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미하게 들려오던 피아노 소리는 음악실에 가까워 질수록 더 선명히 들려왔다. 두꺼운 문에 굳게 닫힌 음악실 안으로 귀를 대 보았지만 이상하게도 안에선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학교 복도에서는 계속해서 피아노 소리가 울려퍼진다. 도대체 이 소리에 근원지는 어디 인건지 궁금했다. 놓고간 핸드폰을 가지러 온 거였는데 어느새 내 머릿속에 핸드폰이라는 존재는 사라졌고 나는 뭐에 홀린 듯 음악실이 아닌 다른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저 피아노 선율이 나는 쪽으로 그렇게 하염없이 학교 안을 걸었다.
한참을 걸어서 도착한 곳은 음악실이라는 팻말이 붙어있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분명 피아노 소리는 이 안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창문으로 안을 들여다 봤지만 창문 안쪽에 뿌옇게 가라 앉은 먼지로 인해 안이 잘 보이지 않았다. 계속해서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에 문을 열려했지만 안에서 잠근 건지 굳게 닫힌 문은 열리지 않았다. 한참을 흔들던 문이 꿈쩍을 안하자 다시 창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드디어 먼지가 살짝 벗겨진 부분을 찾을 수 있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눈을 가늘게 뜨고 온 집중을 다하자 조금씩 희미하던 풍경이 또렷하게 변해갔다. 남자였다. 나와 같은 교복을 입은 남자였지만 하복이 아닌 까만 마이까지 껴 입은 동복의 차림이었다. 무언가를 두드리는 남자의 모습에 살짝 고개를 돌리자 그의 앞으로 하얀 그랜드 피아노 한 대가 보였다. 역시, 여기서 들리는 피아노 소리였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학교에 남아서 피아노를 치는 이유가 무엇인지 한참을 쳐다보자 별안간 연주가 멈췄고 피아노를 향해 뻗었던 손을 거둔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천천히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조금씩, 조금씩 남자의 얼굴이 보이려는 순간 얼마 전 들었던 반 아이들의 얘기가 떠올랐다.
'지금 음악실 말고 원래는 음악실이 다른 곳에 있었는데 그 곳에서 우리 학교 선배가 자살을 했대. 피아노 신동이라면서 동네에 소문까지 파다했는데 그런 사람이 돌연 자살을 해 버리니까 학교는 발칵 뒤집힌거지. 그 선배의 죽음을 감추려고 학교에선 쉬쉬 했는데 그때 좀 이상한 소문이 돌았었나봐.피아노에서 자살하는 건 예술가들 사이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의견이결국, 그 선배의 천재적 재능을 시기한 누군가가 살해를 선배가 자살한 척 살해를 저지른거다 라고 소문이 나기 시작한거야. 근데.........문제는 그게 소문이 아니었다는 거야. 가끔 학교 안에서 피아노 소리라 울려퍼져서 그 소리를 따라가보면 옛날에 없어졌던 그 음악실이 나온대. 그리고 그 안에서는한 남자가피아노를치면서 울고있대. 그게 바로 죽은 그 선배인거지. 우는 이유가 뭐겠어? 억울하게 죽었으니까 우는 거겠지'
'그 선배 이름이 뭔데?'
'너희들도 한 번 쯤은 들어 봤을 걸?'
남자의 얼굴에 향한 시선을 가슴으로 내리자 조금씩 그 남자의 명찰에 새겨진 이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선배 이름은........'
"김성....."
'김성규. 김성규야'
“김성규....진짜 김성규”
무슨 생각으로 집으로 왔는지 모르겠다. 그 남자의 가슴에 달린 명찰에 ‘김성규’라는 이름을 확인하자마자 미친 듯이 달렸다. 진짜였다. 뜬소문이라고 아이들이 지어낸 이야기일 뿐이라고 무시했던 한 선배의 죽음은 정말이었고 그 선배의 귀신 이야기 또한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정말 소문대로 자살이 아닌 걸까? 아파오는 머리에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털어냈다.
***
계단을 오르다가 무심코 고개를 돌린 곳은 어제 내가 갔던 그 곳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그곳을 바라보자 친구가 그런 나의 어깨를 치며 아는 사람이라도 있냐며 그곳을 바라 보길래 아무것도 아니라며 서둘러 계단을 올랐다. 교실에 들어와서도 계속 어제의 생각뿐이었다. 수업시간 내내 떠나지 않는 어제의 기억에 어지러운 머리를 저으며 무심코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자 체육시간인지 축구공을 차고 있는 남자애들 사이에서 하얀 셔츠를 입은 채 멍하니 서 있는 남자가 보였다. 위험하게 축구공이 왔다 갔다 하는 중간에 서 있었지만 아이들은 그 남자를 피해 이리저리 공을 옮겼고 그 모습에 살짝 감탄을 하자 하얀 셔츠를 입은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나와 그 남자의 거리가 제법 멀었기에 눈이 마주쳤다는 건 불가능할지도 몰랐지만 나는 분명 저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창 밖에 보지 마라”
피할 수 없을 것만 같던 남자의 눈은 선생님의 꾸중과 함께 끊겨버렸다. 아무렇지 않게 다시 시작된 수업에 멍하니 칠판을 바라봤지만 내 시선은 자연스럽게 다시 창밖으로 향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축구시합을 위해 뛰어다니는 아이들 사이를 빠르게 훑었지만 아까 그 남자는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오늘 급식 짜장 밥 이래”
“그래?”
짜장 밥이 급식이라는 사실이 그렇게 기쁜지 잔뜩 신이 난 친구 놈의 뒤를 따라 내려가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옆을 바라봤다. 또 그곳이었다.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는 복도. 어제 나를 끌어들인 그 복도의 앞에서 나는 또 걸음이 멈췄다. 뭐하냐는 친구의 물음에도 이상하게 다른 곳보다 어두운 그 복도에게서 시선이 떨어지지 않았다.
“남우현 밥 안 먹어?”
“너네끼리 먼저 먹고 있어”
“야, 야!! 남우현!!”
부르는 친구들의 목소리도 무시하고 달려 왔지만 음악실로 통하는 복도의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이 문만 열면 바로 음악실인데 아무리 돌려도 잠긴 문을 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열리지 않는 문을 보며 문고리에 손을 뗀 순간 거짓말처럼 문이 스르륵 열렸고 열린 문 안에선 교복을 입은 남자가 나왔다. 아까 그 남자였다. 축구시합이 한창인 운동장 한 가운데에서 아슬아슬하게 서 있던. 짧지 않은 그 거리에서 나와 눈이 마주쳤던 그 남자였다.
“너 아까 운동...”
“도와줘”
“뭐?”
“나 좀 도와줘”
자신을 도와달라는 남자의 눈에선 눈물이 떨어졌고 떨어진 눈물에 당황한 내가 그 남자에게 한 발자국 다가가 순간 남자의 손에서 무언가가 툭 떨어졌다. 떨어진 물건을 주울 생각을 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나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남자의 모습에 떨어진 물건을 주우러 허리를 숙인 순간 나는 그 자세로 멈춘 채 천천히 고개만 들어 우는 남자를 쳐다봤다.
“........너”
“도망 가지마. 나 좀 살려줘”
살려달라며 나에게 애원하는 남자의 모습에 나는 바닥에 떨어진 물건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플라스틱 노란색 명찰 안에는 ‘김 성규’ 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오래 전 죽었다던 남자는 어제의 이어 오늘 또다시 내 앞에 나타났고 이미 죽은 목숨이면서 아이러니 하게도 나에게 살려 달라 애원을 했다.
울리지 않는 피아노. |
성규가 귀신으로 나오기는 하지만 호러물은 아니에요... 아마도 ㅋㅋㅋㅋㅋㅋㅋ 독방에서 그냥 조각으로 쓰다가 더 보고 싶다고 한 분들이 많아서 올리기는 했지만 그렇게 길게 끌지는 않을 거예요!! |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이광수 주우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