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비
w.티타임
02 또 꿈을 꿨다. 이번엔 여자가 울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행복해보였다. 여자는 평온한 미소로 정원을 걷고 있었다. 그 뒤로 붉은 도포를 입은 남자가 나타났다. 그 남자는 여자의 허리를 껴안으며 귀에 뭐라 뭐라 속삭였다. 여자는 행복하다는 듯이 웃으며 뒤돌아 남자를 쳐다봤다.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 여자는 나였다. 내 모습과 완벽히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여자가 나를 계속해서 쳐다보자 붉은 도포를 입은 남자도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잠에서 깼다. 남자는 그 아이였다. 전정국.
어제 내 옆에 붙어있던 아이는 내 종이였다. 아이는 자신을 아미라고 칭했고 나를 아씨라고 불렀다. 아미는 나와 장엘 나가자고 졸랐다. 장에를 너무 가고 싶어 하는 아미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나왔지만 실은 나도 나오고 싶었다. 너무 집안에만 쳐 박혀 있기만 했고 바깥세상이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사람 많은 곳에 가기 때문에 장옷을 뒤 짚어 쓰고 나왔다.
장에는 신기한 물건들도 많았고 신기한 광경들도 많았다. 이것저것 구경하는데 비녀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비녀를 집어 들었는데 비녀를 나만 잡은 게 아니었다. 놀란 눈으로 다른 손의 주인을 쳐다보자 그 사람 또한 나를 쳐다봤다.
“보는 눈이 있으시네요”
“네..?”
“이 비녀, 이쁘잖아요”
“아..”
“원래 동생 주려고 했는데.. 가지세요”
“아아, 저 괜찮아요!”
“저도 괜찮아요. 그리고... 제동생보다 그 쪽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아서요”
남자는 장옷사이로 보이는 내 눈을 마주치며 싱긋 웃었다. 옛날 사람 치고 굉장히 아니 내가 사는 시대에서 봤을 때도 굉장히 잘생겼다. 내가 어버버 거리자 남자는 귀엽다는 듯이 웃고 사라졌다.
집에 돌아오자 또 약이 준비 되어 있었다. 워낙 몸이 약하고 잔병치레가 잦아 약을 먹어야만 했다. 여기서의 생활을 몇 번 반복해보니 이 여자 정말로 몸이 약한게 맞는 것 같았다. 평소보다 활동량이 많거나 오래 뛰기라도 하면 가슴부여잡고 쓰러진 적이 몇 번 있었다. 덕분에 아미만 고생하게 되었다. 이런 생활이 점차 익숙해 질 쯤 입궁 날이 바짝 다가왔다. 그리고 지금 와서야 들은 것인데 내가 궁에 들어가서면 바로 혼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세자빈 간택에서 뽑혀야 세자빈이 된다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이미 전하와 얘기 나누었으니 걱정하지 말라 하셨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혼인 하고 싶지 않았다. 아직도 정국이를 좋아하는데 혼인이라니, 끔찍했다. 어떻게는 세자빈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입궁 날이 내일로 다가오자 아미는 나를 정성스럽게 꾸며주었다. 꽃물에 목욕하고 머리감을 때도 이것저것 넣었다. 아미의 정성스러운 손길 덕분에 아파보였던 내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조금 이뻐 진 것 같기도 하고..
다음날 입궁을 위해 가마에 탔다. 궁을 향해 가는 길 문틈으로 살짝 밖을 봤는데 궁으로 가는 가마가 한둘이 아니었다. 궁 앞에 도착해 가마에서 내리니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익숙하지 않은 풍경과 겪어보지 않은 시선 때문에 겁이 났다. 궁에 들어가자 나와 같은 여자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여자들은 들어온 나를 보고 수근 거렸고 더 무서워져 고개를 숙였다.
“오라버니!”
어떤 여자의 목소리에 고개가 들렸다. 세자빈 후보 인 것 같은 여자는 지나가고 있던 남자를 향해 불렀고 그 남자가 고개를 돌려 여자를 쳐다봤다. 순간 놀라서 엇 하고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남자는 목소리의 주인에게 걸어오면서 나를 봤고 눈이 마주친 나는 화들짝 놀랐다. 그런 나를 보고 남자도 놀란 것인지 잠깐 놀란 기색이 보였지만 이내 전에 봤던 그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 얼떨결에 나도 모르게 인사하게 되었고 목소리 주인의 여자도 나를 쳐다봤다. 그러나 바로 고갤 돌려 그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둘이 묘하게 닮은 게 남매 같았다. 동생이 있다더니 저 아이가 동생인 것 같았다. 둘은 사이좋은 남매처럼 얘기 하곤 남자가 여자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곤 자리를 떴다. 주변 여자들은 잘생긴 오라버니를 가진 여자를 부럽다는 듯이 쳐다봤고 여자의 표정이 한껏 밝아지고 어깨가 높아진 것 같았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상궁이 나왔다. 상궁은 지금부터 첫 번째 세자빈 간택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너무 갑작스러운지라 여자들 모두 긴장했다. 상궁은 찬찬히 우릴 보더니 이름을 호명하기 시작했다. 그 중엔 내 이름도 있었다.
뽑힌 여자는 나를 포함해 5명이였고 아까 그 여자도 있었다. 떨어진 후보들은 자신이 타고 온 가마를 타고 다시 돌아가고 우리 5명만 남았다. 상궁은 우릴 일렬로 줄 세우곤 따라오라고 했다. 나는 맨 앞에 섰다. 맨 앞에 설수록 아버지의 직위가 높다고 들었던 것 같다. 세자빈 자리에 더 가까워 진 것 같아서 입술을 깨물었다. 묵묵히 여자를 따라가자 멀리서 붉은 도포를 입은 남자가 보였다. 그리고 나는 그 자리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꿈에서 봤던 붉은 도포를 입은 정국이었다. 뒤에 여러 명의 신하를 달고 나타난 정국은 우리가 멈춰서 인사하자 그 자리에 멈췄다. 나는 떨리는 손을 옷자락 안에 숨기고 고개를 숙였다. 정말 정국이가 맞는 것일 까 정말 그 애가 맞는 것일까 하고 힐끔 고개를 들었다. 정국이와 정통으로 눈이 마주쳤다. 왜 정국이가 여기 있는 것인지 생각하는데 정국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자빈 후보들인가 봅니다”
“예, 첫 번째 간택을 마치고 두 번째 간택심사를 보러 가는 중입니다”
“어차피 정해진 것 아니겠습니까?”
“예?”
“어차피 정해진 것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정국이는 입가에 비소를 달고 우릴 쳐다봤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그 날의 정국이가 떠올랐다. 고백했던 내게 보여줬던 표정이 지금 나를 쳐다보는 정국과 겹쳐보였다. 정국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자리를 떴다. 우릴 인도하던 상궁은 신경 쓰지 말라며 다시 우릴 안내했다. 계속해서 정국이의 표정이 눈앞에 아른 거려 눈물이 날 것 같아 입술을 꽉 깨물고 상궁을 따라갔다. 상궁이 이끄는 대로 따라 가다 멈추니 중전이 나타나다.
“중전 마마 납시오!”
우리는 허리 숙여 인사했고 중전은 우리에게 자기소개를 시켰다. 내 차례가 오자 중전은 나를 눈여겨보시곤 다음으로 넘어갔다. 중전과의 면담이 있고 난후 중전은 바로 세자빈 후보를 추렸다.
5명만 남아있던 우리 중에 단 두 명이 뽑혔는데 나와 아까 그 여자였다. 다음 간택은 내일 세자가 직접 뽑는다고 했다. 우리는 임시 처소에 들어가 하룻밤을 자게 되었다. 임시 처소로 가는 도중 여자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몸이 많이 아프셨다고 들었습니다.”
“아...네, 지금은 괜찮습니다.”
“몸이 약하셔서 험한 궁을 어떻게 버티시려 그럽니까?”
여자는 얄밉게 말했다. 대답이 없는 나에게 여자는 다시 말을 걸었다.
“설사 세자빈이 정해져 있다 해도 제가 꼭 세자빈이 될 것입니다”
“...”
“그러니 몸조심 잘 하세요”
여자는 그렇게 말하고 자신의 임시처소로 쏙 들어갔다. 원래는 관심도 없는 자리였다. 하지만 세자가 정국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저 아이에게 세자빈 자리를 뺏길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날 마지막 간택이 남았다. 나와 여자는 정국을 기다렸다. 중전마마와 대비마마 또한 모여 있었다. 정국이 들어오자 우리는 일어서서 인사했다. 정국이를 보자 울컥 하는 감정이 올라왔다.
“제가 많이 늦었습니다”
“나라의 왕이 될 몸인데 당연 바쁘겠지요. 괜찮습니다”
중전은 정국의 말에 나긋하게 대답했고 다음 정국의 말을 기다렸다.
"제가 고르면 되는 것입니까?“
“예”
정국은 나를 쳐다보며 나에게 다가왔지만 한 쪽 입 꼬리를 올리며 내 옆 여자의 손을 잡았다.
“세자!”
중전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이 정국을 향해 소리쳤고 정국은 여자의 손을 잡은 채 그대로 자릴 빠져 나갔다. 그런 정국이의 뒷모습이 그 날과 겹쳐보였다.
빨리 왔죠!! 01 편 내용이 너무 짧아서 바로 쓰고 왔어요 ㅠㅠ
제가 학생인지라 연재텀이 뒤죽박죽일 텐데 그래도 최대한 빨리 오도록 노력할게요!
그리고 다시한번 말하지만
이분께 빙의 되는 것이에요 ㅎㅎ
저번 편 댓글 달아주신 김까닥님, 사랑니님,정구기님 감사합니다!
암호닉 받아요~
암호닉! |
뭐지님,슈가탠님,김까닥님,흥탄소년단♥님,사랑니님,정구기님 지금까지 암호닉 신청해주신분들입니다~ |
여러분의 댓글에 힘이난답니다!!♥♥댓글달아주시면 더더 빨리오고싶어져요ㅠㅠ읽어주시는모든분들감사합니다~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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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정 태명도 웃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