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는 김종인 × 묵묵히 받아들이는 도경수
BGM:: July-바람에 쓰는 편지
Written by 몽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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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이 결혼식장을 뛰쳐나오거나 누군가 나서서 깽판을 친다는 일은 벌어지지않았다. 결혼식은 마치 물 흐르듯 순조롭게 진행되었으며, 이내 식장은 신랑 신부의 앞날을 축복하는 박수로 가득 채워졌다. 결혼식의 주인공답게 신부는 아주 아름다웠다. 화려한 장식들이 달린 드레스, 발갛게 달아오른 두 뺨 그리고 수줍은 듯 몰래 신랑의 옆모습을 흘끗 흘끗 훔쳐보는 모양새마저 사랑스럽기 그지 없었다. 길었던 주례가 끝나고 신랑과 신부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입을 맞추었다. 하객석에서 환호성이 크게 울려퍼졌고 중간중간에 호탕한 웃음소리가 섞여들렸다. 긴 입맞춤이 끝나고 신부는 부끄러운 듯이 시선을 아래로 내리 깔았고 신랑이 그런 신부를 다정하게 바라보았다. 오직 나만이 낯선 이방인처럼 그 풍경에 녹아들지 못할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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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라, 좋겠네. 신혼여행 좋은 데로 가네."
'신혼여행인데 좋은 곳으로 가야지. 지금 세희 내 옆에서 완전 골아떨어졌다. 많이 긴장했었나봐.'
"많은 사람들 시선이 다 자기를 향해서 집중되있었으니까 아무래도 피곤하겠지. 넌 안 피곤해?"
'난 별로. 나 원래 긴장같은 거 잘 안 하잖아. 오래 봐온 너가 제일 잘 알면서 새삼스럽게.'
"으음... 그렇긴 하지."
그 말을 끝으로 수화기 사이에선 어색한 침묵만이 흘렀다. 애꿎은 신발 앞 코만 톡톡 바닥에 박아대던 경수가 수화기를 다시 고쳐잡았다. 오랫동안 침묵이 흘렀지만 둘 중 그 누구도 먼저 수화기를 내려놓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단 한번도 종인과 경수 사이에서 어색한 기운이 감돈 적은 없었다. 그건 종인과 경수, 자신들이 더 잘 아는 일이였다. 철부지 18살때부터 알고 지내와었지만 언제나 둘이 만나거나 얘기를 하면 시끌벅적했지 조용했던 적은 없었다. 오죽하면 친구들이 둘은 만나기만 하면 재잘댄다고 왠만하면 친구들끼리 만날 때도 따로 앉혀놓으려고 했었으니 말이다.
'...경수야, 세희 곧 깰 것 같다. 신혼여행 갔다 와서 내가 먼저 전화할게.'
"아 응, 그러자. 잘 갔다와."
뚜뚜뚜- 전화가 끊기고 경수는 한참동안 수화기에서 시선을 떼지 못 했다. 계속 휴대폰의 액정을 손으로 만지작대던 경수가 주머니 속에 휴대폰을 집어넣었다. 종인과 저가 만난지도 어느덧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종인은 그 나이대에 맞게 일반 남성들이 바라고 누리는 행복, 그 행복를 찾아간 것이다. 평범한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고...
"그리고 애도 낳고... 그렇게 행복하게 살겠지."
머릿속으로 종인을 똑 닮은 아이를 그리던 경수가 입 밖으로 말을 내뱉고는 씁쓸하다는 듯이 웃어보였다. 이제 저도 종인도 10년 전 그 18살의 풋내기가 아니였다. 남의 시선을 별로 자각하지 않고 하고 싶은대로 하던 어린애가 아니란 말이다. 이제 자신의 의견보다는 남의 시선을 더 의식하게 되었고, 자신의 위치에서 해야 되는 일을 해내는 것도 벅찼다. 철이 너무 들어버린 걸까. 자신의 감정을 추스리지 못 하고 질질 끄는 건 애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생각한 경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종인도 한 여자의 듬직한 남편이고 한 집안의 가장이다. 꼭 행복하라고, 아니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을 마무리 지은 경수가 자신이 드라마에서나 나오던 대사를 읊조리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웃어보였다. 경수가 지갑을 꺼내어 제일 안 쪽에 넣어두었던 자신과 종인의 사진을 꺼내어 오랫동안 쳐다보았다. 종인과 자신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선명하게 기억하려는 듯 뚫어지게 한참동안이나 사진을 쳐다보던 경수가 이내 사진을 잘게 찢어 쓰레기통에 집어 넣었다.
"난 10년동안 정리 중이였어. 그렇게, 천천히."
경수가 미련없이 예식장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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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택 3까지 나온 마당에 이나은은 진짜 불쌍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