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TE YOU
W. 일편현심
01
'악연' 이 단어는 짧은 두글자에 무수히 많은 과정을 담는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악의적인 관계가 된다는건 유쾌한일이 아님은 분명한 사실 이다. 마주치기 싫어지는건 당연하고 결국에는 피하고만 싶어지는 그런 관계, 사이, 사람. 나 사는 인생에 누구나 두고 싶어 하지 않는 단어. 그런 사람이 눈을 뜨고 숨을 쉬고 잠을 자는것 처럼 떼어낼래야낼수 없는 의미에 존재 한다면, 그 악연은 어떻게 떨쳐버릴수 있을까.
* * *
남들과 다른 성정체성을 나 스스로 깨달은건 중학교 3학년때. 한참 방황 하던 시절 이었다. 아빠와 엄마가 이혼을 했고 나는 아빠한테 누나는 엄마한테 보내져 서로 떨어져 이제는 남남이 되었다. 가정 이전에 가족 이라는 의미도 제대로 성립 되지 않는 이 집에 이혼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하였다. 하지만 난 아무 죄 없이 알콜중독자 아빠의 폭력, 폭언에 시달려야 했고 엄마와 누나는 자신들을 대신해 총알받이로 날 떠넘기고 가버린거였다. 난 버림 받았고 짓밟혀졌다. 그런 날 보살펴준건 형 이라고 부르기는 좀 애매한 나이의 옆집 형. 난 그 형이랑 잤고 아빠는 재혼을 했다. 내가 옆집 형이랑 처음 잔 날 아빠는 재혼을 한다며 일방적인 통보를 했다. 누구랑? 우리학교 개날라리 남우현네 엄마랑. 그리고 난 그 남우현이랑 이미 섹스를 한 사이 였고. 그런 우리가 하루 아침에 형제가 되었다. 좋게 말하면 서로 호감을 갖고 있던 우리는 이제 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난 좆 같은 사이가 되었다. 한번은 남우현이 나를 전치 5주가 나올 정도로 패버린적도 있었고 난 남우현을 칼로 찌른적이 있었다. 시작부터 떡치는 더러운 관계로 시작 하더니 결국은 이런거다. 남우현과 난 이상한 타이밍에 서로 악연이 되었다.
* * *
" 뭘 쳐다봐. "
남우현이 물을 마시는 나를 쳐다본다. 아무 감정도 의미도 담기지 않은 무표정한 얼굴과 눈빛. 난 저 표정과 눈빛이 싫다. 또 칼로 찔러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 정도로. 아직도 칼자국이 선명한 남우현의 잘난 복근이 자리하는 배에.
" 니 옆집 새끼랑 그만 떡치고 다녀. "
" 이 씨발새끼가…. "
마시던 물컵이 비스듬해져 물이 세는줄도 모르고 그대로 남우현을 향해 걸어가 남우현의 입을 틀어 막았다. 지 입을 틀어막는 내 행동에 실실 쪼갠다. 얌전히 휘어지는 저 선한 눈꼬리가 예전에는 꽤나 좋았었는데 지금은 그냥 재수없다. 그러니까 싫다. 집에 니 엄마 있는데 그걸 소리 내서 말해? 아주 죽고싶지. 어?
" 내가 그러던지 말던지 뭔 상관인데. "
" 너 볼때마다 구역질나. "
" 그럼 토해 씨발놈아. "
" 더러운 니 뒤도 모르고 박은 내가 미친놈이지. "
" 입 다물고 보던 텔레비전이나 쳐 봐. "
남우현의 눈에 조롱섞인 비소가 서린다. 남우현은 또라이다. 근데 나도 또라이다. 술집년 아들이 고상한거 따지다니 그거 좀 재밌네. 비웃는 내 말에 남우현이 집어 먹고 빈 과일접시를 내 얼굴에 던졌다. 깨진 유리조각에 베인 이마에서 빨간 피가 뚝뚝 떨어졌다. 나도 지지 않고 물컵을 집어 던졌다. 남우현의 이마에서도 빨간 피가 뚝뚝 떨어진다. 누구하나 악 소리 내지를 않았다. 이러고 지낸지도 반년. 이 악연의 끝이 안보인다.
남우현의 입이 벌어지고 벌어지는 입 사이로 피가 흘러들어간다.
" 나랑자자. "
* * *
호적상 남우현은 내 동생 나는 형. 근데 지금 상황은? 침대에 누워 뒹구는 사이? 아니다. 남우현과 형제가 되고 나서는 절대 몸을 섞지 않았다. 그건 좀… 아니, 많이 언짢은 일 이었다. 그전에도 남우현을 사랑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호감은 갖고 있었다. 아빠가 재혼을 한다고 일방적인 통보를 해왔을때 조금이지만 좋은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정말 가족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게 개날라리 남우현의 엄마라도, 남우현과 내가 섹스한 사이라도, 남우현의 엄마가 술집여자라도 난 그 작은 희망을 놓을 수 없었다. 그런 남우현과 또 다시 섹스를? 난 그렇게나 막나가는 놈은 아니었다. 이 남자, 저 남자와 자고 다녀도 그건 아니었다. 근데 아마도 남우현은 그게 마음에 안들었을지도 모른다. 저 새끼는 꽤나 막나가는놈 이니까.
" 성규야, 괜찮니? 엄ㅁ…, 아줌마가 미안해. "
자신을 엄마라고 칭하려던 아줌마는 다시 말을 고치고서는 내 얼굴을 살핀다. 난 괜찮다며 작게 웃어 보였다. 저도 남우현 얼굴 찢어놨는데요, 뭐. 제가 더 일방적으로 맞기는 했지만. 소리없이 말을 삼키고 아줌마를 쳐다보았다. 이쁘다. 또 착하다. 근데 왜 우리 아빠 같은 사람이랑? 남우현을 비웃기 위해 아줌마를 비웃은 사실이 괜히 마음에 걸린다.
" 근데 왜 또 싸운거니? "
원래 서로 유리 집어 던지고 끝날 일 이었는데 남우현이 떡치자고 해서요. 거절 했더니 절 때리더라구요. 라고 차마 말 할 수 없는 난 그냥요. 하며 말 끝을 흐렸다. 아줌마는 자신이 더 아픈거 마냥 얼굴을 찌푸렸고 난 터진 아랫입술을 짓이겼다. 그러자 아줌마가 내 입술을 조심스레 이 사이에서 빼내며 그러지 말라고 한다. 허ㅡ. 남우현 친엄마 맞아요? 이렇게 착한 아줌마가 성격 개차반인 남우현을 낳았을리가 없는데 진짜 낳은게 맞아요? 주워온 자식 아니예요? 하고 묻고 싶어졌다.
" 지랄. 나 다친건? 어? 안보여? "
언제 왔는지 팔장을 끼고 아니꼬운 눈빛으로 나를 보는 남우현이 서있었다. 씨발새끼. 나 죽어라 밟고 존나 팬 놈이 겨우 이마 찢어진거 가지고 지랄 유세야. 지랄은 니가 떠는거 아니냐? 이 좆 같은 놈아. 아무래도 나와 남우현은 가족이 될 수 없을것 같다. 마치 내 친엄마와 누나 처럼. 호적은 같아도 날 위하지 않았으니까. 아줌마가 날 보지 않을때 남우현을 향해 뻑큐를 날렸다. 미친새끼. 내가 니랑 떡칠 일은 절대 없네요. 성규의 의미를 아는 우현이 이를 아득 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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