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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날 아침일찍 집을 나섰다. act1/2

브금 소리가 작으니 음량 조절을 해주세요 :)






act1

신발끈을 투박하게 고쳐매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문을 열자마자 추운기가 머리를 쭈뼛하게 만들었다. 아직 온기가 남은 두손을 비볐다. 성규가 아프댄다. 개도 안걸린다는 겨울감기에 걸려가지고 나 원참, 조금은 귀찮았던 아침이었다. 살짝 표정이 일그러졌다. 터벅 터벅 걸어가는 성규와 나는 그 여느때와 다를것 없이 평범했다. 항상 간식거리를 사러갔던 집앞 슈퍼도 그대로였고, 옆집 젊은 청년이 부지런하게 전단지를 붙이는것도 그대로였다.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그때 왜 위화감이 들고 있다는것을 느끼지 못했을까.


아무튼 그날 우린 9시쯤에 병원에 도착했다. 들어서자마자 따뜻한 기운이 몸을 감쌌다. 성규는 조용히 번호표를 뽑고, 차분히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듯 싶었다. 따뜻한 코코아 한잔을 자판기에서 샀다. 고마워, 하는 성규의 말에 싱긋 웃어보였고, 간호사의 부름에 성규는 방으로 들어갔다. 나 몇번방인지도 기억나는거같애. 2번방이었나, 아마 그랬을텐데. 


금방 성규가 나왔다. 어리둥절한 표정이길래 뭔가 싶었더니 내쪽으로 터덜터덜 걸어온다. 

˝ 같이온 사람 있으면 불러오래 ˝


응? 의사 선생님이 그러셨어?,  성규는 동그란 머리를 끄덕였다. 왜 나를부르지. 궁시렁 대며 방을향해 걸어갔다. 왠지 모르게 드는 불안함을 애써 감추려 밝은 표정을 지었다.나 이런거 드라마에서나 봤는데, 보호자가 불려가거나 뭐 그런거. 차디찬 손잡이를 잡고 돌렸다. 동시에 느껴지는 묵직하고. 고요한 공기. 의사선생님의 표정. 그리고 내 밝은표정은 순식간에 찌푸려졌다. 뭐야 분위기 왜이래.


˝ 동반인 되시나요. ˝

의사선생님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아 네, 동반인 맞는데요. 

˝ 성규씨가 말이죠 … ˝





의사 선생님이 뭐래? 나한텐 진단내용 뭔지도 안알려주고, 궁금해 죽겠어!  성규가 심기불편한 얼굴로 약과 물을 삼켰다. 목울대가 울렁, 또 한번 울렁였다. 아, 별거 아니래. 감기라면서 나보고 약좀 잘챙겨주라고, 그러던데. 아 참 죽도 끓여먹이래. 내가 장난스러운 어투로 맞받아 치니 성규는 뾰루퉁히 물을 더 한번 입에 머금었다.

너가 죽을병에 걸렸대. 성규야.





나또한 성규에게 이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몇주 후면 원하고 원하던 성규 너가 데뷔를 할텐데. 무너지는 널 차마 볼수가 없어, 시도 때도 없이 속이 뒤틀리는듯한 통증이 올수 있다고 했다. 곁에서 지켜주라고. 그러셨다.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성규야 나한테 왜이래. 진짜로. 갑자기 오늘 병원을 걸어오던 너와 내가 스쳐지나갔다. 지금 내옆에서 말짱히 걷고있는 너가 보였다. 너랑 내가 만난 순간도. 그리고 헤어질 순간도 눈에 훤했다. 고작 일주일이랬다. 24시간 하고 7일. 


˝ 설렁탕 먹고싶다 우현아, 사줘 ˝


배고픈듯 성규는 말하면서도 배를 만지작거렸다. 순간 너스레 웃음을 짓는 성규가 너무나 예뻐보였다. 응 그래 설렁탕 먹으러 가자. 목소리가 떨리는걸 숨기려고 일부러 더 크게 말했다. 헛기침을 연신 해댔다. 모르고 죽는것이 나을까, 알고 죽는것이 나을까. 결국엔 어차피 죽는거잖아. 철렁, 하고 마음속 무언가가 내리앉았다. 결국엔 죽잖아 성규가.


난 그날 설렁탕을 시키고 먹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너의 모습을 더 내 눈에 담기위해 발버둥치는것일지도 모르겠어 나. 배고팠는지 허겁지겁 밥을 먹는 성규의 모습에 눈시울이 살짝 붉어졌다. 이러지마세요 진짜로. 우리 성규한테 왜이래요, 얘 지금까지 나쁜짓한것도 없는데. 눈물 덕분에 앞이 하나도 안보였다. 뿌옇고, 흐물흐물했다. 들키면 안되는데 남우현 왜이래. 하품하는척 하며 눈물을 연신 닦아냈다.


차라리 눈치라도 채줘 … 너가 곧 죽는다는 말을 내입으로 하면, 그러면… 난…. 



act2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구름이 예뻤다. 낮이 되서인지 추운기가 조금 가신것 같았다. 매일 너와함께 걸어가던 골목길은 어제와 다름없이 우리를 반겨주고 있었다. 처음 만난 순간 얘기가 나왔다. 너 머리짤른날 나랑 처음 만났잖아. 그때 너랑 나랑 어색하게 인사했던거 기억나? 이호원이 억지로 소개시켜줘가지고ㅡ

˝ 그때 너 머리 완전 웃겼는데. 첫인상 완전 대박 ˝


성규가 너털웃음을 지었다. 기억나. 그때 우리 술집가서 난동피우고 그랬었잖아. 이야기는 어느새 점점 깊어져간다. 또한 내마음의 상실감도 더욱더 깊어져간다. 너랑 처음 만났던 그날이 이렇게 생생한데, 지금도 널 볼때마다 예뻐죽겠는데. 일주일이 남았대. 믿기지 않는 현실에 화가났다. 이게 고작 오늘 하루 벌어진 일이라니, 사람 목숨은 어쩌면 엄청 가볍고도 쉬운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영화에서만 보던 비극적인 일이 나한테도 일어날수 있는거구나. 목구멍에 넘실거리는 감정을 꾹 하고 삼켜냈다.


 ˝ 야 남우현. 너 내말 듣고있냐?  ˝


미안, 뭐 좀 생각하다가. 성규 입이 삐쭉하고 튀어나왔다. 앗차차. 이러면 안되겠다. 나혼자 이럴바엔 너와 이야기를 조금더 나누고, 조금더 눈을 맞추는게 나을거같아. 처음으로 이 골목이 조금만 더 길었으면, 하고 생각이 들었다. 김성규는 내 생각을 움직이고, 내마음을 움직이는 존재. 사실 지금까지 내가 몰랐던것은 아니였을까. 내가 생각하는것보다 내 마음을 너가 채우고있던건 아니였을까. 


순간 성규가 앓는소리를 냈다. 어 왜그래. 성규야, 어디아파? 의사선생님이 말하신게 이거였나,싶어서 갑자기 다급해졌다. 성규를 업고선 뛰기 시작했다. 성규가 연신 몸을 베베꼬았다. 으 어떡해 우현아, 나 왜 아프지. 차갑고 새하얀 성규의 손이 내 얼굴에 닿았다. 


아, 어떡해. 김성규는 지금 자기가 왜 이러는지도 몰라. 그냥 감기인줄만 아는데. 이러지마요 신님. 아니 하느님, 제발 우리 성규 살려주세요. 차마 얘한테 말을 못하겠어. 우리 성규 어떡해. 다음달이면 데뷔하는데. 아니다. 일주일만 남았다고 해도 죽기 전만 아프게 해줘요 제발. 7일동안이나 얘 이러는거 못보겠어요 진짜.


뛰면서 온갖 생각이 다들었다. 여기서 내가 말할까, 너 죽는다고. 말하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나랑 너는 어떻게 되는걸까. 엄두 조차가 안났다. 성규가 울컥대더니 피를 쏟았다. 조금만 기다려, 집 가서 진통제 먹여줄게. 어르듯이 말했다. 추운 겨울인데도 남자를 업고 뛰니 온몸에 땀이 흥건했다. 힘든것도 모른채 죽어라 뛰었다. 조금이라도 너의 고통을 덜어줄수있다면 그뿐일까. 저기 저 멀리서 보이는 우리집의 실루엣에 긴장이풀려 눈앞이 캄캄해졌다. 



*



잠시 소강상태가 찾아온 성규를 침대에 뉘였다. 일어나면 뭐라고 말해야하지. 왜 이렇게 아픈거냐고 물으면? 그때는 어떡해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됐다. 자고있는 성규를 바라봤다. 얼굴이 창백했다. 얼굴살이 언제 이렇게 빠졌지, 죽는다는 소리를 의사선생님한테 들으니 성규가 더 초췌해 보였다. 성규의 동글동글한 머리통을 살짝 쓰담았다. 이렇게 자다가 갑자기 말도없이 날 떠나버리면 어떡하지. 눈물이 나올것만 같았다. 너가 아프니까 내가 더아파.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성규가 살짝 뒤척였다.


˝ 우현아 나… 감기라며… ˝


˝ 근데 너무 아파… 나 이러다 죽는거 아니야 ? ˝



성규가 소리없이 흐느꼈다. 성규의 가녀린 어깨가 들썩였다. 너가 모른다면, 아예 모른채 간다면 나도. 너도. 편할지 모르겠다. 뇌리를 스쳤다, 내가 진실을 말하는게 너에게 독이될수도 있을거 같아, 그니까, 최대한 널 위해서… 




˝ 죽긴 왜죽어, 너가 얼마나 건강한데. 너랑 나랑은 백살까지 오래오래 건강히 사는거야. ˝


그니까, 편히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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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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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작가님.. 글 너무 좋아요ㅠㅅㅠ... 문체도 좋고. 막 뭔가 찡하고 잔잔한게...ㅠㅠㅠㅠㅠㅠㅠ 신알신하고 또 보러 올게요! 글 잘보고가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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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또 보러오세요 :)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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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우와 필력 좋으신거같아요... 보는데 뭔가 씁쓸하기도 하고 그러네요... 신알신하고가요 ㅎㅅ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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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얀
언제나 감사합니다 신알신 고마워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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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으아 이거뭐죠ㅠㅠ 너무 아련한데요ㅠㅠㅠ
계속 올라오는대로 볼께요! 잘보고갑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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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얀
감사드려요. 다음에도 또 보러오세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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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헐 구독료도 안받으시고 대다나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또보러올게여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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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얀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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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성규야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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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얀
우리성규 죽지 말았으면 저도 좋겠네요. 내용이 워낙 무거워서.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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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헐 ㅠㅠ 우리규ㅠㅠㅜ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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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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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너무좋다... 필체도좋구 글 스타일도 좋규 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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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얀
볼품 없는글 칭찬해주셔서 고마워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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