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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XX/빚쟁이] 남사친에서 연인으로 - 김원식 | 인스티즈



원식이와 너빚쟁은 사귀는 사이가 아니고 그냥 친구사이야. 
중학교 때부터 친해서 지금은 원식이를 안 지 3년이 되었지. 
사실 처음 원식이를 봤을 때만 해도 이렇게 친해질 줄은 상상도 못 했지. 
왜냐하면 좀 무섭게 생겨서랄까? 약간 처진 눈꼬리를 가지고 있지만 느껴지는 아우라는 되게 강했거든. 쎈 느낌?
아무튼 그랬지만 지금은 남사친 중에서, 아니 전체 친구들 중에서 제일 친한 친구야. 
서로 집도 그냥 아무때나 놀러가고, 엄마도 두 분 다 활발하셔서 그런지 너빚쟁과 원식이가 친해지고 몇 번 서로 마주치더니 금방 친해지셨어. 
그래서 집에 놀러갔을때 애가 없어도 들어와서 기다리라고 하시지. 
그렇게 친한 사이야, 원식이와 너빚쟁은. 

그 날도 평소의 주말처럼 너빚쟁이 원식이의 집에 가서 같이 티비를 보고 있었지. 
하지만 그 날 이후로 너빚쟁과 원식이의 사이가 어떻게 될 지는 그때만 해도 너빚쟁은 상상도 못했어. 

"야"
"뭐, 김원식. 티비 보는데 시끄럽다, 조용히 해."
"나 여자친구 생겼음."
"뭐?" 

소파에 기대서 티비를 보던 너빚쟁은 너무 놀란 나머지 등을 소파에서 튕겨 몸을 일으키며 원식이를 쳐다봤어. 
원식이는 무심한 표정으로 그런 너빚쟁을 쳐다봐. 뭘 놀래, 이런 표정.

"여자친구?"
"왜, 아닐 것 같냐?"
"아니, 그 여자친구가 너무 불쌍해서."
"이게- 까불지 요즘?"

너빚쟁은 아무렇지 않게 말을 툭툭 내뱉지만 기분은 되게 미묘해. 
여태 알아온 3년 동안 원식이에게 가장 가까운 여자는 너빚쟁이었거든.
괜히 사귀는 것도 아닌데 원식이는 뺏긴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여자친구를 만들었다는 원식이에게도 괜히 섭섭해.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해서 섭섭해 할 만한 위치에 내가 있나, 생각하면서도 서운한 감정은 어쩔 수가 없어. 
그래서 더 이상 원식이의 집에 있다가는 아무렇지 않게 원식이를 대할 수가 없을 것 같아.

"어, 야. 나 오늘 과외선생님 오는 날인데, 가 봐야겠다."
"뭐야, 너 오늘 과외 없잖아?"
"보충 잡혔어, 깜빡했다. 나 간다?"
"야! 기다려봐, 데려다 줄게."
"됐거든? 여자친구도 있는 놈이. 여자친구 질투한다. 혼자 갈게, 쉬어."

여자친구도 있는 놈이, 에서 미묘하게 원식이의 얼굴에 미소가 보이지만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따라 나서려고 하는 원식이를 두고 재빨리 집을 나와 버려.
엘리베이터를 잡았는데 벌써 내려가고 있어서, 이대로 기다렸다가는 원식이랑 집까지 같이 가게 생겼어. 
그래서 너빚쟁은 급하게 계단을 뛰어내려갔지. 
한 두층 내려가니까 원식이가 문을 열고 나와서 너빚쟁을 찾다가, 없으니까 문을 닫고 들어가는 소리가 들려.
다행이다, 생각하면서 옆 동인 너빚쟁의 집으로 향하지. 

집에 도착했는데 아직도 그 미묘한 감정이 사라지질 않는 거야. 
여자친구, 여자친구, 김원식, 여자친구, 이 두 단어밖에 생각나질 않아. 
뭐지, 하면서 복잡해지는 머리를 한번 신경질적으로 헝클어뜨리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 씻고 일찍 잠에 들지. 

다음 날 아침, 다시 학교를 가는 한 주가 돌아왔어. 
어제 일찍 잔 탓인지 너빚쟁은 평소보다 한 시간은 일찍 일어났어. 
준비를 다 하고도 7시밖에 안 된거야. 너빚쟁은 안 그래도 어제 싱숭생숭한데 애써 무시한 상태라서 또 원식이를 보면 이상해질 것 같아서
혼자 가기로 결정을 하지.

[나 먼저 간다 오늘]

문자를 보내고 학교에 와서도 7시 10분 정도밖에 안 돼서 애들은 한 명도 없어. 
너빚쟁은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자리에 엎드려, 잠은 오지 않았지만 그냥 자는 것 처럼.
시간이 지나고, 애들이 한명 한명 오기 시작하고, 40분이 넘으니까 와글와글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막 들리고 있는데
55분쯤? 돼서 교실 문이 쾅 하고 열리면서 원식이의 목소리가 들려.

"야!!!! 김빚쟁!!!! 혼자 가는 게 어딨냐!!!!"

또 원식이의 목소리를 들으니까 속이 울렁거리고 불편해져. 
아침 먹은 게 잘못됐나, 싶지만 일단 옆에서 시끄럽게 소리지르는 김원식부터 조용히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 몸 안좋거든.. 조용히 해라."
"어디 아파? 어디 아픈데."

들뜬 목소리로 소리지르다가 갑자기 안 그래도 낮은 목소리를 더 깔고 어디 아프냐고 그러는데
왜 심장이 두근거리는건지.. 너빚쟁은 당황스러워서 대충 얼버무리고 자리에 엎드리지. 

그 날 하루 내내 심장은 두근거리지, 속은 울렁거리지. 결국 오전 수업만 듣고 도저히 못 버티겠어서 선생님한테 조퇴증을 끊고 가방을 챙겨. 
하루종일 엎드려만 있던 너빚쟁한테 말은 못 걸고 옆에서 힐끔힐끔 쳐다보기만 하던 원식이가 옆에 와서 가방을 같이 챙겨줘. 
챙겨주면서 살짝살짝 닿는 원식이의 손가락에 너빚쟁은 또 움찔움찔 거리지. 
원식이는 그런 널 보면서 아파서 그런가, 하고 손목을 살짝 잡아. 

"몸 많이 안좋아? 너 아픈 거 처음 보는 것 같다."
"어? 아니, 아니야. 괜찮아."
"뭘 놀래. 나 외출증 끊어서 데려다줄까?"
"됐어. 식충이가 왜 밥도 안먹고 나가? 밥이나 드세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너빚쟁은 원식이가 데려다 줬으면 좋겠다, 하고 속으로 생각이 들어. 
그러다가 화들짝 놀라서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지? 하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
원식이는 니가 갑자기 그러니까 아파서 그런 줄 알고 안 되겠다, 외출증 끊어올게 하고 교무실로 뛰어가. 
너빚쟁은 그냥 도망갈까...하다가 도망가면 앞으로의 삶이 피곤할 것 같아서 그냥 멍하니 서서 기다려. 
곧 원식이가 외출증을 들고 뛰어와선 내 가방을 들어매고 내 손을 잡고 학교를 벗어나. 
잡힌 손에 괜히 열이 오르고 해서 고개도 못 들고 따라 걷고 있다가 문득 원식이가 어제 말한 여자친구의 존재가 생각이 나. 
갑자기 우울해지다가 잡힌 손이 눈에 들어와. 
그래서 손을 급하게 빼고 너빚쟁을 돌아보는 김원식의 시선을 느끼며 고개를 푹 숙이지. 

"손, 줘 빨리."
"너 여자친구 있다면서- 학교에서 얼마 벗어나지도 않았는데 그러면 여자친구 상처받는다?"
"여자..? 아, 어차피 밖에 나왔는데 뭐 어때. 빨리 집에 가야되니까 손 내놔. 나 시간 내에 못 들어가서 무단지각 그이면 책임질거야?"
"그러니까 학교에서 밥이나 먹으라고 했지, 내가. 도로 들어가서 점심이나 먹고 여자친구랑 얘기나 해. 나한테 시간 쓰지 말고."
"아 됐어, 필요 없어. 빨리 오기나 해."

여자친구 얘기가 나오니까 대충 얼버무리는 원식이에 너빚쟁은 갑자기 의아해져. 
뭐지? 어제까지만 해도 겁나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여자친구 생겼다고 그러더니 갑자기 얼버무리고.
그렇지만 여전히 잡힌 손에 그것에 대해서 더 생각할 겨를이 없던 너빚쟁은 얌전히 따라갈 뿐이었고, 여전히 두근대는 심장에 기분이 이상한 건 그대로였지. 

결국 집까지 끌려왔는데 가라고 하니까 곧 수업 종이 치는데도 들어가는거 보고 가겠다고 박박 우겨서 집에 얼른 들어온 너빚쟁이야. 
집에 들어가자 왜 이렇게 일찍 왔냐고 등짝을 때리려는 엄마가 너빚쟁을 반겨 주고, 너빚쟁은 아프다고 징징대서 겨우 위기를 모면했지. 
여차저차 점심도 먹고 소파에 뒹굴면서 티비를 보는데 그 울렁거리던 속도, 두근거리던 심장도 지금은 멀쩡한거야. 
너무 멀쩡하니까 엄마가 너 꾀병이지? 이러면서 또 한참을 집이 떠나가라 쫓고 쫓기다가 결국 너빚쟁의 방에 들어와서 문을 잠그고 숨을 고르며 침대에 누워버려. 

그리고 왜 학교에서는 그렇게 안 좋던 몸이 집에 오니까 멀쩡한가를 생각해 봐. 
너빚쟁은 학교에서 처음 안 좋았던 게 김원식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고, 괜찮아진 것도 집이라 김원식이 없어서라는 걸 깨닫지. 
그러면 왜 김원식이 있을 땐 내 몸이 안 좋았을까? 하고 생각을 계속 하는데
결론은 하나밖에 없더라. 너빚쟁이 김원식을 좋아하고 있어서. 
남자 사귄 적이 아예 없어서, 또 썸이란걸 타 본적도 없고 남자애들이랑은 진짜 치고박고 싸우면서 지내왔던 너빚쟁은 이런 감정이 익숙지 않아.
그래서 확실하게는 모르겠는데, 주변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너빚쟁이 원식이를 볼 때 느끼는 감정이 좋아한다.. 이거지. 

그걸 깨닫고 나서부터 너빚쟁은 이제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해.
언제부터 좋아했는가는 둘째치고 지금 좋아하는 걸 알아봤자, 원식이는 벌써 여자친구가 있는 몸.
목소리만 들어도 두근거리는데 앞으로 이런 상태로 어떻게 사나 싶어서 막막해지려고 해. 
너빚쟁은 그렇게 몇 시간을 혼자 끙끙거리다가 결국 초저녁에 잠에 들어. 

다음 날 아침, 눈을 뜨니 새벽 5시야. 평소의 기상 시간보다 2시간은 빨리 일어났어.
너빚쟁은 빨리 씻고 교복을 챙겨입고 대충 빵을 입에 물고 다른 가족들이 깨기 전에 집에서 나와버려.
아직 밖이 어둑어둑하지만 여름이라 하늘이 밝아와서 무서움이 덜한 것 같아. 
그리고 아파트와 바로 담만 마주대고 있는 학교로 향해.
학교에 도착한 시간은 5시 55분. 예상대로 교문은 열려 있으나 경비아저씨도 수위실에 계신 것 같고, 학생은 물론 선생님도 한 명도 없어. 

복도에 불도 켜지지 않은 학교 내부에 너빚쟁은 살짝 무서움이 밀려왔지만
어차피 교실에 가서 애들이 오기 전까지 잘 생각이었기 때문에 무서움을 떨쳐버리곤 맨 꼭대기 층에 있는 1학년 교실로 향해.
교실에 도착해서, 불을 켰다가 아, 잘 거지. 하고 도로 끈 후에 너빚쟁의 자리에 엎드려서 잠을 자. 

얼마나 잤을까, 시끄럽게 들려오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너빚쟁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보니, 어느 새 7시 50분을 넘어가고 있어. 
주위를 휘휘 둘러보는데 김원식, 아직도 교실에 없어. 오늘도 지각인 듯 해.
너빚쟁은 한숨을 쉬며 어쩔 수 없다니까, 김원식. 하고 도로 엎드리는데 뒷문에서 원식이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 

"김빚쟁!!!!!!!!"
"왜..."
"너 언제 왔냐? 나 너 기다리다가 지각했잖아 멍충아!!!"
"누가 기다리래냐? 오늘 일찍 일어나서 먼저 왔다."
"그럼 문자라도 하던가ㅡ! 니 때문에 겨우 교내봉사해서 없애놓은 벌점 또 생겼잖아.."
"아.. 미안. 깜빡했음. 나 피곤한데 좀 잘게? 저리 가서 놀아?"

하고 또 엎드리는 너빚쟁에 어이없다는 듯이 허, 하고 웃고는 그래, 자라 자. 라고 중얼거리며 제 자리로 돌아가는 원식이야. 
말은 평소처럼 애써 했지만, 속은 또 심장이 두근거리고, 여자친구도 있으면서 왜 날 기다리나 싶고, 하여튼 복잡해. 

그 날, 복잡한 감정을 애써 숨기기 위해서 너빚쟁은 원식이를 하루종일 피해 다녀. 
수업 시간에도 너빚쟁이나 원식이 중 한 명이 자리를 바꿔서 짝으로 앉아 매번 놀다가 혼나는 게 일상이었는데
너빚쟁이 원식이 옆으로 가지도 않고, 원식이가 오려고 하면 짝한테 바꿔주지 말라고 으름장을 놔서 수업 시간에도 안 마주치고.
쉬는 시간에도 원식이가 올라 치면 엎드려 자거나 화장실을 가서 10분 동안 버티고 있거나 다른 친구들이랑 매점에 내려가서 버티다가 올라오고.
점심 시간에도 밥은 반 친구들이랑 먹지만 다 먹고 놀 때는 원식이랑 둘이 싸우거나 놀거나 하는데 너빚쟁은 계속 밥을 같이 먹은 친구들 옆에 붙어 있었어. 

이 지경이 되니까 원식이도 슬슬 짜증이 났던 것 같지만 너빚쟁은 애써 무시하고 그 날 야자를 끝낼 때 까지 원식이와 얼굴 한 번 마주하지 않았지.
진짜로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던지라 반 애들도 맨날 붙어 놀던 애들이 안 붙어 있으니까 이상하게 생각했을 뿐만 아니라,
너빚쟁은 엎드려 있어서 몰랐지만 원식이는 은근히 너빚쟁이 이러는게 불만이었는지 기분이 별로여서 애들이 하루종일 눈치를 보고 살았어. 

마지막 교시 마치는 종이 치고, 원식이가 가방을 느긋하게 챙기고 있어. 
너빚쟁은 누구보다 빠르게, 아니 사실 종 치기 10분 전 부터 가방을 챙겨서 이미 가방을 메고 원식이를 지나가.

"김원식 나 먼저 갈게!"
"야, 같이 가잖아."
"미안, 오늘 옆반 애랑 같이 가기로 해서! 천천히 와-"
"야!!!"

소리지르는 김원식을 뒤로 하고 여태까지 학교를 다니면서 제일 빠른 걸음으로 학교를 벗어나.
갑자기 이래서 원식이한테는 미안하지만, 여자친구 있는 애를 자꾸 옆에 두고 다니는 것도 너빚쟁의 성격 상 못하겠고
심지어 너빚쟁이 원식이를 좋아하기까지 하니까 그 여자친구가 누군진 모르겠지만 미안해서 원식이의 얼굴을 못 보겠는거지. 
여자친구 집에 데려다주고 잘 오겠지, 하고 너빚쟁은 안 그래도 가까운 집을 거의 3분? 밖에 안 걸려서 왔어. 
밤에 뭘 이리 뛰어왔냐는 엄마의 물음을 뒤로하고 씻고 바로 침대에 몸을 던져. 
내일 아침에도 일찍 일어나서 가야겠다는 결심을 한 채로. 

다음 날 아침도, 그 다음 날도, 5시에 일어나서 먼저 학교를 가고, 학교에서는 원식이를 피하고, 집에 올 때는 누구보다 빠르게 뛰어가는 생활이 반복됐어.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열흘이 지났어. 원식이와 얘기를 이렇게 오랫동안 안 한건 처음이었지. 
너빚쟁은 그래도 여자친구한테 내가 민폐가 되진 않아서 다행이다, 생각하면서 원식이와 얘기를 못 하는 설움을 달래고 있지. 
사실 속으로는 당장 달려가서 종알종알 얘기를 하고 싶고, 그 귀찮던 원식이의 버릇인 머리 쓰다듬으면서 아 귀여워, 하는 목소리도 듣고 싶었지. 
그런데 어떡해. 여자친구가 있는 몸인데. 그래서 그냥 꾹꾹 눌러 참아.

열흘동안 잘 버텨왔으니까 앞으로도 할 수 있을거야, 그래. 다짐하면서 너빚쟁은 오늘 하루도 원식이와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어.
이제 반 애들도 적응했는지 처음에는 슬슬 눈치만 보더니 이제 여자애들은 나랑 잘 떠들고, 남자애들은 원식이를 데리고 가서 놀아. 
가끔은 놀다가 힐끔 남자애들 쪽을 보는데 호탕하게 웃으면서 잘 노는 원식이를 보고 다행이다, 생각하지. 

그 날은 마침 원식이가 야자를 뺐어.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오늘 밤에는 빨리 안 가도 된다! 하면서 즐겁게 야자를 마치고 여유롭게 걸어나오지. 

역시 10분이 채 되지 않아서 우리 집 아파트 건물에 들어가는데 원식이가 1층 계단에 앉아 있어. 
너빚쟁은 원식이를 보고 들어오지도 못하고 나가지도 못하고 원식이만 쳐다보고 있다가 몸을 돌려서 빠른 걸음으로 건물을 나가. 
원식이는 벌떡 일어나 뛰어와서는 내 손목을 잡지. 

"얘기 좀 해."
"ㄴ, 내일 해. 학교에서 보잖아."
"내일은 나랑 얘기 할거냐? 아니잖아."
"할게, 놔 이거. 나 피곤해."
"뭐 했다고 피곤하냐, 니가?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빨리 나가서?"
"..."
"아니면, 매일 밤마다 나 피해서 친구랑 간다고 거짓말하고 뛰어나간다고?"
"...그만해."
"사람 그렇게 무시하고 피하면 좋냐?"
"무시한 적 없어."
"허, 열흘 동안 이야기 한 마디 안 했는데, 무시한 적이 없다고?"
"..."
"왜 그러는데, 갑자기."
"나 신경 쓸 시간 있으면 여자친구나 챙겨. 나한테 이러지 말고."
"여자친... 갑자기 걔 얘기는 왜 해. 지금은 너랑 나 이야기야."
"아니, 내가 남자도 아니고 여잔데, 학교 올 때, 갈 때, 학교에서도 나랑 이야기하고 놀면 그 여자친구 입장에서 어떨지 생각해봐. 기분 더러울걸? 그것도 꽤."
"..그래서, 피한 이유가 전부 여자친구 때문이다?"

아닐 것도 없지.
여자친구 있는 애 좋아하는 주제에 그 애랑 어떻게 같이 다녀. 
괜히 죄 없는 그 여자친구만 싫어하게 될 텐데. 

"김빚쟁. 나 열흘 동안 엄청 참았거든. 다 엎어버리고 싶은 거 니가 곤란할까봐 몇 번이나 눌러 참았어."
"니가 왜 엎어버리고 싶은데?"
"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 너 진짜 이럴래?"
"내가 뭐."
"됐다, 니가 원한다면 그냥 이렇게 살아. 맨날 나 피하고 나도 이제 너 신경 안 쓰고 싶다. 올라가."

그렇게 원식이는 아파트 건물을 빠져나가고, 
너빚쟁은 너도 모르게 터져나오는 눈물에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엉엉 울어버려. 
여자친구 사귀기 전에 먼저 내 마음 알았으면 고백이라도 했을걸, 왜 이렇게 늦게 알아서 하는 아쉬움과
내가 피해서가 아니라 이제는 원식이가 날 신경 안 쓴다는 사실에 대한 서러움이 겹쳐서.

한창 울고 있는데 어깨에 손이 올라와서 토닥토닥거리는 게 느껴져.
뭐지, 하고 올려다봤는데 원식이가 안절부절하면서 내 어깨를 어설프게 토닥거려.

"왜, 왜 우냐- 어? 아씨.. 울지말고, 뚝!"
"왜 와... 쪽팔리게."
"그럼 우는 소리가 나는데 안 와? 내가 화내서 그래? 미안해- 응? 뚝해 뚝."
"나쁜새끼... 빨리 가, 그냥. 니 여자친구한테 죄짓는 느낌이라고."

너의 말을 끝으로 들려오지 않는 원식이의 대답에 너빚쟁은 고개를 들어서 원식이를 쳐다봐.
원식이의 얼굴은 뭔가 고민에 빠져 있는 사람의 얼굴이야. 
너빚쟁은 얘가 왜 이러나 하고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어. 
원식이는 마침내 결심했다는 듯이 후- 하고 심호흡을 한 다음에 말을 꺼내.

"김빚쟁."
"왜."
"...나 여자친구 없어."
"어?"
"장난친거야."
"......개새끼야."

장난인 줄도 모르고 혼자서 여자친구 생각한답시고 피해다닌 걸 생각한 너빚쟁은 갑자기 밀려오는 창피함에 몸을 일으켜서 엘리베이터로 향해.
허리를 숙여 어깨를 토닥여주던 원식이도 따라 일어나서 너빚쟁의 옆에 서지. 

"야- 화났어?"
"꺼져. 왜 그딴 장난을 쳐?"
"미안.. 너 떠본다고 생각난 게 그런거 밖에 없는데 어떡해-."

떠본다는 말에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그 큰 키에 고개를 숙이고 풀이 죽은 원식이의 모습이 보여. 
너빚쟁은 그게 또 귀여워서 웃음이 터지지. 

"날 왜 떠봐? 우리 원식이?"
"뭐, 왜 이래 갑자기."
"이 누나가 화내서 풀이 죽었어? 어이구- 그랬어?"
"아- 아니거든!!"
"근데 진짜 뭘 떠봐? 응? 날 왜 떠봐?"
"...알면서 모르는 척 할래, 자꾸?"
"뭘 알아, 알기는? 나 진짜 몰라- 빨리 말해봐!"

원식이가 뭘 말하려는지 알면서도 괜히 제대로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억지를 부리는 너빚쟁이야.
슬쩍 본 원식이는 당황한 표정이지만 뭔가 말하려는지 목을 큼큼, 하고 가다듬어.

"김빚쟁."
"왜- 김원식."
"좋아해, 많이."
"...언제부터?"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언젠가부터 니가 이쁘고 너 하는거 신경쓰이고 그러는데."

나랑 비슷하네, 너빚쟁은 속으로 생각하곤 기분이 좋아 슬쩍 웃으면서 원식이를 쳐다봐.
원식이는 말을 뱉어놓고 부끄러운지 너빚쟁에게서 고개를 돌리고 헛기침만 하고 있어. 
너빚쟁은 충동적으로 눈에 바로 보이는 원식이의 볼에 짧게 뽀뽀를 하고 떨어져.
원식이는 놀란 눈으로 너빚쟁을 쳐다봐. 

"나도 좋아해, 김원식."
"ㅇ, 야. 여자애가 무슨 대답도 하기 전에 뽀뽀를 하냐?"
"왜, 싫어? 알겠어. 싫으면 앞으론 안 할게."

지 생각해줘서 해줬더니 무슨 여자 타령이야, 앞으론 하라고 해도 안 할거다.
너빚쟁은 괜히 심통이 나서 엘리베이터 오름 버튼을 누르고 원식이에게서 몸을 돌려. 
원식이는 그런 너빚쟁을 다시 돌려세워서 입술에 너빚쟁이 했던 것 보단 좀 길게, 입을 맞춰. 

"많이 좋아한다, 김빚쟁! 올라가! 나 때문에 잠 못 자고 그러지 말고!"

아직까지 입술에서 가시지 않은 여운을 느끼고,
오늘은 이 설렘을 느끼며 늦게 자고 내일 아침엔 원식이랑 같이 학교를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너빚쟁은 도착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삐져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집으로 올라가. 



우왕 2주동안 끙끙대며 메모장을 껐다 켰다 한 글이 드디어... 완성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글쓰는건 힘들어요 여러분...하 
늦었지만 글 겁나 길게 썼는데 똥손이라 설렘따위 없으니까 양심적으로 구독료 30P만...♡ 걸게요 사랑합니다
구독료까지 내주시며 제 글을 읽어주시다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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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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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하ㅠㅠㅠㅠㅠㅠ김원시규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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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봉
헐댓글빠르셔...감사해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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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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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봉
설렙니까!!! 사랑해용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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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엄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원식이대려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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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봉
(김원식)여기...♡글읽어주셔서감사합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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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읽는 내내 은은한 미소가 입가에서 떠나질못하자나여...신알신할거야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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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봉
어머어멈머 코ㅎ맙습니다 신알신이라니!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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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헐 진짜 달달 ㅠㅠㅠㅠ 이밤에 발로 이불을 차면서 읽었어요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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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봉
이불까짘ㅋㅋㅋㅋㅋㅋㅋ감사합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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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엉엉 워식아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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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봉
원시기는 사랑입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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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김원시규ㅠㅠㅠㅠㅠㅠㅠㅍㅍㅍㅍ좋아쥬껬어욮ㅍㅍㅍ퓨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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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봉
ㅈ..죽지마여ㅠㅠㅠㅠ감사합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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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헐 설레임....지금 제입에 들어있는 애플파이가 단지 모르겠어요ㅠㅠㅠㅠㅠㅠ짱짱매뉴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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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봉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김원식짱짱맨b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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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9
엉어어어어엉엉엉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거예잡에서봤었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남사친은역시원시기네요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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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봉
ㅇ..어머 보셨구나 앞에 조금 올린걸 하하하핳ㅎ 감사합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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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0
와.......김원식 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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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봉
은 사랑이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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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1
엄마ㅠㅠㅠㅠㅠㅠㅠ 아손떨린다....원식찡.....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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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봉
ㅅ..손까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잌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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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2
완전 설레요ㅠㅠㅠㅠㅠㅠㅠ 제가 왜 이런글을 이제발견한거죠?!!! 작가님 최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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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봉
헐ㄹ 최고라니...고마워요 엉엉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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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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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봉
아이고ㅠㅠㅠㅠ신알신감사합니다 더 열심히쓸게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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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4
어후...너므 좋ㄴ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원식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글 잘 보고 가여 하트하트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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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봉
저도 하트하트♡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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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4
헐.............나진짜 설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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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봉
설렘하면김원식....♡ 감사합니당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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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5
쓰니님 스릉흐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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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봉
저도 스릉해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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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6
오모..전 이제보네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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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7
헐 이걸 지금읽다니 대박 ㅜㅠㅜㅠㅜㅠㅜ 작가님 나라세 ㅠㅠㅠㅠㅠㅠ 진짜 달달하네요 ㅠㅠ 잘보구가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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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봉
예...? 비루한 글을 네 저도 나라세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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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8
대박입니다ㅜㅜㅜㅜㅜㅜㅡ누ㅜㅜㅜㅜ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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