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아무리 생각해도 올 사람이 없는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뭐야, 택배? 아닌데, 내가 받을 게 뭐가 있다고. 초인종을 누르면 될 걸 집요하게도 두드려대서 슬리퍼를 신고 문을 열었다. 묘한 분홍색 머리를 한 표정이 겁나 쎄보이는 남자가 서 있다. 순간 강도인줄 알았다. "누구세요?" "나 좀 재워주라." 존나 뭐라는거임. 망설임 없이 문을 닫으려는데 이놈이 그 사이에 제 손을 끼워넣었다. 마음 같아서는 무시하고 쾅 닫아버리고 싶지만 그래봤자 결국 남는 건 없을 거다. 병원비 물어주느라 식비나 줄어들겠지. 강도남(딱히 부를 명칭이 없으므로)은 지금까지 뒤에 끌고오던 건지 캐리어를 슥 내밀었다. "나 집이 없어. 여기서 재워줘." 아 그러니까 존나 뭐라는 거냐고. 신종 범죄 수법인가 싶기도 하다. 어, 안되는데. 솔직히 나보다 훨씬 큰 남자한테 이길 자신은 없다. 갑자기 강도남은 문을 벌컥 열더니 현관으로 들어와 집 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야이 미친. "주택침입죄로 신고할 거야." "아, 성질 급하긴. 일단 내 얘기 좀 듣고 결정해." "뭘 듣고 결정해, 이 침입자야!" "내가 니 수호천사야." 아, 그래요? 쩐다. 나 수호천사 처음 봐요. 와, 신기해. 여기다가 싸인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 얘는 나한테 뭐 이런 반응을 원하는 게 틀림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미친 소리를 제정신으로 할 리가 없지. 강도남은 아예 신발까지 벗고 집 안에 들어섰다. 이건 명백한 침입이다. "나가라고, 이 정신병자야!" "아, 쫌. 너 의심병 쩐다. 소원 하나 말해봐." "너 나가는 거." "그거 말고. 제대로 된 거." 아무리 나가라고 반복해도 계속 소원을 말하라고만 한다. 내 소원은 진심인데 너를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는 거야. 너인줄 알았으면 문 안 열어줌. "소원…. …… 엑소 포카 멤버별로 다 가지고싶어." "……… 생각하는 거 하고는…." "아, 뭐. 니가 말하라면서요." 강도남은 캐리어를 열더니 별로 길지 않은 얇은 막대를 하나 꺼냈다. 막대 끝에 빨간 꽃 모형이 달린 게 강도남이랑은 엄청 안 어울렸지만 어쩐지 소리내서 웃으면 안될 것 같아서 닥치기로 했다. 강도남은 세상 모든 게 귀찮다는 얼굴로 허공에 대고 막대를 휘둘렀다. 그리고 정말 믿기지 않지만, 그 자리에 포카들이 후두둑 떨어졌다. 강도남은 자신만만한 얼굴로 날 쳐다봤지만 난 신경도 안쓰고 포카부터 주웠다. "이제 날 데리고 살 마음이 좀 드냐?" "브로마이드를 내놓으면 생각해보지." "아, 난 너 같은 애가 제일 싫어." "나라고 좋은 줄 알아?" 사실 좋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지금 침착하다는 것 자체가 대견하다. 수호천사라는 게 정말 있는 건가? 진짜 말도 안돼. 말도 안되지만 동시에 말이 된다. 나한테도 이제 스펙터클한 인생이 오는 걸까. 강도남은 순식간에 태도가 바뀐 내가 웃긴지 픽 웃었다. "내 이름은 오세훈이라고 쓰라고 주더라. 세훈이 이름." "이름같은 거 설명 안해줘도 아는데." "너 워낙 멍청하게 생겨서." 갑자기 싫어지려고 한다. 제가 글잡에 글을 올리는 날이 이렇게 갑작스레 올 줄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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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택 3까지 나온 마당에 이나은은 진짜 불쌍하다
