기 잘난 맛에 빠져사는, 거기다 쓰잘데기 없이 힘만 센, 알파였으니 망정이지 베타나 오메가였음 당장에 생매장 시켜버릴’ 놈들로 유명했는데 17세가 되고 약육강식의 세계인 남고에 발을 들이자마자 거의 미친개처럼 이리 저리 날뛰며 폭력을 휘두르는 종인은 결국 세훈과는 별개로 ‘오세훈보다 더 재수없는, 가까이 해서 좋을 거 없는, 알파고 뭐고 존나 쓰레기 새끼’ 로 자리 잡히게 됨. 한 마디로 일찐 놀이에 빠져 살았다는 건데 세훈이 준면을 만난 이후로부터 점점 철이 들고, 속이 깊어져 ‘좋은 아빠가 되려면 이런 유치한 짓은 하루 빨리 관둬야한다.’ 며 자체 흑역사 생성을 관둔다 선언 한것과는 달리 종인은 경수를 만난 이후로부터 일찐 놀이를 더 심하게 하기 시작함. 한 마디로 허세의 늪에 빠져있던 두 멍청이들 중 한 명이 준면을 만나 늪 속에서 빠져나오게 됐다면, 다른 한 명은 경수를 만나 늪 속으로 가라앉게 된 겪임.
이름 도경수. 나이 열여덟. 베타인척 살아가는게 이제는 익숙해진 열성 오메가. 작은 얼굴 위에 오밀조밀 자리 잡은 눈, 코, 입과 백옥같이 하얀 피부, 여리여리한 체형, 가까이 다가서면 은근하게 맡아지는 기분 좋은 향기는 도무지 베타라고는 생각되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웠지만 왠만한 남자들 못지않은 상남자 같은 성격과, 같은 나잇대의 또래라곤 믿기 힘든 강단 있는 말투와 어휘력은 오메가인가? 싶다가도 저렇게 고등한 인간이 우매한 오메가일리가 없다며 고개를 절레 절레 내젓게 하는 신기한 힘을 갖고 있었음.
경수의 CA는 ‘외국 명화 감상부’ 임. 말이 간단하게 외국 명화 감상부이지 실상은 자막 없이 영어로만 쏟아져 나오는 지루한 외국 명화를 보고 줄거리를 알아서 해석한 뒤 영어로 두 페이지 이상 감상문을 써서 내는 장난 아닌 동아리, 였으나 다른 이유 없이 그저 명화 감상이란 말에 홀려서 지원한 멍청이들 때문에 스마트하고 질 높은 동아리를 만들어 보려던 담당 선생님의 작은 바람은 처참히 짓밟혀 버림. 그 멍청이들 중엔 종인과 세훈도 포함돼있었는데 자막 없이 영화를 틀어주자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를 할 수 없다며 두시간 내리 잠이나 쳐자는 심각한 상황에 담당 선생님은 결국 영어로 감상문을 써내는 대신 토론을 하며 줄거리에 대해 의논하고 팀 별로 영어 감상문을 써내는 방법으로 운영틀을 바꾸게 됨.
학년 상관없이 앉은 자리로 대충 팀을 짜주었는데 자기 위해 항상 뒷자리만 고집하던 세훈, 종인과, 키 때문에 항상 앞자리에만 앉다가 그 날 따라 뒷자리에 앉은 경수는 졸지에 두 멍청이들과 같은 팀이 되어버림. 영어 감상문은 경수가 다 쓴다고 해도, 이 두 멍청이들ㅡ이기 이전에 엄청난 일찐들ㅡ과 도데체 무슨 대화를 나누고, 무슨 토론을 하라는건지 경수는 착잡하기만 함.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건지.
경수의 예상대로 세훈과 종인은 영화도 안 보고 침 흘리면서 쳐자기만 하다가 토론 시간이 주어지면 잠이 덜 깬 얼굴로 경수한테 ‘그래서 그 경찰 죽었어요? 살았어요?’ 하며 2주 전에 본 영화 내용이나 묻고 있음. 경수는 짜증이 나면서도 이 근방에선 유명한 ‘존나 재수없이 자기 잘난 맛에 빠져사는, 거기다 쓰잘데기 없이 힘만 센, (…이하 생략…)’ 놈들 때문에 묻는 말에 차근 차근 대답해주고, 구태여 부탁하지 않아도 알아서 후배님들것까지 영어 감상문 써주고있음ㅋㅋㅋㅋㅠㅠㅠ
어느 날은 두 멍청이들 중 한명인 얼굴 시꺼먼 애가 왠일로 잠 한번 들지 않고 스크린만 뚫어져라 보고있다가 어김없이 찾아 온 토론 시간 때 일을 벌임. 고개 숙이고 열심히 영어 감상문 써주고 있는 경수한테 다짜고짜 “You look like a cool glass of refreshing water, and I am the thirstiest man in the world.” 라며 오늘 본 고전 영화에서 나온 이탈리아 백작의 대사를 말함. 경수는 감상문 쓰다말고 고개 들어서 뭐냐는듯 종인 쳐다보고, 종인은 친절하게 해석까지 해줌. “당신은 차가운 유리잔에 담긴 신선한 물 처럼 보이네요. 그리고 전 세상에서 가장 목마른 남자랍니다.”
경수는 감동 받기는 커녕 이 미친놈이 이렇게 영어를 잘하면서 영어 감상문 쓰지도 않고, 쳐자기만 했다며 분노 폭발. 이지만 티는 못 내고 속으로 끙끙 앓기만 함. 할 수만 있다면 벽에 김종인 짚신 인형 걸어두고 못으로 쿡쿡 찔러대고 싶음. 종인은 것도 모르고, 일주일에 한 번있는 동아리 시간 때마다 경수를 특유의 눈빛으로 찐득하게 바라보며 영어 대사를 읊는데 처음엔 경수도 이리 저리 머리를 굴리며 종인이 말한 영어 문장을 해석하다가 나중되서는 해석해봤자 다 그렇고 그런 느끼한 영어 멘트 들일 뿐이란걸 알게 된 이후로부터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림.
종인이 처음 이 학교에 막 입학해서 ‘내가 바로 그 유명한 김종인이다.’ 를 과시하기 위해 복도 위를 모델 워킹 하고 있을 때임. 어느 순간 저의 아랫도리를 발딱 서게 하는 익숙한 페로몬 향을 맡게 되고, 향기의 근원지를 찾기 위해 두리번 두리번 거리다가 작은 몸으로 쫄쫄쫄 잘도 걸어가고 있는 경수를 발견함. 우성 알파답게 뒷태만 보고도 오메가인걸 알아차린 종인은 아무나 붙잡고서 경수 가리키며 ‘쟤 이름이 뭐야. 몇 살이야. 나보다 형이야. 몇 반이야. 동아리는.’ 하며 이것저것 물어 봄. 종인에겐 다행, 경수에겐 불행하게도 종인에게 붙잡힌 운 나쁜 남자아이는 경수와 같은 반이었고, 무서운 후배님에게 존댓말까지 써가며 경수의 신상정보 이것저것을 알려줌. 경수에 대해 알고나자 경수와 만날 수 있는 건 동아리 하나 밖에 없다는 슬픈 사실에 종인은 왜 저를 1년 더 늦게 낳아주신 거냐며 어머니에게 감사는 못할망정 원망이나 하고있음. 아무튼 그렇게 ‘생활체육부’ 에 들고 싶다는 세훈을 어렵지 않게 꼬셔 경수가 있는 신설 동아리 ‘외국 명화 감상부’ 에 들어오게 된 종인은 정확히 일주일간은 자는 척하며 경수 얼굴만 원없이 감상하고 있다가 일주일 지나고나자 인내심에 한계를 느껴 결국은 같잖은 작업 따위를 걸기 시작함.
그 같잖은 작업들이라 함은 종인이 초록창에 ‘오메가 꼬시는 법’ , ‘짝남이랑 이어지는 법’ 따위를 검색해서 얻은 떡밥들과 저와는 달리 이런 쪽에선 엄청난 내공을 자랑하는 절친 세훈에게 얻은 떡밥들이 짬뽕되어 만들어진 것들인데 동아리 시간 때 느끼한 영어 멘트를 던지는 것은 물론이고, 꼭 동아리 시간 뿐만이 아니어도 쉬는 시간마다 경수 반에 찾아와 경수 옆자리에 앉아 괜히 허벅지에 손 올리고 있다던가, 뒷자리에 앉아 경수 머리 만지작 만지작 거린다던가, 앞자리에 앉아 턱 괴고 경수 하는 모양새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던가 하는. 한 마디로 말해 아주 패기 넘치고, 노골적인 관심 표현법이었음.
경수는 허벅지에 손 올리면 단호하게 그 손 밀쳐내려다 되려 종인에게 손 잡히게 되고, 뒷머리 만지작 만지작 거리는 종인에게 뒤돌아서 하지말라고 짜증내다가도 괜히 혼자 쫄아서 고개 푹 숙이고, 저를 부담스럽게 뚫어져라 쳐다보는 종인 때문에 쉬는 시간만 되면 잠도 안 오는데 엎드려만 있음. 요즘은 어디서 들었는지 친구들이랑 떠들다 아무 생각 없이 바나나 우유 좋다고 내뱉은 말에 교실 올 때마다 바나나 우유 사들고 오는 종인 때문에 미칠 지경임.
안 먹고 보고만 있으면 “경수 형. 그거 1학년 3반 차학연 삥 뜯어서 사 온 우윤데.” 라고 종인이 말함. 경수는 1학년 3반 차학연이 누군지도 모르고, 저때문에 이유 없이 돈까지 뜯겼는데 안 먹고 버리기엔 양심에 찔려서 급기야는 빨대 꽂음. 이 외에도, 경수의 폰번호는 어디서 알았는지 ‘자니..자나보네..잘자...잠깐 시간 돼?...나에게 기회를 줘..솔직히 지금 이 상황이 너무 괴로워..내가 마냥 즐겁지만은 않아...내 문자 보고 있긴하니..내가 어리다고 얕보는거니...정말 내 문자 보고 있긴 한거니..머해..아픈 거 빨리 나아..문 앞에 약 두고 간다...오다가 니 생각 나서 꽃 한 송이 샀어..도저히 안되겠어 니가 보고싶어...’ 같은 구남친 돋는 문자를 보내오고, 경수가 짜증나서 읽고나서도 답장 안하면 종인이는 다음 날 학교 가서 문자 또 씹혔다며 책상 던지다가 기물 파손. 아무 죄 없는 남자애 한 명 골라 잡아서 흠씬 두들겨 패는 양아치 짓을 일삼음.
온갖 방법들을 총동원해 꼬셔봐도 종인에겐 눈길 한번 안주는 경수때문에 종인은 날이 갈수록 포악해지기만 함. 경수가 힛싸 기간이었을 때임. 억제제를 복용했음에도 몇 배는 더 짙게 뿜어내는 페로몬 향 때문에 발정난 종인은 그 곳까지 불뚝 세우고 평소보다 더 진한 스킨쉽을 해옴. 종인이 하는 스킨쉽이라고 해봤자 손 잡기, 어깨 동무하기 제일 세봤자 허벅지 쓸기 등 친구 사이에도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약한 종류의 것들이었으나 본능에 충실한 종인은 결국 또 일을 저질러버림.
‘경수 형과 정식으로 사귀기 전까진 부담스러운 스킨쉽은 하지 말자.’ 며 다짐했던 것과는 달리 넉넉한 품의 체육복을 입고 특유의 걸음걸이로 복도 위를 쫄래 쫄래 걸어가고 있는 경수를 보자 그만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종인은 조용히 뒤로 가서 경수 끌어안음. 종인이 꿈에서 상상했던 대로 한 품에 쏘옥 들어오는 작은 경수임. 경수는 뒤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숨과 특유의 시원한 스킨 향에 바로 종인인 것을 알아 챔. 힛싸 기간이라 가뜩이나 주의하면서 몸 사리고 있는 경수인데 종인이 뒤에서 달뜬 숨을 내뱉으며 저를 꽉 안고 놔주지를 않으니 주위 시선은 물론이거니와 혹시나 오메가인 걸 들킨 건 아니겠지 하는 불안한 생각이 들어 초조해 미침.
급기야는 엉덩이 부근에서 느껴지는 종인의 우뚝 선 무언가에 몸을 이리저리 비틀어 힘겹게 종인의 품에서 빠져나옴. 눈 앞에서 잔뜩 화 난 얼굴로 “또 왜 피해. 백허그 하는 것도 안돼?” 짜증내는 종인한테 경수는 “어. 안돼. 특히 김종인 너라서 더 안돼.” 라고 정색을 하며 말함. 경수는 문자로는 줄곧 ‘안돼. 너 싫어. 김종인 싫어. 문자 하지마. 너 무서워. 우리 반 오지마.’ 같은 말 들을 아무렇지 않게 보내곤 했지만 디지털 세계가 아닌 현실 세계에서 눈 마주 보며 거절의 의사를 내뱉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 말해놓고도 적잖이 당황함. 종인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임. 문자로는 단호하게 철벽 방어를 치다가도 막상 얼굴 보면 저가 무서워 찍 소리도 못하고 있던 경수가 저렇게 정색을 하며 너라서 더 안됀다는 매정한 말을 하다니. 정말로 화가 난 종인은 경수에게 따지듯이 물어 봄. “전부터 궁금했었는데 왜 자꾸 나 피해?”
경수는 눈 한번 깜빡 안 하고 “말했잖아. 너 무섭다고.” 라고 말함. 종인은 피식 웃더니 “내가 왜 무서워. 알파라서?” 물었고, 경수는 당황해서 “너가 알파인게 무서운거랑 무,무슨 상관인데....그냥 너 얼굴이 너무 까매서 무서운거야...” 라고 말함. 종인이는 경수가 내뱉은 뜻밖의 말에 상처 받고, “형. 지금 치사하게 인신공격 한거야? 와나 진짜 어이가 없어서.” 하는데 경수는 저 앞에서 품위 없게 씨발 존나 개같네 뭐같네 욕지기를 내뱉는 종인이 무서워 왜 하필 그런 말을 했을까. 하고 뒤늦은 후회를 함. 한 편, 가뜩이나 피부색에 콤플렉스 갖고 있던 종인은 경수 손목 붙잡고 “솔직히 거짓말 한거지? 실은 내가 알파라서 무서운거잖아. 자꾸 나 피하는것도 내가 형이 오메가인거 알아버릴까봐 그러는거잖아. 내 말 맞지?” 하는데 경수는 심장이 덜컹함. 아,알고 있었어. 김종인이 내가 오메가인거 알고 있었어.
경수가 고개 도리 도리 내저으며 “아, 아니라고오!! 진짜로 너 까매서 무서운거라니깐?!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게 피부 까만 사람이야!” 라고 말함. 종인은 오메가인거 다 들킨 와중에도 계속해서 피부가 까매서 무서워한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내뱉는 경수에게 제대로 상처 받음. “형 자꾸 이럴래? 나 화낸다 진짜. 솔직히 피부색 때문에 무섭다는게 말이 돼? 피부 까만데 이렇게 잘생긴 사람이 어딨어. 어?” 하면서 경수 다그침. 경수는 잡힌 손목 비틀면서 알겠으니깐 이거 놓으라고 하고, 종인이는 미안하다고 할 때까지 안 놓아주겠다며 계속 힘 과시만 하고 있다가 경수 벽으로 밀침.
벽에 등 쾅! 하고 박은 경수는 종인이 올려다보며 “너 진짜 왜 그래.” 하고, 종인이는 “형 힛싸 왔지. 어제부터 냄새 대박이야. 참느라 뒤져.” 라고 했다가 급기야는 경수한테 정강이 까이고, 뺨까지 맞음. 종인이는 붉게 부어오른 오른쪽 뺨을 두 손으로 감싸쥐며 “형. 지,지금...지금...형이 싸대기 때린거야? 날?” 하면서 멘탈 붕괴되고 유리 심장 와장창 깨져버림. 경수는 눈길 한번 안주고, “너 오늘부터 나한테 말걸면 죽어.” 하더니 몇 걸음 걸어가다 뒤 돌아서 아직도 벙쪄있는 종인이한테 “문자도 하지마! 너 번호 차단할꺼야!” 하고 무서웠는지 엄청 빠르게 뛰어감.
종인이는 경수한테 뺨 맞은 이후로부터 제 정신이 아님. 경수 형이 내 뺨을 때렸어. 자기한테 말걸면 죽는댔어. 문자도 하지말래. 내 번호 차단하겠대. 헐. 나 이제 어떡해. 하면서 현실 부정 하고 있음. 야자 띵까고 버블티 가게 놀러갔다 온 세훈이 가방 챙기러 잠깐 학교에 들렀다가 나같은건 죽어야 된다면서 책상에 머리 쿵쿵 내려찧고 있는 김종인 발견하고 다가감. “뭐하냐 너.” 들려오는 세훈의 목소리에 종인이 책상에 머리 찧다말고 고개 들고 세훈 올려다 봄. 그러더니 다짜고짜 멱살 잡고 “야 오세훈. 너도 내가 무서워? 내가 피부 까매서 무섭냐고. 어?” 하는데 세훈이는 한심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미친놈아. 또 무슨 소릴 듣고와서 나한테 지랄이야.” 함. 종인이 그제서야 잡고 있던 멱살 풀고서 세훈에게 할 말이 있다며 잠깐 나와보라고 함. 주위에서 그 광경을 숨죽이며 지켜보고있던 반 아이들은 “오..쟤네 둘 드디어 싸우나보다..” 하면서 새로운 구경거리가 생겼다는 생각에 책상 위 참고서들을 하나 둘 덮기 시작함.
반면, 복도로 세훈을 끌고 나온 종인은 아이들 바람대로 다짜고짜 주먹을 날리는게 아니라 다짜고짜 울기 시작함. 세훈을 보면서. 서럽게도 움. 엄마 잃은 어린 아이처럼 세훈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질질 짜는데 세훈이는 이미 해탈했다는 표정으로 덤덤하게 종인이 등 토닥 토닥 해줌. 한 3분 정도 그러고 있다가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고 “김종인. 교복에 니 콧물 다 묻으니깐 그만 쳐울고 말을 해봐. 말을.” 하면서 종인이 떼어냄. “씨이발...세후나...(쿨쩍)...나 이제 어뜨카냐...(쿨쩍)....흐어엉...조옺나 망했어...(쿨쩍).....” 하는데 세훈이는 들으나마나 ‘경수 형 때문이겠구나.’ 생각 함.
종인은 저가 경수에게 뭘 했는지는 다 잘라먹고 도경수가 피부가 까만 저가 무섭다고 했고, 정강이를 찼고, 뺨을 때렸고, 말걸면 죽는다 했고, 문자도 하지 말라 했고, 번호도 차단해버린다 했다고, 오메가 주제에 더럽게 매몰차다면서 엉엉 움. 겉으로 드러나는 허우대만 멀쩡하지, 실상은 또래들과 비교해 정신 연령 한 참 낮은 종인임.
세훈이는 “그래? 그랬구나. 우리 종인이 그래서 슬펐구나.” 하면서 종인이 달래 줌. 그 때부터 알게 모르게 육아 공부를 하고 있었던 세훈임. 그렇게 종인을 가까스로 달래고, 매점에 끌고 와 종인이 좋아하는 제리뽀 하나를 사주면서 천천히 처음부터 다시 말해보라고 다독인 세훈은 종인이 하는 말을 다 듣고나서 안타까움에 한숨만 푸욱 내쉼. 그러다 “김종인 네가 잘못했네. 역지사지로 네가 경수 형이고, 힛싸 기간인 오메가라 생각해 봐. 왠 시꺼먼 알파 녀석이 치근덕대는데 안 무섭고 배기겠냐?” 라고 했다가 또 울림. 시꺼먼 알파 녀석이라 한 거 취소하라며 울면서 매점 테이블 쾅쾅 내려치고, 마트 장난감 코너에서 이거 안 사주면 집에 안 갈거라 땡깡부리는 미운 네살처럼 몸부림 치는데 세훈인 능숙하게 “알겠어. 미안. 존나 미안.” 하면서 “내가 사과 했으니깐 땡깡 부리는거 이제 그만.” 이라 말함. 세훈이 말을 엄마 말 버금 갈 정도로 잘 듣는 종인이는 그 말에 씩씩 대면서 몸부림 치던 걸 관둠.
세훈이가 “종인아. 내가 고급 정보 하나 알려줄까. 준면이 형한테 들었는데 연상은 자기를 감싸줄 수 있는 어른스러운 연하한테 끌린대. 내가 봤을 때 지금 너는 감싸줄 수 있는 어른스러운 연하가 아니라 감싸줘야하는 덜 자란 연하 같아.” 라는 충격적인 발언을 함. 종인이 발끈 하며 내가 어딜 봐서 감싸줘야하는 덜 자란 연하냐며 따지다가 세훈이 뱉은 “너 자주 울잖아. 우리 또래에 피부 까맣다는 말 듣고 우는 사람은 너 밖에 없을 걸.” 이란 말에 2차로 멘탈 붕괴 받음.
축 늘어져 멍한 얼굴로 다 먹은 제리뽀 껍질만 으득 으득 씹고 있는 종인에게 세훈이 “그래도 이 학교에선 나 다음으로 네가 제일 잘생겼잖아. 기운내.” 하면서 종인이 어깨 툭툭 쳐줌. 종인이는 여전히 제리뽀 껍질 씹으면서 말이 없고, 야속한 세훈이는 루한인지 뭔지와 중요한 약속이 있다며 이만 가본다는 말과 함께 유유히 사라져버림.
<루한과 민석이의 과거2>
보건실에서의 한 바탕 소동이 있은 이후로부터 루한은 노골적으로 민석의 옆에 붙어다니기 시작함. 아이들은 루한의 그런 행동을 민석을 울린 모종의 죄책감 때문일거라고 편하게 해석함. 민석의 무리들은 시도때도 없이 민석의 옆에 붙어있는 루한 때문에 미칠 지경임. 민석이한테 무슨 말만 걸어도 말 걸지 말라며 단호박 먹은 표정으로 차단하고, 친구 사이에 할 수 있는 편한 스킨쉽들을 할라 치면 만지지 말라면서 민석을 저의 등 뒤로 숨기곤 하는데 처음엔 당황하던 민석의 무리들도 나중되니 익숙해져 자연스럽게 민석을 멀리하게 됨. 그래서 급기야는 서른 남짓한 반 아이들을 루한, 민석 둘이서 따돌리는 상황까지 벌어지게 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학교 정규 수업 시간이 끝나고, 기숙사로 숙면을 취하러 갈때까지 루한은 민석의 옆에 그림자라도 되는 양 꼭 붙어서 따라다님. 웃긴건 루한이 생각보다 말이 없어서 붙어다니는 내내 입 다물고 조용히 있는다는거ㅋㅋㅋㅋㅋㅋㅋ루한과 마찬가지로 말이 많은 타입이 아닌 민석은 루한과 저 사이에 감도는 어색한 분위기가 싫어 어떻게든 말을 거는데 대부분은 오늘 먹은 급식 얘기라던가, 어제 본 드라마에 대한 스포라던가 하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들 뿐임. 루한은 민석이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소곤 소곤 말을 걸때마다 초점 없는 눈으로 얇은 입술만 쳐다보고 있음. 반응 없는 루한 때문에 민석이 그새 시무룩해져 있으면 루한은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면서 자기 다 듣고 있었다고 그래서 어떻게 됐냐며 빨리 말해달라고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을 짓고, 단순한 민석인 한숨 푹 내쉬면서 “알겠어..그래서 그 여주가 어떻게 됬냐면...” 하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루한은 입 다물고 있고, 민석은 시도때도 없이 입 열고 수다 떠는 과정이 두 달 정도 있고나자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짐. 줄곧 과묵 하기만 하던 루한도 민석에게 먼저 말을 걸기 시작했고, 항상 떠들어야만 했던 민석도 하루 정도는 조용히 하고 있을 수 있었음. 무엇보다 크고 놀라운 변화는 ‘남자다움’ 을 외치던 애늙은이 루한이 어울리지도 않는 재롱을 부리기 시작 했다는 건데 민석 앞에서 최신 유행하는 걸그룹의 춤을 춰준다던가, 빠오즈 나 귀여오? 하며 뿌잉뿌잉을 한다던가,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민석의 등이나 옆구리를 콕콕 찌르면서 공부 그만하고 루한이랑 놀자ㅠㅠ 한다던가, 생선가스의 맛을 찬양하며 오물오물 잘도 먹고 있는 민석에게 생선까스가 좋아 루한이 좋아? 하며 유치찬란한 질문을 한다던가 하는 것임.
1학년이 끝나고, 새학년이 되었을 때마저 루한과 같은 반이 되어버린 민석은 기쁘기도 하지만 착잡한 마음이 더 함. 남이 민석에게 장난걸거나, 시비터는건 죽어도 못 보면서 저가 민석에게 남보다 더 한 장난이나 시비를 터는건 마치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인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루한 때문인데 민석은 귀찮게 구는 루한이 짜증나고 싫기도 하면서 한 편으론 루한이 그만큼 저를 편하게 생각하는구나. 하는 의기양양한 마음에 좋기도 한게 사실임.
여느 날처럼 벤치에 앉아서 민석이 손 갖고 장난치고 있는 루한한테 민석이 조그맣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함. “친해지기 전까지는 솔직히 루한...엄청 차갑고 무뚝뚝한 애일거라 생각했어.”
그도 그럴것이 입학식을 예로 들어도 이것 저것 물어오는 민석을 앞이나 보라는 말로 철벽 방어하고, 보건실 사건이 있기 전엔 민석이 어떻게든 루한에게 말 걸어보려고 풀이나 지우개 좀 빌려달라 하면 던지듯이 건네주면서 “그거 돌려주지 말고, 너 가져.” 하더니 다음 날 새 풀이나 새 지우개를 가져오는 루한 때문에 민석은 내가 쓰는게 더럽나.. 싶어서 기숙사 방에 틀어박혀서 남 몰래 엉엉 울기도 했었음. 다른 여자애들이나 남자애들이 루한에게 말 걸면 곧잘 대답해주다가도 민석이 말이라도 걸면 갑자기 조용해지곤 하는것도 남 몰래 루한을 짝사랑하며 작은 것에도 의미 부여 쩔게 하던 민석에겐 엄청난 상처였음. 루한과 가까워지고, 친해진 지금에서도 그때 루한이 민석에게 왜 그렇게까지 모질게 대해야만 했는지에 대해선 아직까지도 미스테리임.
루한은 민석의 얇고 조그마한 손가락 만지작 만지작 거리면서 “아니야. 나 되게 따뜻해.” 하더니 고개 들어 민석 옆 얼굴 쳐다보며 “빠오즈 너한테만.” 이라 말함. 민석은 요즘 들어 새로 생긴 별명이 마음에 안 들어 “빠오즈라 부르지마. 자꾸 그러면 나도 록함이라 부를꺼야.” 하는데 루한은 삐져서 입 댓발 튀어나온 민석이 얼굴 보더니 피식 웃으며 “빠오즈 먹고 싶다.“ 라고 말함. 약 3초간의 정적이 흐르고, 민석이 놀란 얼굴로 “뭐?” 하니깐 루한이 “너 말고 빠오즈.” 하더니 민석에게 더 가까이 붙어서 “먹고 싶다고.” 함. 민석인 얼굴 빨개져서 가까이 붙은 루한 밀쳐낸 뒤 얼굴 감싸쥐고 어쩔 줄을 몰라하는데 루한인 태평하게 “난 고기 만두가 좋아. 민석은? 김치 좋아하니깐 김치 만두? 아님 나처럼 고기만두?” 하고 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민석인 또 당했구나. 하는 생각에 김 쫙 빠져서 “몰라..너 미워...” 하면서 벤치에서 일어나 어딘가로 다급하게 뛰어가 버리고, 루한은 잘생긴 얼굴 다 버리고 아랫배 부여잡은 채 웃기 바쁨. 아핰핰핰ㅋㅋㅋㅋ핰핰ㅋㅋㅋㅋ당황한것봨ㅋㅋㅋㅋㅋㅋ귀여워죽겠엌ㅋㅋㅋㅋㅋㅋ빠오즠ㅋㅋㅋㅋ핰핰핰ㅋㅋㅋㅋㅋㅋㅋ핰핰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운동장에서 축구하고 있던 같은 또래 2학년들은 루한 웃는거보고 괜히 섬뜩해져서 “야..김루한 웃었다..오늘은 축구 그만하고 교실 들어가자..” 하면서 알아서 사림. 루한이 웃은거랑 축구 그만하고 교실 들어가는거랑 무슨 상관이 있는건지는 도통 모르겠지만.
Written by 8teen! 분량 대박이져ㅇ0ㅇ!! 카디루민 과거여행편은 한 편으로 담아내기엔 양이 너무 많아서 3탄으로 또 한번 찾아옵니다.
종인이가 과거에도 한결같이 철없고 어렸다면 루한은 현재와 같은듯 하면서도 많이 다르죠?
솔직히 이번편은 글잡에 올려도 될까. 싶을 정도로 똥글이네요. (슬픔)(좌절) 그래서 포인트 낮췄어요. 3탄을 기대해주세요. 이번엔 언넝 들고 찾아올께요ㄸㄹㄹ...
카디편에서의 구남친 돋는 문자들은 네이버 뮤직 좀 참고해서 썼습니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이런 똥글 꾸준히 봐주시는 독자님들 사랑합니다♡
▶암호닉 목록은 이번편에 댓글 달아주신 분들을 기준으로 정리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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