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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별에서 왔니? 크리스마스 현명번외

흰색별은 미래의 명수 시점입니다. 이번 번외는 2021년 기준입니다.


 

04.5 안녕, 나의 크리스마스


04.5  안녕, 나의 크리스마스.



오늘 아침에는 빨리 눈이 떠졌다. 요즘에는 회사에서 하는 온갖일들 때문에 피곤함에 쩔어서 매일 아침이면 잠과의 싸움을 하던 때와 달리 더군다나 휴일인 오늘 눈이 퍼뜩 떠졌다. 왜냐고? 오늘이 바로 모든 연인들이 선물을 주고받는다는 해피 크리스마스니까. 핸드폰을 켜서 시계를 보았을때는 핸드폰의 디지털시계가 오전 6시47분을 표시하고 있었다. 집안이 썰렁해서 이불속에서 나오고싶지 않았지만 오늘을 위해 미리 준비하기 위해서 잠과의 싸움을 떨쳐내고 침대에서 나왔다. 공기가 차서 순식간에 팔에 소름이 돋았다. 바닥에 널부러진 실내용슬리퍼를 우겨신고 화장실로 향했다. 세면대앞으로 가서 따뜻한 물이 나올때까지 수도꼭지를 살짝 열어두었더니 이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뜨거운 물이 나왔다. 손을 가져다대니 너무 뜨거워서 살짝 온도를 낮춘 후, 세면대에 물을 받아놓고 세수를 시작했다. 오늘은 귀찮지만 고양이세수가 아닌, 목과 귀 뒤까지 깨끗하게 빡빡 문지르고 비누,폼클렌징을 써가면서 깨끗하게 얼굴을 닦아주었다. 물로 다 헹군뒤 내 얼굴을 보니, 캬- 이런 조각미남은 어디를 가야 찾아볼수 있을까, 싶을정도로 완벽하기 그지없었다. 잠깐동안 내 얼굴을 감상하다가 보니까 머리에 까치집이 올려져있었다. 떡져있는 머리를 보고 나니까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결국, 오늘만큼은 겨울에는 추워서 자주하지 않았던 목욕을....! 하러 사우나에라도 가야할것같다. 그래도 날이 날인만큼 우현이에게는 더 깨끗한 나의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 귀찮지만 사우나에서 한번 시원하게 때도 밀고, 비누칠도 한번 해주어야겠다. 그 생각에 수건으로 얼른 얼굴의 물기를 닦아내고 방으로 들어와서  추리닝바지위에 반팔티셔츠, 그 위에 패딩점퍼하나 걸치고 따뜻한 기모양말을 신은 후 지갑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문을 열고 나와보니까 새벽빛이 저물어들어가는 남색빛하늘에서는 하얀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어제 TV에서 얼핏 오늘이 화이트크리스마스가 될 예정이라는 얘길 들었던것같다. 복도앞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어서 주위를 둘러보았더니 이미 온 지대가 하얗게 덮여있었다. 아직 사람들의 발자국이 찍히지도 않고, 흙탕물도 튀기지 않은 새하얀 눈에 나도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도 아침이라서 그런지 날씨가 많이 쌀쌀해서 금방 추워졌다. 눈이 더 쌓이기 전에 얼른 갔다와야겠다싶어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집에 들어왔더니 벌써 시계가 9시30분을 향해 달리고있었다. 오늘이 성탄절이라 많은곳이 휴업을 한다는 사실을 깜박하고 헤매는 바람에 결국 집에서 20분정도 걸리는 거리의 24시간 사우나를 갔다왔다. 그냥 집에서 편하게 씻으면 됐지만 왠지 오늘만큼은 더 깔끔하고싶었다. 우현이와 약속한 장소까지 시간맞춰가려면 지금부터 준비해도 촉박했다. 입고있던 패딩과 반팔티, 추리닝바지와 양말을 다 벗어던지고 옷장을 열어 어떤옷을 입을지 고민했다. 바지는.....내가 아끼는 블랙진으로! 비싼돈주고산거라 잘 못입는건데 이럴때 아니면 언제 입겠어. 일단 바지는 정해졌고.....그 다음엔 윗도리를 골라야지. 옷들을 주욱 훑어보니까 죄다 매일 입고다니는 검은색 옷들밖에 보이지 않았다. 항상 우현이를 만날때마다 입던 옷들이라서 너무 식상했다. 명색이 크리스마슨데....너무 까만 옷들만 입는게 아닌가 싶어서 혹시나 다른 옷이 있을까 옷사이를 뒤적이던 중에 두툼한 검은색 겨울옷사이에 껴있는 빨간빛의 니트를 찾았다. 나한테 이런옷이 있었나싶어서 옷을 꺼냈더니 옷에는 순록무늬가 새겨져있었고 조명을 받으니 약간 와인빛의 컬러도 띄었다. 좋았어, 오늘은 너로 정했다! 니트에 걸린 옷걸이를 빼서 침대위의 바지옆에 고이 던져두었다. 니트만 입기에는 추운데다가 너무 밋밋하니까 내가 아끼는 남방들중에서 검은색체크가 수놓인 남방을 꺼내어 니트위에 올려놓고 남방안에 입을 따뜻한 긴팔옷과 남방과 니트사이에 안보이게끔 가볍게 걸칠 v자넥얇은 니트도 꺼내었다. 드디어 오늘의 코디 완료. 침대에 앉아서 옆에 놓인 바지통사이에 발을 넣어서 끝까지 주욱 잡아올렸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서 몇번 총총걸음을 뛰면서 바지를 허리까지 완벽히 올리고 버클을 잠그려고 보니 팬티라인이 영.....별로다. 혹시 모르는 일인데 팬티라인이 예쁜게 보여야지. 다시 바지를 벗고 옷장에서 아껴두었던 비싼 속옷을 꺼내어 갈아입고 다시 바지를 입었다. 버클, 지퍼를 다 채우고 거울을 보았더니 역시 바지위로 살짝 보이는 팬티라인이 예술이다. 다시한번 자아도취에 빠졌다가 시간이 얼마 안남았단걸 깨닫고 얼른 나머지 옷들을 주섬주섬 챙겨입었다. 니트까지 다 걸치고 보니까 뭔가 밋밋한것같아서 작년에 남우현이 선물해주었던 땡땡이무늬의 연노랑빛의 나비넥타이가 생각이 났다. 약간 귀여운 느낌도 줘볼까 싶어서 서랍에 고이 간직해둔 케이스를 열어 그 안에 놓인 나비넥타이를 얼른 목에 걸쳤다. 음. 이정도면 오늘 남우현도 내가 멋지다고 해주겠지? 마무리는 향수가 빠지면 안되지. 서랍위의 조그만 책상공간을 수놓은 기초화장품들 사이에서 향수를 찾아서 손목에 뿌린 후, 살짝 문지르고 목뒤에도 가볍게 문질러주었다. 내 방 한쪽에 고이 모셔진 가방들중에 올해 여름에 아르바이트한돈으로 모아서 산 가방하나를 걸쳐메고 나왔다. 우현이와 만나기로 한 명동까지 시간이 좀 걸릴것같았다. 버스정류장에서 손을 비비며 버스를 기다리던중 우현이에게 문자가 왔다.

「출발했어?」
「응. 지금 버스기다리는중!!」
「나도 지금 가는중임. 얼릉와!. ^3^」

우현이의 애교섞인 문자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그 새에 버스가 도착해서 얼른 버스에 올라타 자리가 빈 뒷좌석에 앉았다.

버스가 계속 달리다가 어느 구간부터 막히더니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않았다. 약속장소근처에 다 왔는데 하필 근처에서 막히니까 더 짜증이 났다. 벌써 10분 정도된것같다. 시간을 확인해보니까 이미 약속했던 시간을 조금 넘겼다. 우현이가 기다릴까봐 전화를 해야겠다싶어서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않았다. 이럴때 꼭 전화를 안받아.....아무래도 여기서 내려서 뛰어가야할것같다. 마침 버스가 멈춘곳이 인도근처여서 괜찮을것같아 기사님께 하차시켜달라고 했다.

눈이 쌓여서 미끄럽지만 나를 기다리고 있을 우현이를 생각해서 열심히 뛰고뛰었다. 계속 뛰다보니까 마지막으로 건너면 되는 신호등이 나왔다. 아직 빨간불이라서 멈춰야하는동안 숨을 돌렸다. 숨을 돌리면서 주변을 봤는데 횡단보도에 반쯤 걸친 차 한대가 멈춰있었고 그 주변엔 경찰들이 있었다. 차들은 그 옆을 찔끔씩 지나가고 있었다. 다시 보니 이곳에서 사고가 났었던것같고 그게 버스가 막힌 이유였다. 잠깐 기다리니까 금새 초록불로 바뀌었다. 발을 떼려는 차에 우현이에게 전화가 왔다. 잽싸게 통화버튼을 눌렀다.

"어, 나 다왔...."

「혹시 이 휴대폰 주인 지인분되시나요?」

"....네? 네....그쪽은 누구시죠?"

「여기 한사랑병원 응급실입니다. 지금 교통사고로 실려오셨어요」

"네?!"

이게 무슨 청천벽력같은 소리지? 교통사고라니? 다시 횡단보도 주변의 차를 보았다. 설마....저게 우현이가 사고난 거라고....?

택시를 잡아서 급하게 병원으로 왔다. 너무 급해서 잔돈도 받지않았다. 전화를 건 간호사가 알려준 병원응급실로 뛰어들어갔다.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지않았다. 그래서 지나가는 간호사를 붙잡고 방금 교통사고로 실려온 사람이 어디있느냐고 다그치듯이 물었더니 '아...' 하면서 말을 흐리다가 나를 데리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날 데리고 간 곳에는 우현이가 없었고 다만 하얀천이 덮인 사람이 누운 침대만 있었다. 부들부들 손이 떨렸다. 침대맡으로 다가가서 떨리는 손으로 천의 끝자락을 살짝 내렸다. 침대에 누운 사람의 얼굴을 보고, 나는 그 자리에서 기절해버렸다.

눈을 떴을때 내 옆에는 우리엄마와 우현이의 어머니가 같이 계셨다. 내가 기절한 후 바로 그 자리에서 응급조치된듯했다. 우현이의 어머니는 계속해서 오열하고 계셨고 우리엄마는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계셨다. 그걸 보고 다시 우현이 생각이 나서 급하게 침대에서 일어나 우현이를 찾았다. 어지럽고 빛이 밝아서 눈이 침침해졌다. 다시 우현이가 누웠던 곳을 찾았지만 이미 그곳은 깨끗하게 비워져있었다. 나는 그자리에 털썩 주저앉았고, 머리가 깨질정도로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우현이의 장례식이 진행되는동안 내내 우는바람에 몇번 실신하기도 했다. 우현이의 장례가 모두 끝난 후 집으로 돌아와서 곧장 방에만 박혀있었다. 한 해가 오늘포함 단 이틀뿐이 남지않아 연말분위기로 전국이 술렁였지만 나는 웃을수 없었다. 크리스마스 이후로 지금껏 물한방울도 마시지않았다. 지금 온몸이 바싹 타들어갈것같았다. 하루가 의미없이 울다가 지쳐서 잠이들고 다시 깨면 울기를 반복하는걸로 끝난다. 핸드폰의 사진첩을 뒤져보아도 사진찍는게 싫어서 우현이가 같이 찍자고 할때마다 싫다고 빼서 나와 우현이가 함께인 사진을 찾을수없어서 더욱 슬펐다. 고작 남은거라곤 우현이와의 문자와 우현이 독사진 한장, 그리고 내 머릿속의 추억들뿐이다. 다시금 떠오르는 기억들때문에 괴로움의 눈물을 잔뜩 쏟다가 다시 하루가 지났다.

눈을 떴을땐 벌써 2021년의 마지막 날이었다. 시간은 정오를 지난지 얼마 안되었다. 거울을 보니 내 꼴이 말이 아니었다. 그래도 우현이가 있는 납골당을 올해가 끝나기전엔 가야할것같았다. 초췌한 모습으론 갈수없어서 화장실로 들어가 샤워부터 했다.

샤워를 끝내고 옷장에서 검은 정장을 꺼냈다. 우현이가 나에게 선물한 재킷을 같이 꺼내어서 바지부터 와이셔츠, 넥타이와 재킷을 입었다. 사실 갈까말까 계속 갈등되었지만 마음이 자꾸 재촉하는 바람에 결국 집을 나섰다.

납골당에 도착했을때는 어둑어둑한 오후시간대가 되었다. 납골당근처에서 흰 국화를 몇송이 사서 들어갔다. 우현이가 담긴 곳을 잠시 찾아헤매다가 결국 발견했다. 우현이의 사진을 보는순간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사진속에는 아주 환하게 웃고있는 우현이가 있었다. 그 사진을 계속 보고있었더니 머리가 어지럽다가 구역질이 날것같아서 재빨리 그곳을 나왔다.

집근처의 포장마차에서 홀로 술을 마셨다. 드라마주인공처럼 과거를 회상하며 술을 마실 여유따윈 나에겐 없었다. 그냥 잔이 비면 다시 채워서 마실뿐이었다. 그러던 중 문자메시지가 도착해있어서 메시지를 확인했더니 30분남은 올 한해 잘 보내고 새해 복받으라는 문자였다. 그 문자를 보고 비로소 올해가 30분뿐이 안남았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나는 그자리에서 일어나서 술값을 계산하고 포장마차를 나왔다.

포장마차에서 나와 평소 다니던 근처 성당으로로 향했다. 성당에서는 새해맞이때문에 예배당을 열어놓았다. 나는 그중에서 빈 예배당을 향해갔다. 그리고 예배당 맨 앞 의자사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하나님.....저를...저를 우현이가 있는 곳으로 보내주세요....제발...."

눈물이 터져나왔다. 서러워서 나를 우현이에게 보내달라는 말을 반복하며 울부짖었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바닥에 엎드려 울던 나는 모든게 부질없단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미치자 나는 울음을 그치고 그 자리에서 일어나 중앙 설교대로 향했다. 그 곳에는 담당신부님의 십자가가 놓여있었다. 나는 그 십자가를 들고 벽에 큼직하게 걸린 십자가앞에 섰다. 그리고, 내가 든 십자가를 거꾸로 잡아 역십자가가 되게 하고 기도했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도 좋으니 우현이를 다시 만나게 해달라고. 시간을 거슬러서라도 우현이를 만나게 해달라고. 다시 눈물을 흘리며 주문외우듯 빌고 또 빌었다. 그리고 결국, 그 소원은 이루워졌다.


작가의 말

크리스마스라서 슬픈 잉여가 새벽에 급! 꼴려서 쓴.....크리스마스특집 새드 번외에요. 새벽에 쓴 덕에 감수풍부팍팍 들어가서 은근 오글거리는것도 있을수 있어요. 어느별에서 왔니? 의 전체적인 내용과도 연관이 있어요. 읽어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우현이를 보던 미래명수의 표정이 좋지 않았죠? 네.....

하여튼 제 글을 읽어주신 분들도, 다른 모든 분들도 메리크리스마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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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흙흐흙흐극 명수죽는건가요?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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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헐뭐에열?!1전왜이글을처음보는가여류ㅠㅠㅠㅠㅠㅠㅠ01ㅍ부터보러가야겠성열그대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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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아련하다ㅠ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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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현명!!!!!! ㅠㅠㅠㅠㅠ 왜 이걸 지금 봤죠 ㅠㅠㅠㅠ
13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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