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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 당신은 따뜻합니다

 

 

 

학교에서 맞는 올해의 봄은, 지금껏 경험했던 봄 중에 가장 설렜다. 

그것은 단순히 만개한 벚꽃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학생회장의  

 

 

 

 

 

선생님을 처음 만난 것은 올해가 아니다. 물론 좋아하기 시작한 것도 올해가 아니다. 부모님의 사정으로 외국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타국의 학교에 혼자 덩그러니 떨어졌을 때, 낯선 나라와 낯선 학교, 그리고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앞으로 걸어가지 못하고 있을 때. 그 때 선생님을 처음 만났다. 

 

 

사실 '만났다'라고 표현하기 보다는 '보았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입학식 날, 새로 학교에 부임하신 선생님들을 소개하는 시간이었다. 강당에는 여러명의 선생님들이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단 한사람 뿐이었다. 이유가 뭐였을까?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정말 그냥이었다.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몸은 뻣뻣하게 굳어있었고, 얼굴 또한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마치 나를 보는 느낌이었다. 굳어있는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남자가 남자에게 귀엽다고 말하는 게 어색하지 않냐고? 만약 그 자리에 나와 같은 상황으로 서서 그를 바라봤다면 모두가 같은 반응일 것이다. 확신할 수 있다. 

 

 

약간은 옅다고도 할 수 있는 머리카락과 백인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새하얀 피부. 멀어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회색빛을 띄는 듯 보이는 눈동자. 분위기가 너무 오묘해서, 그렇게나 떨어져 있었는데도 그의 몸에서 나는 달콤한 커피향기가 내 코를 감싸는 듯한 착각까지 느낄 정도였다. 

 

 

 

 

"다음, 독일에서 오신 '다니엘 린데만' 선생님입니다." 

 

 

 

 

멍하니 선생님을 바라보고 있었더니 어느새 선생님이 호명되었다. 선생님은 이내 깊은 숨을 내쉬더니 긴장했던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온화한 미소를 띄우고 학생들에게 인사했다. 그 때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나도 모르겠다. 선생님 자체의 모습에도 멍했는데, 그 미소는 너무 예뻐서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어떻게 사람의 표정에서 그의 체온이 느껴질 수 있었을까. 그 미소를 본 순간 안그래도 하얗던 머릿속이 새하얘지며, 마치 부드러운 담요를 온 몸에 감싼듯이 따뜻해졌다.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 따위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선생님은 내 안에 들어왔다. 새로 부임하신 선생님이시면 1학년 담임으로 배정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품었지만, 선생님은 기대를 저버리고 2학년 담임을 맡게 되셨다. 1학년은 수업도 들어오시지 않는데다가 교무실도 다른 층에 있어서 볼 기회가 거의 없었다. 물론 그 1년동안 선생님을 잊어버릴 수는 없었다. 혹시 선생님이 볼일이 있어 내려오실까봐 1학년 교무실에서는 거의 살다시피했고, 다른 선생님들의 심부름도 마다하지 않았다. 혹시 다니엘 선생님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 짧은 한 문장이 나의 모든 행동을 설명해주었다. 

 

 

쉽지는 않았지만 간간히라도 선생님을 눈 앞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내게 만족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담임 선생님 심부름으로 인해서 처음으로 마주한 다니엘 선생님에게서는 아니나 다를까 달콤한 커피향기가 풍겨져 나왔고, 눈 앞이 아찔했다. 그 달콤한 향기를 맡으며 선생님의 눈동자에 맺혀있는 나를 보니 아무런 대화도 하지 않았는데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결국 입도 뻥끗 못한 채 프린트만 전달하고는 도망치듯이 교무실을 빠져나왔다. 그 날 밤 침대에 누워서 태어나서 가장 큰 후회를 해 본 것 같다. 

 

 

그 뒤로는 용기를 내어, 물론 개인적인 이야기가 아닌 다른 선생님의 전달사항 따위가 대부분이었지만 약간의 대화도 했다. 선생님의 목소리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부드럽고 감미로웠다. 희뿌연 우유의 색깔을 가진 목소리였다. 그 다음 교시에서 그 목소리가 귀에 맴돌아서 수업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결국 벌을 섰다. 

 

 

선생님 덕에 두려움을 떨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친구도 많이 생겼고 접촉이 잦은 선생님들 사이에서는 믿음직하고 성실한 학생으로 일컬어질 수 있는 학생이 되었지만 여전히 다니엘 선생님께는 가끔씩 보이는 1학년생일 뿐이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어느 날은 그 사실에 조금 슬프기도 했다. 처음에는 멀리서만 봐도 좋았는데, 가까이에서 보고 나니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목소리를 듣고 나니 나를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왼쪽 가슴에 '알베르토 몬디'라고 적혀있는 이름표를 당당하게 붙이고 있는데도, 단 한번도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다는 사실이 서운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혼자 설렜던 1학년은 흘렀다. 

 

 

2학년이 되었고, 나는 또다시 기대하고 또다시 실망했다. 내가 1학년일 때는 2학년 담임을 하시더니 내가 2학년으로 올라오니 1학년 담임을 맡으셨다. 물론 이것이 선생님의 소관이 아니라 학교에서 정해주는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지만 괜히 선생님께 서운했다. 또 교무실도 달랐다. 뭐, 그래. 1학년 때처럼만 하자. 그러면 가끔씩이라도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까. 어차피 선생님은 남자이고, 나도 남자여서 이런 내 감정이 선생님께 전해질 수 있다는 생각은 하기 힘들었다. 차라리 안하는 것이 더 마음 편할 것 같기도 했다. 그냥 1학년 때처럼만. 그정도 선에서 만족하자. 이름을 알아주지 않아도 내가 선생님을 아니까 그걸로 됐다고 자신을 위로했다. 그 위로는 나름 효과가 있었다. 선생님은 여전히 나를 알아주지 않았지만, 선생님의 얼굴을 마주하고 선생님의 목소리를 내 귀에 담을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아니, 만족하려고 노력했다. 

 

 

2학년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이제 곧 학생회장 선거가 있을 예정이라고 담임선생님께 말씀을 들었다. 그리고 추천을 받았다. 의도치 않게 쌓아놓은 성실한 이미지 때문이겠지. 앞에서 나서는 성격과는 거리가 멀지만 해봐서 나쁠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다니엘 선생님은 학생부에 소속되어 있으니, 만약에 학생회장이 되면 더 접점이 많아지지 않을까. 내 이름을 그 부드러운 목소리로 들을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나서, 어떻게 하다보니 나는 정말 학생회장이 되어 있었다. 

 

 

새삼 신기했다. 나는 단지 다니엘 선생님을 좋아했을 뿐인데 여러가지 일들이 일어난 느낌이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선생님.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3학년으로 올라가는 겨울방학 때, 같은 반이 된 소식이 빠른 친구에게서 믿을 수 없는 말을 들었다. 우리 반 담임이 다니엘 선생님이라는 이야기였다. 새로 부임하셔서 몇 년간은 1학년과 2학년만 맡으실 거라고 생각했던 내가 바보같이 느껴졌다. 선생님이 이 학교는 처음이지만 학교 자체의 첫 부임은 여기가 아니었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왜 계속 그렇게 생각했을까. 

 

 

새 교실로 올라가는 길이 이렇게 떨릴 줄은 상상도 못했다. 다른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강당에서 선생님의 미소를 처음 봤을 때가 심장이 멎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심장이 너무 세게 요동쳐서 아플 지경이었다. 새 교실에 들어서고, 익숙한 얼굴들을 향해 인사하며 비어있는 맨 앞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초조하게 기다렸다. 아둥바둥해서 겨우 교무실에서 잠깐 본 것과 담임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로 앞으로도 계속 보게될 것이라는 걸 알고 있는 상태에서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차이가 컸다. 그리고, 종이 쳤다. 

 

 

곧 앞문이 조심스럽게 열렸고, 내가 기대하던 그 사람이 들어왔다. 늘 교무실에서 앉아있는 모습만 보다가 이렇게 교단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보니 느낌이 달랐다.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하셨다. 칠판에 적힌 '다니엘 야콥 린데만'이라는 이름을 멍하게 바라봤다. 실감이 나지 않았다. 선생님과 가까운 사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내 안의 선생님의 이름은 줄곧 '다니엘 린데만'이었다. 그 가운데에 '야콥'이 추가된 것은 내가 앞으로 선생님에 대해서 더 많이 알아갈 수 있다는 것을 확신시켜주는 것 같았다. 

 

 

심하게 뛰는 심장을 어찌하지 못하고 있을 때, 선생님이 출석을 부르기 시작했다. 우리반 아이들 하나둘씩 이름이 불려지고 대답했다. 그리고, 

 

 

 

 

"알베르토 몬디." 

 

 

 

 

내 이름이 온화한 목소리를 타고 그의 입에서 나왔을 때, 나는 그를 멍하니 올려다보는 것 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 

안녕하세요 여운입니다! 

글잡에서 쓰는게 너무 오랜만이라 어색하지 않을지 모르겠네요 ㅠㅠ 

 

앞으로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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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잘 봤어요 ㅠㅠㅠㅠ 아후 내가 다 신입생 된 것 같은 기분 ㅠㅠㅠㅠ
8년 전
여운
그런 느낌을 내려고 했는데 표현이 된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봐 줘서 고마워요 ㅠㅠ♥
8년 전
독자2
심장이 간질간질해지는 글이예요ㅠㅠㅠㅠㅠ쓰니 표현력 너무 이쁘당!!!
8년 전
여운
으아 심장이 간질간질해진다니 ㅠㅠ 그렇게 말해주다니...! (심장이 뛴다) 봐줘서 고마워요♥!
8년 전
독자3
으어..... 꿀.... 꿀이 흐르는글.....
8년 전
여운
(흐르는 꿀을 모아서 독자님 입에 넣어준다) 봐줘서 고마워요♥!
8년 전
비회원169.235
오ㅓ...와....작가명처럼 진짜 여운남는 글이에요... 브금도 잔잔하니 잘어울리고 더써줘요ㅠㅠㅠㅠ(찡찡대기)
8년 전
여운
으핫 세상에...!! 그렇게 말씀해주시다니 ㅠㅠ 시간날때 중편하편도 다 찔거랍니다 ㅇ.<!!! 봐줘서 고마워요~
8년 전
독자4
다들 생각이 같군요 이름처럼 여운남는 멋진글 감사합니다8ㅁ8
8년 전
여운
멋진글이라니요 ㅠㅠ 제 글 그렇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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