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종인] 포화속으로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8/8/f/88febc33afc74a3b93284475f05b4770.jpg)
안녕하세요! 저 또 왔어요 하하 저번 글에 댓글 달아주신 분들 무한 감사드립니당 :D 반응이 없을 줄 알았는데 댓글이 달려서 감덩감덩 ㅠ.ㅠ
이번에 가져온 글은 영화 '포화속으로' 를 모티브로 쓴 글이예요! 저번에 한번 올렸다가 반응이 ..ㅎㅎ! 그래서 삭제 했었는데 보신 분이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종인이 빙의글인데 사진은 왜 단체냐구요? 사진 지운다고 하다가 갤러리 하나를 통째로 날렸어요..^^ 하하 슬프다..★ 나름 학도병 느낌나는 사진이라고 생각해서 첨부 해 보았습니다! 이번 글도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댓글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여느때와 다름없이 고요했던 새벽이었다. 소름끼치도록 조용해 긴장감 마저 맴돌던 정적을 깬것은 일말의 폭발음 이었다. 계속되는 치열한 전투에 사상자는 날로 늘어나 병력이 부족해지자 국가에서는 학도병과 의무관을 모집했다. 어려서 부터 네가 있게 해준 국가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라는 부모님의 말씀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자라 온 나는 전쟁이 발발하자 기꺼이 의무관에 자원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채 소년티를 벗지 못한 너를 마주했다. 숨막히리만치 삭막한 전장 한가운데에, 너와 내가 있었다. 의무관 일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바람이 불면 곧 쓰러진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퀘퀘한 땀냄새가 나는, 모포로 얼기설기 엮은 허술한 천막에서 부상당한 군인들을 보살펴 주거나 그들의 사소한 얘기를 들어주는 것이 다였다. 간혹 새벽에 발작을 일으키거나 상태가 악화되는 부상병들이 여럿 있어 그날도 의자에 앉아 꾸벅 꾸벅 졸고 있었더랬다. 옆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혹 적군인가 싶어 화들짝 놀라 깨어나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다행히 내 눈에 들어 온 것은 때가 타고 흙먼지가 묻어 누렇게 색이 바랜 교복의 끝자락 이었다. 학도병이구나, 철렁했던 가슴을 부여잡곤 천천히 고개를 든 내 시야에는 약간 까무잡잡한 피부에 한눈에 보기에도 날렵한 몸을 가진 앳된 소년이 무언가 말하고 싶어하는 슬픈 눈으로 나를 내려다 보고있었다. 저 쪽 구석에 아무렇게나 쳐박혀 있던 의자의 먼지를 대충 털어내곤 옮겨와 너에게 앉으라고 권했다. 몰려오는 졸음에 네가 있는것도 잊은 채 입을 쩍 벌리고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켜다 느껴지는 시선에 멋쩍게 웃으며 너에게 말을 걸었다. "이름이 뭐야?" "..종인이요. 김종인. " "종인이? 되게 멋있는 이름이다." 동이 틀 때까지 한참이나 너와 얘기를 나누었다. 너는 적군들에 의해 눈앞에서 돌아가신 아버지의 복수를 하기 위해 이 피비린내 나는 전투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이튿날은 몹시 더웠다. 찌는 듯한 더위에도 부대는 부산했다. 평소와 다른 무거운 분위기에 의아해져 평소 안면을 트고 지내던 통신병에게 넌지시 물음을 건네자 오늘 이 곳에서 소수의 인원만 남긴 채 철수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고 했다. 철수라니, 몹시 놀라며 되묻자 이미 퇴로가 다 뚫려 손을 쓸 수 없는 상태까지 와버려 최후의 방어선인 낙동강 으로 간다는 것이었다. 오후쯤이나 되었을까, 지프에 짐을 싣던 군인들이 하나 둘씩 우리가 머물고 있던 고등학교를 떠나기 시작했다. 나를 비롯한 의무관 몇 명과 학도병들은 이곳에 남으라는 명령이 떨어졌고, 우리는 최소한의 식량과 의약품, 총과 탄알을 챙겼다. 찌는 듯한 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며 붕대와 소독약을 나르다 너와 중대장이 하는 대화를 엿들었다. 조금만 버티라고, 꼭 돌아오겠다고. 그리곤 내일 점심쯤 놈들이 쳐들어 올 거라고. 오늘밤 놈들이 이곳을 조사하러 올 테니 긴장을 늦추지 말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군인들이 빠져나간 학교는 쓸쓸했다. 남은것은 살얼음판을 걷는듯한 긴장과 우리 뿐이었다. 그날 저녁 학도병들은 소란했다. 내일 있을 큰 전투가 걱정되서일까, 아이들은 긴장을 잊으려 각자의 유년 시절로 돌아가 왁자하게 떠들다 곧 잠이 들었다. 달이 떠올랐다. 내일의 비극을 암시하기라도 하듯 눈부시도록 차갑게 빛나는 달이 어둠속에 홀로 우두커니 서있는 학교를 비추었다. 혹여나 두렵진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너를 찾아 빈 교실을 돌아 다녔다. 몇 교실 지나지 않아 창가에 앉아 희미한 달빛에 의지해 무언가를 펼쳐 놓고 열심히 글을 쓰고있는 너를 발견 할 수 있었다. 네가 눈치채지 못하게 까치발을 들어 살금 살금 네 뒤로 다가가 나즈막히 니 이름을 불렀다. "종인아-" "..누나? 나 여기 있는거 어떻게 알고." "그냥, 잠이 안와서 돌아 다니다가 너 보고 들어왔지. 지금 뭐 쓰는 거야? 편지? " "맞아요. 엄마랑..소중한 사람한테 편지쓰고 있었어." 너는 펜을 내려 놓고 글을 써 내려간 낡은 태극기와 내가 오기 전에 적은 듯한 또 하나의 편지를 곱게 접어 네 교복 안 주머니에 소중히 넣었다. 무섭지 않냐고 물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미동없던 네 몸이 떨리더니 이윽고 눈물이 맺힌 네가 나에게 눈을 맞춰왔다. 사실은 무섭다고했다. 무서워서 미쳐 버릴 것 같다고. 그리고 너는 다시 고개를 숙인채 몸을 떨었다. 조용히 일어나 네 곁으로 가 너를 품에 안고 토닥여 주었다. 한 품에 들어오는 너는 생각보다 말라있었다. 꼭 지킬거라고 했다. 두고 온 어머니도, 그리고 나도. 그 즈음 우리 둘 사이에는 미묘한 감정이 싹트고 있었다. 어김없이 날은 밝아왔고, 중대장의 당부와는 다르게 어젯밤 놈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몇시간 뒤면 점심이 된다. 어젯밤의 왁자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오늘은 다들 말 없이 서로를 멀뚱히 쳐다보기만 했다. 소리없는 침묵속에서 탱크 소리가 들렸다. 밥을 먹다 말고 총을 고쳐매고 뛰어나간 아이들은 어설프게 전투자세를 취하곤 적들을 경계했다. 대장쯤으로 보이는 사람이 여유롭게 걸어나와 제안을 했다. 여기서 항복하면 피를 보지 않고 끝내겠다고. 술렁거리는 아이들 사이에서 네가 걸어나와 항복따윈 없다며 단호히 말했다. 적군의 대장은 코웃음을 치며 제 발로 굴러들어온 기회를 차버린 쪽은 너희 라며, 두시간 뒤에 보자는 말을 남기곤 탱크를 타고 사라졌다. 옥상으로 모든 짐을 옮겼다. 이것 저것 분주하게 준비하는데에 두시간은 빠듯했다. 일층부터 옥상까지 아이들은 방어 태세를 취하고 늘어섰다. 옥상으로 올라가며 종인이는 나에게 위험하니 숨어있으라고, 꼭 지키겠다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말한뒤 잠시 망설이다 내 입술에 짧게 입맞췄다. 그제야 나는 확신했다. 너와 나 사이의 미묘한 감정이 사랑이라는것을. 야속하게도 시간은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어 있었다. 시끄러운 탱크소리가 연이어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다른 의무관 몇몇과 교실로 숨었고, 이윽고 복도는 놈들의 소름끼치는 군화 소리로 가득찼다. 순간의 정적 후 들려오는 비명소리와 총소리에 몰려오는 두려움에 미쳐버릴 것 같아 몸을 웅크리고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코 끝을 찔러오는 피비린내에 구역질이 올라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미칠것같은 두려움에 희미해지는 정신을 간신히 붙잡고 있었을 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국군이 돌아온 것이었다. 재빨리 웅크려 있던 교단 밑에서 나왔다. 인기척에 고개를 돌려 나를 발견한 중대장은 몹시 놀란 듯 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익숙한 얼굴의 시체가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몰려오는 토기에 눈을 꽉 감고 코를 막았다. 살아 남은 것이었다. 문득 네 생각이 났다. 발밑에 무엇이 밟히든 개의치 않고 미친듯이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은 고요했다. 믿을 수 없었다. 누워있는 너를 향해 다가갔다. "종인아, 일어나.." "..." "일어 나라니까?" 너는 눈을 감은채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뒤따라온 중대장이 나를 일으켰다. 온몸에 힘이 빠져 비틀거렸다. 네 옷에서 삐져나온 천 조각이 보였다. 홀린듯 다가가 두장의 천을 주워 들어 떨리는 손을 애써 부여잡고 천조각을 펼쳤다. 어젯밤 네가 쓰던 편지였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 차가운 땅바닥에 주저 앉은 채 멍하니 편지를 펼쳐 읽어 내려갔다. 사랑하는 누나에게 누나, 보고있어? 누나가 이걸 볼 때 쯤이면 나는 살아 있으려나 모르겠네. 꼭 살아서 누나랑 고향에 내려가서 우리둘이 신혼 살림 차려서 알콩달콩 살고싶다. 아마 내가 누나를 좋아하기 시작했을 때는 우리가 새벽까지 얘기를 나눴을 때인것 같아. 누나도 나를 좋아했으려나. 좋아했겠지? 누나, 나 사실 많이 두려워. 죽는게 무서운게 아니라 다시는 누나 얼굴을 못본다고 생각하니까 그게 좀 무섭다. 꼭 살아서 누나 곁으로 갈게. 그때까지만 버텨줘. 사랑해,ㅇㅇㅇ. 아무말도 나오지 않았다. 일어설 힘 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죽기 살기로 기어가 차갑게 식은 너를 품에 안고 엉엉 울었다. 얼른 일어나라고, 나 좀 봐달라고 미친듯이 흔들었다. 그렇게 너는 떠났다. 전쟁은 끝났다. 어느 누구의 승리도 아닌, 서로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채 전쟁은 종결되었다. 시간은 흘렀고 모든것이 잊혀져 가는 듯 했지만 너는 문신처럼 내 안에 남아 나를 괴롭혔다. 종인아, 잘 지내? 이 곳은 여름이야, 엄청 덥다. 그 곳은 좀 시원하니? 그러고 보니 이맘때쯤 우리가 만났었는데, 기억나? 오늘따라 바람이 많이 부네. 비가 오려나봐. 나는 이제 많이 늙었어. 주름도 많이 늘어나고 허리도 굽었어. 남들은 흉하다고 손가락질 하겠지만 너라면 이런 내 모습도 사랑해 줬을텐데. 오늘따라 더 보고싶네, 이만 줄여야 겠다. 더 쓰면 눈물 날 것 같아. 내일 또 올게, 사랑해 종인아. 오늘도 네 무덤가에는 무수히 많은 편지들 사이로 또 한장의 편지가 쌓인다. 너의 숨결을 느끼려 가만히 무덤에 기대어 귀를 대본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른다. 바람이 분다, 네 품처럼 포근한 바람이. 바람을 타고 네 목소리가 실려온다. 읽어주신 여러분 모두 좋은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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